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4권 각 부별 내용 정리

마교의 장

제1부 묵향

무림의 초거대 문파인 천마신교(天摩神敎)가 아수혈교(阿修血敎)라는 단체의 움직임을 포착하고 회의를 하는 장면이 <묵향(墨香)>의 시작이다. 아수혈교는 약 80년 전 마교에 엄청난 피해를 입혔던 혈교(敎)의 후신이다. 여러 가지 대책이 오가다가 결국 새로운 고수들을 대량으로 육성하는 것으로 결론을 짓게 된다. 중원 각지에서 10세 미만의 어린아이 3천 명을 납치하여, 그들을 고수로 키운다는.

그로부터 10년 후, 주인공 묵향이 등장한다. 마교가 납치한 3천 명 중 한 명이었던 그는 2044호로 불리며 성장한다. 그러다가 그가 마침내 살수(殺手)로서의 교육 을 끝마쳤을 때, 묵향이라는 이름을 받게 된다. 그가 언제나 검은색 무복을 즐겨 입고, 그 외의 것들도 검은색을 너무 좋아했기에 붙여진 호칭이다.

그런데 그에게는 한 가지 장점이자 단점이 있다. 살수로 쓰기 위해 키웠는데 그의 검술 실력이 살수로 써먹기에는 너무나도 뛰어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상부에 서는 그를 애초 계획대로 일회용품이나 다름없는 살수로 써먹을 것인지, 아니면 좀 더 교육시켜 고수로 키워 볼 것인지 고민하게 된다. 묵향이 검술에 미쳐 있다는 것을 아는 대주는 묵향에게 따로 검술을 가르치지 않는다. 기초 검술 이외에 더 이상 검술을 배우지 못하자 묵향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검술에 대해 끊임없이 파헤 치고 분석하기 시작한다.

이때, 마교의 정보망에 아수혈교의 비밀 지부 한 곳이 걸려들게 된다. 이곳에서 수많은 강시가 제련되고 있다는 정보였다. 마교는 자신들이 직접 치는 것이 아니라 역 정보를 흘려, 정파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무림맹에 아수혈교 비밀 지부의 위치를 알린다. 하지만 마교의 바람과는 달리 무림맹은 황실 전복 세력이 있다는 거짓 정보를 황실에 흘려 그들을 끌어들인다. 황궁에서는 아수혈교를 모반을 일으켜 황실을 전복하려는 비밀 세력으로 오판하고 흑풍단(黑風團)이라는 황실 휘하 최강 의 무력 단체를 투입한다.

결국 아수혈교의 비밀 지부는 전멸당하지만, 흑풍단 또한 강시의 위력에 쉽게 회복하기 힘든 엄청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첩자를 통해 그 모습을 지켜본 마교는 자 신들이 생각한 것 이상으로 아수혈교가 훨씬 더 막강한 세력을 지니고 있음을 깨닫고,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수를 키우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묵향의 운명이 결정 지어지게 된 것도 이때였다. 살수로 쓰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검술 교관을 배정하여, 그의 특기인 검술을 더욱 심도 깊게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그에게 배정된 검술 교관은 환사검 유백이라는 자로, 묵향에게 절정에 이르는 편법을 일러 준다. 원래 절정의 고수가 되려면 자신이 익힌 초식의 틀에서 자유로워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렇기에 대부분의 고수들은 책을 읽는다든지, 아니면 초식의 연마를 잠시 접고 다른 일을 한다든지 하는 등으로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 런데 유백이 개발해 낸 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그는 초식을 분해하여, 더 이상 분해할 수 없을 정도까지 잘라 나가다 보면 결국에는 무초식(無招式)으로 들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었던 것이다.

묵향은 45세가 되었을 때, 사부 유백에게서 배운 편법을 완성해서 극강의 고수로 다시 태어나서는 무림에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아직 묵향이 어느 정도 뛰어난 무 공을 지니고 있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던 마교의 수뇌부는 그를 낙양의 부분타주로 임명한다. 마침 낙양분타가 세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강력한 무력이 필 요하다며 마교 총단에 지원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주위의 산적을 토벌하여 낙양의 표국 신용을 높인 묵향은 3년 후 표국 점유율을 6할 대까지 끌어올린다. 이때 소연이라는 소녀를 만나 나중에 수양딸로 삼게 된다. 낙양에서의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한 후, 묵향은 그 공을 인정받아 마교 5대 무력 세력 가운데 하나인 천랑대(千狼隊)의 백인장(百人長)으로 임명된다. 그 후, 한 가지 사건을 통해 그가 상상 이상으로 강력한 검술을 익히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고, 이에 마교의 지휘부에서는 그에게 새로운 임무를 하달한다. 그것은 당시 무림 최강의 고수들이라고 할 수 있는 3황5제(三皇五帝) 중 한 명인 뇌전검황(雷電劍皇)을 암살하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묵향은 뇌전검황을 암살하라는 명령을 무시하고, 그와 밤을 새워가며 무공에 대한 담소를 한 후 비무를 벌인다. 결국 비무에서 이기고 뇌전검황을 죽일 때 그의 정체를 묻는 뇌전검황에게 묵혼지주라 불러 달라 말한다. 뇌전검황과의 비무를 통해 그의 검술 실력이 당대 최정상급에 도달해 있다는 것을 만천하에 알린 것 이다. 그리고 그 공을 인정받아 마교에서는 묵향을 부교주로 임명하게 되지만 교주의 질시를 받게 되는 것 또한 이즈음이다. 왜냐하면 교주가 봤을 때 부하로 부리 기에는 묵향의 무공이 너무나도 강했기 때문이다. 마교는 강자지존(强者之尊)의 율법이 지배하는 세계, 묵향보다 무공이 떨어지는 교주로서는 그가 너무나도 부담 스러웠던 것이다.

부교주가 된 묵향을 위해 교주의 명으로 현철로 묵향의 상징인 묵혼검과 묵영비가 만들어지고, 묵향의 독립 호위대인 매란국죽의 사군자가 결성된다. 유백은 부교주가 되어 돌아온 묵향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며 기회가 된다면 마존무고에 있는 북명신공을 꼭 보라고 권한다.

그 후, 차분히 무공만 연마하고 있던 묵향은 어느 날 마교 뇌옥을 탈출한 천지문의 제자 세 명이 있다는 말에 신분을 숨긴 채 그들을 도와주다 그중 한 명이 자신의 수양딸인 소연임을 알게 된다. 그들을 마교에서 탈출시켜 주고 소연을 위해 천지문과 마교의 동맹을 맺어 주는 대신 5년간의 근신을 하게 된다.

묵향은 얼마간 수련에 열중하다가 더 이상의 진전이 없자 교주에게 북명신공을 볼 수 있게 해달라고 부탁하여 북명신공을 익힌다. 그러던 어느 날, 묵향은 사천당 문과 마교의 한 분타 간의 분쟁을 해결하라는 부탁을 받게 된다. 그 일을 처리하러 사천으로 가다 우연히 무림맹주의 딸인 옥령인을 납치하게 된다. 옥령인을 앞세 워 사천의 일을 원만히 해결하고 마교로 돌아왔을 때, 한 가지 사건이 벌어진다. 바로 암흑마교의 장인걸이 마교와 합치자는 요청을 해 온 것이다. 이에 마교의 수뇌 부는 장고 끝에 암흑마교와 재결합을 한다는 결론을 내린다.

조용히 지내던 묵향에게 마교의 교주가 다시 하나의 부탁을 한다. 무림맹주 옥청학의 140세 생일 초대를 받아 마교 교주의 딸인 한영영을 보내는데 그녀가 워낙 안하무인이라 묵향이 동행해 주었으면 하는 부탁이었다.

사실 옥령인이 묵향을 그리워한 나머지 할아버지 생신 때 묵향을 볼 수 있게 해 달라 조른 것이었고, 그 요청을 받은 마교 교주는 한영영을 핑계 삼아 묵향을 보낸 것이다. 무림맹주를 만난 묵향은 담소 중 현경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임무를 마치고 마교로 돌아온 묵향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교주의 배신이었다.

교주는 장인걸의 이간질에 넘어가 자신보다 강한 묵향이 적인 무림맹주에게 현경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것에 배신감을 느끼고 묵향을 제거하려 한다. 어느 날, 교주는 묵향을 비밀리에 불러 장인걸이 무림맹주의 두 손녀를 납치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하며, 그게 사실이라면 그녀들을 구출해 달라고 부탁한 다. 장인걸이 그녀들을 납치한 것이 정확한 정보인지 알기 힘들었기에, 교주가 직접 손을 쓰기는 어려웠던 것이다.

이미 무림맹 맹주의 손녀 중 옥령인과 인연이 있었던 묵향은 그 부탁을 흔쾌히 수락한다. 장인걸의 거처에 몰래 침투해 그녀들을 구출해 낸 묵향은 사전에 교주와 약속한 장소를 향해 달려간다. 그곳에서 교주는 장인걸 등 마교의 혜성 같은 고수들과 함께 주연을 베풀고 있는 참이었다. 교주는 그 자리로 그녀들을 데리고 오면, 아무런 의심 없이 주연에 참석하고 있는 장인걸을 윽박질러 해치우면 될 거라고 묵향에게 말해 놨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사건은 의외의 반전으로 흘러간다. 묵향과 장인걸이 싸우고 있을 때, 갑자기 교주와 또 다른 부교주 한 명이 묵향을 협공해 왔던 것이다. 묵향으로 서는 무방비 상태에서 뒤통수를 맞은 거나 다름없었다. 묵향이 큰 부상을 당한 상태에서 전열을 가다듬고 있을 때, 그가 보호하고 있던 무림맹주의 손녀들이 그를 암습해 온다. 묵향이 그녀들을 구출하며 건네줬었던 그의 검과 단검을 가지고.

이 모든 것은 음모였다. 묵향을 제거하려는 마교 교주의 제안에 무림맹주 옥청학은 마교의 최고수 하나를 없앨 수 있겠다는 판단에 자신의 손녀딸들을 이용하여 묵향을 암습하게 한다. 묵향은 앞에 포진하고 있는 교주 이하 고수들을 상대로 그녀들을 보호하는 입장에서 싸우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들에게 전혀 예상치 도 못했던 급습을 받다 보니, 도저히 피할 수가 없었다.

묵향은 단전과 심장에 검상을 입은 채 도망치다 결국 탄령하(嘆靈河)라는 마교 근처를 통과해 흘러가는 거친 강줄기에 몸을 던지게 된다.

전쟁의 장

마교에서 간신히 탈출해 생존하는 데 성공한 묵향. 하지만 그의 몸 상태는 절망적이었다. 지독하게 거친 물살에 떠밀려 내려오는 동안 그의 몸은 여기저기 짓이겨 진 상태였고, 더군다나 심장과 단전에 치명적인 상처까지 입은 상태였으니.

대송제국의 상장군 옥상은 그런 시체나 다름없는 묵향을 낚시도중 건져 낸 후, 그를 치료해 준다. 하지만 너무 큰 충격을 받은 탓인지, 묵향은 자신의 이름마저 기 억하지 못했다. 말도 제대로 못하고, 한쪽 다리를 심하게 절며 왼손마저도 이상하게 붙어 사람들은 그를 병신이라 불렀다.

묵향은 옥상 상장군의 집에서 하인으로 일하며 차츰 몸을 회복해 간다. 그러던 어느 날, 이를 이상하게 여긴 옥상이 의원에게 묵향을 진맥하게 하자 그의 몸에서 점차 막힌 혈도가 뚫리고, 내력이 돌아오고 있는 것으로 판명이 났다. 옥상은 묵향의 과거를 궁금해하면서 의원에게 무공을 가르치게 한다.

의원은 묵향이 잘 따르는 옥상의 막내아들에게 공부를 가르치면 묵향이 따라 배울 거라 생각하고 가르치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토납법을 가르치던 중 ‘대자 연의 기’라는 말이 나오자 묵향은 본능적으로 북명신공을 기억해 내고, 그의 몸은 엄청난 변화를 겪게 된다. 파괴됐던 단전이 복구되고, 모든 혈도가 뚫린 다음 환골 탈태를 거쳐 다시 한 번 정상의 몸이 된 것이다. 모든 걸 다 잊었을지라도, 그의 몸이 그것들을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옥상은 이런 사실을 자신의 아버지인 옥영진 대장군에게 알린다. 흑풍대의 수장인 옥영진 대장군은 과거 아수혈교와의 전투 때 막심한 피해를 입은 흑풍대의 피해 를 복구하기 위해 한 명이라도 더 많은 고수를 모집하고자 동분서주하고 있었다. 옥영진 대장군은 묵향을 데려다가 본격적으로 무공을 가르치는데 국화를 광적으 로 좋아해 사람들은 묵향을 국광이라는 이름으로 부른다.

옥영진 대장군의 도움으로 황궁무고에 들어간 묵향은 2년간 3천여 무공비급을 모두 읽는다. 옥영진은 청성파에서 5년간 수련하고 돌아온 손자 옥항을 제자로 삼 아 가르쳐 보라고 한다. 옥항을 가르치다 보면 과거의 기억이 돌아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무공을 가르치며 소일하고 있던 묵향은, 몽고와의 전쟁이 시작되자 옥영진 대장군을 따라 흑풍대에 소속되어 전쟁에 참전하게 된다.

묵향의 매력은 그 장대한 스케일에 있다. 그 당시 중원의 동북방을 주름잡고 있었던 것은 요나라였다. 그리고 차츰 세력을 키워 나가고 있는 몽고도 무시하기 힘든 세력이었다. 그리고 제국의 안전을 위해 이들을 정벌하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는 장군들의 발목을 잡는 간신배들. 그들은 자신의 권력욕에만 집착할 뿐, 대송제국의 앞날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묵향> 소설에서 주인공이 이끄는 주 스토리의 뒷배경에는 이런 거대한 제국 간의 정세가 인과율로서 깔려 있기에, 읽는 맛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송과 요, 고려와 몽고. 이 네 개의 나라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을 때, 그 전환의 기회를 만든 것은 고려였다. 요가 송과의 싸움을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먼저 후방 을 튼튼히 한다는 목적으로 고려를 침입했는데 그것이 최악의 수가 되고 말았다. 고려에 침입했던 요의 대군이 몰살당하자, 송으로서는 큰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송은 주력 부대를 이끌고 요를 향해 진격하고 싶었지만, 요와 몽고가 손을 잡으면 최악의 상황이 연출되기에 군부에서는 몽고를 어떻게 할지 고심하게 된다. 이때, 옥영진 대장군이 1만의 보병만 지원해 준다면 자신이 몽고를 토벌하겠다고 장담한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져, 묵향은 옥영진 대장군과 함께 몽고 벌판으로 달려가게 된 것이다.

옥영진 대장군이 거느린 것은 흑풍대 1만 기(騎)와 보병 1만 명이 고작이었다. 그는 이 제한된 병력만으로 몽고의 제왕이 거느린 10만 이상에 달하는 거대한 세력 과 싸워 나간다. 묵향은 옥영진 대장군의 골칫거리인 찬황흑풍대 사륙 백인대장이 되고, 그곳에서 오랫동안 같이 할 수하들인 마화와 임충을 만나게 된다. 묵향의 활약으로 11만의 몽고군 중 9만을 섬멸하며 초전을 승리로 장식한다.

몽고의 마을로 간 묵향은 과거 소연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하부르라는 소녀를 만나게 되고, 이상한 감정을 느껴 그녀를 하녀로 삼는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묵향은 어검술을 되찾게 되고, 어검술로 1대 1천의 대결을 승리로 이끈다. 몽고족은 철진천을 중심으로 12만 대군을 만들어 대항하지만 옥영진 대장군은 찬황흑풍대를 이 용해 전투에 참여한 부족에게는 잔인한 공격을 가해 몽고 부족의 연합된 힘을 깬다.

몽고와의 전쟁이 서서히 막을 내릴 때 마교에서 묵향이 아직 살아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된다. 기억을 잃어버려 예전의 무위까지는 아니지만 만약 기억을 되찾 아 예전의 무위가 되살아난다면 마교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고 판단, 묵향 암살 작전을 시행한다.

옥영진 대장군의 위상이 높아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던 간신 엄승과 묵향의 생존을 눈치 채고 호시탐탐 그를 끝장낼 기회를 노리고 있던 마교가 손을 잡은 것이

다. 그들의 기습 작전은 철저하기 그지없었다. 마교에서는 묵향이 동자공을 익혔다는 것을 생각해 내고, 음희 설약벽을 보내 그를 유혹하고, 그의 뒷배를 봐 주는 옥 영진 대장군을 없애려고 한다. 하지만 묵향은 동자공을 익힌 것이 아니었다.

뒤늦게 설약벽에게서 그런 사실을 알게 된 묵향은 옥영진 대장군의 집으로 가지만 옥영진은 이미 규화보전을 익힌 해공공에 의해 숨진 상태였다. 분노한 묵향은 쳐들어온 마교 천랑대의 천랑검진을 황궁의 미완성 무공인 파황천류도를 시전하여 박살을 낸다. 하지만 예전의 몸 상태가 아닌 묵향이었기에 곧 위기에 빠진다. 능 비계와 해공공은 묵향이 기억을 되찾기 전에 죽이려고 추적을 하고, 도망을 가다 물에 빠진 묵향은 그제야 예전의 기억을 모두 되찾고 북명신공을 이용해 주위의 대 지로부터 공력을 흡수한다.

마지막 순간에 기억을 되찾은 묵향은 자신을 죽이러 온 마교 세력들을 오히려 자신의 부하로 삼아 버린다. 그가 자신은 외인(外人)이 아니라 마교의 한식구임을 밝히고, 현 상황은 교주와 자신 간의 세력 다툼이라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으로 약육강식, 강자지존의 율법을 지키는 마교는 능력만 있다면 쿠데타를 인정하는 집단이다. 그렇기에 묵향이 교주가 되겠다는 야심을 천명한 이상, 그 밑에 있는 마교의 고수들은 교주와 묵향 둘 중 하나를 택할 자유가 주어지게 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상황이 정리되자 묵향은 자신을 이 모양으로 만든 교주와 장인걸 부교주에게 복수를 다짐한다.

혼돈의 장

묵향은 복수를 하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염왕대를 흡수한 후, 옥영진 대장군의 관저에서 3백 리 떨어진 흑룡문을 접수하여 거처 로 삼는다. 묵향은 곧 커다란 세력을 원활하게 운용하기 위해서는 모사(謀士)가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천마문의 문상이었던 설무지를 영입한다. 그러면서 살아남 은 찬황흑풍대의 잔존 세력을 자신의 휘하로 끌어들인다. 자신의 무공이 천하제일일지는 모르지만 한 손이 여러 손을 당하지 못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기 때문 에 세력 확장에 최선을 다한다.

이쯤 되자 무림의 모든 이목이 묵향에게 집중된다. 그러나 묵향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세력을 키우기 위해 무림을 휘젓고 다닌다. 그러다가 정보 단체의 필요 성을 느끼고 살막을 흡수하기 위해 찾아갔지만 거절당하고, 하오문의 총타가 있는 구산 천영루를 찾아가기로 한다. 살막에서는 묵향이 하오문을 흡수하게 되면 살 막의 필요성이 없어진다는 것을 알고는 필사적으로 묵향을 추적한다.

그러던 어느 날, 묵향은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익은 검을 우연히 본 뒤 그 검을 가진 사람을 몰래 따라간다. 검의 주인이 검을 뽑자 그 검이 자신의 사부 유백의 명옥 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래서 묵향은 검을 누구에게 얻었냐고 물어본다. 그는 자신에게 10년 동안 검술을 가르쳐 준 사람에게 받았다고 하자 묵향은 그 사람 의 이름을 묻는다. 이름은 모르고 별호가 독고구패라고 대답하는 명옥검의 현 주인.

묵향은 독고구패가 자신의 사부를 죽이고 명옥검을 빼앗아 물려준 것이라고 생각하고 사부의 복수를 하기 위해 그 검의 주인을 잡아 모진 고문을 가한다. 그냥 쉽 게 죽이기 싫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국 독고구패와 자신의 사부 유백이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유백은 묵향이 죽었다고 오해를 하고 마교를 나와 이 리저리 떠돌아다니다 자신의 검법인 무형검법이 사라질까 봐 새로운 제자를 받아들인 것이다.

묵향은 그 검의 주인과 한 번 겨루어 보고는 사부에게 제대로 배웠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이 독고구패의 마지막 제자 묵향이란 것을 밝힌다. 묵향은 여기서 유백이 몹시 괴로워하다가 숨을 거뒀다는 말을 듣게 된다. 묵향에서의 설정은 정파 무공은 내력이 조금씩 오르지만 안전하고, 마공은 단시간 내에 급격하게 내력이 오르는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마공의 단점은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하지 못하면 죽을 때 내공이 흩어지며 엄청난 고통을 받는 것으로 되어 있다.

자신에게 문제가 생겨 기억만 잃지 않았다면 사부를 그렇게 죽게 만들지 않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자 묵향은 너무나 괴로워한다. 현재 묵향의 실력이면 별 고통 없 이 사부의 내공을 없애 버리고 북명신공을 이용해 죽을 때 고통스럽지 않아도 되는 새로운 공력을 채워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쩌면 사부를 극마의 경지에 오르게 해서 오래 살게 할 수도 있었을 텐데, 최악의 경우 사부가 고통받지 않고 죽도록 한 번에 베어드릴 수도 있었을 텐데하는 후 회를 하게 된다. 어릴 적 기억이라고는 끌려와 혹독한 훈련만을 받았던 기억밖에 없는 묵향으로서는 자신의 진전을 아낌없이 전해 주며 관심을 주던 사부 유백이 가 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옆에 없었기에, 더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가 옆에 있었기에 묵향이 가장 존경했던 사부는 내공이 깊은 만큼 장시간의 고 통을 받았을 것이라는 걸 마교에서 자라난 묵향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묵향은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부를 잃었다는 슬픔에 젖어 지내던 중 또 한 명의 현경 고수인 전진의 혈마를 만나게 된다. 그와의 만남에서 많은 것을 깨달게 된 묵향. 그리고 묵향의 뒤를 추적하던 살막은 묵향에게 자신들을 받아 줄 것을 요청한다.

섬서분타로 돌아온 묵향은 마교 교주로부터 양녀로 삼은 소연을 잡고 있다는 말을 듣지만 묵살하고 전면전을 벌일 것을 선포한다. 그리고는 자신의 세력을 확장시 키기 위해 비무대회를 열고 강자들만 골라서 포섭한다. 묵향은 혈마를 만나 자신이 현경의 경지에 오르고 너무 자만에 빠졌다는 것을 안 뒤 수련을 다시 시작한다. 그러던 중 마화의 부탁으로 진영 공주의 호위를 맡게 된다. 하지만 우연히 진영 공주가 묵향을 핍박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일로 묵향은 진영 공주에게 복수할 마음을 먹게 된다. 묵향은 진천왕이 공주를 노리고 있음을 이용하여 공주를 빼내 온갖 생색을 내며 괴롭힌다.

진천왕의 살수들이 습격을 해 오자 경공만 잘하는 표사 역할을 하며 진영 공주의 진을 다 빼놓는다. 실컷 분풀이를 한 묵향이 진천왕의 마수에서 빠져나와 진영 공 주를 무사히 어림군 사령부에 인도할 때 진영 공주는 자신이 그동안 당한 걸 복수하기 위해 1만 어림군에게 묵향을 잡으라는 명을 내린다.

하지만 묵향은 오히려 진영 공주를 볼모로 삼아 오뉴월 개 패듯 두들겨 패 버린다. 어림군은 공주가 묵향 손에 잡혀 있었기 때문에 감히 손도 못쓰고 공주가 두들 겨 맞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공주 신분에 맞는다는 것을 상상이나 했을까? 공주가 울면서 살려 달라고 빌자 그제야 겨우 묵향은 공주를 용서해 준다.

한편 마교 교주는 자신이 장인걸의 꾀에 넘어가 묵향을 축출했다는 것을 깨닫고 묵향에게 장인걸의 손이 미치지 않은 마교의 세력 일부를 보낸다. 마교 교주는 그 후 마교 제일의 무력 단체인 천마혈검대까지 보내려 하지만 이미 그 수장인 구양운 장로는 장인걸의 편이 된 뒤였다. 교주의 행동을 알아차린 장인걸은 함정을 파서 교주와 무림맹주를 사로잡는 데 성공한다.

장인걸은 교주와 그의 가족을 인질로 삼아 어찌 보면 마교에서 가장 막강한 고수 집단인 원로원의 독수마제가 마교에 개입하려는 것을 막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다. 그때 정파에서는 무림맹주가 실종이 되자 신임 맹주 자리를 차지하려는 세력 간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벌어진다.

복수의 장

묵향은 세력의 확장을 위해 실력이 뛰어나지만 소속된 방파가 없는 고수들의 명단을 작성하고 이들을 포섭할 계획을 세운다. 그러던 와중에 살수 흑월야사 전룡의 암습을 받는다. 전룡은 만독불침인 묵향에게 독한 몽혼약에 춘약과 산공분을 섞어서 묵향의 엉덩이를 찌른다. 하지만 그 상태에서도 일대일 대결을 한 묵향은 전룡 을 꺾고 정신을 잃는다. 전룡의 실력을 높이 산 묵향은 그를 죽이는 대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그를 수하로 삼는다.

한편 장인걸은 꿈에도 그리던 마교 교주로 등극하고 마교를 완전히 장악한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의 세력이 묵향 쪽으로 넘어간 뒤라 온전한 마교가 아니었다. 이 에 장인걸은 묵향을 이용해 정파 무림을 칠 계획을 세우고 그를 포섭하려 한다.

묵향은 장인걸과 손을 잡는 척하며 마교 본산으로 가는 도중에 있는 문파를 소리 소문 없이 점령하여 3백 리마다 하나씩 보급기지를 만들면서 착실히 마교를 칠 준비를 한다. 그리고 장인걸의 제의를 수락한 것처럼 보이기 위해 정파의 몇몇 방파를 치는데 이에 장인걸은 인질로 잡혀 있던 묵향의 양녀 소연을 돌려보낸다.

정파의 최강 정보 수집 단체인 무영문의 너구리 옥화무제는 무영문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묵향에게 정략결혼을 제안하지만 거절당한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손 녀 매영인을 인질로 주면서까지 묵향과 관계를 맺는다. 그리고 황제가 죽었다는 정보를 입수하자마자 2황야를 빼돌려 그를 황제로 앉힐 계획을 세운다. 묵향은 설 무지와 함께 마교 본산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때, 마침 정파에서 섬서분타를 공격한다는 정보가 입수된다.

위기를 느낀 장인걸은 원로원의 수장인 독수마제에게 묵향이 마교의 일에 외부 세력을 끌어들였다고 도움을 청하지만 마교의 율법은 바로 힘. 독수마제는 묵향이 자신보다 강하고, 또 흑풍단은 이미 해체되어 버린 단체이니 상관없다면서 자신을 비롯한 원로원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중립을 선언한다. 결국 장인걸은 더 이상 버 틸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도망친다.

도망치는 장인걸을 묵향은 더 이상 쫓지 않는다. 자신이 강한 만큼 자부심도 대단했기에 장인걸 정도는 언제든 상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강자지존이 원칙인 마교는 묵향을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로서 마교 내의 모든 크고 작은 일은 군사 설무지에 의해 입안되고, 수석장로 여지고를 통해 실행되게 된다.

묵향이 교주가 된 후, 교주가 지니고 있던 막대한 권한을 상당 부분 수하들에게 이양한다. 장로원의 권한을 크게 만들어 자신이 없어도 아홉 명의 장로가 설무지와 내·외총관과 협력하면 문제없이 마교를 이끌어 가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묵향의 성격상 복수를 하기 위해서 세력이 필요했었을 뿐, 그 외에 다른 것은 흥미가 없었 던 것이다. 이제 복수를 끝마친 이상 그의 관심은 오로지 무공으로만 집중됐다.

기분전환 겸 유유히 여행을 다니던 묵향은 우연히 한 객잔에서 전설적인 고수 구휘가 묻혀 있다는 무덤에 대한 소문을 듣게 된다. 그 무덤에는 흑묵검과 북명신공 이 있다는 소문이었다. 구휘는 무림 역사상 최강자로 꼽히는 전설적인 고수로 북명신공은 그가 천하를 떠돌며 모은 무공과 그동안 깨달은 심득과 합해 적은 비급이 었다. 북명신공은 원래 두 권이었고, 한 권은 자신의 아들에게 맡겼지만 다른 한 권은 품속에 지니고 있었다는 말과 함께.

묵향은 그 말을 듣자마자 그 사람들을 몰래 따라가기 시작한다. 놈들을 10일이나 따라가 철우산에 도착했고, 그는 그곳에서 함정에 빠진다. 사실 구희의 무덤은 장 인걸과 혈교가 묵향을 꾀어내기 위해 만들어 낸 것이었고, 그곳에는 수많은 혈교의 고수들과 장인걸이 보유한 비장의 무기인 천령강시들이 매복하고 있었던 것이 다.

묵향은 어검술로 하나씩 차분히 적들을 없애 나간다. 묵향에게 강시들이 차례차례 죽임을 당하는 것을 본 장인걸은 대천악마나진의 발동을 명령한다. 대천악마나 진은 마교의 1천 년 역사에서 단 두 번밖에 사용되지 않았던 전설적인 진세로서, 마기와 요기를 지닌 인물에게는 힘을 보태어 주고, 그렇지 못한 인물들은 평상시 힘의 반도 못 내게 만드는 그런 무서운 진세였다.

하지만 미처 장인걸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묵향 또한 마인이라는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오히려 대천악마나진 안에서 더욱 힘을 얻었고, 결 국 강시들을 모두 다 파괴해 버리는 데 성공한다.

전세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자, 혈교도들이 앞으로 나선다. 혈교의 3백 명 고수 중에 혈교 교주와 1백 명 고수가 이상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고, 나머지 2백 명 은 묵향이 도망치지 못하게 옭아매는 주문을 외운다. 혈교가 자랑하는 최고, 최강의 주문인 묵령시분술을 사용하려는 것이었다. 묵향은 그 진세에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쳤지만, 그가 거기에서 빠져나오기도 전에 묵령시분술이 발동한다. 혈교 교주나 장인걸 등은 묵향의 시체도 남기지 않고 없애 버리는 것에 성공했다고 생 각했지만, 사실 묵령시분술은 상대를 죽이는 술법이 아니라 상대를 차원 이동시켜 버리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묵향은 검과 마법이 난무하는 판타지의 세계로 떨어지게 된다.

단, 4권이라는 분량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방대한 스케일에 무협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호쾌함이 묻어나는 <묵향> 1부. 어쩌면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배제 하고 굵은 획을 긁듯 이끌어 나간 스토리가 독자들의 환상을 극점까지 끌어올렸는지 모른다. 1부를 읽다 보면 아직 끝나지 않은 수많은 이야기들이 살아 숨쉬고 있 음을 절실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제2부 외전 : 다크 레이디

묵향, 판타지 세계로 가다

혈교와 장인걸의 음모로 낯선 세상에 떨어진 묵향은 하늘에 떠 있는 달이 두 개인 것을 보고 이곳이 자신이 살던 무림이 아닌 것을 마침내 알아차린다. 4일 밤낮을 달려 인가를 발견한 묵향은 그곳에서 만난 여자 아이가 하는 말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묵향은 말이 통해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기에, 먼저 말부터 배우기로 작심한다.

묵향은 이곳에서 생활하자면 상대편이 발음하기 편리한 이름이 하나 있어야겠다는 것을 깨닫고, 묵향과 뜻이 비슷한 다크라는 이름을 짓고는 블레어 가족들과 생 활한다. 그 후 2년이라는 세월을 보내며 이곳 언어를 어느 정도 익히고, 또 약간의 돈까지 저축한 다크는 마침내 무림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기 위해 블레어 가족을 떠난다.

다크는 여행 도중에 용병인 팔시온 일행을 만나 그들과 합류하게 된다. 그는 팔시온 일행과 다니며 지금 자신이 있는 세계의 많은 정보를 알게 된다. 용병이라는 직업 자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생명을 담보로 돈을 버는 직업이었기에 아는 것이 많았던 것이다.

평화롭게 여행하던 것도 잠시, 그들은 우연히 한 가지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 결과 악당들을 해치우고 기억이 봉인된 예쁘장한 여자 아이 한 명을 구하게 되는 데 그녀의 이름은 라나였다.

2주간의 여행 끝에 트루비아의 수도 샤헨에 도착한 다크 일행은 샤헨 아카데미를 찾아간다. 다크는 그곳에서 자신이 당했던 진법을 도형으로 설명하며, 자신이 알 고 있던 세계와 완전히 다른 곳으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이에 마법사는 그건 차원 이동 마법으로, 다른 차원으로 가는 것은 쉽지만 특정 차원으로 되돌아가기는 힘 들다며 다크가 다시 원래 세계로 돌아가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대답을 해 준다. 이 사실을 알게 된 다크는 절망하지만 하나의 위안도 있었다. 자신이 차원 이동을 해서 왔기 때문에 다시 차원을 넘어 자신이 예전에 살던 곳으로 돌아갈 수도 있을 거라는 희망이었다.

샤헨 아카데미에서 마법사의 도움으로 기억을 되찾은 라나는 자신이 악당들에게 빼앗긴 물건이 ‘드래곤 하트’라는 것을 밝힌다. 우여곡절 끝에 트루비아의 근위 기사단장 시드미안의 요청으로 드래곤 하트를 되찾는 일을 떠맡게 된 팔시온 일행. 다크는 그 일에 동참하는 조건으로 라나와 헤어질 것을 요구한다. 한마디도 지지 않고 끝까지 따지고 들며 재수 없게 말을 찍찍 내뱉는 라나가 매우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근위기사단장 시드미안이 합류하여 더욱 전력이 증대된 상태에서 용기백배하여, 그들은 드래곤 하트를 훔쳐간 자들의 흔적을 쫓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잊혀져 버린 어떤 마법사의 폐가에서 다시 라나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라나와 다크의 감정싸움이 다시 시작된다.

이때 일행들은 그 폐가의 지하에 던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들은 던전을 탐험해서 그곳에 숨겨져 있는 마법 서적 등을 발견해 낸다. 고위급의 마법 서적 이나 연구서는 대단한 가치를 지닌 보물이었기에, 그들로서는 희희낙락할 수밖에 없었다.

바로 그때, 악당들의 두목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에르와 그의 제자가 등장한다. 토지에르는 5사이클 최강 마법으로 다크를 공격하지만 그게 통하지 않자, 나중에 는 기사단에 연락하여 최강의 마법 병기인 타이탄까지 동원해서 공격을 가한다. 하지만 다크는 검 하나로 공격에 동원된 로메로급 타이탄들 중 한 대를 박살 내 버 리고, 적들은 재빨리 후퇴해 버린다.

작전이 실패했다는 보고를 받은 토지에르는 다크가 적국인 코린트에서 보낸 소드 마스터인 줄 알고 없애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마스터급의 검객을 없애는 것이 쉬 운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토지에르는 혹시나 하고 상대에게 저주를 걸기로 한다. 그전에 다크와 싸웠을 때, 상대가 검술은 강하지만 마법에 대해서는 무지하다는 점을 떠올렸던 것이다.

토지에르의 예상대로 다크는 어이없게 저주에 걸려 버린다. 그것도 최악의 저주라고 불리는 디스라이크에 말이다. 디스라이크는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대상으로 변하는 저주다. 그때 다크는 라나와 함께 다니며 한참 그녀와 감정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녀에 대한 짜증과 혐오가 극도에 이른 상황이었기에, 다크는 어이없게도 라나의 모습으로 변해 버렸다. 아마도 그녀가 없었다면 다크의 모습은 장인걸의 그것으로 바뀌었겠지만…..

토지에르의 저주로 인해 검술의 궁극을 이론상으로만 완벽히 터득한 어린 여자 애가 되어 버린 다크. 팔시온 일행 중 미디아와 옷을 사러 간 다크는 남자 옷을 원 하지만, 미디아는 다크에게 여자 옷을 입히는 것도 재미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여자 옷을 주문한다. 다크는 옷을 벗지 않으려고 반항하지만 미디아의 “계속 반항 하면 기절시켜서 벗긴다”는 말에 체념을 하고 만다. 천하를 오시하며 수많은 고수들을 수하로 거느렸던 다크가 그런 협박에 무너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 아이러니하 다. 너무나 절망적인 상황에 다크는 매일 술을 마시며 지낸다.

토리아의 수도로 간 다크 일행은 아데나 신전을 찾는다. 아데나 신전은 신탁으로 유명한 곳이니만큼, 드래곤 하트의 행방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에서였 다. 그곳에서 그들은 다크의 저주를 풀기 위해 축복도 받아 보지만, 다크의 모습은 변함이 없다.

아데나 신전에서 신탁을 통해 얻어낸 것은 머리에 뿔이 세 개 달린 청색 괴물이 그려진 그림이다. 그것을 보고 일행은 블루 드래곤을 떠올린다. 그 외에는 뿔이 세 개나 달린 위압적인 모습의 괴물을 생각해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확실한 것을 알아내려면 블루 드래곤을 만나 물어보는 것이 가장 좋을 거라고 생각한 일행은 알 카사스로 향한다.

한 달 후, 알카사스에 도착한 일행은 공간 이동을 통해 미네온으로 이동을 하고 미네온의 마법사 길드로 향한다. 마법사 길드를 찾아가서 노마법사를 만나 저주를 풀 방법을 물어봤지만 그 저주, 즉 디스라이크는 시전자밖에는 풀 수 없다는 것을 듣고 다크는 또다시 절망하게 된다. 하지만 그때 마법사는 불쌍하다는 눈빛으로 한 번 간 길을 다시 가기는 쉬운 법이라는 조언을 해 준다.

그 말에 힘을 얻은 다크는 예전에도 끈기와 집념만으로 현경의 경지를 이루었는데, 지금이라고 다시 못 할 이유가 없다 생각하고 예전 무공의 3할이라도 찾기 위

해서 다시 무공을 수련하기 시작한다. 그 처음 단계로 다크는 태허무령심법을 이용하여 기초를 다지기 시작한다.

드래곤 하트의 행방을 찾아 블루 드래곤 키아드리아스를 찾아간 일행은 그곳에서 키아드리아스 대신 카렐이라는 엘프를 만나게 된다. 그에게 블루 드래곤의 생김 새를 물어본 결과, 뿔이 세 개가 아니라 한 개임을 알고 일행은 한편으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또 한편으로는 암담함을 느낀다. 목숨을 걸고 이곳에 온 것이 헛 걸음이었던 것이다.

이때 다크는 가녀린 몸매를 하고 있는 카렐이 엄청난 실력을 보유한 검객이란 걸 알아봤고, 카렐 또한 다크가 범상치 않은 인간임을 느낀다. 대화를 주고받으며 그 둘은 마음이 통했고, 다크는 자신에게 있었던 비극적인 일들을 카렐에게 솔직히 이야기한다.

카렐은 다크에게 힘을 되찾은 후 한번 겨뤄 보자는 뜻을 전하면서, 자신이 끼고 있던 반지를 선물한다. 겉으로 봤을 때는 그리 대단해 보이지 않는 반지지만, 이 반 지야말로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를 봉인해 놓은 전설의 반지였다.

다크, 나이아드의 힘을 얻다

다크 일행은 신탁으로 받은 그림이 마왕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에 미네온 마법사 길드를 찾는다. 그들은 그곳에서 흑마법에 정통한 인물을 찾고, 그곳에서 한 노마법사를 소개받는다. 노마법사는 신탁의 그림을 본 후, 그것과 가장 비슷한 형상을 하고 있는 것은 ‘어둠의 대마왕 크로네티오’라고 알려 준다.

흑마법의 설명을 들은 다크는 하위 마신의 흑마법으로는 상위 마신과 계약을 맺은 자에게 타격을 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에게 크로네티오보다 더 강한 마 왕을 불러 달라고 부탁한다. 그 마왕과 계약하는 것으로 저주에서 벗어나려는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노마법사는 놀라운 얘기를 해 준다. 마왕과 계약하여 흑마 술사가 되면, 그 시점부터 점점 마성이 자라나 일정 시간 후에는 영혼이 마왕에게 완전히 먹혀 버린다는 사실을 말이다.

한편 코린트에서는 트루비아에서 드래곤 하트를 도난당한 사건의 조사가 진척이 없자, 자신들이 직접 개입하기로 결정한다. 발렌시아드 대공으로부터 전권을 위 임받은 마법사 지오네는 부하들을 이끌고 시드미안을 찾아온다. 그는 그곳에서 시드미안에게서 지휘권을 넘겨받고, 삼류 용병쯤으로 생각한 다크 일행을 즉석에서 해고한다.

코린트에서 드래곤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와 지오네 일행은 다시 키아드리아스를 만나러 가게 된다. 시드미안은 이미 블루 드래곤 키아드리아스 를 찾아갔던 적이 있었지만, 지오네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 사실은 알려 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키아드리아스가 살고 있는 그레이시온 산맥으로 간다.

한편, 지오네로부터 해고된 팔시온 일행은 따로 떨어져서 어디로 갈 것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 틈을 이용하여 미디아는 다크를 데리고 마법 상점으로 가 장갑을 하나 선물한다. 바로 근력 증가의 마법이 걸려 있는 마법 도구였다. 두 배의 힘을 낼 수 있는 이 장갑은 지금의 다크에게 제일 필요한 것이라 생각되어 일행들이 의 논해 선물한 것이다.

토지에르는 시드미안이 일행을 부른 것처럼 유인해서 다크 일행을 사로잡는다. 다크는 자신을 여자로 만든 토지에르를 보고 화가 나서 공격하지만 여자로서는 역 부족. 다시 사로잡히고 만다. 토지에르는 다크가 예전에 자신이 저주를 건 그 소드 마스터라는 것을 알고 기억을 봉인하려 하지만, 마법이 전혀 통하지 않자 자세히 조사해 본다. 그 결과 그녀의 손가락에 끼여 있는 최강급의 아이템, 아쿠아 룰러의 존재를 알게 된다. 이에 토지에르는 다크를 죽이기보다는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 기 위해 노력한다.

한편, 키아드리아스를 만나러 간 지오네 일행은 엘프 카렐의 집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보물에 눈이 먼 지오네와 그의 부하들 때문에 스톤 골렘들이 깨어난다. 이때, 집으로 돌아온 카렐은 스톤 골렘들을 보고 분노한다. 그 골렘들은 집 안의 물건을 훔쳤을 때만 깨어나기에, 저들이 도둑질을 했다는 증거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카렐은 엘프답지 않게 곧바로 타이탄을 꺼냈고, 공간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낸 타이탄은 골든 나이트였다. 드워프와 엘프가 공동 제 작한 세상에 단 한 대밖에 없는 전설적인 타이탄으로, 단숨에 지오네와 그 부하들을 모두 해치워 버린다. 물론 시드미안과 그의 부하는 자신에게 반항하지 않았기에 살려준다.

다크를 회유하려는 토지에르는 감금 생활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지내는 다크에게 세린이라는 묘인족 노예를 붙여 준다. 토지에르 나름대로는 다크를 회유하기 위 해 최선을 다했지만, 그게 다크의 마음에 들 리 만무했다. 자신의 몸을 이 모양으로 만든 원흉이 바로 토지에르였으니 말이다.

그다음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과거 코린트와 어깨를 겨룰 수 있을 정도의 대 제국이었다가 몰락해 버린 크라레스 왕국이 그 판도를 넓혀 가는 과정이다. 크라레스 가 가장 먼저 선택한 제물은 바로 남쪽에 있는 스바시에 왕국이다. 비밀리에 숨겨 두고 있는 기사단까지 있었기에 스바시에 왕국쯤은 단숨에 점령해 버릴 저력을 보 유하고 있었지만, 크라레스 왕국은 자신들의 힘이 밖으로 드러나기를 원치 않는다. 자신들이 복수를 꿈꾸고 있다는 걸 코린트 제국이 눈치라도 채는 날에는 곧바로 멸망당할 게 뻔했기 때문이다.

크라레스가 스바시에와 전쟁을 벌이기 위해 왕궁에 배속된 병력을 밖으로 돌렸을 때, 다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탈출을 감행한다. 그녀는 탈출하던 도중에 크 라레스 왕국 최고의 비밀 병기인 청기사와 만나게 되고, 계약을 맺게 된다. 최선을 다해 도망쳤지만, 결국 그녀는 탈출에 실패하고 도로 붙잡혀오게 된다. 자신의 방 으로 되돌아온 다크는 그곳에서 세린의 손발에 나 있는 멍 자국을 발견하게 된다. 다크의 감시를 제대로 하지 못한 세린이 문책당한 자국이었다. 울고 있는 세린을 토닥거리며 다크는 탈출을 포기한다. 힘이 없는 상태에서 탈출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확실히 느꼈기 때문이다.

드디어 크라레스 왕국이 오랫동안 준비해 온 스바시에 왕국과의 전쟁이 시작된다. 크라레스는 자신들의 속셈을 숨기기 위해, 스바시에와의 전쟁에서 자신들이 지 닌 전력을 몽땅 다 쥐어짜서 투입한 것처럼 꾸며, 코린트를 속이는 데 성공한다. 그 결과 크라레스가 스바시에를 멸망시켰지만, 모두들 크라레스가 간신히 이긴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스바시에의 구원 요청에 응했다가, 파견했던 타이탄들을 몽땅 다 상실해 버린 이웃 왕국 치레아 역시 머지않아 멸망의 길을 걷게 된다. 그때 잃어버린 군사 력을 보충할 여력이 없었던 탓이다.

한편, 다크는 크라레스의 국왕을 만나고, 국민들을 위하는 소박한 국왕의 인품에 매료된다. 자신을 도와 달라고 요청하는 국왕 다크는 그 요청을 받아들인다. 그 결과 다크는 크라이드 남작으로 봉해지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여자의 몸이라는 것을 서서히 인정하면서도, 남성인 자아와 여성인 육체의 사이에서 갈등하는 다크.

하지만 그는 평소의 성격대로 더 이상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대범하게 넘겨 버린다.

스바시에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크라레스는 승전 무도회를 여는데 그곳에서 다크는 코린트의 기사 까미유를 만나게 된다. 다크가 뛰어난 정령술사라고 오해한 까 미유는 그를 납치하기 위해 한바탕 난리를 친다.

정령왕 나이아드를 봉인한 반지를 얻은 것이 행운이었을까? 아니면 불행이었을까. 나이아드는 자신과 인간계를 연결해 주는 약속의 매개체인 아쿠아 룰러를 소유 할 만한 자격이 다크에게 있는지 시험한다. 그 시험은 너무나도 처절하다. 매일매일 죽도록 고생하던 다크는 천천히 무공을 회복하던 것을 포기하고, 가장 급진적인 방법을 선택한다.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힘들었기에 무리수를 둔 것이었다.

다크는 마교 최고의 속성심법인 천마구령심법에다가 북명신공까지 혼합해서 단 일주야의 수련으로 환골탈태를 이루어 낸다. 하지만 너무 심한 무리수를 둔 덕분 에 다크는 마기(魔氣)가 골수까지 뻗어 이미 이성을 상실해 버린 상태였다. 하지만 아직까지 완전히 폭주하지는 않고 있는 상태, 그 상태에서 시내 구경을 하던 도 중 미쳐 버린 다크. 그녀를 막기 위해 소드 마스터인 루빈스키 공작이 나서게 된다. 루빈스키 공작은 이 상황을 진압하기 위해 자존심까지 던져 가며 3대 1로, 그것 도 타이탄까지 동원해서 간신히 다크를 제압한다.

이때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 등장한다. 그의 이름은 아르티어스. 거대한 말토리오 산맥을 통째로 자신의 안방으로 삼고 있는 골드 드래곤이다. 그는 한눈에 다크가 손가락에 끼고 있는 반지가 아쿠아 룰러라는 사실을 파악하고, 그녀를 자신에게 넘겨줄 것을 요구한다. 정령왕의 반지가 악한의 손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으 려는 생각이었다. 처음 의도는 어떻든 간에 이런 사정으로 인해 희대의 고수와 골드 드래곤이 한 집에서 살게 된다.

드래곤의 아들

지금껏 자식을 낳아 키운 적이 없었던 아르티어스는 기억을 잃은 다크를 돌보며 점차 그녀에게 빠져 들기 시작한다. 드래곤은 인간과 일정 거리 이상 가까워지기 힘들지만, 다크는 이런 독특한 상황으로 인해 드래곤의 사랑을 얻고, 부자의 연을 맺게 된다.

다크가 나이아드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것을 차마 방관할 수 없었던 아르티어스는 나이아드와 거래를 시도한다. 하지만 나이아드는 그녀를 놓아 줄 생각이 전혀 없 었다. 다크가 아쿠아 룰러의 주인이 될 자격이 있는지 시험하던 도중, 그녀의 엄청난 능력을 발견한 나이아드는 그녀의 정신을 완전히 지배하여 자신의 계획에 이용 할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것을 안 아르티어스는 나이아드의 계획을 방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다크에게 용언 마법을 가르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지만, 성과는 없이 시간만 계속 흘러간 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아르티어스는 나이아드를 불러내어 다만 1년만이라도 시간 여유를 달라고 사정한다. 그 짧은 시간만이라도 자신의 사랑하는 딸 이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랐던 것이다.

그럭저럭 하는 동안에 다크의 봉인된 기억이 해제된다. 기억이 되돌아온 다크는 아르티어스의 품을 떠나 자신의 자리, 즉 크라레스 왕국으로 돌아온다. 기나긴 시 련을 겪는 과정에서 다크는 다시금 자신의 힘을 되찾았고, 그런 그녀에게 국왕은 총독 직위를 주어 점령지인 치레아 지구를 맡긴다.

그리고 그녀는 국왕에게 새로운 타이탄을 한 대 지급받는데, 그것의 용도는 전투용이 아니라 연습용이었다. 그녀는 타이탄이라는 것을 단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었기에, 그것의 사용법을 익혀야만 했다. 하지만 자신이 가지고 있는 청기사는 그 존재 자체도 비밀에 붙여야 하는 타이탄이었기에, 아무데서나 마음대로 꺼내어 연습용으로 사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치레아에 도착한 다크는 자신의 영지를 안정화시키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그러는 과정에서 과거 자신과 함께 일했었던 동료들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또 이전 치 레아의 귀족 그란트 반 리에 카르토 자작을 포섭하기도 한다. 뛰어난 인물이라면 상대가 아무리 반역자라 하더라도 포섭해서 써먹는 그녀의 실리적인 측면이 부각 된다.

그 후, 다크는 치레아와 신성 제국 아르곤 사이의 국경 지대에 우글거리던 몬스터들을 뿌리 뽑는다. 그런데 그녀는 도망치는 몬스터들을 쫓아 아르곤의 국경을 넘 어가서 그들을 학살해 버렸기에, 아르곤에서는 국경 침입을 빌미 삼아 치레아를 압박하기 위해 사자를 파견해 온다.

그 소식을 들은 다크는 사자들과 복잡한 외교전을 펼치는 것을 포기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 버린다. 총독대리에게 모든 일거리를 남겨 두고 말이다.

그 이후 이어지는 신성 제국 아르곤까지의 여행. 지미와 라빈만을 데리고 가는 단출한 여행으로, 도중에 크고 작은 사건들이 벌어진다. 그러다가 그들은 드래곤을 사냥하고자 하는 패거리들과 만난다.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과 싸운다는 것에 꽤나 흥미가 동한 다크였기에 그녀는 두말 않고 그들과 합류한다.

한편 아르티어스는 몇 달 동안 레어 안에서 뒹굴거리다 보니, 심심하기도 하고 아들과 함께 보냈던 단란한 시간을 잊을 수 없어 크라레스 왕궁으로 다크를 찾아간 다. 하지만 아르티어스가 아들에 대해 아는 거라고는 달랑 이름 몇 글자 정도. 겨우 그 정도만 가지고 무턱대고 아들을 찾다 보니 황궁 수비병들과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처음의 의도와 달리 황궁에서 대규모 전쟁이 벌어지려는 찰나, 운 좋게 진실을 포착한 황제에 의해 아르티어스와 극적인 화해가 진행된다. 아르티어스는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을 무마하기 위해 황제에게 보검을 선물한다. 드래곤인 그가 한낱 인간의 황제에게 보검까지 선물한 것은 다 자신의 양아들을 사랑했기에 일어난 일이 었다. 그녀를 잘 봐달라는 말이었으니까.

다크와 함께 드래곤을 잡으러 가는 일행들은 사실 크루마 제국의 근위 기사들이었다. 국제법상 타국에서 보물을 획득했을 때, 그 나라의 황제에게 80퍼센트의 세 금을 바쳐야만 했다. 크루마는 세금을 내지 않고, 그것을 통째로 꿀꺽하려는 심산이었기에 아르곤 제국과 충돌이 벌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크루마 제국이 몰래 드래곤 사냥을 한다는 정보를 입수한 코린트 제국이 끼어든다. 드래곤 사냥에 성공하기만 한다면, 막대한 돈을 벌어들일 수 있었다. 코 린트 제국은 그 돈으로 크루마 제국이 군비증강을 하려는 속셈임을 간파하고, 도중에 드래곤의 사체를 뺏으려고 강력한 기사단을 투입한 것이다.

드래곤을 사냥한 후 세금을 내지 않으려는 크루마, 세금을 받아내려는 아르곤, 그리고 그 중간에 끼어 드래곤의 사체를 통째로 꿀꺼덕해 버리려는 코린트. 이 세 제국이 뒤엉켜서 스토리가 흥미진진하게 진행된다.

결국 크루마는 소기의 목적대로 드래곤을 꿀꺽해 버렸고, 아르곤은 대 혈전까지 벌였지만 건진 건 하나도 없이 막대한 피해만 입는다. 그리고 그사이에 끼어 눈치 만 보던 코린트는 헛물만 켜고 만다. 그들이 이 사건을 통해 얻은 것은 엄청난 실력을 갖췄을 것이라고 생각되는 정령술사뿐. 그들은 다크를 정령술사로 오해하고, 그녀를 포섭하기 위해 코린트로 초대한다.

제1차 제국 전쟁

크루마 제국이 감히 자신들에게 맞서려고 한다는 것을 안 코린트 제국은 크루마가 다시는 그런 망상을 품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응징할 계획을 세운다. 코린트가 전쟁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과 물자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그 정도면 충분히 크루마 제국을 멸망시킬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서 계속되는 변수 들이 등장하기 시작한다.

우선 블루 드래곤 카드리안(그라세리안 드 코타스 공작)의 은퇴다. 그는 다크와 아르티어스를 만난 후, 이제 슬슬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고 있는 이번 유희를 끝낼 결심을 하게 된 것이다. 그로써 코린트는 엄청난 실력을 지닌 대마법사를 전쟁도 시작해 보기 전에 잃어버리게 되는 비운을 겪게 됐다.

크루마 제국은 코린트가 자국을 치기 위해 움직이기 시작했음을 파악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시작한다. 그들은 전쟁터로 미란 국가 연합을 선택한다. 괜히 자국 내 에서 전쟁을 벌여 봐야 좋을 게 하나도 없으므로, 코린트의 군대가 들어오는 길목에 자리 잡고 있는 미란 국가 연합을 동맹으로 포섭한 것이다.

그리고 다른 수많은 동맹국들에 사신을 파견하여 병력 파견을 요청한다. 이때 크루마에 의외의 지원을 약속해 온 곳이 바로 크라레스 왕국이다. 그들은 크루마로 서는 예상도 하지 못했던 강력한 기사단을 보내 줄 것을 약속하고, 대신 전후에 크로사나 평원의 지배권을 인정해 줄 것을 요구한다.

크루마는 그걸 받아들인다. 사실 그들의 판단으로는 이번 전쟁을 통해 코린트를 멸망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크루마가 원하는 것은 미란 국가 연합 일대에서 강력한 방어선을 치고 그곳에서 전선을 고착화시켜, 결국 전쟁에 염증을 일으킨 코린트가 휴전을 제의해 오는 것이었다. 그 정도만 해내도 승리를 이뤄 낸 것이나 다름없다고 크루마의 지휘부가 생각할 정도로 코린트는 막강한 제국이었던 것이다.

결국 제1차 제국 전쟁이 시작된다. 대 제국인 크루마, 코린트에 대해 오랜 세월 복수를 다짐하며 전력을 키워 온 크라레스, 그리고 본의 아니게 전쟁의 중심에 서게 되어 버린 미란 국가 연합. 이들이 코린트 제국과 싸우지만, 사실 그들이 코린트를 상대로 승리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다크라는 인물이 거기에 끼어들어 승리를 쟁취해 내고, 결국 코린트가 천천히 무너져 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첫 번째 벌어진 국지전에서 크라레스에서 파견한 살라만더 기사단은 대승을 거뒀지만, 다른 곳은 그렇지 못했다. 그에 위협을 느낀 크루마 제국은 금지된 마법인 유성 소환 마법을 사용한다. 유성 소환 마법은 저 우주의 유성을 소환하여 목표물로 유도하는 고난이도의 마법으로써 엄청난 위력을 지니고 있긴 했지만 워낙 정확 도가 떨어지는 마법이었다. 더군다나 마법을 실행한 후, 유성이 지구에 도착하는 건 한 달쯤 후였다. 그런 만큼 아예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모 든 것을 포기한 자들이 상대방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기 위해 사용하는 마법이었던 것이다.

그럭저럭하는 동안에 전쟁의 무대는 갖춰지고 본격적인 전쟁으로 들어간다. 좌익을 희생해서라도 중앙을 보강하여, 적 중앙의 금십자 기사단 및 좌익의 은십자 기 사단을 우선적으로 괴멸시켜 승리의 토대를 삼겠다는 크루마의 전략.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약점이었던 중앙을, 구입해 온 타이탄 1백 대로 충분히 보강하여 숫자 로 밀어붙이려는 코린트의 전략. 미네르바의 계략이 어느 정도 모험을 한 것이었다면, 코린트 쪽은 세계 최강의 관록이 붙은 국가인 만큼 충분한 인적, 물적 자원을 대량으로 투입하여 열세한 적을 천천히 밀어붙이는 정석에 가까운 작전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크루마 쪽의 가장 큰 약점이라고 할 수 있는 곳에 자리 잡은 것이 다크가 거느린 기사단이었다. 그녀는 그곳에서 벌어진 전쟁에서 승리, 코린트 연 합의 타이탄 3백여 기를 파괴하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그쪽 방향에 의외로 강력한 기사단이 존재함에 놀란 키에리는 후방에 대기시켜 놓은 전력을 어느 한쪽으로 투입해서 가부간에 결정을 낼 생각이었는데, 이해할 수 없는 다크의 움직임 때문에 기회를 놓치고 시간 낭비를 해 버리고 만다. 그의 조심성이 가져다 준 뼈아픈 실 책 때문에, 키에리는 가장 신뢰하던 친구들 중의 한 명을 잃게 된다.

크로나사 전기

다크의 도움 없이는 승리도 없음을 파악한 미네르바 공작은 다크에게 사정하여 그녀를 끌어들인다. 미네르바가 그녀에게 부탁한 것은 단 하나. 키에리를 막아 달 라는 것뿐이었다.

다크는 자신의 타이탄 청기사를 동원하여 키에리 발렌시아드와 장엄한 대결을 펼친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급인 둘의 실력은 막상막하. 하지만 타이탄의 성능은 다 크가 훨씬 위였다. 그 덕분에 다크는 크게 힘들이지 않고 키에리를 상대로 승리를 얻어 낸다. 키에리가 중상을 입고 쓰러진 순간, 마스터급의 기사들인 제임스와 까 미유가 가세하여 그를 구출해 낸다. 물론 겉모습은 그랬지만, 사실 다크가 손을 쓰지 않고 그들을 놔준 것이었다. 지금은 키에리가 살아 있는 편이 유리했기 때문이 다.

코린트의 황제는 패전의 책임을 물어 키에리를 참수해 버린다. 그런 다음 그 후임으로 로체스터 공작을 임명한다.

대회전의 패배로 인해 크루마 연합군은 파죽지세처럼 진격. 코린트의 쟉센 평원을 손에 넣게 된다. 드넓은 평원에서 코린트는 게릴라전에 들어간다. 로체스터 공 작은 크루마의 군대를 평원에 분산시켜 각개격파시켜 버릴 심산이었던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크로나사 평원에 대한 크라레스의 침략이 벌어진다. 로체스터 공작은 크라레스에 대해서도 크루마와 같은 방식으로 처리한다. 끝없는 게릴라전으 로 적들의 진격 속도를 둔화시키며 기회를 노리는 것이다.

제임스와 까미유로부터 다크의 무서움을 전해들은 로체스터 공작은 크루마부터 박살을 내 버린 후, 그녀가 있는 크라레스와는 휴전을 하든지 하는 식으로 전후 처

리를 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때 등장하는 변수가 바로 그로체스 공작이다. 그로체스 공작은 키에리 발렌시아드가 사라진 후, 황제의 환심을 사면서 전면에 등장한 간신배다. 그는 군부의 세력이 위축된 지금이야말로 자신이 권력을 잡을 수 있는 호기라고 판단하고, 황제를 설득하여 지휘권을 얻어 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로체스 공작이 세운 작전은 로체스터 공작의 것과 정반대다. 대국인 크루마와 빨리 휴전을 해버린 후, 그쪽에 투입되어 있던 병력까지 몽땅 다 크라레스 쪽으로 돌려 승리를 쟁취한다는 것이었다. 그로체스 공작이 이런 오판을 내린 것은 크라레스가 지닌 저력이 얼마나 엄청난 것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로체스 공작은 황제에게 간하여 제대로 된 전쟁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로체스터 공작으로부터 지휘권을 뺏어 낸다. 그런 다음 계획대로 크루마와는 휴전을, 그리고 크라레스와는 전쟁을 선택한다. 그러면서 남부전선의 책임자로 투입한 인물이 다리엔 후작이다. 그는 은십자 기사단의 절반이나 되는 세력까지 지원받은 채, 크라레스 제국을 상대한다.

로체스터 공작은 까미유의 보고에 의해 다크의 실체가 드래곤이라는 보고를 받게 된다. 만약 그녀가 드래곤임이 확실하다면, 그녀와의 싸움은 절대로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로체스터 공작은 한발 뒤로 물러서서, 그로체스 공작이 크라레스 왕국과 싸우는 것을 지켜보기로 한다. 괜히 그녀와 싸움을 벌였다가 또다시 패배하게 된 다면, 그 역시도 친구인 발렌시아드의 뒤를 이어 숙청당할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각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얽혀 가는 가운데, 코린트 제국과 크라레스 왕국과의 전쟁은 점점 더 격하게 진행된다. 서로가 상대를 제압하고 보다 유리한 위치를 잡기 위해 싸우는 가운데, 전세는 조금씩 크라레스 쪽으로 기울어 가기 시작한다. 미란과 크루마에서 방대한 병력을 지원받아 그런대로 보급로만이라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미투랑 전투와 나이아드와의 대결

크루마가 전개한 유성 소환 마법 중 하나가 실수로 레드 드래곤 브로마네스의 영토에 떨어진다. 거대 도시라도 그 한 방으로 가루로 만들어 버릴 정도의 엄청난 위 력을 지닌 유성이었지만, 브로마네스는 브레스 한 방으로 유성을 박살 내 버린다. 로체스터 공작은 재빨리 브로마네스에게 까미유를 파견한다. 그쪽으로 유성을 날 린 것은 크루마의 짓임을 고자질하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자신의 머리 위로 떨어져 내리던 유성이 어디서 온 것인지 알아낸 브로마네스는 크루마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많은 대가를 얻어 낸다. 그런 다음 그는 절대 로 수행해 낼 수 없는 조건 한 가지를 제시한다. 만약 그걸 해내지 못한다면 크루마의 수도 엘프리안을 가루로 만들겠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브로마네스가 요구한 조건은 자신의 새로운 레어가 만들어졌을 때, 그곳에 자신의 옛 친구 아르티어스를 초청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건 실현 불가능한 조건이었 다. 광폭한 아르티어스가 인간들의 말에 절대로 움직일 리 없었으니 말이다.

그것도 모르는 크루마의 그린레이크 공작은 아르티어스를 찾아 동분서주한다. 그러다가 마침내 아르티어스를 찾아낸다. 엄청난 양의 선물을 준비해서 그의 레어 를 방문했을 때, 아르티어스는 단 한마디의 말도 들어 보지 않고 강력한 공격을 가해 침입자들을 처치해 버린다.

결국 그린레이크는 이 일에 미네르바를 끌어들인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정적인 그녀를 처리해 버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미네르바는 그곳에서 아르티어스와 다크를 발견하고, 혼란에 빠진다. 과연 다크는 드래곤일까? 아니면 사람일까.

그러는 와중에 양국의 전력은 미투랑 요새에 집결한다. 미투랑 요새는 코린트 방어군의 중심이었고, 그것을 파악해 낸 크라레스의 기사단은 미투랑을 파괴하기 위 해 집결했던 것이다. 로체스터 공작 또한 이 일을 알고 있었지만, 그곳에 자신의 기사단을 일부러 투입하지 않는다. 그곳의 전투에서 패하는 것이 오히려 조국의 미 래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던 것이다. 결국 로체스터 공작의 예상대로 코린트군은 괴멸당하고, 그와 동시에 군권까지 쥐고자 했던 그로체스 공작의 꿈은 박살 난다. 그리고 다시금 남부 전선의 지휘권은 로체스터 공작에게로 돌아온다.

로체스터 공작은 서둘러 크라레스와 휴전조약을 맺는다. 다크가 뒤에 있는 한, 절대로 전쟁은 불가하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평화가 오는 듯하지만, 다크에게는 나이아드와의 2차 접전이 기다리고 있다. 나이아드는 약속한 1년이 지나자, 다크를 자신이 만든 공간으로 끌어들여 부 하로 만들려고 한다. 하지만 나이아드는 여지없이 박살 나고 만다. 원래의 힘을 되찾은 다크의 힘은 그만큼 가공스러웠던 것이다.

그 뒤 나이아드와의 인연이 끝나는가 싶었지만, 이상한 형태로 진행된다. 이쪽 세상에서는 절대로 다크를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나이아드가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끌고 가 버렸기 때문이다.

정령계라는 새로운 차원으로 날아가자 다크의 몸은 저주에서 풀려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간다. 그것을 깨달은 다크는 크게 기뻐하지만, 기쁨도 잠시. 정령계의 다 섯 지배자들 중 하나인 나이아드가 나타난다. 정령계에서 나이아드가 지닌 능력은 거의 신(神)에 필적하는 정도다. 그런 그를 어떻게 인간인 다크가 이길 수 있겠는 가. 싸우면 싸울수록 절망감만 깊어질 뿐이다.

한편 다크가 사라지자 아르티어스는 아들을 구출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한다. 그는 다크가 정령계로 끌려갔음을 깨닫고, 아들을 구출해 달라며 자신이 보낼 수 있는 모든 정령왕들을 정령계로 보내기 시작한다.

자신이 소통하고 있는 바람의 정령왕 아리엘, 엘프 카렐이 사용하는 불의 정령왕 이프리드, 그리고 엘프 카렐의 동반자인 블루드래곤 키아드리아스와 소통하고 있는 전기의 정령왕 카르스타. 이들 정령왕 셋이 동원되자, 물의 정령왕 나이아드와 대지의 정령왕 다오는 항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각 정령왕들의 힘은 동급이었 기에, 숫자에서 밀리는 이상 승산이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어 다크는 무사히 아르티어스의 품으로 돌아오지만, 나이아드는 아르티어스와 다크에게 무한한 증오심을 품게 된다.

제2차 제국 전쟁

1차 제국 전쟁의 여파로 각국이 군비 확장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다크는 제2황자와 함께 미란 국가 연합으로 간다. 과거 미란은 동맹의 조건으로 혼인을 제의했었 다. 이미 황태자는 크루마의 여성과 혼인해 버린 상태였기에, 대신 제2황자가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그쪽으로 간 것이다.

미란과 크라레스의 관계가 더욱 깊어지는 듯하자, 미네르바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란 국가 연합은 과거에는 혈맹이었지만, 지금은 크루마의 영토가 되어 버린쟉센 평원으로 들어가는 길을 막고 있는 방해물에 불과했다. 속마음 같아서는 곧바로 병력을 투입해서 병합해 버리고 싶은 그녀였지만, 미란의 뒤에 있는 크라 레스의 존재로 인해 아직까지 군사적인 행동까지는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 미란과 크라레스의 사이가 더욱 가까워지려고 하니 그녀의 심기가 편할 리 없 었던 것이다.

이에 미네르바는 파죽지세로 확대되고 있는 크라레스의 기운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그 핵심 인물들 중 한 명인 토지에르를 암살해 버릴 계획을 세운다. 물론 그런 인물을 암살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미네르바로서는 그를 없앨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왜냐하면 현재 크라레스의 황태자는 이미 세뇌 작업을 통해 그녀 의 손아귀에 들어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결국 토지에르에 대한 암살 작전이 실행되고, 그는 치명적인 중상을 당한 상태로 간신히 탈출한다. 그가 죽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공간 이동을 할 수 있 는 반지를 끼고 있었던 덕분이었다.

루빈스키 공작은 황제의 명에 따라 토지에르의 암살에 관련된 자들에 대한 조사를 은밀히 시작하고, 결국 황태자가 유폐되는 것으로 사건은 일단락지어진다. 그리 고 코린트가 비밀리에 엄청난 규모로 최신형 타이탄들을 생산하고 있었음을 알게 된 미네르바는 그 작전을 실행했던 것을 후회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 있었다. 코린트 제국이 ‘적기사II’라는 최신형 타이탄을 31대나 제작하는 등 엄청나게 군비를 확장하자, 크라레스는 그에 큰 위협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크라 레스는 코린트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 한 가지 계략을 수립한다. 그것은 바로 ‘코린트 동맹’의 해체였다.

코린트는 수많은 국가들과 동맹을 맺고 있었다. 그리고 그 동맹국들은 코린트가 위험할 때 병력을 파병해 준다. 그런만큼 코린트의 동맹국들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코린트의 군사력이 약화된다는 말이 되는 것이다.

크라레스는 자신의 동맹국을 충동질하여 코린트의 동맹국을 공격하는 방식을 취한다. 크라레스가 직접 관여하는 것이 아니기에, 코린트로서도 국지적인 분쟁에 참여할 명분이 없는 셈이다.

여러 동맹국들이 타국에 병합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던 코린트는 드디어 전쟁에 개입하기로 결정한다. 이번 사태의 뒤에 크라레스가 있음을 눈치 챘기 때문이 다.

결국 양국의 동맹국들끼리 싸우는 소규모 전쟁터에서 다시 한 번 코린트와 크라레스의 정규 기사단들이 맞부딪친다. 물론 처음에는 그들도 정면 대결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한 오해와 부족한 정보,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정보와 시간의 부족 등등……. 여러 악조건들이 겹치며 양쪽은 정면충돌을 해 버리 고 말았고, 크라레스의 기사단은 막심한 피해를 입고 만다.

이제 곤란하게 된 것은 크라레스 쪽이 된다. 코린트의 기사단에게 대패했다는 소식이 사방에 알려지면, 동맹국들이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겠는가? 또, 코린트라는 대국으로부터 보호를 요청하기에 크라레스는 너무 약하다는 판단을 동맹국들이 내리게 되는 날에는 되려 ‘크라레스 동맹’이 해체될 우려마저 있는 것이다.

그래서 크라레스는 대규모 기사단을 파병하고, 두 번째 전투가 시작된다. 이번 전투에서는 크라레스의 대승. 결국 방금 전까지 크라레스가 고민하고 있었던 부분 을 코린트가 고민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전투였다.

서로 간의 체면과 동맹국들에 대한 과시. 이 모든 부분이 작용하며 코린트와 크라레스는 전투를 되풀이하며 그 규모를 삽시간에 키워 버린다. 서로 간에 전면전으 로 들어갈 이유가 전혀 없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양국의 지도자들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전면전이 시작되어 버린 후였다.

물론 이때 크라레스 제국에 토지에르 공작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면, 본격적인 대 전쟁으로까지 연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얼마 전의 암살 미수 사 건으로 인해 모처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었기에 대처가 한발 늦고 말았다.

양쪽 다 전쟁을 할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이미 꼬일 대로 꼬여 버린 상황이라 발을 뺄 수도 없는 상태다. 그러다가 벌어진 다크에 의한 대 학살극. 대량의 타이탄을 상실하며 대패를 당한 코린트는 이제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게 된다. 너무나도 큰 피해를 당한 상황이었기에, 만약 여기서 물러난다면 코린트 동맹 자체가 와해 될 우려마저도 있었다.

결국 전쟁을 선택한 코린트는 알카사스와 크루마, 그리고 아르곤을 끌어들이기로 한다. 다크라는 존재가 뒤에 있는 한, 그 정도 동맹국들을 끌어들여야 승리를 보 장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코린트는 각국에 사신을 파견하여, 이해득실을 논하며 크라레스와의 전쟁에 동참해 줄 것을 제의한다.

알카사스와 아르곤은 곧바로 참전을 승낙했다. 코린트가 크루마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을 때, 크라레스로부터 의외의 제안이 들어온다. 그것은 곧 쓸데없는 다툼은 그만 두고 협상을 하자는 것이었다. 로체스터 공작은 상대의 제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미 협상을 하자고 한 후, 한 번 기습을 당한 상태가 아닌가? 그런데 그런 꾐에 또다시 빠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코린트는 협상에 응하는 척하면서 기습 공격을 준비한다.

루빈스키 대공이 소수의 호위들만을 거느린 채 협상장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코린트는 크라레스에 대한 대대적인 기습 공격을 시작한다. 루빈스키는 중상을 당한 채 협상장에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하지만, 바로 그날 크라레스는 기사단 전력의 절반을 상실할 정도로 막심한 타격을 받는다.

자신이 지금껏 상대에게 저질러 놓은 행동은 생각도 하지 않고, 크라레스의 황제는 분노에 가득 차 다크를 소환한다. 그녀에게 적의 기사단을 제압하라는 명령이 떨어지고, 그녀는 곧바로 자신의 기사단을 이끌고 코린트의 금십자 기사단이 있는 곳으로 공간 이동한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래전부터 그녀의 곁에 붙어 있었던 첩자에 의해 그녀의 행동은 낱낱이 코린트의 상층부에 보고된다. 그리고 그 정보를 이용해서 코린트는 그녀와 정면충돌을 회 피하는 한편, 크라레스의 다른 기사단들을 철저하게 파괴해 나가는 방식으로 대응한다.

결국 헛물만 켜 버린 다크는 자신의 주위에 첩자가 붙어 있음을 깨닫고, 그에 따른 대응책을 강구한다. 이제 그녀의 행동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