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래곤 라자 3권 – 제5부 : 복수의 검은 손길 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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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 돌아오는 것이 좀 일렀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오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해는 많이 남아 있었고, 샌슨과 길시언은 식후 운동을 빙자하여 또 뒤뜰에서 어울려버렸다. 그리하여 유니콘 인의 모든 하인들은 우르르 뒤뜰에 나와서 두 사람을 구경했다. 칼은 우리 방에서 또 책을 꺼내들었고 난 그냥 홀에서 죽치고 앉았다. 심심하군. 대낮의 여관 홀이라는 장소는 거의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장소다. 샌슨과 길시언 대무하는 것이나 구경할까? 에이, 관둬라. 그냥 나 혼자 나가서 수도 구 경이나 할까? 음, 안 되겠어. 길을 제대로 찾을 수 있을지 자신이 없다.
뒤뜰 쪽에서는 칼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했다. 치챙! 챙! 티캉! 흠. 두 사람은 재미있겠군. 박수소리와 한숨소리, 탄성도 요란했다. 아마 뒷골목은 또다시 야외극장 비 슷하게 바뀌어 있겠지.
“지루우하다아…..”
난 테이블 위를 긁적거리기 시작했다. 삐이걱. 손님이 들어오나? 난 입구를 바라보았다.
입구로 들어선 사람은 셋이었다. 먼저 덩치가 좋은 남자 두 명과, 그 뒤로 옷을 잘 차려입은 소녀. 척 보기에도 숙녀와 그녀를 호위하는 두 명의 전사처럼 보인다. 누 구라도 남자 둘과 그들을 보호하는 소녀 하나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난 잠시 엉뚱한 생각을 하다가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남자들은 모두 옷을 깔끔하게 차려입었고 검집에는 똑같은 문장이 들어 있는 것이 보였다. 소녀는 나보다 두세 살 어릴 것 같은데 꽤 화려해 보이는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이상하네. 저렇게 옷을 잘 차려입은 소녀가 여관을 이용할 리가 없는데. 누가 여행을 보냈는지 모르겠지만 친척집이나 친구 집에 편지를 써줬어야 정상일 듯 한데.
그 소녀는 홀 안을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마치 생전 처음 여관이라는 곳을 구경한다는 태도였다. 그 소녀는 홀에 앉아 있는 유일한 사람을 바라보았다. 물론 그건 나 다. 나도 물끄러미 그 소녀를 바라보았다.
소녀는 자신의 옆에 있던 거한 중 하나에게 뭐라고 말했다. 거한은 내게 걸어와서 말했다.
“꼬마야. 여기서 일하느냐?”
“당신, 눈치가 없군요. 내가 여기 종업원이면 ‘어서 옵셔!’라고 말했을 텐데요?”
거한은 당황한 표정으로 날 보았다. 그 뒤를 힐끗 보자 웃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거한은 말했다.
“어, 그러냐? 이거 무슨 여관이 손님이 왔는데 종업원 하나 나오지 않는 거지? 그럼 미안하지만 말 좀 묻자. 여기 헬턴트 영지에서 오신 사절단 일행이 묵고 있다고 들었는데, 그러냐?”
“사, 사절단? 푸헤헤헤헤.”
거한은 내가 폭소를 터뜨리자 의아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난 눈물을 닦고 말했다.
“그래요. 그렇긴 합니다만. 그래, 무슨 용무로 오셨습니까?”
“네가 그것은 왜 묻냐?”
“나도 그 사절단 일행이니까요.”
거한은 매서운 눈으로 날 쏘아보았다.
“버릇이 없구나. 말구종이나 하인과 더불어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네 주인을 모셔오너라.”
“내 주인? 흠. 좋지. 잠깐만 기다리시죠. 어이, 후치! 누가 너 부르는데? 응. 그래, 알았어. 자, 무슨 용무이십니까?”
거한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날 바라보았다. 난 설명해 줬다.
“내 주인은 나니까.”
거한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난 귀를 후비며 말했다.
“이것 보쇼. 우리 일행들은 지금 좀 바쁘긴 하지만 손님을 만나지 못할 정도로 바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왕이면 그 손님이 이름이라도 알려주며 공손하게 대화 를 요청하면 더 기쁘게 만날 수 있을 텐데?”
거한은 주먹을 부르르 떨면서 말했다.
“괘씸한 놈! 아랫것이 분수도 모르고 설치는구나! 네놈의 고향에서 굴러먹던 예절을 어디다 들이미는 거냐!”
“거 참. 나 내 입으로 단 한 번도 내가 하인이라고 말한 적 없는데. 당신이 멋대로 내가 하인일 거라고 짐작하지 않았어요? 저 뒤의 소녀는 나보다 더 어리네. 그렇다 고 나 저 소녀가 당신들 하녀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그렇잖습니까?”
아아! 내 입이여! 축복받을지어다. 거한은 논리 정연한 내 말에 말이 막혀버린 모양이다. 난 적당히 하자고 마음먹고는 친절하게 말했다.
“여기 앉아서 기다리시죠. 우리 일행을 데려올 테니까.”
거한은 황망한 눈길로 날 바라보았지만 난 신경 쓰지 않고 2층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칼을 불러왔고, 뒤뜰로 가서 누가 보면 원수라고 착각하기 알맞게 싸우고 있는 두 사람도 불러들였다.
‘헬턴트 영지의 사절단 일행’이 집합하자 두 거한과 소녀는 더욱 어리둥절한 표정이 되었다. 그 사절단이라는 것이 중늙은이 얼굴에 허허 웃는 중년 하나, 오거에 옷 을 입혀둔 듯한 전사 하나, 그리고 머리에 새집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신기한 소년 하나니까. 칼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희를 찾아오셨다고요? 전 칼 헬턴트. 헬턴트 영지의 전권 대리인입니다.”
거한은 당황하면서 소녀를 소개했다.
“아, 예. 할슈타일 가문의 에포닌 아가씨입니다.”
할슈타일? 어라?
에포닌은 얌전히 목례하면서 칼의 앞에 앉았고 두 사람의 거한은 에포닌의 뒤에 시립했다. 흠, 나와 샌슨도 칼 뒤에 시립해야 되는 거 아닐까? 에구, 관둬라. 대신 회 담은 전적으로 칼에게 맡겨두고 우리는 관계치 않는다는 자세를 취하기로 했다. 그래서 나와 샌슨, 길시언은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 몰려앉아 함께 맥주를 마시면서 회담을 구경했다. 샌슨과 길시언은 조금 전 나누었던 기술에 대해 토의하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라는 얼굴이었지만 조용히 입을 다문 채 회담을 방해하지 않았다. 칼은 말했다.
“할슈타일 가문이라면………….”
에포닌은 얌전한 어투로 말했다. 예의범절이 몸에 밴 듯한 아가씨다. 갑자기 제미니가 그리워지는군.
“저희 가문의 한 사람이 드래곤 라자로 있는 드래곤 캇셀프라임이 귀 영지에 파견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소공자 말이오?”
“제 동생입니다.”
칼은 놀란 표정으로 에포닌을 바라보았다. 그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로 말했다.
“어, 저, 이거 죄송한 질문입니다만, 그 소공자가 할슈타일 가문의 적자였습니까?”
에포닌의 볼에 살짝 홍조가 올랐다.
“아시는군요. 예. 저와 제 동생은 할슈타일 가문에 입양되었습니다. 전 드래곤 라자의 자질은 없습니다만 동생 덕분에 함께 귀족가에 입양될 수 있었습니다.” 칼의 얼굴에 동정의 빛이 떠올랐다.
“그래요………….”
에포닌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오전에 넥슨휴리첼 님을 뵈었습니다. 듣자니 캇셀프라임이 아무르타트에게 패했다고요.”
“……”
“그렇습니다.”
“디트리히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그 드래곤 라자 꼬마의 이름이 디트리히였나?
어? 잠깐.
그러고 보니 우리들은 그 꼬마의 일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잖아? 어떻게 된 거지? 왜 우리는 그 꼬마의 생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못했던 것이지? 왜 마치 알 필요가 없는 일인 것처럼 생각했던 것이지?
그렇군. 나는, 아니 우리 전부가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모두 캇셀프라임과 그 디트리히라는 꼬마를 하나로 보고 있었다. 캇셀프라임이 패했다는 말은 곧 디트 리히의 죽음과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하나의 관념이다. 칼도 그렇게 말했다.
“에포닌 아가씨도 아시겠지만 드래곤이 사망할 경우 드래곤 라자의 생존 가능성은 거의 희박합니다.”
에포닌은 주먹을 꼭 쥐면서 말했다.
“확실한 겁니까?”
“아니오. 죄송합니다만 할슈타일 공의 생사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에포닌은 분노에 찬 얼굴로 칼을 바라보았다.
“확인하지 않았다는 말씀이십니까?”
“아, 저…….”
칼은 어쩔 줄 몰라했다. 에포닌은 독기 어린 말투로 말했다.
“확인하지 않으셨군요!”
“…………그렇습니다.”
에포닌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면서 칼을 바라보았다. 갑자기 에포닌의 입에서 말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렇겠지요. 결국 중요한 것은 캇셀프라임일 뿐이죠. 어차피 드래곤 라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존재니까요. 드래곤에 따라다니는 부속물 같은 것이죠. 드래곤 과 대화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있어야 되는 귀찮은 존재일 뿐이죠. 캇셀프라임이 이미 죽었다면 드래곤 라자는 아무데도 쓸모없는 존재, 신경 쓸 가치가 없겠죠!” 나는 에포닌의 말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그렇다. 그거였군. 드래곤만이 중요할 뿐이다. 드래곤 라자는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 드래곤 라자는 드래곤과 인간의 매개물. 드래곤이 인간의 명령을 듣게 되는 계약을 나타내는 일종의 상징물………….. 제미니에게 들려줬던 말이었던가? 그러니 그런 상징물에 신경을 쓰지는 않았던 것이다.
에포닌은 눈을 부릅뜬 채 외쳤다.
“그래서………… 당신들은 디트리히의 생사 따위는 전혀 알아볼 생각도 하지 않고…………, 오로지 캇셀프라임의 패배 소식만을 가지고 허겁지겁 수도로 달려오셨군요. 하긴 캇셀프라임이 패했다면 드래곤 라자가 무슨 가치가 남아 있겠습니까! 아무런 소용이 없지요! 그러니 전하께는 그 소식만 전해 드리면 되고요!”
칼은 고개를 푹 숙였다.
“죄송합니다. 부정하지는 않겠습니다.”
에포닌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녀는 입술을 바르르 떨면서 말했다.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죄송합니다. 무가치한 제 동생의 생사를 묻다니, 귀하신 분들의 시간을 뺏어서 정말 죄송하군요! 후작님도 그 소식에는 관심 이 없으실 테니 안심하시죠!”
후작님이 관심 없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칼은 뭐라고 말하려 했지만 에포닌은 그대로 목례하고는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 두 명의 거한도 부리나케 그녀를 따라나 갔다. 칼은 멍한 얼굴로 여관 정문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리는 칼의 테이블로 옮겨갔다. 칼은 침통한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칼.”
“후우우. 네드발 군. 나란 존재가 싫어지는군. 그 어린 소년의 생사에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았다니.”
“우리 모두 그랬어요. 캇셀프라임이 패했다는 말은 결국 그 꼬마가 죽었다는 말과 같은 걸로 생각한 거죠. 칼의 잘못이 아니에요.”
칼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는 고통에 찬 음성으로 말했다.
“잘못일세. 잘못이야. 캇셀프라임을 제외해도 그 디트리히는 디트리히여야 했어. 왜 캇셀프라임이 없어지면 아무도 그 소년에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좋다는 말인가. 펠레일이 지금 날 보면 얼마나 꾸짖을까………….”
나는 말문이 막혀버리고 말았다. 펠레일, 펠레일이 지금 날 보면!
펠레일. 저 먼 적국의 간첩들의 농간으로 부모를 잃은 꼬마들을 위해 정착해 버린 선량한 마법사. 그는 적국과 고국을 구분하지 않고 그것을 어른이 아이들에게 저지 른 죄로 보았지. 그래서 어른으로서 대신 그 죗값을 갚으려 했지. 그런데 우리는 캇셀프라임이 패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드래곤 라자 꼬마에게 더 이상 신경 쓰지 를 않았지. 아아, 부끄럽다!
네리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우리를 바라보았다.
“칼 아저씨, 웃어보세요. 이렇게. 이히이……………..
네리아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좌우로 잡아당기며 괴상한 웃음을 지어보였지만 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칼은 오늘 작정을 해버린 모양이다. 우리 테이블 옆에는 맥주통이 통째로 옮겨져 있었고 칼은 내게 맥주통 뚜껑을 뜯어버리게 한 후 잔을 그냥 집어넣어 퍼마시고 있 었다. 주인장 리테들은 맥주통이 박살나는 것을 보고 눈살을 찌푸렸지만 맥주통 값까지 다 계산하겠다고 달래놓아서 방해하지는 않았다.
칼은 아주 해괴한 모습으로 취하고 있었다.
“인간은 간악하도다. 대지를 거부한 그의 몸은 두 발로 섰도다. 보라, 교만한 그 얼굴은 목 위에 똑바로 서 하늘을 바라보는구나. 순한 성품의 모든 동물이 대지를 바 라보는 머리를 가졌으되 인간만이 목 위에 머리를 얹고 하늘을 주시하며 창조를 희롱하는도다. 그러나 그 죄많은 몸이 대지에 누울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왜 모른단 “말이더냐………….”
절대로 고함은 아니다. 차라리 속삭임에 가깝다. 하지만 끊임없이 저렇게 중얼거리고 있다. 누군가 말을 걸면 친절하게 대답까지 하고는 다시 중얼거리고 있다. 그래 서 우리는 칼을 내버려두고는 각자 따로 취하기로 했다.
나도 기분은 정말 지저분했다. 내가 그 꼬마였다면, 드래곤 라자의 자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부모와 생이별하고, 귀족 가에 끌려갔다가, 자신은 잘 알지도 못하는 전쟁터에 내보내지고, 그러고는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젠장!
우리들 중 그 전투를 직접 겪었던 샌슨은 오히려 침착했다.
“전쟁에서 누가 누구를 신경 씁니까. 자기 목숨 하나 챙기기도 바쁩니다. 그것도 제대로 못하니까 전사자들이 생기는 것 아닙니까.”
칼은 친절하게 대답했다.
“옳은 말일세. 퍼시발 군. ・허나 인간은 간교하도다. 주체로서 세상을 보며 세상을 자신의 종속물로 생각하니 모든 것은 그의 도구요, 가치 기준은 오로지 내재되 어 있을 뿐. 그 억지스러운 가치 기준을 이해시킬 생각도 하지 않으며 무조건적인 복종만을 바라니…….”
샌슨은 포기해 버리고 맥주잔을 기울였다. 그런데 길시언은 오히려 칼의 말을 열심히 듣고 있었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지혜롭고 소중한 말을 듣게 되어 기쁘다는 듯 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끊임없이 중얼거리는 남자, 열심히 듣고 있는 남자, 포기해버린 남자, 화나고 부끄러워하는 남자. 이렇게 네 명의 남자가 우울한 술판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네리아가 돌아온 것이다. 네리아는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말했다.
“도대체 왜들 이러는 거야? 이해가 안 되네. 무슨 일이 있었기에 모두 이 모양이지?”
칼은 거의 맥주를 입에 쏟아붓듯이 마신 다음 빈 잔을 맥주통에 집어넣어 퍼올려 다시 입에 퍼부었다. 마치 불난 집에 물 끼얹는 듯한 꼬락서니다. 네리아는 그만 화 가 나버린 모양이다.
그녀는 칼의 맥주잔을 뺏어들었다.
“칼 아저씨! 그만 하시고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아, 네리아 양, 말씀하십시오. 듣겠습니다. 부글부글…………….”
마지막은 맥주잔을 빼앗긴 칼이 머리를 통째로 맥주통에 처박았기 때문에 나는 소리였다. 샌슨과 길시언이 기겁해서 칼의 상체를 잡아당겼다. 맥주통에서 건져낸 칼 은 푹 젖은데다가 거의 인사불성이었다. 네리아는 펄쩍 뛸 듯이 놀라서 칼의 뺨을 찰싹찰싹 때렸다. 그러자 칼은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고는 말했다.
“이 죄인에게 내리는 형벌로는 너무 약하오. 더 세게 쳐주시오.”
“아악! 정말 못말리겠네!”
네리아는 맥주잔을 도로 돌려주고는 칼을 내버려두었다. 그녀는 그래도 제 정신을 유지하고 있는 듯한 사람, 즉 샌슨에게 질문했다.
“도대체 왜 이러셔?”
샌슨은 잠깐 머릿속으로 정리하는 듯한 표정이더니 말했다.
“간단히 말하자면, 어떤 꼬마가 전쟁에 나갔다. 그리고 그 꼬마의 생사에 대해 알려고 들지도 않았다. 그보단 더 중요한 다른 것에 신경을 썼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 그 꼬마의 누나가 찾아와서는 꼬마가 살았냐고 물어왔다. 모르니까 해줄 말이 없었다. 그래서 미안하고 부끄럽다. 이렇지 뭐.”
“퍽 간단하네. 그래서 이렇게?”
“요약하지 마!”
내 고함소리인 것 같다. 네리아와 샌슨, 길시언이 모두 날 쳐다보았으니까. 난 계속 뭐라고 떠드는지도 모르는 채 고함을 질렀다.
“빌어먹을! 그딴 식으로 요약하지 마! 그럼 샌슨은 뭐야? 태어나서, 살다가 죽겠지? 샌슨의 삶을 요약하면 그것밖에 더 돼? 네리아는! 태어나서, 살다가 죽겠지! 루 트에리노 대왕은? 태어나서, 살다가 죽었지! 빌어먹을, 빌어먹을! 그딴 식으로 다른 사람 인생을 간단하게 말하고 대수롭잖게 취급하지 마! 디트리히, 오, 제기랄! 그 꼬마는 드래곤이 걱정되어 한밤중에 산을 탔었지. 그 애는 너무 큰 백마 위에서 부들부들 떨면서 나타났었어. 왜 그런 이야기는 하지 않아!”
“쟤 왜 저래?”
네리아의 질문에 샌슨이 대답한 것 같았다.
“칼과 비슷해. 여기까지 오면서도 그 아이 생각을 단 한 번도 떠올리지 못해서 미안해서 그럴 거야.”
“웃기네. 누가 다른 사람을 일일이 신경 써? 바보 아냐?”
“나쁜 거 아니니까 핀잔하진 마.”
“나쁜 거야. 사람은 그런 동물이 아냐. 사람한테 환상을 가지면 평생 살기가 괴로워. 후치는 아무래도 이루릴에게 물이 든 모양인데?”
“글쎄.”
“우어어어억!”
샌슨과 네리아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칼은 포효하며 다시 맥주통 속으로 잠수를 시도했던 것 같다. 튕겨져 오르는 맥주 방울이 공중을 수놓는 것이 보였다. 황금색 방울방울. 그리고 난 나가떨어진 모양이다. 천장이 기울어보였다.
시간관념이 서지를 않는다.
빙빙 도는 머리를 다잡으며 눈을 뜨려 했지만 눈까풀이 잘 떠지지 않았다.
누군가가 내 뺨을 쓰다듬는 것이 느껴진다. 여자 손길…………. 네리아인 모양이군. 그녀는 내 베개를 손보고는 시트를 가슴 위로 끌어올려 주었다.
“후치. 괜찮아?”
대답을 했는지 안 했는지 모르겠다. 아마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네리아는 말했다.
“샌슨에게 다 들었어. 그건 누구 한 사람의 비극이 아니란다.”
눈시울이 축축해지는 것 같다. 네리아의 손가락이 내 눈꺼풀을 살며시 훑고 지나갔다.
“물론………….., 디트리히는 자신의 의도와 상관없이 오로지 드래곤 라자의 자질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전장으로 내몰렸지. 네가 가슴 아파하는 것도 아마 그것 때문이 겠지? 그런 불행한 소년에게 눈길 한 번, 관심 한 번 주지 않았다는 것 때문이겠지?”
네리아의 손이 내 가슴을 다독거리기 시작했다. 안온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을 다 사랑할 수는 없단다.”
네리아의 손은 따스했다.
“우리는 인간이야. 엘프가 아니지. 인간의 아이는 10년만 지나면 어른이 돼. 너도 어른이 되어야 해. 안 될 수는 없으니까.”
네리아의 손에서 느껴지는 것인지, 아니면 내 맥박인지, 어쨌든 맥박 뛰는 것이 느껴졌다.
“서글픈 일이지만, 그렇게 될 수밖에 없어. 우리 사는 세상은 모든 이가 행복할 기회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반드시 누구 하나는 불행한 쪽에 있게 돼. 그러니 그걸 보고 견딜 줄 알아야 되지.”
그때 쭉 침울하던 네리아의 말투가 갑자기 조금 익살스러워졌다.
“하지만 말이야…… 어쩌면, 어떤 인간은 영원히 어린아이로 남을 수도 있을 거 같아.”
네리아는 실실 웃으며 말했다.
“흠. 가능성이 있어. 칼 아저씨를 봐. 까르르…………. 상상도 못했어. 그렇게 근엄한 얼굴을 하고 엄숙하게 말하던 분이, 속마음은 그렇게 순진했다니. 믿어지지가 않아. 넌 그분의 닮은꼴인 것 같다.”
그리고 어머니가 말했다.
“후치. 착한 후치야.”
“엄마, 엄마.”
“엄마…….”
“엄마? 엄마!”
“가지 마! 가지 마, 엄마! 나는 없어, 나는 없어!”
“나는 엄마가 없어. 나는 아버지가 없어. 난 고아야. 아무르타트가 내 아버지를 가져갔어. 난 고아야! 펠레일이 돌보는 50명의 꼬마와 같아. 다를 게 없어.”
“내 발로 걸어야 해. 내 발로 걸어야 해. 왜 보지 않지? 왜 듣지 않지? 함께 걸어가면서, 왜 따돌리지? 내 발로 걸어야 해. 아냐! 함께 걸을 수 있어. 함께 걸어야 해.”
“그렇지 않아요.”
이루릴의 말이었다. 이루릴은 웃었다.
“손을 내밀어도 돌아보지 않는 슬픔. 글쎄요. 누굴 위해서 손을 내미는 건가요?”
“이루릴. 틀려요.”
“틀려요, 그렇지 않아요! 난 엄마가 없어. 난 외로움을 알아. 손을 내밀어주고 싶어. 함께 걷고 싶어요! 난 외로움을 알아. 난 다른 사람의 외로움도 알아. 다른 사람 과 싸우기 싫어서, 버릇없는 아이라는 말을 듣기 싫어서 손을 내미는 것이 아니야! 난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알기 때문에 손을 내밀어! 내 손을 잡고 외로움을 털기를 바라요. 그것 때문이야!”
“당신은 디트리히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어요.”
“그, 그건………….., 그건 잊어먹었을…………. 아니야…………, 아니야!”
“아무도 다른 사람의 외로움을 알 수는 없어요.”
곤란한 꿈이다………….
“네리아.”
“응?”
“나, 깨어 있어요?”
“뭐야? 어, 그런 것 같은데?”
“확실해요?”
“궁금하니?”
“으아가가각!”
난 네리아에게 쥐어뜯긴 코를 부여쥐고 펄쩍 뛰었다. 오, 맙소사! 하필이면 침대 위였잖아? 맞아. 난 침대 위에 누워 있었어. 자신의 상태를 잘 알지 못한 죄로, 난 발 을 헛디디고는 침대 옆의 방바닥에 얼굴을 들이박았다. 샌슨은 감명 깊은 표정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건 네드발식 기상이냐?”
“난 원래 독특한 것을 추구하는 경향성을 가졌거든.”
헛소리를 하며 몸을 일으켰더니 낮이었다.
주위는 훤한데다가 창문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보니 벌써 늦은 아침이라고 부르기에도 늦어버린 시간이다. 허참, 밤 하나와 아침 하나가 누가 베어먹은 것처럼 내 인 생에서 사라져버렸군. 칼은 자기 침대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난 주위를 둘러보았다.
“길시언은?”
“빛의 탑에 들러본다고 나갔다. 속은 좀 괜찮냐?”
“괜찮아. 고마워.”
“됐다. 욘석아.”
샌슨은 빙긋 웃으며 내게 냉수 컵을 건네었다. 난 냉수를 들이켰다. 우어어어! 뱃속에서 무시무시한 소리가 난다. 뱃속의 진동 때문에 온몸이 떨릴 지경이다. “이, 이거 냉수 아니지?”
“드래곤의 숨결을 조금 섞었어. 냉수보단 나을 거다.”
“으응. 그렇구나. 오에에엑!”
나는 화장실로 달려갔다. 방에서 샌슨의 말이 들려왔다.
“칼, 사실 말하자면 그 커피에도………….”
“그런가? 음. 어쩐지 오늘따라 커피향이 좋더……………, 우으으읍!”
네리아는 오늘 나가지 않았다. 그녀는 숙취로 나가떨어지다시피한 칼과 나를 돌봐주고 있었다. 미안하다는 말에 네리아는 불평 반 웃음 반으로 말했다.
“아니. 나가봐야 할 일도 없는데. 너어무 재미없어. 수도가 수도 같지가 않아.”
“무슨 말이죠?”
“반짝반짝 예쁜 물건 구경을 못해. 흥. 원래 수도에서는 한 시간만 돌아다니면 모자 속에 숨겼든 치마 속에 숨겼든, 어쨌든 반짝거리는 패물을 가지고 다니는 아줌마 들이 있다고. 그걸 보면 얼마나 좋은데. 그리고….”
샌슨은 짓궂은 표정으로 말했다.
“살금살금 다가가서, 슬쩍?”
“할 수도 있지. 최소한 전쟁 벌어진 나라에서 그런 것 자랑하고 싶어서 주렁주렁 달고 나오는 꼴은 못 봐주니까.”
네리아는 당당하게 말했고 그래서 샌슨은 피식 웃어버렸다.
“그렇다고 내가 요 며칠 동안 그런 거나 하려고 돌아다녔다고 생각하지는 말라고. 단기 고용직 좀 없나 싶어서 여러 군데 알아봤는데 전혀 안 보여. 히잉. 아무래도 수도를 떠나야 할 거 같아.”
그때 칼이 쉰 목소리로 말했다.
“금붙이가 보이지 않는다라…………. 그거 참.”
우리는 칼을 바라보았다. 칼은 두통으로 이마를 찌푸리면서 말했다.
“네리아 양. 그러니까 어떻다는 말입니까? 이상하다 싶을 정도로 금붙이가 안 보인다는 말입니까, 아니면 뭔가 이유가 있어서 안 보인다는 말입니까?”
네리아는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했다.
“글쎄요? 왜요, 칼 아저씨. 나랑 동업하시려고요?”
칼은 빙긋 웃었고 네리아는 말했다.
“이상하다……고 보는 것이 좋겠어요. 금, 은, 사파이어, 루비, 오팔, 다이아몬드, 반짝반짝 예쁘고 비싼 것들이 모조리 사라졌어요. 뭐,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전쟁이 라 온 국민이 검약을 실천해야 되는 시점에서 그런 것 달고 나올 만큼 배짱이 큰 사람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내가 보기엔 그런 정도도 아니에요. 아줌마들이 그 런 것 따지면서 보석 달지는 않거든요. 완전히 수도에 귀금속이 씨가 말랐다고 보는 게 좋겠………….”
네리아는 제스처까지 써가면서 명랑하게 말하다가 갑자기 덜컥 하는 표정을 지었다.
“자, 잠깐. 여러분들은 수도에 귀금속을 구하러 왔죠? 그러니까 그 드래곤에게 줄 보석을 구하러?”
칼은 한숨을 깊이 내쉬었다. 네리아는 눈을 크게 떴다.
“어머나…………. 그럼 안 되네? 보석이 있어야 되는데?”
“어떻게 되겠지요. 국왕께서 약속한 일이니까.”
“약속은 약속이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큰일이네. 나가서 좀 알아봐야겠어요.”
그때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내가 설명하지요.”
길시언이 문을 열고 들어서면서 한 말이다. 그는 방 안으로 들어오더니 의자를 끌어당겨 앉으면서 말했다.
“우선 말씀드릴 것은, 골치 아프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과연 골치가 아프기 시작했다. 음……………. 마루에 떨어진 충격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길시언은 먼저 프림 블레이드를 테이블 위에 풀어놓고는 입 다물고 있으라고 협박한 다음 나직하고 분명한 어조로 설명을 시작했다.
“빛의 탑에 갔더니 난리도 아니더군요. 어제 그 피리자니옵스라는 마법사가 소란을 떠는 통에 마법사 길드 자체에서도 조사에 나선 모양입니다. 정말 마법사답게 조 사를 했더군요. 그들은 수십 명의 마법사들과 제자들을 동원해서 디텍트 주얼마법으로 수도 전체를 훑어본 모양입니다. 덕분에 많은 수의 마법사들이 지쳐 쓰러졌다 고 합니다.”
길시언은 미소를 지었지만 칼은 침울한 표정이 되었다. 길시언은 계속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
“어쩐지 우습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희들처럼 그냥 돌아다니며 물어보면 될 것을, 그렇게 마법으로 조사를 하다니. 보통 사람에게서 한쪽이 비상하게 발달하는 대신 다른 쪽이 엉망이 되면 그것이 천재라는 선인들의 말씀이 맞나 봅니다. 어쨌든 그들이 알아낸 바는 저희들이 알아낸 것과 같습니다. 수도에는 현재 보석류나 귀금속 이 품절을 일으킬 지경입니다.”
“이유도 알아냈답니까?”
“그걸 알아내려면 상인에게 묻는 것이 낫겠지요. 그래서 난 몇몇 상인들을 찾아가 보았습니다. 누군가가 보석을 사들이느냐고 물어보았습니다만 전혀 그렇지 않았 습니다.”
길시언은 턱을 쓸면서 말했다.
“어제 우리는 두 가지 경우를 생각했었습니다. 첫째, 누군가가 보석을 사들이고 있다. 이것은 이해하기 쉬운 일입니다만 알아본 바로는 그것은 아니었습니다. 둘째, 공급이 되지 않는 것이다.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보았었지만 그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공급이 안 된다는 것이 상인들의 대답이었습니다.”
칼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공급이라니오? 보석이 소비재는 아닌 만큼 원래 있던 것은 그대로………..”
길시언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물론 보석은 소비재가 아닙니다만, 이곳은 바이서스 임펠, 빛의 탑이 있는 곳입니다. 마법사들에게는 보석과 귀금속이 소비재입니다. 그들의 실험 하나에 들어가는 금액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웬만한 가정의 1년 생활비를 한순간에 날려버리는 사람들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예. 그래서 공급원들 중 어느 곳이 막혔는지를 물어보았습니다. 사실,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입니다. 그런 금속을 채취할 수 있는 자들은 하나뿐이니까요.”
“드워프들이?”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드워프들이 반출을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쪽이 막힌다면 이런 소동이 일어나는 것도 당연합니다. 뭐, 일반인들에게는 아무 문제가 되지 않으므로 조용합니다만, 보석을 필요로 하는 이들에게는 엄청난 소동입니다.”
우리는 얼빠진 얼굴로 서로를 쳐다보았다.
다른 때라면 우리들도 보석 따위, 비싸기만 한 물건이 품절을 일으키든 말든 상관없다. 그런 먹지도 못할 물건 따위, 하등 쓸모없는 물건이다(내가 샌슨이 된 것 같 아……………). 하지만! 하지만 지금은 안 된다. 우리는 몸값을 마련해야 된다. 왜 하필 지금 이런 괴상한 일이 일어난단 말이야!
길시언은 계속 말했다.
“거기에 관련해서 마법사, 어제의 그 피리자니옵스가 말해 준 정보가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피리자니옵스는 회색 산맥과 갈색 산맥에 연락을 해본 모양입니다. 그는 마법으로 연락을 하다가 지쳐버린 모양입니다만 어쨌든 중요한 정보를 알아내었습니다.” 길시언은 잠시 뜸을 들였다가 말했다.
“드워프들의 노커가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노커? 난 길시언에게 물었다.
“아니, 문에 다는 노커가 움직이다니오?”
“그 노커가 아니다. 후치. 드워프들의 노커란 것은 두드리는 자, 신성한 카리스 누멘의 모루를 처음으로 두드리는 자를 말하는 것으로 우리의 국왕과 비슷하다. 물론 드워프들은 노커를 섬기지는 않고 노커라고 해서 다른 드워프들을 강제할 수는 없으니까 국왕과는 좀 다르지만, 어쨌든 가장 큰 발언권과 가장 중대한 회의의 주최권 을 단독으로 가진 자야. 설명하려면 한이 없으니까 간단히 말해서 가장 존귀한 드워프라고 생각하면 돼.”
그런가? 흠. 길시언은 계속 말했다.
“드워프들의 노커는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지금의 보석 반출 중지를 조사하기 위해 나섰답니다. 그리고 조사가 끝나는 대로 수도에도 들를 모양입니다. 국왕전하를 만나 이 사건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서입니다.”
칼은 말했다.
“언제 출발했습니까?”
“9월 말입니다.”
“예? 벌써 10월 하순인데, 아직 조사가 끝나지 않았답니까?”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만, 그 노커가 늦어지는 이유는 나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왜지요?”
길시언은 빙긋 웃었다.
“두 다리로 걸어오고 있을 테니까요.”
윽. 맙소사.
아무리 말을 탈 수 없다고 해도, 세상에 가장 존귀하신 드워프께서 걸어서 수도까지 오고 있다고? 조랑말이나 나귀라도 타고 오지 않고? 길시언은 내 표정을 보며 말 했다.
“드워프들이란 이상한 일에 고집을 부리곤 합니다. 그들이 보기엔 두 다리가 있으면서 말을 타는 우리가 괴상한 종족일지도 모릅니다. 어쨌든 그 드워프들의 노커 엑셀핸드 아인델프는…… 뭐, 뭐야?”
길시언은 내가 펄쩍 뛰어오른 것을 보고 놀랐다. 그러곤 잠시 후에 샌슨이 펄쩍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는 더 놀랐다. 샌슨과 나는 서로 눈길을 주고 받고는 털썩 주저 앉았다.
“가장 존귀한 드워프래…
“응. 그렇대…….”
“그럼 우리도 가장 존귀하게 탈옥하신 건가?”
“응, 그럴 거야.”
칼은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니, 천장이다.
“허어………….., 이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