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1권 12화 – 도대체 알 수 없는 키메라

도대체 알 수 없는 키메라

미네르바는 소환된 몇몇 인물들을 쭉 둘러봤다. 제1근위대장, 제2근위대장, 지발틴 기사단장, 제네리아 기사단장, 엘프란 기사단장, 그리고 정보부장, 마법사 연합 의장과 그의 수행원 다섯 명이 그들이었다. 긴 사각형의 탁자의 끝에 앉아 있는 미네르바를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기사들이, 왼쪽에는 마법사들이 쭉 앉아 있었다.

미네르바는 자신의 왼편에 거만하게 앉아 있는 그린레이크를 곱지 못한 시선으로 흘끗 바라본 후 입을 열었다.

“경들을 소환한 것은 다름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 몇 가지가 들어와 있기 때문이다. 이블리스 경, 브리핑을 시작하게.”

“옛, 공작 전하.”

자리에서 일어선 이블리스는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에게 눈짓을 했다. 그러자 그 마법사는 마법진이 그려진 얇은 판 두 개를 가져다가 탁자 위에다 올려놨다. 그런 후 마법진을 발동시키자 그 위로 두 대의 거대한 붉은 타이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 들어온 최신 정보에 따르면 코린트는 새로운 모델의 적기사를 근위 타이탄으로 채택하여 30여 대를 생산했다고 합니다. 바로 이것이 그 새로운 모델입니 다. 옆에 있는 구형의 적기사와 대비하여 보신다면 간단하게 그 차이점을 아실 수 있을 것입니다. 구형의 모델이 일대일의 격투를 상정하여 제작된 것임을 감안한다 면 신형은 집단전 전용으로 추측됩니다.”

크라레스 쪽에서 노획한 적기사를 연구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았기에 크루마 쪽에서 적기사를 보는 관점은 약간 차이가 있었다. 크라레스에서 적기사를 ‘다목적 타이탄’으로 보는 데 반하여 크루마에서는 ‘일대일 격투용 타이탄’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크루마에서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적기사에 사용된 여러 가지 최신 기술 을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출력은 거의 안티고네급으로 추측되며 외형상 전체적인 무게나 장갑의 두께 등도 안티고네를 그대로 복사했다고 보시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이것이 30대나 제 작되어 흑기사를 대체했다는 증거가 몇 군데에서 잡혔습니다. 그리고 크라레스에서 이쪽으로 보내 준 정보도 우리 쪽에서 추측하는 것과 같았기에, 더욱 현실성이 있습니다.”

“크라레스에서 보내 줬다니 무슨 말인가?”

지발틴 기사단장인 알프레드 쟉센 후작의 물음에 이블리스는 재빨리 대답했다.

“예, 크라레스에서 와리스 후작을 파견하여 자신들이 수집한 최신 정보를 이쪽에 알려 줬습니다. 아마도 코린트의 군사력 팽창에 대해 크라레스도 위기감을 느꼈 기 때문이겠지요.”

대답을 끝낸 이블리스는 이제 시선을 다시금 쟉센 후작에게서 돌려 미네르바를 향하며 말했다.

“근위 기사단에 있던 흑기사 30대는 발렌시아드 기사단으로 보내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 외의 타이탄 총수는 지난번 회의 때 발표한 수치와 거의 차이가 없습니 다. 코린트의 전력은 헬 프로네 1대, 적기사 5대, 신형 적기사 30대, 흑기사 30대, 백기사 1대, 미노바-P 10대, 미노바-P2 210여 대 정도로 추측됩니다. 그래서 합계 287대 정도로서 본국의 전력과 비슷한 수준으로 따라온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 보고에서 현실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데, 크루마에서는 코린트의 키에리 발렌시아드가 전사했기에 그의 헬 프로네를 로체스터 공작이 물려받았을 거라고 추측 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형인 미노바-P2의 생산 수량을 약간 적게 추측하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봤을 때 크루마의 기사들이 코린트의 기사들보다 실력이 조금 떨어진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코린트의 군사력은 크루마의 군사력을 월등하게 앞서가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다음으로 크라레스의 군사력을 보고드리겠습니다.”

이블리스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마법사는 다시 탁자 있는 곳으로 다가와 여러 개의 판들을 올려놓고는 마법진들을 발동시켰다. 그에 따라 마법진 위에는 각 종 모양의 타이탄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앞에 있는 거대한 청색 타이탄이 크라레스가 자랑하는 근위 타이탄 청기사입니다. 추정 전투 중량 160톤 정도로서 3.0의 출력을 자랑한다고 알려져 있습니 다. 하지만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5대 내외만 생산된 것으로 조사되었습니다.

그 외의 모든 타이탄은 카프록시아 혹은 그의 변형들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출력 1.3의 엑스시온을 사용하고 있으며 총 보유량은 252대 정도로서, 카프로니아 A 형과 B형 각각 1대, 테세우스 120대 내외, 트라노 130대 내외입니다.

그 외에 스바시에 공국의 카프록시아 20대, 치레아 공국의 드라쿤 20대가 따로 존재합니다. 현재 추정하기로 크라레스의 총 타이탄 수량은 297대로서 3국 중에서 가장 많은 타이탄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청기사를 제외하고 카프록시아의 변형인 것을 감안한다면, 크라레스는 1.3을 초과하는 출력을 지닌 엑스시온을 생산할 능력이 없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정보국에서는 크라레스가 던전 같은 곳에서 청기사의 엑스시온을 습득한 것이 가장 현실성 있는 추리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크라레스가 더 이상 청기사를 제작하지 않고 있는 것을 설명할 방법이 없으니까 말입니다.”

여기까지 말한 이블리스는 주위를 쭉 한번 둘러본 후 다시 말을 시작했다.

“크라레스의 타이탄 보유량은 297대라고 하지만 주 전력이 카프록시아급이기에 3국 중에서 가장 뒤처지는 타이탄 전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크라레스가 본국이나 코린트와 어깨를 겨룰 수 있는 군사 강국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것은 바로 청기사들과 우수한 기사들의 덕분입니다. 겨우 5대의 청기사이지만 그것들의 소

유주들의 실력은 이미 지난번 전쟁에서 입증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휘하에 있는 기사들의 실력 또한 거의 코린트의 기사들과 맞먹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이제 그 균형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코린트가 적기사 를 30여 대나 더 생산했고, 또 그것을 추가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기에 최소한 5년 이내에 그 균형은 무너지리라는 것이 정보부의 분석입니다.”

“내가 경들을 소집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오. 코린트는 힘을 키우고 나면 크라레스나 본국, 둘 중 한 곳을 침략할 가능성이 크오. 그렇기에 코린트가 그런 생각을 하 지 못하도록 3국 간의 균형을 잡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오. 이제부터 그 방법에 대해 각자 좋은 의견이 있으면 말해 주기 바라오.”

회의는 장시간 계속되었다. 하지만 내려진 결론은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군사력을 더 키운다든지, 타이탄을 더 생산한다든지…, 모든 것이 돈과 관련지어 지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타이탄 한 대 만드는 데 들어가는 돈은 천문학적인 액수였다. 과거 국가의 존망이 걸렸을 때라면 생산을 하지 않으면 국가가 망하는 판국이니까 모든 것을 때려치 우고 그쪽으로 국가의 모든 힘을 투입했었지만, 지금은 외관상으로 봤을 때 안정기였기에 그렇게 몰아붙일 만한 명분이 없었다.

그리고 그린레이크가 중심이 된 마법사 무리들이 안정적인 3국 체제라는 이유를 들며 더 이상 기사단을 증강시키기를 원하지 않았던 이유도 컸다. 그린레이크 등 의 의견에도 일리가 있는 것이 코린트를 크루마 혼자만 상대한다면 모르겠지만, 크라레스라는 든든한(?) 동맹도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겨우 적기사 몇 대 정도 만 든 것 가지고 전쟁을 시작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회의가 아무런 성과 없이 설전으로 번지기 시작하자 미네르바는 서둘러서 회의를 끝냈다. 그런 후 자신이 가장 신뢰하는 몇몇 부하들만을 모아서 따로 회의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이라면 그래도 제대로 된 토론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안 좋은 방향으로만 일이 꼬이는군.”

“그러게 말이옵니다, 전하.”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

“지금으로서는 그래도 그린레이크 경의 의견대로 크라레스를 믿어 보는 수밖에 없지 않겠사옵니까?”

“끄응…, 그게 예전의 크라레스라면 믿을 수 있겠지만, 토지에르의 생사가 불분명한 지금 썩 신뢰가 안 간단 말이지, 젠장! 괜히 토지에르를 건드렸다는 생각이 드 는군.”

자신이 너무 서둘렀다는 후회가 담긴 한탄을 미네르바가 터뜨리자, 부하는 상관을 위로하듯 말했다.

“이미 쏟아진 물이옵니다.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을 테니 다른 방법을 강구해 보는 것이 좋겠지요. 이러면 어떻겠사옵니까?”

“뭐, 좋은 의견이라도 있는가?”

“예, 전에 썼던 방법을 다시 한 번 더 사용해 보는 것이옵니다.”

“전에 썼던 방법이라고? 무슨 방법 말이냐?”

“두 번째의 그로체스 공작을 만드는 일이옵니다.”

부하의 말에 미네르바의 눈동자가 묘하게 불타올랐다. 그로체스 공작 덕분에 상당한 이득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던 것이다. 전에 키에리가 그랬듯이 두 번째의 그 로체스 공작을 키워 로체스터라는 거목을 뽑아낼 수만 있다면 상대가 적기사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겁날 것이 없지 않을까?

“그래? 그것 괜찮은데? 이블리스!”

“옛, 전하.”

“전에 조사해 둔 놈들이 있다고 했지? 그것을 좀 가져와 보게.”

“옛!”

노마법사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눈동자들을 보며, 슬그머니 짜증이 솟아나오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범인의 색출이라는 과제와 연구의 진전이라는 서 로 간의 잇속이 맞아 떨어졌기에 둘은 그 목적을 위해 한 덩어리로 뭉칠 수 있었다. 그런 후 저 사내는 자신의 부하들과 함께 노마법사의 저택으로 본거지를 옮겼다.

우두머리인 듯한 사내는 상당히 예의가 발랐다. 자신이 죽인 견인족 열 마리와 키메라 열 마리의 값을 즉시 지불했을 뿐 아니라, 노마법사의 연구에 보태라고 거금 을 내놨던 것이다. 그리고 그와 그 부하들은 저택에 머물면서 집안사람들에게 예의에 어긋나지 않게 행동해 오고 있었다. 그것만 봐도 저들의 신분이 보통은 아닐 것이라는 것을 능히 짐작할 수 있었다. 저렇듯 몸에 밴 예절은 하루아침에 갖춰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무리 그렇다고는 하지만 여기에 머문 지가 며칠이 지났는데 아직도 저 시커먼 포대자루를 뒤집어쓰고 있다니……. 그것이 이쪽을 못 믿겠다는 듯한 시위처럼 느껴져서 문득 그것이 생각날 때마나 짜증이 났던 것이다.

“소문은 들었지만 키메라에도 종류가 참 많군요.”

이번에 새로 들어온 저택의 괴수들을 바라보며 복면의 사내는 흥미로운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야 자신들이 해치운 놈들을 대신할 키메라들이 도착했던 것이 다. 전에 저택에 있던 무시무시한 이빨과 섬뜩해 보이는 발톱이 달려 있는 커다란 개처럼 생긴 키메라가 아니라, 사람처럼 두 다리로 걸어 다니는 이상한 괴물 같은 키메라들이 스무 마리나 들어왔던 것이다.

키메라들은 노마법사의 지시를 들은 후 곧이어 저택의 으슥한 곳에 저마다 몸을 숨겨 버렸지만, 그들이 와서 몸을 숨기기 전까지의 과정을 흥미로운 시선으로 바 라보고 있던 복면의 사내가 말을 건 것이다.

“키메라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지. 어떤 것은 타이탄만 한 것도 있으니까 말이야. 그것은 오우거를 재료로 변형시킨 것이지만 소기의 목적만큼 강력하지는 못했지.

타이탄을 상대할 수 있도록 계획해서 만들어진 것이었지만, 실패작이었단 말이야. 변방에 출몰하는 몬스터나 상대할 수 있을까…, 타이탄을 상대한다는 것은 꿈에 서나 가능한 일이었지.”

“여러 가지로 연구를 하셨군요.”

“그럼, 그럼. 그건 그렇고 몇 가지 자료가 넘어온 것이 있는데 한번 보겠나?”

“그러지요.”

노마법사는 자신의 서재로 상대를 안내했다. 노마법사의 연구실은 그의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었는데, 그곳에는 여러 명의 마법사들이 일하고 있 는 매우 큰 규모의 연구실이었다. 그 때문에 그는 이번에 쥐도 새도 모르게 끼어든 이 손님들을 자신의 집에 조용히 머물도록 배려해 둔 다음, 그 자신은 연구소와 집을 들락거리면서 그 연구 결과를 알려 주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이거야. 전체적인 근육 조직, 뼈대의 흔적……. 모든 것을 종합해 봤을 때 이것은 아무래도 트롤의 변형이란 말이지.”

“이렇게 칼처럼 생긴 손을 가지고 있는 트롤이 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데요?”

“아, 그 칼 부분은 아주 딱딱하기는 하지만 생체에서 만들어지는 조직이야. 자네도 들어 봤겠지? 와이번이라는 놈을 말이야. 와이번을 개량해서 그 뼈대를 생성하 는 세포 조직을 이용한거야. 하지만 전체적인 뼈대의 형상은 와이번이 아니라 직립 보행하는 동물에 가깝게 설계되어 있지. 그것들 중에서도 가장 가까운 것은 트롤 “이야.”

“흐음…, 크라드마 경께서 그렇다고 하시면 믿어야 하겠지요.”

“생각 잘했네. 그런데 내가 이해할 수가 없는 것은 이 엄청난 근육 조직을 움직이려면 아주 특별한 피가 필요해. 생명력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피는 강력한 힘을 내는 근육 세포의 구석구석에까지 영양과 산소를 공급해 주지. 그리고 파괴된 조직을 재생해 주고 말이야.”

“그…, 그렇습니까?”

“지금까지는 트롤의 피가 키메라의 가장 각광받는 생명의 원천이었어. 그 엄청난 재생력과 약동하는 생명력은 그 어느 것과도 견줄 만한 것이 없었지. 자네 포션 이라는 것이 뭔 줄 알겠지?”

“그야 성직자들의 축복을 받은 생명수 아닙니까?”

당연한 듯이 말하는 복면의 사내를 보고 크라드마는 피식 미소 지으며 말했다.

“꼭 그렇다고만 할 수 없지. 맹물로 된 가짜 포션도 있지만, 일부 포션의 경우 트롤의 피를 가공 처리한 것도 있다네. 어떤 신전에서는 포션의 효력이 떨어지는 것 을 염려해서 그것을 조금 섞어서 판매하기도 하지. 그만큼 엄청난 재생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 트롤의 피야.”

“으음, 그렇군요.”

“트롤의 피는 그렇게도 강력하지만, 뛰어난 키메라를 만드는 데는 역부족이지. 상식 이상의 근력을 지닌 키메라를 만들려고 하면 그 힘을 버티지 못하고 근육과 뼈대가 분리되어 터져 나가거나 아니면 산소가 모자라서 괴사하는 경우도 생긴다네. 내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는 점이 이것이지.”

크라드마는 고개를 주억거리고 있는 상대를 잠시 바라보다가 다시금 말을 이었다.

“여기 이 자료를 보면, 뼈대에 붙은 치밀한 근육 조직을 통해 엄청나게 강한 힘을 내는 키메라라는 것을 알 수 있어. 하지만 그 조직을 지탱하는 피가 뭔지는 도저 히 알 수가 없더군. 뭔가 획기적인 것이 쓰였을 텐데 말이야. 그게 뭔지를 모르겠어……. 말라 죽은 핏덩이만을 가지고 알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으니까 말이야.” “그렇다면 도저히 알 수 없는 것입니까?”

“이것 하나는 확실하지. 알카사스에서 제작된 키메라는 절대로 아니야. 만약 그런 엄청난 생명의 원동력이 발견되었다면 벌써 보고가 올라갔을 테고, 그것을 나도 알았겠지. 내가 있는 연구소는 군대에 납품되는 키메라를 연구하는 곳이야. 당연히 뛰어난 키메라를 생산하는 기법이 발견되면 지체 없이 우리 연구소로 보고서가 올라오지.”

“그렇다면 딴 나라에 가서 알아 봐야겠군요. 그동안 신세 많이 졌습니다.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신 점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그럼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지금 떠날 텐가?”

“예, 더 이상 이곳에 있어 봐야 소득도 없을 테니까요.”

잠시 궁리를 하던 크라드마는 이윽고 결심을 굳힌 듯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그렇다면 나도 함께 가세.”

“예?”

“나는 키메라를 연구하는 사람이야. 그렇게 엄청난 것이 개발된 것이 확실하다면, 자네만 따라다니면 뭔가 얻어들을 수 있겠지. 안 그런가? 뛰어난 기사들과 마법 사들과 함께 여행하는 것은 정말 얻기 힘든 기회라는 것을 나도 잘 안다네. 데려가 줄 거지?”

한참 궁리하던 복면의 사내는 이윽고 한숨을 내쉬면서 허락했다. 어쨌든 저 마법사에게 신세를 진 것이 있기 때문이다.

“알겠습니다. 빨리 준비하시죠.”

“고맙네. 그런데 다음 목적지는 어딘가?”

방금 전에는 자신들의 신상 정보가 누출될 것을 우려하여 알려 주지 않았지만, 함께 행동한다면 행선지를 알려 주지 못할 것도 없었다. 그렇기에 복면의 사내는 무 뚝뚝한 어조로 짧게 대답했다.

“코린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