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17화 – 기이한 만남
기이한 만남
그날 저녁 묵향은 조용히 총단을 떠났다. 시간은 충분히 남아 있었기에 그는 천천히 제령문이 있는 산서로 향했다. 검은색 일색의 옷차림에 테가 짧고 경사가 급해 눈 아래까지 내려오는 삿갓을 쓴 그는 약간 눈에 띄는 옷차림새였지만, 옷 자체가 과거 낙양에 있을 때 소연의 어머니가 만들어 준 것이라서 많이 낡은 데다가 묵혼 도 아무런 치장이 없는 싸구려 검으로 보이는지라 주위 사람들은 그를 방랑하는 비렁뱅이 무사쯤으로 생각해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거기에 묵향은 산과 들을 통 과하며 야숙(野宿)을 하면서 거의 직선으로 나가고 있었기에 사람들과 만날 일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황량한 벌판에서 저녁거리로 토끼 두 마리를 잡아 불에 굽고 있을 때였다. 멀리서 오솔길을 따라 말 네 필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묵향에게 다가 온 그들 중 한 사람이 말을 건넸다.
“안녕하시오?”
“안녕하시오?”
“혹시 이 근처에서 이런 사람을 못 봤소?”
그러면서 그는 품속에서 종이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 두루마리에는 그런대로 준수한 얼굴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는 현상금 은화 40냥이라고 쓰여 있었 다.
“모르는 사람이오. 대체 그 사람이 뭐 하는 사람이오?”
“뭐긴 범법자지. 이제 날도 저물어 가니 이곳에서 함께 야숙을 해도 상관없겠소?”
“좋을 대로 하시구려.”
“고맙소.”
그러자 일행이 모두 말에서 내렸는데, 그중 한 명은 상당히 덩치가 좋은 거한이었고 또 한 명은 여자였다. 묵향에게 말을 건넨 사람은 일행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사 람인 모양이다. 그들은 서둘러 주변에 흩어져 사냥을 해 토끼 세 마리를 잡더니 불에 구우면서 말안장에서 만두와 빵, 술을 꺼냈다. 그리고는 놋쇠 주전자에 물을 붓 고 불에 묻어 차를 끓이기 위해 물을 데우기 시작했다. 먼저 묵향의 고기가 다 익었으므로 묵향은 그들에게 예의상 같이 먹기를 권했다. 그러자 나이 많은 사람은 토 끼 한 마리를 들고 가면서 제법 큰 만두 한 덩어리와 술을 권했다. 모두 식사를 시작하면서 그 나이 많은 사람의 얘기를 들었다.
“우리가 찾는 사람의 이름은 잘 모르오. 하지만 대단히 뛰어난 고수라고 그러더군요. 천일루에서 열네 명의 고수를 죽인 살인귀(殺人鬼)인데, 그때 죽은 사람 가운 데 무산5웅(巫山五雄)이 끼어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이때 죽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강호초출인 태진문주의 아들이었던 게 화근이라.. 그 장문인이 무당파 장문인과 공동으로 현상금을 내걸었다고 들었소.”
묵향은 토끼 고기를 우물거리며 그의 말을 듣다가 다 씹은 고기를 꿀꺽 삼키고는 물었다.
“그렇지만 너무 막연하지 않소? 당신들도 현상금 사냥을 하는 사람들인 모양인데, 그 정도 정보만 가지고 상대를 찾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그러자 그 사내는 싱긋이 웃으면서 말했다.
“그래서 우리들도 그때 목격자들을 만나 자세하게 물어봤소. 상대의 이름은 모르지만 그자가 검은 옷을 즐겨 입고, 또 검은색 검을 차고…….”
그러다가 그 나이 많은 사내가 입을 다물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자신과 얘기를 나누고 있는 상대방의 인상착의가 지금 입으로 지껄이고 있는 현상범과 비슷했 기 때문이다. 사내가 말을 끊자 잠시 침묵이 흘렀다. 마치 침묵이란 것을 양손에 움켜쥘 수 있을 것 같이 피부에 느껴지는 긴장감이 흘렀다. 묵향은 천천히 그들이 준 술을 마시고는 말문을 열었다.
“알려 줘서 고맙소.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깜빡 잊고 있었구려. 앞으로는 검은색 옷도 입지 못하게 생겼군. 꽤 정이 든 옷인데…….”
그러자 네 명은 튕기듯이 일어나 병기를 뽑은 다음 묵향의 공격에 대비했다. 그 모양을 보면서 묵향이 빙긋 웃었다.
“내가 그대들을 죽이고자 마음먹었다면 벌써 골백번도 더 죽였을 거요. 지금이라도 그대들을 죽이는 것은 쉬운 일이니 이리 앉으시오. 나에게 무기를 겨눈 자를 살려 준 적은 없지만 그대들은 나에게 만두와 술을 권한 사람들이니 내 이번은 용서해 주고 싶소.”
가만히 앉아서 추호의 동요도 보이지 않고 말하는 묵향의 기도에 잠시 그들은 압도되었다. 하지만 그중 덩치 큰 사내가 큼직한 귀두도(鬼頭刀)를 들고 앞으로 달 려 나갔다. 그때 나이 많은 사람이 사내를 손으로 제지하며 외쳤다.
“막내! 멈춰라. 도저히 우리가 손쓸 수 없는 상대다.”
그러자 옆에 있던 여자가 아연한 표정을 지었다.
“대형(兄), 저자가 그렇게 강하다는 거예요?”
나이 많은 사내는 그 물음에 답하는 대신 묵향에게 정중히 포권을 했다.
“목숨을 살려 주셔서 감사하오. 우리는 지금 물러서겠지만 당신도 그렇게 많은 현상금이 걸려 있으니 조심을 하셔야 할 거외다.”
“클클, 겨우 은화 40냥에 눈이 자들이라면 그렇게 대단한 실력자는 없을 거요. 대신 그대들에게 한 가지 정보를 주지.”
“뭡니까?”
“나는 지금 뇌전검황을 만나러 가는 길인데 같이 가는 게 어떻겠소? 만약 내가 그자에게 패한다면 내 목을 들고 가 손쉽게 돈을 벌 수 있을 거요.” 그러자 네 명은 경악하며 외쳤다.
“뇌전검황! 그대는 뇌전검황이 어느 정도의 실력자인지 알고 찾아간다는 거요?”
“나는 무림에 거의 나오지 않기에 이번에 그 명호는 처음 들었소. 실례가 안 된다면 그대들이 안내를 해 주지 않겠소? 혼자서 찾아갈 수도 있지만 그대들의 안내를 받는 것보다는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 피차 밑지는 장사는 아닌 것 같은데?”
나이 많은 사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다.
“좋소, 같이 갑시다.”
그렇게 해서 묵향은 그들과 기묘한 여행을 시작했다. 그 나이 많은 사내의 이름은 정량(良)이라 했고, 나머지는 현상금 사냥을 하면서 만난 동지들로 서로 형제 의 의리를 맺고는 여태까지 같이 지내 오고 있다고 했다. 그중에서 민옥(玟玉)이라는 젊은이는 입담이 좋아서 여행에서 동행들이 피곤하지 않게 하는 재주가 있었 다. 얘기를 나누며 웃고 떠들다 보면 어느새 다음 목적지까지 와 있었다. 서로 중요한 것들은 숨기고 있겠지만 같이 얘기를 나누다 보니 상당히 친해졌다.
여행을 시작한 지 25일이 지나 목적지에 도착했다. 묵향은 당당하게 문을 지키는 호위 무사에게 물었다.
“검황을 만나 뵙고 싶소. 안내를 하든지 아니면 연락을 해 주시겠소?”
“나으리께서는 지금 문의 일에서 은퇴를 하고 총관 나리에게 대소사를 일임하고 계십니다. 볼일이 있으시다면 총관님을 뵙는 게 낫지요.”
“이 일은 노가주(老家主)가 아니면 안 되오.”
“나으리께서는 저곳의 초가(草家)에서 지내십니다. 시중드는 몇 사람만을 거느리고 계시는데, 가시더라도 만나 뵙기는 어려울 겁니다.”
“알려 줘서 고맙소.”
묵향 일행은 말을 달려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묵향은 산길을 지나가다가 갑자기 멈춰 서며 소리쳤다.
“모습을 나타내라!”
그러자 갑자기 네 명의 흑의 복면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나타난 그들을 보고 동행들은 경악하며 출수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묵향은 흑 의 복면인들에게 물었다.
“누가 보내서 왔느냐?”
그러자 그중 하나가 대답했다.
“혁무상 장로께서 보내셨습니다. 대장(隊長)을 지원하라는 분부셨습니다.”
“돌아가라.”
“그렇게 말씀하셔도 할 수 없습니다. 속하들은 돌아갈 수 없습니다.”
“흠…, 할 수 없군. 너희들은 나를 따라오되 결코 내 지시가 없이는 손을 써서는 안 된다. 약속할 수 있느냐?”
“명에 따르겠습니다.”
“좋다, 따라오라!”
묵향의 동행들은 따라오기 시작한 네 명의 복면인들이 극도로 훈련된 고수들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농담도 집어 치우고 묵묵히 길을 가기 시작했다. 기척이 없이 따라오는 그들의 움직임으로 봤을 때 정상적인 무림인은 아님을 사냥개의 감각으로 알아챘던 것이다. 묵향이나 그 흑의 복면인들도 말이 없었으므로 초가에 도착 할 때까지 모두 조용히 길을 재촉했다. 초가에 도착했을 때는 저녁때가 다 되어 시장기가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초가에는 이제 갓 서른을 넘어선 듯한 준수한 젊은이가 정원의 매화나무를 손질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청의 동자(靑依童子)가 시중을 들고 있었다. 그들이 다가 오는 것을 보고 있던 젊은이는 반갑게 말을 걸었다.
“어서들 오시게나. 식사는 했나? 얘야, 빨리 가서 문향주 위로 모든 고수들을 불러오너라. 급한 일이라 일러라.”
“예.”
답을 하더니 동자는 쪼르르 경신술을 써서 달려 내려갔다. 순간 흑의인들이 꿈틀했지만 묵향의 말없는 제지를 받고 동자가 멀어지는 모습을 그냥 지켜봤다. “령(아! 손님들이 오셨으니 차를 내오거라. 모두 이리 오시게나.”
검황은 손님들을 안내해서 마루 한쪽에 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흑의 복면인들은 그냥 마당에 서 있을 뿐 다가오지 않았다. 그것을 보고 있던 묵향이 젊은이 에게 말했다.
“저들에게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럼 신경 쓰지 않기로 함세. 자네는 이리 와서 나하고 얘기 좀 하지 않겠나?”
“예, 그러죠.”
복면인들을 제외한 모든 사람들은 령이라 불리는 홍의 소녀(紅依少女)가 가져오는 차와 간단한 음식을 먼저 들었다. 묵향이 차 마시는 것을 물끄러미 보던 젊은이 가 물었다.
“차 마시는 모양을 보니 완전한 야인(野人)이 분명하군. 예절 교육이라곤 받지 않은 모양이네 그려.”
“저는 태어나서 지금껏 그런 교육은 거의 받지 않았습니다. 근래에 마지막 사부를 만나 여러 가지를 배웠지만 오랫동안 그렇게 지내다 보니 습관이 되어 고치기가 어렵군요.”
“고치기가 어려운 것이 아니라 고치지 않은 거겠지.”
“하하, 그거나 그거나 비슷한 거죠. 저는 세세한 사항에 얽매이기는 싫습니다.”
“자네는 보아하니 천하를 탐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는데, 어찌하여…….”
“의리 때문이지 다른 이유는 없습니다. 언젠가는……
“차 맛이 어떤가?”
“좋군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차 맛을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그냥 입맛에 맞다 안 맞다만 느낄 뿐 그 외에는 모르겠습니다.”
“입에 맞는다니 다행이군. 자네들은 아직 식사를 하지 않았나?”
“예.”
“그럼 령아, 음식과 술을 준비해라.”
“예.”
“산속이라 별로 찬은 없으니 이해해 주시게나.”
““별말씀을요.”
모두 젊은이와 묵향이 주고받는 말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처음에는 뇌전검황이 아닌 웬 젊은이와 정겹게 대화를 나누는 묵향을 보고 의아해했지만 지금까 지 엿들은 대화로 그 젊은이의 정체를 짐작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정도무림을 떠받치는 세 개의 기둥 중 하나인 뇌전검황은 갓 서른 정도밖에 안 되어 보이는 젊은 이였다. 하기야 화경에 이르면 반로환동하여 젊어진다고 했으니 그럴 만하다는 생각을 하며 그들은 묵묵히 둘 사이에 오가는 대화를 엿듣기에 정신이 없었다.
어쨌든 그 젊은이가 이쪽에 호의를 가지고 있음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 태도는 언제 달라질지 모르는 노릇이고, 묵향은 이 젊은이를 해치러 왔으니 앞으로 어떻게 사정이 바뀔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들은 뇌전검황으로 추측이 되는 젊은이의 환대에 의아해했지만 그냥 잠자코 있으면서 마음속으로 대비만 하고 있었다. 그들에 게는 밑으로 연락을 하러 달려간 청의 동자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그 녀석이 많은 고수들을 거느리고 오면 일이 복잡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묵향이 잠자코 있으 니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그들은 홍의 소녀가 가져오는 음식들을 들었다. 모두 술과 음식을 들면서 얘기를 나누는 가운데에도 흑의 복면인들은 그냥 한군데 에 서 있을 뿐 자리에 끼어들지 않았다.
식사가 거의 끝날 즈음에 밑에서 열다섯 명 정도의 고수들이 최대한 빠른 속도로 경공을 펼쳐 올라왔다. 그들의 신법으로 보아 상당한 수련을 거친 자들임이 확실 했다. 모두 우려하던 현실이 다가오자 바짝 긴장하면서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정량의 패거리는 직접 싸우러 온 자들이 아닌 만큼 긴장이 덜하기는 했지만 불문곡 직(不問曲直) 달려든다면 자신들도 위험하므로 싸늘한 긴장감이 흐르기는 매한가지였다. 하지만 이들이 달려 들어오는데도 묵향의 표정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 다. 그는 달려오는 고수들을 보며 상대편 젊은이에게 말했다.
“상당히 잘 단련된 아이들이군요.”
“클클…, 다 허장성세(虛張聲勢)일 뿐 저들 중에서 쓸 만한 녀석은 몇 안 되네.”
달려온 제자들 중에 하나가 이 젊은이에게 공손하게 포권했다. 오히려 제자라고 인사를 건네는 쪽이 인사를 받는 젊은이보다 더 나이가 많아 보였기에 약간 부자 연스럽게 느껴질 정도였다. 하지만 이것으로 그들은 모두 다 확신하게 되었다. 그 젊은이의 정체를
“부르셨습니까, 아버님?”
“오냐, 너희들은 거기 앉아 이 늙은이가 나누는 얘기를 듣고 있거라. 많은 도움이 될 듯하여 내 부른 것이다.”
“예.”
그러더니 그들은 그 젊은이 뒤편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들이 앉을 자리가 충분하지 않았기에 홍의 소녀가 돗자리를 내와서 대부분은 마당에 자리를 잡았다. 그 들에게도 차가 주어졌다.
“자네 무공 말고도 배운 것이 있나?”
“몇 가지 배웠죠. 모두 마지막 사부가 가르쳐 준 것인데, 음악과 수묵화를 좀 배웠습니다. 그리고 사부가 정원을 가꾸는 것을 좋아하셨기에 그것도 어깨 너머로 배 웠습니다. 원체 재주가 없어서 별로 많은 것을 배우지는 못했습니다.”
“음악을 한다구? 그럼 혹시 금(琴)을 탈 줄 아나?”
“조금.”
“령아, 금을 가져오너라.”
“예…….”
홍의 소녀가 금을 가져오자 뇌전검황은 금을 넘겨주었다.
“별로 좋은 것은 아니지만 한 곡 들려주면 고맙겠군.”
“그럼…….?”
묵향은 사양하지 않고 그에게서 금을 받아 들고는 줄을 고른 후 금을 타기 시작했다. 묵향은 금음에 약간의 내공을 불어넣어 운용했기에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리는 부분이 있었다. 이것은 마교의 음공(音功)의 일부를 모방한 것으로, 이런 방식으로 내공을 더욱 많이 주입한다면 듣는 이를 죽음에 이르게 만들 수도 있다. 묵향은 그걸 유백에게 배웠지만 음을 이용해서 사람을 죽이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기에 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조미료로 내공을 이용하고 있었다. 이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청의 동자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고, 홍의 소녀는 참지 못하고 눈물을 주루룩 흘렸다. 그걸 본 묵향은 연주를 멈췄다.
“미천한 곡을 계속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음, 확실히 자네의 금을 타는 솜씨는 별 볼일이 없어. 하지만 그 오묘한 내공의 운용은 정말 대단한 경지로군. 령아가 눈물을 흘릴 지경이니……. 본격적으로 금 을 배우면 음공만으로 독보적인 존재가 될 수 있겠군. 자네의 생각은 어떤가?”
“음악이란 소리를 이용해서 마음에 감동을 받으며 즐기기 위한 것이지 그걸로 사람을 죽이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죽이는 방법은 많고 많은데, 무엇 때문에 그런 방법을 택하겠습니까?”
“특이한 친구군. 내공이 강한 경우 음악을 사용하는 것도 대단한 득이 되지. 만통음제(萬通音帝)의 경우 그 살인음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나? 많은 사람 을 별 수고도 없이 한 번에 죽이는 데는 그게 최고인 것 같더군.”
“저는 좀 힘들더라도 음을 살인에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자네는 검이란 뭣이라고 생각하나?”
“아니? 검을 아직도 모른단 말입니까?”
“…..”
“지금 저들이 차고 있는 게 검이 아닙니까? 양쪽에 날을 가진 아름다운 살인 도구죠. 보통 길이는 2척 8촌 정도…….”
“내가 그걸 묻는 게 아닌 줄은 자네도 잘 알 텐데……?”
“그게 그거죠. 무공이란 무공인 것이고, 검은 검, 도는 도입니다. 왜 무공과 검을 혼동하십니까?”
“대단하군. 그 정도 경지에 이르렀다니……. 하지만 아직도 많은 멍청이들이 그걸 혼동하고 있지. 저기 있는 내 아들 녀석도 그걸 혼동하지. 검이란 아무것도 아 냐. 그냥 손이 좀 더 길어진 정도에 불과하다고 할까? 오랜만에 자네와는 밤새워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군. 자네는 어떤가?”
“좋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