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17권 11화 – 무영신마 장영길
무영신마 장영길
무림맹은 긴급히 장로회를 소집했다. 남궁세가에서 긴급한 결정을 요구하는 정보가 날아왔기 때문이다.
“무량수불, 남궁세가에서 보내온 정보에 따르면 마교의 장로급 한 명이 동료 둘과 함께 무림에 나왔다고 하오.”
맹주의 말에 장로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맹주는 손을 들어 좌중을 조용하게 만든 후, 말을 이었다.
“무량수불, 그는 남궁세가가 자랑하는 창궁18수를 순식간에 제압했다고 하오. 천풍검의 증언으로 유추해 봤을 때, 아무래도 그 마교도의 무기가 천마구뢰인 듯하 다는 개방(쾬幇)의 보고서가 올라와 있소이다.”
“천마구뢰라구요? 천마구뢰라면 무영신마(無影身魔) 장영길(張影吉)이 교주에게 하사받은 마도 10병이 아닙니까?”
이때, 허름한 옷을 입고 있는 장로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의 허리에는 일곱 개의 매듭이 지어져 있는 허리끈이 매어져 있었다. 개방도의 경우 바로 이 매듭의 수 로 자신의 직위를 표시한다. 일곱 개의 매듭이니 장로급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런 공식적인 자리가 아니라면 매듭진 허리끈을 차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정보로 먹 고 사는 개방인 만큼, 허리끈을 차서 자신들의 정체를 노출시킬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본방에 보관된 자료에 따르면 그렇소이다. 물론 마교 내에서 또 다른 지각 변동이 있었다면, 그 주인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러자 또 다른 장로가 입을 열었다.
“무영신마라면 마교 서열 12위로서 자성만마대를 책임지는 고수외다. 그런 엄청난 직위를 가진 장로가 겨우 동행 둘만 거느리고 무림을 활보할 리가 없소.” 개방출신 장로는 그에게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
“무영신마로 추정되는 인물이 안휘성에 나타난 것은 틀림없소이다. 하지만 본방의 지도부에서는 그게 어쩌면 함정일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소 이다. 어쩌면, 마교는 우리가 무영신마를 잡자고 주력 고수들을 움직이기를 원하고 있는지도 모르지요.”
여기까지 말한 개방 출신의 장로는 맹주에게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맹주님, 이것이 마교가 파놓은 함정일 가능성도 고려해 주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무림맹주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무량수불, 공수개(空手) 장로님의 의견 외에 또 다른 의견을 지니신 분은 없소이까?”
“이것이 함정이든 아니든, 무영신마는 반드시 척살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마교에서 멀리 떨어진 안휘성에서 활보하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마교가 아무 리 잔꾀를 부렸다손 치더라도 파고들 여지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무량수불, 또 다른 의견은 없으시오?”
또 다른 장로가 자신의 의견을 발표했다.
“이렇게 하면 어떻겠습니까? 일단 본맹의 주력 고수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서 대기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그렇다고 무영신마를 그냥 놔둘 수도 없는 노릇이 니, 그 처리는 안휘성 주변의 문파들에 도움을 청하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 말이 끝나자마자 공수개 장로가 입을 열었다.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무영신마와 소수의 호위만을 척살하는 데 맹의 상승고수들을 파견할 필요는 없을 겁니다. 안휘성 근방에 포진한 모든 분타의 고수 들을 동원하고, 주위 문파들에 도움을 청한다면 충분히 그를 척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지금 소주에는 패력검제(覇力劍帝) 대협이 내려와 있습니다. 그분을 이 일에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맹에서 고수를 파견할 필요조차 없을 겁니다.”
그 말에 맹주는 아주 흡족한 듯 미소를 지었다. 패력검제라면 화경에 이른 고수다. 극마에도 미치지 못하는 마교의 장로 정도는 그 혼자서도 충분히 처치할 수 있 을 것이 분명했다.
“무량수불, 그 의견이 가장 옳은 듯싶소이다.”
맹주는 장로들을 둘러보며 힘 있는 어조로 말했다.
“각 파에 도움을 청하는 전서구를 띄우시오. 무영신마의 척살을 명하는 바이오.”
총관은 옥화무제의 집무실로 들어서며 말했다. 문주가 자리를 비운 지금, 모든 중요한 문제는 태상문주인 옥화무제가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림맹에서 재미있는 정보가 날아왔습니다.”
옥화무제는 궁금하다는 듯 총관에게 질문했다.
“무슨 정보인데 그러나요?”
“옛, 이것을…….?”
옥화무제는 총관이 건네는 서류를 훑어본 후 놀랍다는 듯 말했다.
“사실인가요?”
“어느 정도 사실인 모양입니다. 본문에 보관 중이던 천마구뢰에 대한 자료와 천풍검의 증언이 거의 일치하고 있습니다. 무서운 정확도. 그리고 그 악마적인 살상 력. 속하의 소견으로는 천마구뢰가 등장한 것이 틀림없다고 사료됩니다. 본문의 자료가 틀림없다면 천마구뢰의 주인은 무영신마가 아니겠습니까? 무영신마라면 마교 서열 12위의 절대고수입니다. 그를 없애려고 한다면 이쪽도 엄청난 피해를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옥화무제는 감탄사를 터뜨리며 말했다.
“호오, 놀랍군요. 무영신마가 소수의 수행원만 거느리고 무림에 나오다니 말이에요. 간이 배 밖으로 나오지 않고서야…….”
잠시 생각을 정리하던 옥화무제가 총관에게 예리한 시선을 던지며 질문을 던졌다.
“무림맹의 반응은 어떤가요?”
“물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서 그를 척살하기로 의견을 모은 모양입니다. 이런 기회는 흔히 오는 게 아니니까 말입니다.”
잠시 궁리를 하던 옥화무제는 고개를 끄덕이며 총관에게 지시했다.
“좋아요. 본문의 고수들을 파견하세요. 단, 그와의 정면충돌은 안 됩니다. 멀리서 그의 동태를 파악하여 무림맹에 알려 주는 정도로만 하세요. 괜히 본문이 피를 흘 릴 이유가 없으니까요.”
“현명하신 판단이십니다, 태상문주님”
“단, 본문이 무림맹에 전폭적인 협조를 아끼지 않는다는 인상을 줘야 해요. 알겠어요? 이번 일이 잘 마무리된다면, 본문은 더욱 맹주의 신임을 얻을 수 있게 될 거 예요. 게다가 이번 작전에 참가했던 모든 문파를 통해 소문까지 퍼진다면..
옥화무제는 슬그머니 뒷말을 흐렸지만, 그것도 못 알아들을 총관이 아니었다. 그는 음흉스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수하들에게 철저히 주지시켜 놓겠습니다.”
총관은 예를 갖춘 후 서둘러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옥화무제가 그를 불러 세웠다.
“잠깐만!”
“예? 또 하명하실 것이 있으십니까?”
옥화무제는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놓치고 있는 게 있군요.”
무엇을 놓치고 있다는 것인가? 총관은 어리둥절해서 반문했다.
“예? 무슨 말씀이신지?”
“갑자기 무영신마가 자성만마대(紫星萬魔隊)도 거느리지 않고 마교를 벗어났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요?”
“그거야 그렇습니다만…….”
“그가 왜 움직였는지, 그리고 혹시 자성만마대가 비밀리에 마교를 벗어난 것은 아닌지 철저하게 조사해 보세요. 어쩌면 무림맹의 이목을 그쪽에 집중하게 해 놓 고, 뭔가 딴 노림수가 있을지도 몰라요.”
“옛 명심하겠습니다.”
옥화무제의 지시를 받고 밖으로 나서며 총관은 자신을 질책했다. 어떻게 그런 간단한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단 말인가? 눈앞에 드러난 대어를 잡을 궁리만 했 던 자신이 한심스러웠다. 그 정도 대어를 미끼로 던져 줄 정도라면, 정작 마교가 노리는 것은 더욱 큰 것일 게 뻔한 이치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