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9권 – 10화 : 새로운 날개를 얻다 (1)
새로운 날개를 얻다 (1)
“그들은 절대 절 죽이지 못합니다. 아니, 오히려 제게 힘을 보태려 할
것입니다.”
“대체 무슨 근거로 그런 소리를 하 는 게냐?”
팽천호가 살짝 인상을 구기며 물었
다.
낭인들의 입장에서 설우진은 당장 죽여도 시원찮을 존재다. 그가 낭왕 루로 찾아오지 않았다면 낭왕은 그 곳에서 여생을 편히 보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데 낭인들이 자신을 원망하기는 커녕 힘을 보탤 거라니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 얘 기였다.
“현역에서 오래 떠나 있어서 벌써 잊으셨나본데 낭인이란 본시 돈을 좇아 움직이는 족속입니다.”
“……설마, 돈으로 무마할 속셈이냐?”
팽천호의 언성이 높아졌다.
“그럴 거였으면 순순히 사부님의 뜻에 따랐을 겁니다.”
“하면?”
“전 그들을 모두 고용할 생각입니 다. 복수를 원하는 자들에게 실리와 명분을 함께 주는 것이지요.”
“상대는 마천이다. 아무리 낭왕을 향한 마음이 크다 한들 낭인들이 마 천에 칼을 겨누겠느냐?”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낭인들의 평균적인 무력은 마천의 하급 무사의 수준에 불과하다. 복수 를 한다고 나서 봤자 개죽음을 당할 공산이 크다는 뜻이다. 하니 머리가 제대로 박힌 이라면 설우진의 제안 에 따를 가능성이 전무했다.
“사람의 마음은 처해진 상황에 따 라 수십 번도 더 변하는 법입니다.”
“도통 모를 소리만 하는구나.”
“전 그들에게 기회를 만들어 줄 것 입니다, 마천에 한 방 제대로 먹일 수 있는.”
“복안이 있는 게로구나.”
“지금 마천은 그 세가 분산되어 있 습니다. 오대 전위대를 비롯한 정예 는 천주를 따라 중원에 들어왔지만 평소 그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던 일반 무사는 천산에 고스란히 남겨 졌습니다.”
“그게 어쨌다는 게냐?”
“아무리 힘이 세고 덩치가 큰 장사 라도 손발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합니다.”
“설마 낭인들로 하여금 마천의 보 급로를 끊게 할 참이냐?”
팽천호는 단박에 설우진의 속내를 읽어 냈다.
섬서에 자리 잡은 마천은 전쟁이라는 상황에 빗대어 봤을 때 원정군에 해당한다.
원정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은 보급로를 확보하는 것이다. 보급로 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으면 전쟁 이 장기전으로 이어졌을 때 불리하 기 때문이다.
이는 마천에도 그대로 적용됐다. 지금 황룡학관에 자리 잡고 있는 마천의 세력은 정예들로 구성돼 있 다.
개개인의 실력이 출중했기에 그들 만으로도 충분히 천하를 도모할 수 있었지만 전쟁은 하루아침에 끝나는 것이 아니다. 해서 마천도 꾸준히 전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었다.
이를 방증하듯 황룡 학관에는 천산 에서 넘어온 무사들이 속속 합류하 고 있었다.
그들의 수준을 앞서 온 전위대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그 머릿수가 상당했다.
“정확히 짚으셨습니다. 전 마천이 쌍룡맹과 전면전을 벌일 때 상대적 으로 헐거워진 후방에 낭인들을 투 입할 생각입니다. 평소 개무시하던 낭인들이 설마 자신들의 발목을 잡 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할 테니 그리 어렵지 않게 보급선을 끊 어 버릴 수 있을 겁니다.”
설우진은 이번 일을 겪으면서 마천을 지워 버리겠다고 독하게 마음먹 었다.
해서 지니고 있던 전생의 기억들을 모두 끄집어냈다.
자신이 개입함으로써 역사의 흐름 은 뒤틀렸지만 기본 뼈대가 되는 정 보들은 충분히 활용이 가능했다.
“나쁘지 않은 계획이다만, 과연 네 가 내미는 손을 낭인들이 잡겠느냐? 넌 이미 그들에게 신뢰를 잃었다. 아무리 많은 돈을 준다고 한들 쉽게 마음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팽천호는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했 다.
누구보다 낭인들의 생리를 잘 알기 에 해 줄 수 있는 냉정한 조언이었
다.
‘사부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아마도 그냥 말로 해서는 들어 먹지 않 을 겁니다. 해서 전 힘으로 그들을 찍어 누를 생각입니다. 낭왕으로 군 림했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