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왕전생 9권 – 19화 : 구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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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왕전생 9권 – 19화 : 구출 (2)


구출 (2)

사자관의 한가운데, 사지가 결박되 어 있던 남궁벽이 안으로 걸어 들어 오는 설우진을 보면서 발악하듯 소 리쳤다.

설우진의 예상대로 사자관은 그 자 체로 거대한 함정이었다.

문이 열리자 사위 벽면에서 일제히 불이 켜졌다. 그리고 그 아래에는 철마들이 비릿한 미소를 그리며 설 우진을 반겼다.

설가장에서 큰 피해를 입었던 요마들과 달리 철마들은 거의 전력의 누 수가 없었다. 죽음을 도외시한 남궁 벽의 검에 서넛 정도가 치명적인 부 상을 입기는 했지만 죽음에 이르지 는 않았다.

“목소리를 들으니 아직 살 만한 모 양이구나?”

설우진이 남궁벽을 보며 환하게 미 소 지었다.

그는 솔직히 사자관으로 오는 내내 불안했다. 혹시라도 남궁벽의 시체 가 자신을 맞지 않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한데 눈앞의 남궁벽은 살아 있었다.

몰골이 형편없기는 해도 목소리에는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남궁벽과 해후의 기쁨을 나누기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다. 

“문을 닫아라.”

철마들의 수장인 위요신이 철마들 을 움직였다.

이에 갈무진을 필두로 다섯의 철마 가 설우진의 등 뒤를 점하며 사자관 의 문을 걸어 잠갔다.

“젊은 놈이 배짱 한번 두둑하구나, 제 발로 사지에 걸어들어 오다니.” 

위요신이 비릿한 미소를 입가에 그 리며 설우진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 다.

그는 사마중달에게 한 가지 밀명을 받았다.

그 명은 사자관을 찾아오는 천둥벌거숭이를 산 채로 잡아 놓으라는 내 용이었다.

이후 위요신은 사자관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설우진이 오기만을 기다 리면서.

그 기간은 장장 보름이 넘었다. 

“누구의 사지가 될지는 붙어 봐야 알 일이지. 시끄럽게 조잘대지 말고 덤벼.”

설우진은 철마들을 앞에 두고도 전 혀 기죽지 않았다. 오히려 위요신을 도발하는 여유까지 보였다.

“크크큭, 어디 네 몸뚱이에서 팔다 리가 뜯겨 나가도 그런 소리가 나오 는지 보자.”

위요신이 앞으로 달려 나왔다.

몸이 무기라는 걸 보여 주듯 공격의 첨병인 팔다리가 먹물에 담근 듯 묵빛으로 변했다.

철마들은 흑화마공을 익혔다.

흑화마공은 몸의 일부분을 흑색의 마기로 뒤덮어 그 강도를 수배로 끌 어올린다.

현재 위요신의 흑화마공은 구 성의 경지였다.

구성이면 머리를 제외하고 모든 신체를 흑색의 마기로 뒤덮을 수 있 음을 의미한다.

“먼저 팔부터 잡아 뜯어 주마.” 

위요신이 기세 좋게 달려들어 설우진의 왼팔을 노렸다. 큰 덩치임에도 그 움직임은 상당히 기민했다.

찌익.

설우진의 소매가 간발의 차이로 찢 겨 나갔다.

그리고 살짝 스쳤을 뿐인데도 손목 부위에는 붉은 선이 그어져 있었다. 

‘마공의 위력이 장난이 아니군. 실 수로라도 팔을 내줬다간 한순간에 뽑혀 나가고 말겠어.’

설우진은 따끔거리는 손목을 내려 다보며 침착하게 거리를 벌렸다. 몸으로 체감한 위요신의 흑화마공 은 분명 위력적이다. 살짝 스쳤음에 도 살갗이 따가울 정도였다.

하지만 위요신은 맨손이었다. 몸에 닿을 수 있는 거리만 내주지 않으면 아무리 흑화마공이 위력적이라 한들 아무런 위협이 안 된다는 의미다.

설우진은 그 약점을 철저히 파고들었다.

위요신의 손이 들어올라치면 천뢰 도의 우월한 길이를 활용해 옆으로 쳐냈다.

보통의 칼이었다면 흑화마공의 힘 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거나 부서 졌을 텐데 천뢰도는 처음의 모습 그 대로였다.

‘빌어먹을, 저놈이 보도를 들고 왔 을 줄이야. 이렇게 되면 흑화마공의 장점을 전혀 살릴 수가 없잖아.’

천뢰도를 바라보는 위요신의 눈빛이 크게 흔들렸다.

그간 싸워 온 자들은 하나같이 흑화마공에 병장기가 부서져 발치에 나뒹굴었다.

그 어떤 병장기도 흑화마공의 파괴 적인 힘을 견뎌 낼 수 없었다는 뜻 이다.

한데 눈앞의 도는 흑화마공이 실린 주먹을 수도 없이 튕겨 냈다. 실금 이라도 보였다면 그것을 믿고 더 공 격을 해 봤을 텐데 아무리 눈을 크 게 뜨고 쳐다봐도 실금은 보이지 않 았다.

흑화마공의 장점이 사라지자 분위 기는 설우진 쪽으로 완벽하게 넘어 갔다.

설우진은 위요신과의 거리를 적절히 유지하면서 빈틈이 보일 때마다 뇌기를 실어 천뢰도를 휘둘렀다.

흑화마공으로 강화된 몸에 생채기 가 났다.

단번에 살이 갈라지지는 않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는다고 반복적인 공격에 온몸이 피로 얼룩졌다.

상황이 그쯤 되자 위요신은 체면을 버렸다.

“철마들은 놈을 포위해 안쪽으로 밀어 넣어라.”

위요신이 이를 악물며 수하들을 움 직였다. 이에 철마들은 흑화마공을 끌어올리며 인의 장막을 쳤다.

‘여기서 발이 묶이면 안 돼.’

설우진은 다급히 천뢰도에 뇌기를 응축시켜 가장 색이 옅은 벽을 폭뢰로 두들겼다.

퍼펑.

일격에 구멍이 뻥 뚫렸다.

폭뢰는 목표로 했던 철마는 물론이 고 그 양옆에 서 있던 철마까지 뒤 로 날려 버렸다.

“동요하지 마라. 방금 전과 같은 공격은 연달아 펼칠 수 없다.”

뒤쪽에서 이를 지켜보고 있던 위요 신이 흔들리는 장막을 다시 바로잡 았다.

한데 그 말이 떨어지지 무섭게 장 막을 메우기 위해 거리를 좁히는 철 마들의 머리 위로 두 번째 폭뢰가 떨어졌다.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한 뇌기였다.

퍽.

정통으로 폭뢰를 얻어맞은 철마의 머리가 그대로 터져 나갔다. 흑화마 공으로 강화할 수 없는 머리에 떨어 진 것이 컸다.

이번에는 철마들도 쉽사리 정신을 수습하지 못했다.

강한 힘에 취해 있는 자들일수록 정신력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이는 패배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두려움이란 낯선 감정에 철마들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저 머저리 같은 놈들!’

철마들의 행태에 위요신은 불같이 열을 내며 앞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던 철마의 머리를 틀어쥐었다.

“지금부터 한 발자국이라도 물러나 면 이렇게 머리를 뽑아 버릴 것이 다. 살고 싶다면 놈에게 달려들어라. 그리고 몸을 던져서라도 저 칼을 붙 잡아라.”

위요신은 본보기로 철마의 머리를 그대로 뽑아냈다.

두려움은 더 큰 공포로 찍어 누른 다. 그게 위요신이 낸 고육지책이었 다.

다행히 그 고육지책은 통했다. 뒷 걸음질 치던 철마들이 일제히 설우 진 쪽으로 방향을 돌려 뛰었다. 그리고 동귀어진을 하듯 제 몸을 내던졌다.

‘이거 곤란한데.’

설우진은 철마들의 반격에 재빨리 보법을 밟으며 천뢰도를 휘둘렀다. 이번에는 폭뢰 대신 도강으로 철마 들의 몸을 쳐냈다.

천신동에서 막대한 양의 내공을 얻 기는 했지만 폭뢰를 계속해서 사용 할 수는 없었다. 그건 이곳이 마천 의 본거지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놈들과 부딪 칠지 모르는데 여기서 무리할 수는 없지.’

눈앞의 철마들을 없앤다고 싸움이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 사실을 알기에 설우진은 내력을 적절하게 분배해 사용했다.

뇌기를 머금은 벽력도강은 열심히 철마들을 쳐냈다.

폭뢰만큼은 아니었지만 벽력도강이 한 번씩 철마들의 몸을 스칠 때마다 살점이 터져 나갔다.

철마들이 설우진의 손발을 묶는 동 안 위요신은 결정적인 한 방을 준비 했다.

‘아무리 네놈의 무공이 뛰어나다 한들 이것만은 결코 막아 내지 못할 것이다.’

위요신이 흑화마공을 극성까지 끌 어올렸다.

유일하게 본연의 색을 유지하고 있 던 얼굴마저 검은 빛깔로 물들었다.

흑화마신체.

흑화마공의 최종 오의다.

마기에 스스로를 내던져 흑화의 힘 을 극대화하는 것인데 짧은 시간 동 안 금강불괴와 같은 위력을 낼 수 있다.

물론 그 반대급부도 존재했다. 흑화마신체는 몸에 극심한 부담을 안겨 준다. 그래서 유지 시간이 끝 나면 손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신세 가 된다.

잠시 후 흑화마신체로 분한 위요신 이 철마들에 둘러싸여 있던 설우진 에게 달려들었다.

-몸으로 칼을 받아 내라.

위요신이 달려가는 방향에 서 있던 철마에게 전음으로 명령을 내렸다.

철마는 그 명령에 충실히 따랐다. 푹.

천뢰도가 철마의 배를 꿰뚫었다. 그 순간 배가 꿰뚫린 철마가 양손으 로 천뢰도를 움켜쥐었다.

짧은 시간이지만 설우진의 손이 묶 였다. 바로 그때 위요신이 철마의 등 뒤로 삐죽 튀어나온 천뢰도의 날 을 움켜쥐고 설우진에게 주먹을 내 뻗었다. 천뢰도를 놓지 않으면 위요 신의 권격에 들 수밖에 없는 것이 다.

이에 대한 설우진의 선택은 맞불 작전이었다.

그는 자유로운 왼손으로 위요신의 공격에 맞섰다.

벽뢰진천의 특성상 천뢰도가 아닌 맨 주먹으로도 충분히 그 위력을 발 휘할 수 있다.

‘맨주먹으로는 결코 흑화마공의 힘을 감당해 내지 못할 것이다.’ 

위요신은 승리를 확신했다.

일반적인 흑화마공도 아니고 흑화 마신체로 분한 상태에서 내지르는 공격이다. 게다가 상대는 칼을 쓸 수 없는 상태이니 진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런데 설우진의 주먹과 맞닿은 순 간 그는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조금씩 깨닫기 시작했다.

기세 좋게 내뻗었던 주먹은 예상과 달리 설우진의 손에 쉽게 틀어 막혔다.

몇 번이고 반복해서 주먹을 내질러 봤지만 결과는 같았다.

‘이, 이놈, 칼질만큼이나 주먹질도 능숙하잖아. 이제 어떡한다?’

회심의 공격이 막히자 위요신은 다 음 수를 고민했다.

하지만 비장의 수단으로 여겼던 흑 화마신체까지 꺼내 든 마당이다. 아 무리 머리를 쥐어짜낸들 다음 수가 나올 리 없었다.

결국 위요신은 천뢰도를 틀어쥐고 있던 왼손을 자유롭게 풀어 파상공 세를 전개했다.

뒤는 없다는 각오로 흑화마신체의 힘을 극한까지 끌어올린 공격이었다.

이에 설우진도 손에서 천뢰도를 놨다.

퍼퍼펑, 펑펑.

두 사람의 신형이 정신없이 교차했다.

공격을 주도하는 건 위요신 쪽이었 다. 흑화마신체가 풀리기 전에 승부 를 보기 위함이었다.

‘저놈, 한눈에 보기에도 무리하고 있어. 적당히 받아 내기만 하면 제 풀에 쓰러지긴 할 텐데………… 안타깝

게도 시간은 내 편이 아니지.’

설우진은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나가고자 했다.

이곳은 적진의 한복판이다. 그것은 언제 지원군이 들이닥칠지 모른다는 얘기다.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빨리 끝낸 다.”

결심이 섰는지 설우진의 기세가 돌 변했다. 양 주먹에서 뇌기가 휘몰아 쳤다. 십 성에 가까운 벽뢰진천의

운용이었다.

설우진이 작정하고 주먹을 휘두르 기 시작하자 판세는 한순간에 뒤집 어졌다.

설우진의 벽뢰진천은 흑화마공보다 상위의 무공이다.

숙련도에 따라 어느 정도의 변수는 있을 수 있지만 대개 하위의 마공을 익힌 자가 보다 상위의 마공을 익힌 자를 이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이는 위요신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전력으로 설우진이 내뻗는 주 먹을 정면으로 받아 냈다.

한데 주먹이 맞닿을 때마다 그의 어깨에선 심상치 않은 소리가 났다. 미처 상쇄시키지 못한 충격이 뼈마 디로 전해져 금이 가고 있는 것이 다.

“크큭, 흑화마신체로도 상대가 안 되다니. 적이지만 정말 대단한 놈이 로구나. 하나, 넌 절대 이곳을 빠져 나갈 수 없을 것이다.”

위요신이 숨을 헐떡이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설우진은 그 미소에 동요하지 않고 그대로 위요신의 얼굴에 마지막 일격을 박아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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