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4권 – 7화 : 의형제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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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4권 – 7화 : 의형제 (4)


의형제 (4)

“네 녀석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 

“선배한테는 안된 일이지만 그 녀 석 저하고 연이 있습니다. 후배로서 정중하게 부탁하는 것이니 넓은 아 량을 베풀어 주시죠.”

-설우진,까부는 것도 정도껏 해 라. 예전의 내가 아니다.

-후훗, 내 눈엔 그때랑 하나도 달 라진 게 없어 보이는데, 좋게 말로 할 때 듣지, 사람들 보는 앞에서 망 신살 뻗치고 싶지 않으면.

설우진은 태연한 얼굴로 백무영을 협박했다.

-네놈이 장부를 믿고 까부는 모양 인데, 이미 그 일은 당세기와 소예 상을 만나 타협을 봤다. 이 이상 무 례하게 군다면 선배로서 따끔하게 네놈을 징치할 것이다.

-할 수 있으면 해봐.

설우진은 백무영의 말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고 결국 분을 못 이긴 백 무영이 하후휘를 한쪽에 내던지고 공격 대상을 설우진으로 바꿨다. 흥미로운 전개에 모두의 시선이 두 사람을 향했다.

“내 손 속이 사납다 원망 마라, 네 놈이 날 그리 만든 것이니.”

백무영은 쾌영보를 밟으며 설우진 의 전면으로 들이쳤고 거리가 좁아 졌다 싶은 순간 배로 부풀어 오른 손으로 설우진의 얼굴을 노렸다. 위협적인 파공음, 확실히 전에 보 여줬던 대수인과는 그 위력이 판이 하게 달랐다.

하지만 둘 사이엔 이미 넘어서기 힘든 격차가 존재했다. 설우진은 벽 뢰진천을 쓸 것도 없이 야수안으로 대수인의 궤적을 읽어 낸 뒤 가벼운 발놀림으로 백무영의 공격을 옆으로 흘려보냈다.

백무영이 씩씩대며 연격을 날렸지 만 그의 손은 설우진의 옷깃조차 스 치지 못했다.

“선배, 아까의 기세는 다 어디로 간 겁니까? 한 대라도 맞혀 보시죠.”

“이익!”

설우진의 도발에 백무영은 양손으 로 대수인을 펼쳤다.

쾅쾅쾅.

백무영의 손끝이 닿는 곳마다 사나 운 굉음과 함께 짙은 먼지구름이 일 었다.

주변에 몰려 있던 구경꾼들은 혹여 자신들에게 화가 미칠까 다급히 뒷 걸음질 쳤다.

“헉헉헉.”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뒤 백무영의 입에서는 거친 숨소리가 새어 나왔다. 양손으로 쉴 새 없이 대수인을 펼쳐 댔으니 체력이 배겨 날 리 없었다.

그런데 그렇게 파상 공세를 펼쳤음 에도 설우진의 몸에는 끝내 닿지 못 했다.

‘저, 저놈은 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놈에게 당한 뒤로 그렇게 피 나는 노력을 했는데………….’

백무영은 큰 벽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그것도 아주 높고 두꺼운.

“선배, 그 정도면 화풀이로는 충분 한 것 같은데, 그만 다른 볼일 보시 죠. 저 아이는 제가 따끔하게 혼을 내겠습니다.”

-무슨 수작질이냐?

-네놈도 눈이 있으면 보일 것 아니야? 이곳에 쏠려 있는 시선들이. 여기서 더 나아가면 빼도 박도 못 해. 너도 막판에 인 자 조로 떨어지 는 건 원치 않을 거 아냐? 판을 깔 아 줄 때 조용히 물러나.

설우진이 현실적인 문제를 짚었다. 황룡 학관에서는 관도들 간의 다툼 을 금하고 있었다. 특히 학관 밖에 서 일어나는 다툼에 대해선 가혹하 다 싶을 정도로 처벌 수위가 높았 다.

“흠흠, 내가 잠시 흥분해 이성을 잃었다. 저 친구 꽤 충격이 심할 테 니 이 돈으로 의원에 데려가라.”

백무영은 주변의 눈을 의식해 자신 의 실책을 인정하며 치료비 조로 돈 을 건넸고 설우진은 흔쾌히 그 돈을 받았다.

“어이, 몸은 좀 괜찮아?”


설우진이 하후휘 곁으로 다가와 물 었다. 그런데 하후휘는 노골적으로 그를 경계하며 거리를 벌렸다.

“네놈은 뭐지? 왜 일면식도 없는 날 도와준 거지?”

하후휘는 설우진의 저의를 의심했다.

거친 삶을 살아오면서 이유 없는 호의는 없다는 걸 뼈저리게 경험했 기 때문이다.

‘자식, 그때나 지금이나 고약한 성 질머린 한결같네.’

“일단 고맙다는 인사가 먼저 아닐 까? 내가 나서 주지 않으면 그 손목 영영 못 쓰게 됐을 텐데.”

설우진이 하후휘의 오른쪽 손목을 가리켰다. 뼈가 상했는지 그 주변은 퉁퉁 부어올라 있었다.

“이, 일단 구해 준 건 고맙게 생각 한다.”

하후휘는 한참의 망설임 끝에 어렵 게 입을 뗐다.

“너무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어. 네 녀석한테 뭔가를 바라고 도운 건 아니니까.”

“그럼 왜………?”

“널 보니까 아는 동생이 생각났거 든. 그 녀석도 너처럼 가슴에 상처 가 많았어. 그래서 사람을 쉬이 믿 지 못했지.”

설우진은 눈앞의 하후휘에게서 전 생의 하후휘를 떠올렸다. 그가 하후 휘를 만난 건 서른 살 무렵이었다. 당시에 서로 반대되는 세력에 고용 돼 칼을 맞댔었는데, 하후휘는 패색 이 짙은 상황 속에서도 끈덕지게 상 대를 물고 늘어졌다.

설우진은 그 질긴 근성이 맘에 들 어 자기 사람으로 거뒀다.

의뢰 대금을 다 토해 내야 했지만 그만한 투자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하후휘는 쉽사리 마음의 문 을 열지 않았다. 친해질 요량으로 여러 번 술자리까지 마련했지만 소 용없었다.

그런 와중에 위험한 의뢰가 하나 들어왔고 관부에서 거액의 현상금을 내건 살인마를 잡는 일이었다.

설우진은 하후휘를 비롯한 열 명의 낭인들과 함께 살인마의 뒤를 쫓았 고 사흘을 고생한 끝에 어렵사리 꼬 리를 붙잡을 수 있었다.

한데 그건 잘 짜인 함정이었다.

일을 의뢰했던 관부에서는 애당초 그들을 미끼로 쓸 요량이었던 것이다.

낭인들은 성난 살인마의 공격에 속절없이 죽어 나갔다. 초절정에 근접해 있는 살인마는 그들이 잡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설우진은 즉각 후퇴를 명했지만 하 후휘는 물러서지 않고 살인마와 정 면으로 맞섰다.

위태위태한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 데 순간 하후휘의 옆구리로 살인마 의 칼이 짓쳐 들고 있었고 피하기엔 한발 늦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설우진이 하후 휘를 거칠게 밀치며 칼을 대신 맞았다.

다행히 포쾌들이 칼을 맞은 찰나에 들이닥쳐 목숨은 건질 수 있었지만 내장이 보일 정도로 큰 부상이었다.

그 일이 있은 후로 하후휘는 설우 진에게 마음을 열었다.

“뼈는 상한 상태로 오래 두면 탈 나. 부축해 줄 테니까 내 손 잡아.” 

설우진이 손을 내밀었다.

하후휘는 잠시 망설이는 듯하더니 힘겹게 그 손을 맞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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