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27화 – 암흑마교와의 결합

암흑마교와의 결합

묵향이 교내에 돌아왔을 때는 이상하게 마교 전체가 술렁이고 있었다. 사군자를 보내 알아보니 뭔가 큰일이 벌어질 분위기라는 것이었다. 교주는 묵향이 돌아오자 마자 갑자기 비밀회의가 있다고 교내의 핵심 고수들을 소집했다. 모두 긴장해서 긴 탁자에 서열 순으로 앉았다. 교주는 혁무상 장로에게 지금 상황에 대해 설명하라 고 지시했다.

“이번에 토의하게 될 안건은 본교를 탈퇴했던 암흑마교의 교주 흑살마제 장인걸에 대해서입니다. 그는 여러 가지로 무림의 패권(覇權)을 장악하려고 노력했지만 도저히 자신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것을 느끼고 이번에 다시 본교와 암흑마교를 합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암흑마교의 교도는 5천여 명으로 그중에서 고수급 은 많아 봐야 2천여 명 정도입니다. 장인걸은 부교주의 지위로서 자신들의 수하들과 함께 본교에 ‘통합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에 대해 토의하기 위한 회의입 니다.”

음침한 시선으로 이 혁무상을 바라보고 있던 환영비마(幻影飛魔) 구양운(丘陽雲)이 질문을 했다. 그는 9년 전에 승진하여 천마혈검대 대장에 임명된, 교주의 신뢰 를 한몸에 받고 있는 뛰어난 노고수였다.

“만약 암흑마교를 받아들인다면 집 안에 호랑이를 놔 두는 격이 되지 않을까요?”

“그 점도 생각해 봤소. 장인걸이 본교를 탈퇴하면서 이끌고 떠난 고수가 거의 1천여 명 정도입니다. 그런데 장인걸은 그걸 빠른 시간 동안에 다섯 배로 불려 놨습 니다. 솔직히 그들의 힘은 대단합니다. 본교에서도 1천여 명을 다시 보충하기 위해서 상당한 시일이 걸렸을 만큼 그 암흑마교의 주축 세력인 1천여 명 고수들의 능 력은 대단합니다. 그들을 제대로 흡수한다면 본교에 더 바랄 것이 없을 정도로 이득을 가져다주겠지만 만약 그들이 두 마음을 품고 들어오는 것이라면 치명적인 피 해를 입게 될지도 모릅니다.”

여지고 수석장로가 노성(怒聲)을 터트렸다.

“그들을 받아들일 필요는 없소! 밖의 적은 본교의 사정을 잘 모르므로 기습을 당할 우려가 적지만, 그들이 안에서 반란을 일으킨다면 걷잡을 수 없는 사태에 직면 하게 될 것이오.”

“수석장로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요즘 시끄러워지기 시작한 무림의 정세에 비추어 5천 명의 세력은 꽤 매력적인 제안입니다. 그중에서 최소한 1천 명은 대 단한 실력자들입니다. 그 점도 감안을 해야 합니다. 이들을 바로 흡수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힘을 적당히 해소한 후에……. 아니면 합병 후 장인걸을 없애 버 리면 자연히 그들의 세력은 본교에 완전히 흡수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적당히 해소한다는 건 무슨 뜻이오?”

“그러니까…, 장인걸이 본교로 들어온 이후에 이들을 여러 개의 전투 집단으로 만들어 각각 뭉치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러면 자연 그들의 일부가 모반을 일 으키더라도 본교의 피해는 최소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하! 5천 명 정도니까 실력별로 10개나 20개 정도의 부대로 나눠서 각각 이곳저곳에 배치한다는 말이오?”

“그 의견이 묘하군. 이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런데 문제는 장인걸에게도 일부 세력을 직속 부대로 주어야 한다는 데 있습니다. 그리고 만약 여러 개로 나눠 놨다 하더라도 은밀히 연락하여 모반을 획책하지 못한다는 법도 없습니다.”

“이러면 어떨까요? 5천 명 중에서 3백 명 정도의 고수만을 거느리고 본교에 들어오게 해 주는 겁니다. 그들은 장인걸 직속에 배치해 주고, 나머지는 20개 정도로 토막을 친 다음 여기저기 나누어 배치하고 부교주 모르게 그들의 지휘관들을 장악해 나가는 거지요. 본시 본교는 힘의 단체, 그 누구도 의리 따위를 지킬 사람은 없 습니다. 강자 밑에 복속되는 것은 당연한 이치지요.”

그러자 교주가 고개를 끄덕이며 찬성을 표했다.

“괜찮은 의견인 것 같기도 하군.”

“그리고 장인걸을 철저히 감시해 만약 조금이라도 모반의 증거가 보이면 처치해 버리면 됩니다. 아무리 장인걸이라도 교주님께서 직접 나서시면 처치하실 수 있 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도 장인걸이 아무리 4천왕에 들어가지만 4천왕 중 두 명이 협공을 한다면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여겼다. 마교 안에는 4천왕에 들어가는 고수가 세 명 이나 있고, 또 이번에 새로 부교주가 된 묵향까지 있으니 그를 처치하는 것은 손쉬우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마교와 암흑마교는 5개월 후 통합되었다. 암흑마교의 교주 장인걸은 부교주로 추대되었으며 여태까지의 예외적인 상황을 감안해서 그가 거느리고 총타로 들어온 3백 명의 고수는 사사혈시마대(邪死血屍魔隊)라는 칭호와 함께 붉은 옷을 입기로 결정되었다. 이들에게 붉은 옷을 입힌 이유는 눈에 잘 띄는 색을 입혀 감시하기 편리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총타에 편입된 3백 명을 제외한 나머지는 30등분이 되어 각 지점에 비밀리에 배치되었으며, 그들이 배치된 곳은 모두 익히 알려진 기존의 거점이나 아니면 기존 분타 중에서 외부에 노출되어 있는 분타들이었다. 즉 이들은 마교가 새로이 만들어 놓은 비밀 분타나 아니면 각종 세력 확장을 위해 만들고 있는 주루나 전방, 표국 등에는 배치하지 않아 마교의 전체 세력을 파악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그 외에 여태까지 암흑마교가 만들어 놓은 총타 한 곳과 분타 다섯 곳. 그리고 전방, 기루, 토지 등 각종 사업체도 완전히 정리되었다. 그중 토지를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암흑마교와 상관없는 것처럼 철저히 파괴하거나 은폐해서 팔아 버렸다. 그런 후 거기서 나온 돈으로 새로운 사업체에 투자하여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이런

식으로 돈줄을 완전히 막아 버리면 또다시 분리하고 싶어도 5천 명이나 되는 인원이 탈퇴해서 나가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 외에 암흑마교가 모아 놓은 각종 무공 비급이나 무기류는 마교로 운반되어 분배되었다.

마교에 돌아온 장인걸 부교주는 교주에게 직접 몇 권의 무공비급들을 바쳤다.

“교주님, 이것들은 제가 힘들게 모은 것들로 아주 대단한 비급들입니다. 받아 주십시오.”

교주가 보니 무공비급에는 각각 응혈신장(凝血神掌), 귀혼강신대법(歸魂彊身大法), 응혈귀조(凝血鬼爪)라고 쓰여 있었다. 이것을 본 교주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처음 보는 무공들이군. 이것들은 어떻게 구했나?”

“예, 우연한 기회에 응혈귀조라는 무공을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그걸 좀 더 강력하게 발전시킨 무공이 응혈신장입니다. 조법(法)을 장법(掌法)으로 만들었는데, 그 위력이 더욱 강력합니다. 이것들은 격중되면 사람의 피를 엉기게 만들어 죽음에 이르게 하는 무공으로, 아주 지독한 무공입니다. 한 번 격중되면 거의 치료가 불 가능한 무공들입니다.”

““대단하군.”

“그리고 귀혼강신대법은 마교의 마공과 혈교의 사술을 혼합하여 만든 것으로 이것을 대성하면 거의 강시에 가까운 육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익히기가 대단히 어 렵다는 점을 제외하면 거의 불사(不死)에 가까운 육체를 만들 수 있는 마공입니다.”

“불사라구?”

“예, 이 마공을 익히면 육체의 복원력이 불가사의할 정도로 증폭되어 칼로 베어도 죽지 않게 됩니다. 칼에 베여 팔다리가 떨어져 나가도 그것을 주워 붙이기만 하 면 순식간에 원상태로 붙어 버립니다. 그리고 육체를 나무토막처럼 만들어 웬만한 도검은 뚫고 들어오기 힘들죠. 약점이라면 황제가 가지고 있는 복마천신검(伏魔 天神劍) 같은 사마(邪魔)를 제압할 수 있는 신병(神兵)으로 공격당했을 때 상처의 복원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죠. 그 외에도 몇 가지 극성을 가지고 있는 무공이 있으 나 그리 대단한 타격을 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대단하군. 이 마공을 익힌 사람이 있소?”

“익힌 사람은 1천 명이 넘습니다. 하지만 그중 5성 이상 성취한 이들은 이번에 제가 이끌고 온 3백 명 정돕니다. 이 마공을 이용하여 진기를 내뿜었을 때 그것에 격 중된 사람은 급속도로 살이 썩어 들어가므로, 아무리 고수라도 방심하고 있다가 가벼운 상처라도 입으면 나중에는 치명상으로 발전하게 됩니다.”

“대단하군. 사용자에게는 더없이 좋은 도움을 주고 상대에게는 조금의 상처라도 치명상을 입히다니……. 그대는 어느 정도까지 연성했소?”

“성까지 연성했습니다. 교주님께서도 한번 연성을 해 보심이 좋을 것입니다.”

“그것도 좋겠군. 고맙소.”

장인걸이 마교에 합류했지만 마교의 수뇌부의 걱정과는 달리 큰 문제가 벌어지지 않았다. 교주는 암흑마교에서 새로이 입수한 열두 가지 마공들을 묵향에게 주어 검토해 보라고 했고, 묵향은 그것들을 세밀히 살펴보았다. 묵향은 상당히 파격적인 공격법이나 치밀한 수비법, 거기에 공격에 있어 상대를 고통 속에서 죽음에 이르 도록 만들고야 마는 그 악랄한 수법들에 혀를 내둘렀다. 이 무공들 중에 일부는 혈교의 요술적 요소를 가지고 있었고, 정통 무공들만을 수련한 묵향으로서는 그것들 을 익힌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예상과 달리 암흑마교와 마교 간의 합체는 아주 부드럽게 이루어졌고, 장인걸이 몇 가지 사건들을 해결해 내자 마교 내에서 그의 위치도 점점 올라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장인걸이 거느린 3백 명의 고수들은 고수들과의 싸움에서는 별 차이가 없었지만 무림인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하수들과의 싸움에서 괴력을 발휘했다. 그 들은 거의 강시에 가까운 강인한 신체를 가지고 있었으며 특이한 사술도 많이 사용해 정력(靜)이 적은 상대를 대량으로 살상하는 데 특히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