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권 5화 – 음모

음모

왕자영 장로는 교주에게 불려가서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모종의 작전 실패 때문이었다.

“도대체 그렇게 많은 정보를 개방과 무영문에 흘려보냈는데 왜 감감무소식이오?”

교주의 힐책에 그녀는 조심스레 변명을 늘어놨다. 아무리 살을 섞은 사이라 해도 수하의 실수에 대해서는 엄한 문책을 하는 교주였기 때문이다.

“그게 그러니까… 아마 무영문의 그 망할 계집이 농간을 부리는 것 같습니다.”

“농간이라니?”

“지속적으로 개방에 약간씩 정보를 흘리고 있고, 무영문에는 운을 띄운 후 감시 중입니다. 그리고 무림맹이나 각 명문정파를 감시한 결과…….”

“그들이 혈교의 움직임을 눈치 챘고, 특히나 무영문은 상당히 깊은 부분까지 파고들었음이 확실합니다. 어떤 면에서는 무영문이 본교보다 더욱 뛰어난 정보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우리와 달리 그들은 대부분의 고수들이 모두 다 첩자 교육을 받으니까 확실히 알 것이 분명한데…….’

“그런데?”

“그것이 이상하게 반응이 없습니다. 무림맹도 조용하구요. 명문정파들도 조용합니다. 설마 혈교의 마수(魔手)가 벌써 명문정파를 잡고 있을 가능성은 없는데 말입 니다.”

“그럴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한번 조사해 보게나.”

“알겠습니다.”

“그리고 소림사(小林寺)가 무림의 태산북두(泰山北斗)라 할 수 있으니 그만큼 영향력도 클 터, 소림의 속가제자가 세운 문파는 없나? 소림과 밀접한 교류가 있다 면 더욱 좋고.”

“그렇게 이름은 알려져 있지 않으나 황룡문(黃龍門)이 있습니다. 그 문주는 석산(石山) 대사의 속가제자입니다. 지금도 긴밀히 교류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 다.”

“황룡문은 어느 정도 규모의 문파인가?”

“그렇게 큰 규모의 문파는 아닙니다. 하지만 상당한 고수가 10여 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문주인 황룡태검(黃龍太劍) 이문학(李文鶴)도 상당한 고수

고요.”

“그렇다면 황룡문을 통해 아수혈교의 준동을 알게 해 주게나. 그러면 자연스레 소림까지 흘러들지 않을까?”

“그것이 좋겠습니다. 참, 언뜻 떠오르는 계책이 있는데, 이것은 어떨지?”

“말해 보라.”

왕자영 장로는 전음으로 교주의 질문에 답했다.

”…..”

“그것 참 괜찮은 수법이군. 시행하도록 !”

“그런데 도와주셔야 할 게 있습니다.”

“뭔가?”

”…..”

“그건 본좌가 부교주에게 부탁하지. 그리고 소품은 내일 천마보고(天魔寶庫)에 일러둘 테니 찾아가도록.”

“존명. 그리고 죄송하지만 아직 말씀드릴 기회가 없어서……. 전번의 침투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호오, 그래? 어떻게 되었나?”

왕자영 장로는 전음으로 답했다.

“뭐야? 5천 구나?”

“…..”

“새롭다니?”

“…..”

“실종된 고수?”

“…..”

“이건 나 혼자서 독단으로 처리할 문제는 아닌 것 같군. 서열 9위까지 암흑소실(暗黑小室)에 집합시키게나. 비밀회의를 해야겠어.”

“존명.”

실내에는 숨 막히는 마기를 뿜어내는 아홉 명의 고수들이 원탁을 앞에 두고 앉아 있었다. 그들은 왕자영 장로의 보고 내용을 간략하게 들은 후 입을 열었다. 처음 입을 연 것은 수석장로 여절파였다.

“상대가 그 정도로 사악한 방법으로 힘을 모으려 하다니 좀 의외로군요. 분명히 강시 5천 구가 맞소?”

그 말에 왕자영 장로가 답했다.

“예, 하지만 더욱 위험한 것은 어중이떠중이 강시들이 아니라 제작중인 2백 구의 신형 강시들입니다. 그것들의 능력은 아직 미지수입니다. 예상컨대 그것들은 종 래의 강시들보다 최소한 세 배 이상의 힘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그곳에는 강시만을 제작 중인 거요?”

“그런 것 같습니다. 적의 방비가 단단해서 자세한 것은 알아내기 힘들었습니다. 여자들을 대량으로 잡아들이는 것도 포착했는데, 그 여자들을 강시에 쓸 건지 아 니면 흡정대법(吸精大法)에 쓸 건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후자가 맞다면 일부 고수들도 그곳에서 양성한다고 봐야겠지요.”

왕자영 장로의 설명을 들은 여절파는 교주를 향해 공손히 말했다.

“교주님, 지금 고수들을 모아서 선제공격을 하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하지만 교주가 그에 대해 생각해 볼 여유도 없을 정도로 빨리 왕자영 장로가 재빨리 여절파를 향해 예의에 약간 어긋나지만 교주 대신 답을 해 왔다. 사실 이런 식 으로 윗사람들 간의 대화에 끼어든다는 것은 꽤나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었지만, 일단 그녀는 여자였고 또 교주의 지혜 주머니의 위치였기에 탓할 사람은 없었다. “상당한 모험입니다. 3할 정도의 강시는 이미 완성되어 실전에 투입될 날을 기다리는 모양인데, 지금 쳐들어갔다가 그들과의 전면전이 되면 그 피해는 상상하기 도 힘들 것입니다.”

그 말에 차석장로도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저도 동감입니다. 저들이 강시를 제조하는 곳이 그곳 한 곳뿐이라면 문제는 다르지만 또 다른 곳에도 있다면 그 선제공격은 큰 가치가 없지요.”

“그렇다면 왕 장로는 어쩌자는 말이요?”

“소녀(小)도 그것을 궁리 중인데.. 그 무영문(無影門)의 옥화무제(玉花武帝)가 있잖습니까? 그러니까 옥화무제에게 마교라는 것을 숨기고 적당히 둘러대어 그곳에서 어떤 인물을 찾아 달라고 하는 겁니다. 참, 첩자가 그… 혈수마인(血手魔印) 공손(孔孫)을 그 강시들 중에서 봤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대망산 부근에서 그 를 한 번 봤었는데 찾아 달라고 부탁하는 거죠.”

좌중은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의견에 찬성의 뜻을 나타냈다.

“그러면 무영문 첩자들이 혈교의 계획을 알게 될 것이고, 시일이 촉박하다 보니 우리들에게 올가미를 씌우기보다는 먼저 자신들이 손을 쓰게 될 겁니다.”

“음, 그 계획이 참 묘(妙)하군요. 교주님! 그 계책을 사용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여절파의 의견에 교주는 말했다.

“안 걸려 들 수도 있소. 전번에도 할망구와 개방을 이용해서 아수혈교의 준동을 슬며시 흘렸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 아니오?”

“그건 아마 아직도 아수혈교 총단의 위치를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왕자영 장로의 말을 듣고 침중한 표정으로 부교주가 말했다.

“그래도 약간이라도 아수혈교의 움직임을 눈치 채고 있다면 명문정파들의 움직임이 약간 이상할 텐데 도무지 기척이라곤 없으니…….”

“그래서 제2단계 작업도 추진 중입니다. 걱정 마시기를…….’

차석장로도 그녀의 말에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다.

“2단계라……. 그건 뭐요?”

”…..”

“그건 극비라 말씀드리기가 곤란합니다.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알려 드리겠습니다.”

이때 갑자기 대호법 혈(血影) 모진(毛辰)이 분통을 터트리며 말했다.

“그런데 10만 사파 연합의 맹주인 마교에서 그따위 아수혈교의 총단 위치를 알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됩니까?”

그의 질책에 왕자영 장로가 급히 말했다.

“저도 열심히 알아보고 있으나 분타주 이상 급들만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분타주 하나를 잡아다가 족쳐 보면 알 것 아니오?”

“괜히 그러면 타초경사(打草警巳 : 풀을 때려서 뱀을 놀라게 한다)의 우(愚)를 범할 수도 있습니다.”

그의 말을 듣고 대호법은 입을 다물었으나 거의 입을 열지 않던 부교주가 대호법을 이어서 말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지속적인 감시는 해야 합니다. 삼비대의 인원으로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교주님, 추가로 인원을 더 보충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러자 왕자영 장로가 말했다.

“그건 걱정하지 마십시오. 혈화궁(血花宮)과 연계하여 첩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수석장로인 여절파가 신음성을 터뜨리며 침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흐음… 혈화궁까지! 하지만 혈화궁은 원체 그런 단체다 보니 정보가 역으로 셀 우려도 있는데, 그에 대한 대비책은 있나?”

“그에 대해서는 혈화궁의 일부 요인들만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그들에 대한 주의는 충분히 하고 있으니 안심하십시오.”

여기까지 말이 나왔을 때 교주가 말했다.

“제군들이 언제나 명심할 일은 전처럼 정파에서는 아수혈교와 본교(本敎)가 정면충돌하기를 원한다는 사실이다. 그 자식들 손도 안 대고 코풀 작정이겠지. 각자 수하들을 엄중히 단속하여 될 수 있으면 아수혈교를 자극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하라.”

“존명!”

내총관인 묵염 마원이 처음으로 입을 열었다. 그는 현재 모인 사람들 중에서 가장 지위가 낮았기에 신중한 태도였다.

“그런데 아수혈교가 선제공격을 해 올 때는 어떻게 합니까? 전번의 충돌도 그쪽에서 먼저 시작한 것이 아닙니까?”

교주가 조용히 그의 질문에 답했다.

“그에 대한 공작은 하고 있으니 염려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