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2권 – 21화 : 정면 승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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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2권 – 21화 : 정면 승부 (3)


정면 승부 (3)

백무영의 두 다리는 상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늘었다. 대수인의 힘 에 의존한 나머지 하체 수련을 소홀 히 한 것이다.

한데 대수인은 강한 하체를 필요로 하는 무공이었다. 상체에 지나치게 힘이 편중돼 강한 하체가 기반이 되 지 않으면 마지막 순간에 타격점이 미묘하게 틀어지기 때문이다.

“이 비겁한 놈아, 도망만 다니지 말고 정정당당하게 맞붙어라. 환영연에서 보여 줬던 그 주먹, 나한테 도 한번 날려 봐.”

설우진이 계속해서 대수인을 피해 가자 백무영은 되도 않는 정면 승부 를 제안했다. 그런데 의외로 도발이 먹혔는지 설우진이 그 제안을 받아 들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방 한가운데 대치했다.

선공을 취한 쪽은 이번에도 백무영 이었다. 그는 남은 내력을 모두 짜 내 오른손에 집중했다.

커진 손바닥에 아지랑이 같은 기운 이 피어올랐다. 내공으로 억지로 만 들어 낸 가짜 강기였다.

“이걸로 끝이다.”

백무영의 손바닥이 기세 좋게 설우진의 가슴으로 날아들었다.

가짜 강기라도 그 위력은 비슷했기 에 정타는 위험했다. 한데 설우진의 얼굴은 태연자약했다.

‘어디 대수인에 얻어맞고도 그런 표정을 지을 수 있는지 보자.’

백무영은 이번 공격만은 꼭 통할 거라고 확신했다.

그런데 설우진을 코앞에 두고 발끝 이 채는 느낌이 들더니 갑자기 눈앞 이 빙글 돌았다. 어찌해 볼 새도 없 이 몸이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 백무영은 멍한 표정으로 천장을 올 려다봤다.

“그러게 평소에 하체 운동을 좀 하시지 그랬어요? 살짝 발만 걸었을 뿐인데 이렇게 쉽게 넘어질 줄은 몰 랐어요.”

설우진이 백무영을 내려다보며 이 죽거렸다.

이에 발끈한 백무영이 다시 공격을 하려 했지만 설우진이 잽싸게 오른 손을 지그시 밟았다.

“선배, 저도 참는 데 한계가 있어 요. 진짜 제 손에 뒈지고 싶지 않으 면 얌전히 지내세요. 다시 한 번 눈 에 거슬리는 행동 했다간 그땐 쥐도 새도 모르게 이 숨통을 끊어 버릴지 모르니까.”

설우진이 얼굴을 바짝 들이대며 경 고했다.

서슬 퍼런 그 기세에 백무영은 바 짝 움츠러들었다.

‘눈빛이 반쯤 죽은 걸 보니 어느 정도 수긍을 한 모양이군. 이쯤 했 으면 더는 귀찮은 일을 만들지 않겠 지.’

설우진은 애당초 백무영을 죽일 생 각은 없었다.

물론 용서를 해서가 아니었다. 백 무영이 죽음으로써 생길 수 있는 갖 가지 문제들이 걸려서였다.

“앞으로 계속 지켜볼 거예요. 그리 고 용돈 준비하는 것도 잊지 마요. 그건 내 목숨값이니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 한 설우진은 미련 없이 방을 나섰다.


“너 그 소문 들었어?”

“무슨 소문?”

“글쎄, 백무영이 신입 관도한테 두 들겨 맞았대.”

“에이, 그게 말이 돼? 백무영은 천 자 조 안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고수잖아. 검귀 정도면 모 를까 다른 신입 관도들은 손가락 하 나 건드리지 못할걸.”

“나도 처음엔 너처럼 생각했어. 근 데 중천회 옆에 자리한 팔룡회 애들 이 엄청난 폭음이 들려온 뒤에 신입 관도가 멀쩡한 얼굴로 밖으로 나왔 다고 증언했어. 게다가 백무영도 며칠째 두문불출하고 있잖아.”

설우진이 중천회에서 거하게 한바 탕 소란을 일으킨 이후 이를 두고 여러 가지 소문이 번졌다. 그 대부 분은 백무영이 신입에게 당했다는 내용이었다.

“네 말이 사실이라면 그 대단한 신 입이 대체 누구야?”

“팔룡회 애들 말로는 설우진이라고 하던데.”

“설우진? 처음 들어 보는 이름인 데.”

“신입 관도들 사이에선 꽤 유명 인 사야. 너 지난번에 황룡승무연에서 열렸던 의상제 봤지?”

“응. 완전 죽여줬잖아.”

“그 의상제를 기획한 게 그 신입이 래.”

설우진의 이름이 여러 사람의 입에 서 오르내렸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백무영을 쓰러뜨린 내용보다는 의상 제의 기획자였다는 게 더 큰 화제로 대두됐다.

“일품점의 아들이라는 설도 있던 데?”

“진짜? 그게 사실이면 너무 이기적 인 놈이네. 얼굴 하나로도 모자라 싸움도 잘하고 거기에 든든한 뒷배 까지 갖고 있다니.”

“인마, 부러워하면 지는 거야. 우린 우리의 길을 가자.”

사내 둘이 서로를 애써 격려하며 식당으로 향했다.


“대체 언제 그런 대형 사고를 친거야?”

“사고는 무슨, 그냥 얌전히 대화만 나누다 왔어.”

“대화만 나눴는데 방이 반파돼?” 

“세상엔 왕왕 이해 못 할 일도 일 어나는 법이야. 쓸데없는 일에 신경 끄고 수업 준비나 해.”

설우진은 귀찮게 질문을 해 대는 조인창을 떨쳐 내고 책상에 얼굴을 묻었다.

지난밤, 그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자스민이 새벽까지 붙잡고 놓아주지 않아서다. 그녀는 누란 여인답게 정열적이었다. 그래서 한번 불이 붙 으면 좀처럼 식질 않았다.

‘조금만 자자.’

설우진은 불편한 자세에서도 용케 잠을 청했다.

하기야 낭인 시절에 지겹도록 노숙 을 했던 몸이니 머리를 기댈 수 있 다는 것만으로도 잠을 이루는 건 충 분했다.

한데 막 단잠에 빠져들려는 찰나. 방해꾼이 등장했다.

“뭐야.”

설우진이 신경질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망막이 땀에 전 남궁벽의 얼굴이 비쳤다.

“붙자.”

“나중에.”

“지금이 아니면 안 된다. 조금이라면 벽을 엿봤을 때 깨야 한다.”

남궁벽은 끈질기게 대련을 요구했다.

“죽여도 되냐?”

설우진이 날 선 눈빛으로 물었다. 남궁벽은 흠칫했지만 설마 그렇게 까지 하겠냐는 마음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그런데 곧바로 이어진 비무에서 남 궁벽은 자신이 안이하게 생각했음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설우진은 진짜 죽일 기세로 달려들었다.

평소 같으면 적당히 힘을 줄여 균형을 맞췄을 텐데 지금은 힘이 과하 다 싶을 정도로 넘쳐흘렀다.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궁벽은 필사적으로 검을 휘둘렀다.

온몸에 상처가 생겨났다.

그냥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그 깊이가 상당했다. 하지만 남궁벽은 이를 악물고 버텼다.

그 과정에서 남궁벽은 자연스럽게 무아지경에 빠져들었다.

이는 설우진도 남궁벽도 의도치 않 은 일이었다.

‘노력하는 천재만큼 무서운 게 없 다고 하더니. 이 자식 정말 괴물 같은 성장을 보이고 있잖아. 과연 수십 년 뒤에도 내가 이 자식을 이길 수 있을까?’

설우진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 다.

지금 당장은 남궁벽을 단일 합에 도 제압할 수 있었다. 낭왕의 칼에 벽력신마의 내공까지 더해졌기 때문 이다.

하지만 솔직히 수십 년 뒤는 승리 를 장담할 수 없었다. 남궁벽의 뛰 어난 재능에 수백 년의 세월을 걸쳐 내려온 남궁세가의 절대검공이 더해 지는 탓이다.

‘가만, 수십 년 뒤면 이 녀석은 세 상에 없으려나? 마천의 이 차 발호 때 죽었다고 알려졌으니.’

설우진은 앞으로의 일을 떠올리다 남궁벽의 최후를 기억해 냈다.

남궁벽은 신진 고수로 마천과의 전 쟁 당시에 큰 활약을 펼쳤었다. 그 가 나타나는 곳에는 드물게 쌍룡맹 의 승전보가 울리곤 했었다.

하지만 그 활약은 길게 이어지지 못했다.

작심한 마천 측에서 그의 상대로 신마오룡을 내보낸 것이다. 남궁벽 은 끝까지 분전했지만 신마오룡에게 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그는 서른도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전장에서 요절 하고 말았다.

“우리의 인연이 계속 이어진다면 네 목숨 하나쯤은 살려 주마. 낯 뜨겁지만 그게 친구라는 존재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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