낭왕전생 2권 – 17화 : 협의지행 (2)
협의지행 (2)
“어떻게 됐지?”
“손님께서 의뢰하신 대로 판을 짰 습니다. 이제 곧 표적이 무대 안으 로 들어설 겁니다.”
“선수들은?”
“이미 배치 끝냈습니다. 표적만 무대로 들어오면 바로 작전을 개시할 수 있습니다.”
설우진이 떠난 뒤.
하오문 지부에는 낯익은 얼굴이 방문했다. 중천회의 양수였다.
“확실하게 해치울 수 있겠지?”
“후훗, 방상욱 그놈, 남색을 밝히는 것만 빼면 무공 실력은 나무랄 데 없이 뛰어납니다. 그리고 그와 비슷 한 실력을 지닌 상급 낭인들도 셋이 나 투입됐으니 걱정 붙들어 매십시 오.”
점소이가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실 그는 하오문의 지부장이 아니 라 흑야로 불리는 낭인 조직의 간부 였다. 흑야는 낭인들의 의뢰를 대신 받아 주는 곳으로 의뢰 내용에 적합 한 낭인들을 선정한 후 직접 의뢰인 에게 연결시켜 줬다. 그리고 그 과 정에서 양쪽에 수수료를 받아 챙겼 다.
“놈에게 붙은 눈은 어떻게 처리했지?”
“점심에 수면향을 넣어 깔끔하게 재웠습니다. 아마 일이 끝난 후에야 깨어날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눈은 적사호가 얘기 했던 심사관을 말한다.
뭐, 말이 좋아 심사관이지 그들 대 부분은 승급하지 못한 인자 조의 유급생들이었다.
양수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객잔 을 나섰다.
“이곳인가?”
설우진은 용강객잔을 나와 곧장 그들이 알려 줬던 사찰로 향했다.
사찰은 사람들의 발길이 좀체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설우진은 주변을 흘깃 살펴본 후 곧 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바탕할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기에 그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한데 아이들이 머무는 사찰치고는 너무 조용했다.
‘역시………… 함정이었나? 하긴 하오 문의 비밀 지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터 수상하긴 했어.’
설우진은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가 아는 하오문의 비밀 지부는 보안이 철저한 곳이었다. 하오문 내 에서도 고급 간부 이상만이 접촉이 가능할 정도였다.
사찰은 사람들의 발길이 좀체 닿지 않는 외진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설우진은 주변을 흘깃 살펴본 후 곧 장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한 바탕할 생각으로 나선 길이었기에 그의 걸음은 거침이 없었다.
한데 아이들이 머무는 사찰치고는 너무 조용했다.
‘역시…………함정이었나? 하긴 하오 문의 비밀 지부라는 말을 들었을 때 부터 수상하긴 했어.’
설우진은 입가에 실소를 머금었다. 그가 아는 하오문의 비밀 지부는 보안이 철저한 곳이었다. 하오문 내 에서도 고급 간부 이상만이 접촉이 가능할 정도였다.
한데 조인창은 비밀 지부의 위치를 선배에게 들었다고 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면 그것부터 말이 안 되는 얘기였다.
‘누가 이런 지저분한 일을 꾸몄을 까? 중천회나 서천회 둘 다 나한테 감정이 좋진 않을 테지만 이런 치졸 한 수법을 생각해 낸 걸 보면 아무 래도 중천회 쪽일 가능성이 높지.’
설우진은 함정이란 걸 알면서도 태 연자약했다.
그만큼 자신의 실력을 믿는 것이 다.
잠시 후 사찰의 주인인 방상욱이 등장했다. 꼴에 회색 가사에 두툼한 염주까지 손에 쥐고 있었다. 그 겉 모양새는 영락없는 승려였다.
방상욱이 먼저 말을 걸어왔다.
설우진이 맘에 들었는지 그의 입가 엔 의미심장한 미소가 걸려 있었다.
“시주, 본사에 온 걸 환영하오. 듣 던 것보다 훨씬 잘생겼구려.”
‘그 새끼랑 영락없는 판박이잖아.’
설우진은 친근하게 말을 걸어오는 방상욱을 보면서 자신을 덮쳤던 낭 인을 떠올렸다. 생김새는 판이하게 달랐지만 간드러지는 특유의 말투는 영락없이 똑같았다.
“내 얼굴을 보니 흥분되는 모양이지?”
“홍홍홍, 오랜만에 보는 미남인지 라. 시주, 나와 함께 살지 않겠소? 내 원하는 건 뭐든 들어주리다.”
방상욱이 노골적으로 진심을 드러냈다.
이에 설우진의 인내심은 한계치에 다다랐다.
“정말 역겨워서 더는 못 들어 주겠군. 일단 맞고 시작하자.”
설우진이 앞으로 달렸다.
방상욱은 가소롭다는 듯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금강문에서 전수 받은 철포신을 믿는 것이다.
철포신은 소림의 외가기공을 그 뿌 리로 해 만들어진 것으로 화후가 깊 어지면 온몸이 무쇠처럼 단단해졌 다. 방상욱의 철포신은 그 화후가 팔 성에 이르고 있었다.
‘어린놈 주먹이 세 봐야 얼마 세겠 어.’
방상욱은 정면에서 주먹이 날아드 는데도 피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웃으며 치기 좋게 얼굴을 들 이대기까지 했다. 그만큼 그는 철포 신의 힘을 맹신했다.
한데 그 믿음은 그를 지옥으로 이 끌었다.
설우진은 뇌기를 주먹에 응축시켜 방상욱의 얼굴에 그대로 꽂아 넣었 다. 응축된 뇌기는 철포신과 부딪치 는 순간 거센 폭발을 일으켰다.
“커억.”
외마디 비명과 함께 방상욱의 입에 서 굵은 알맹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크게 휘청이는 신형.
설우진은 그대로 끝낼 생각이 없다 는 듯 연속적으로 폭뢰를 전개했다. 방상욱은 생존에 대한 본능으로 철 포신을 한계치까지 끌어 올렸다. 내 상을 감수한 모험수였다.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폭뢰는 몸 외부가 아닌 내부에서 터지는 것이기에 외공인 철포신으론 본질적으로 막을 수가 없었다.
“사, 살려 줘.”
마음이 다급해진 방상욱은 험상궂은 사내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어쩌지?”
“뭘 물어? 선금 받았잖아. 그럼 싸워야지.”
“저 주먹을 보고도 그런 소리가 나와?”
낭인들은 선뜻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
상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없는 하 급 낭인이었다면 쪽수를 믿고 달려 들었겠지만 그들은 상급 낭인으로 어느 정도 무위를 읽어 낼 수 있었 다.
그들이 바라본 설우진은 강자였다. 셋이 합공을 해도 버거운 상대. 그것이 그들이 내린 결론이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알면서도 낭인들 은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황 금 열 냥이라는 거금을 선금으로 받아 버렸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다들 그거 꺼내.”
셋 중 가장 연장자인 철운성이 의 미심장한 표정으로 둘을 바라봤다.
“꼭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 “까?”
맹기담과 사도치는 영 내키지 않는 눈치였다.
“그럼가!”
깔끔하게 여기서 뒈지시든
“………니미, 돈 많이 줄 때부터 알 아봤어야 했는데.”
철운성의 서슬 퍼런 경고에 두 사 람은 어쩔 수 없이 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잠시 후 세 사람의 손 에 다양한 형태를 지닌 물건들이 딸려 나왔다. 감당할 수 없는 적과 조우했을 때 쓰려고 구비해 둔 비장의 한 수였다.
먼저 맹기담의 손에 들린 검푸른 빛깔의 비도는 당문 비전의 수라비 도였다. 암기제일가라 불리는 당문 의 작품답게 내기를 담지 않고도 호 신강기를 파훼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예리함이 대단했다.
다음으로 사도치가 꺼낸 것은 은은 한 붉은빛이 감도는 철전이었다. 궁 수들 사이에선 폭화전이라 불리는데 평범해 뵈는 외관과 달리 강한 충격 을 받으면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마지막으로 철운성의 것은 콩알만 한 크기의 환단이었다. 청아한 향기가 나는 것이 영약의 한 종류 같지 만 사실 그 환단은 일시적으로 잠력 을 끌어 올려 주는 일종의 각성제였 다. 한 알만 복용해도 짧은 시간 동 안 평소보다 배 이상 강한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낭인들 사이에선 꽤 나 고가에 거래되는 물건이었다.
“누가 먼저 나설 거냐?”
철운성이 물었다.
지금 상황에선 아무래도 선공이 부 담될 수밖에 없었다. 일단 비장의 무기가 통할지 확실하지 않고 통한 다 하더라도 고수라면 반격을 해 올 가능성이 높아서다.
철운성의 물음에 사도치와 맹기담 은 자꾸만 시선을 회피했다. 선공에 서지 않겠다는 분명한 의지의 표현 이었다.
‘휴우, 낭인이란 놈들이 저리 담이 약해서야. 저러니 좋은 재능을 가지 고도 상급에 머물러 있지.’
철운성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둘 을 바라봤다.
세 사람은 꽤 오랫동안 함께 일을 해왔다.
각자 출신 성분도 다르고 성격도 제각각이었지만 의외로 싸울 때 호 흡이 착착 들어맞았다. 마치 오래전 부터 손발을 맞춰 온 것처럼.
“이것들아, 좀 너무하단 생각 안 드냐? 열에 한 번 정도는 그래도 너희들이 앞장서야지. 내 몸은 무슨 무쇠로 만들어진 줄 아냐.”
철운성이 불만을 토로했다.
하지만 맹기담과 사도치는 들은 척 도 하지 않았다.
“그래, 내가 앓느니 죽지. 선공에 서라는 말 안 할 테니까 다들 평소 처럼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해. 빈틈을 공략하지 못하면 우리에게 승산은 없어.”
철운성이 앞으로 나섰다.
그의 양 손목과 발목에는 특이하게 두툼한 철환이 끼워져 있었다.
‘지금의 내력으로 금강철벽을 유지 할 수 있는 시간은 길어봐야 반 각 남짓. 그 전에 어떻게든 승부를 봐 야 해.’
철운성은 낭인치고는 흔치 않게 제 대로 된 내가기공을 몸에 익혔다. 물론 제대로 된 스승에게 배운 게 아니어서 그 수준은 오 성을 넘지 못한 상태였다.
하지만 철운성은 그 한계를 네 개 의 철환으로 극복했다.
금강철벽의 단단함에 철환을 더해 그 위력을 배가시킨 것이다.
쿵쿵쿵.
철환을 매단 철운성이 힘차게 앞으 로 내달렸다.
낡은 청석판이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산산이 부서져 흩어졌다. 그 뒤로 사도치와 맹기담이 좌우 날개에 위치해 무기를 빼 들었다.
사도치는 활, 맹기담은 비도였다.
자연스럽게 삼각형 형태의 합격진이 그려졌다.
일촉즉발의 상황.
한데 싸움은 일어나지 않았다.
막 철운성이 몸을 날리려는 찰나,
설우진이 양손을 들어 싸울 의사가 없음을 밝힌 것이다.
“지금 그건 무슨 의미냐?”
철운성이 급하게 몸을 멈춰 세우고 그 진의를 물었다.
이에 설우진은 미소 띤 얼굴로 답 을 했다.
“굳이 우리가 싸울 필요가 있나 싶 어서. 당신들도 봤잖아. 내 실력이 어떤지.”
“솔직히 나, 사람 패고 그러는 거 좋아하지 않아.”
‘저 몰골을 보고도 뻔뻔스럽게 그 런 말을.’
철운성의 시선이 설우진의 뒤에 혀 를 빼고 늘어져 있는 방상욱에게 고 정됐다.
얼마나 두들겨 맞았는지 눈은 완전 히 풀려 있고 반쯤 벌어진 입에선 연신 게거품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흠흠, 우리도 너와 싸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이미 선금을 받은 터라………… 내키지 않아도 싸워 야 한다.”
철운성이 솔직한 속내를 털어놨다.
일반적으로 낭인이 의뢰를 철회할 경우, 선수금의 세 배를 내놓게 되 어 있었다.
선수금이 은전 단위였다면 그도 별 고민 없이 의뢰를 철회했을 것이다. 한데 이번에 받은 선수금은 무려 황 금 열 냥이었다.
그들의 능력으로는 도저히 그 세 배를 감당할 수 없었다.
“후훗, 그 문제라면 이쪽에서 해결 해 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게 무슨?”
“위약금을 대신 내주겠다는 뜻이 야. 그쪽에 의뢰를 넣은 놈만큼은 아니어도 수중에 돈이 제법 있거 든.”
설우진이 뜻밖의 제안을 했다.
철운성은 놀란 얼굴로 뒤를 돌아봤 다. 그리고 전음으로 사도치와 맹기 담의 의중을 물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해?
-싸움을 피할 수 있다면 당연히 수락해야지. 게다가 위약금도 대신 내준다잖아. 우리 입장에선 마다할 이유가 없지.
-근데 좀 이상하지 않아? 우릴 때 려눕힐 실력이 있는데 굳이 위약금 까지 내주며 싸움을 피한다는 게.
-나도 그 점이 좀 걸려. 우리한테 뭔가 원하는 게 있는 것 같은데.
-뭐가 됐든 맞고 뒈지는 것보단 낫겠지. 너희들이 뭐라 하든 난 그 제안 받아들이겠어.
사도치가 강하게 자신의 의견을 피 력했다. 이에 머뭇거리던 철운성과 맹기담도 설우진의 제안을 받아들이 기로 결정했다.
“우리한테 원하는 게 뭐지? 아무 이유 없이 그런 거금을 내줄 리 없 을 텐데.”
철운성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이에 설우진은 능청맞은 미소를 지 으며 철운성이 원하는 답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