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29권 4화 – 버려진다는 것

버려진다는 것

사위에 짙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을 때, 헤슬러는 뭔가 일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바람을 타고 흘러들어온 희미한 냄새가 묘하게도 그의 코를 자극했기 때 문이다.

“이게 무슨 냄새지?”

“냄새라니요? 무슨 냄새가 난다고…….?”

코를 연신 킁킁거리던 리챠드가 돌연 벌떡 일어서며 짤막하게 외쳤다.

“오크다!”

돼지냄새와 비슷한 오크 특유의 냄새. 리챠드가 오크를 상대하며 몇 번이고 맡았던 냄새였다. 오크는 강인한 생김새와 달리 피부가 대단히 연약하다. 그렇기에 그 들은 햇빛이 강한 낮 동안에는 거처에서 숨어 지내고, 해가 모습을 감췄을 때만 밖으로 쏟아져 나온다. 때문에 동굴 깊은 곳에 숨어 있던 놈들이 처음 밖으로 쏟아져 나올 때가 가장 냄새가 심했다. 그 덕분에 그들이 오크의 냄새를 맡은 것이다.

“젠장, 근처에 오크의 소굴이 있음에 틀림없어. 이 일을 어떻게 하지?”

“섣불리 움직이는 게 더 위험해. 놈들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니까.”

“말에 재갈을 물려라. 소리를 내지 못하게 막아!”

허둥지둥 대책을 강구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오크는 강인해 보이는 근육질의 몸과는 대조적으로, 머리통이 꼭 돼지처럼 생겨서 일견 웃기게 보이는 것 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은 그 덕분에 돼지에 필적할 정도로 뛰어난 후각을 지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그들이 밤에 활동하는 데 있어서 커다란 도움을 주고 있 었다.

“오큽니다!”

리챠드의 외침에 모두의 시선이 일제히 산 아래쪽으로 쏠렸다. 과연 산 정상으로 올라오는 길목에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툭 튀어나온 들창코에 멧돼지를 보는 듯한 위로 치솟은 뻐드렁니. 오크가 확실했다. 더군다나 그 숫자는 얼핏 봐도 10마리는 족히 넘어 보였다.

“어떻게 알고 벌써 온 거지?”

대가리의 형상이 돼지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해서 오크를 우습게 보면 안 된다. 인간형으로 생긴 놈들의 신체는 대단히 건장했다. 하체가 좀 부실하기는 했지만, 우 람한 근육질로 채워진 탄탄한 상체를 보면 놈들이 얼마나 강한지 붙어보지 않아도 능히 짐작이 가능하다.

더군다나 놈들은 무장까지 갖추고 있었다. 지금까지 마을에 쳐들어 왔던 오크들이 나무 몽둥이 따위를 들고 있었던 것에 비해, 놈들의 태반 이상은 제대로 된 무장 을 갖추고 있었다. 창, 칼, 철퇴, 도끼 등등……. 더군다나 그 중 1마리는 대충 꿰맞춘 것이라고는 해도 갑옷까지 걸쳐 입고 있었다.

오크들이 이쪽의 위치를 파악하게 된 것은 일주일 이상 씻기지 못해 지독하게 풍기고 있는 말 냄새 때문이라는 것을 알 리 없는 사람들에게, 이들의 갑작스런 등장 은 그야말로 불가사의한 일이나 다름없었다.

이때, 바람이 새는 듯한 괴이한 음성이 들려왔다.

“휙! 호비트! 항복하라!”

그러자 성격이 괄괄한 타일러가 즉각 커다란 목소리로 응대했다.

“헛소리 하지 마라, 이 돼지새끼들아! 우리들이 무슨 할 짓이 없어서, 돼지새끼들에게 항복을 하겠냐.”

“휙휙! 후, 후회할 거다, 호비트!”

“네놈들이나 후회하지 마라.”

그래도 일행에게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오크들 중에서 활을 소지한 놈이 없었다는 점이다. 아마 단순무식한 오크들이 사용하기에 활은 너무 복잡한 무기였는지 도 모른다.

싸움의 대상이 트롤에서 갑자기 오크로 변하다 보니 모두들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별적인 전투력으로 본다면 단연 트롤이 우세하겠지만, 오크들에게는 ‘숫 자’라는 무기가 있었다.

“얼마나 큰 종족일까요?”

“알 수 없지. 밑에 몰려와 있는 저것들이 다일 수도 있고, 아니면 조금 더 많을 수도 있고…….”

헤슬러 남작은 애써 ‘조금’이라는 표현을 썼다. 말이 씨가 된다고 수백 마리라고 했다가, 정말 그 많은 숫자가 튀어나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한 가지는 분명해. 놈들이 아직 제대로 된 진형을 갖추기 전인 지금이 탈출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라는 것!”

아마 좀 더 많은 오크들이 몰려들어 온다면 탈출 자체가 불가능해지리라. 헤슬러의 지시에 따라 모두들 오크 떼를 향해 돌격할 준비를 갖췄다. 기사들에게 가장 중 요한 것은 막내 공자의 안전이었다.

헤슬러가 가장 앞장 서서 적진을 뚫고, 나머지는 빙 둘러서 공자를 호위하는 형식으로 진형을 짜기로 했다. 그리고 말이 없는 두 사람의 시종들은 뒤에서 뛰어서

따라오라고 명령했다.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헤슬러 아저씨. 어떻게 달려서 말의 뒤를 쫓으라는 겁니까?”

“평지라면 불가능하겠지만, 여기는 산속이다. 산속에서는 말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만큼, 충분히 따라올 수 있다. 그리고 산속에서 말 위에 두 명이 타는 것은 너무 위험해. 걱정 마라. 너희들이 충분히 뒤따라올 수 있을 정도로 천천히 몰 테니까 말이야.”

죠셉이 겁에 질린 얼굴로 반론을 제기해 봤지만, 헤슬러는 단호하게 내쳤다. 저런 경험 없는 꼬마 녀석들이 뒤에 탄다면 도움이 되기는커녕, 움직임에 방해만 된다 는 것을 그는 잘 알기 때문이다.

“돌격!”

헤슬러의 신호에 따라 일행들은 오크들을 향해 돌격해 들어갔다. 설마 인간들이 처음부터 탈출을 시도할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오크들의 눈에 당황감 이 어렸다. 그들은 느닷없이 풍겨온 말 냄새를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이었을 뿐, 전투를 감안하고 온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증원을 요청하기 위해 전령까지 보냈는데…, 그게 최악의 선택이 되어 버렸다. 싸움을 시작하기도 전에 소중한 전투원을 하나 잃어버린 것이나 다름없 게 되어 버렸으니까.

헤슬러를 비롯한 기사들이 앞장서서 오크들을 베며 길을 열었다. 사나운 기마(騎馬)의 돌진에 당황한 오크들은 허둥지둥 옆으로 피하기에 바빴다. 그리고 그 사이 를 뚫고 기사들은 공자를 호위하여 최대한 빠른 속도로 산 밑으로 내달렸다. 그리고 그 뒤를 젖 먹던 힘까지 다해서 쫓아가는 라이와 죠셉.

오크들의 상체는 사람에 비해 훨씬 건장했지만, 다리는 짧다. 뒤뚱뒤뚱 뛸 수밖에 없다 보니, 사람에 비해 뛰는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었다. 점차 뒤로 처지기 시작 하는 오크들. 오크들과의 거리가 꽤나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사들은 달리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멈추기는커녕 오히려 채찍질까지 해대고 있다.

기사들의 뒤를 죽어라 쫓아가던 라이는 미친 듯 내달리는 것도 어느 정도지, 입속에서 단내가 풍기는 것을 벗어나 이제는 폐가 터져버릴 지경이었다. “헉헉! 제발 좀 천천히 달려요!”

하지만 리더인 헤슬러 남작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오랜 경험은 이 근처에 오크족 소굴이 있음에 틀림없다고 속삭이고 있었다. 오크들의 증원이 산 아래쪽 의 길을 틀어막으면 끝장인 것이다. 그걸 잘 아는 그였기에 뒤쫓아 오는 시종들을 배려할 여유 따위는 전혀 없었다.

아니, 그는 처음부터 시종들을 오크들에게 내줄 심산이었는지도 모른다. 이런 위급한 상황에서 애들 두 명을 챙기려다가는, 오히려 몽땅 다 오크들에게 죽을 위험 이 있었으니까.

저 앞쪽의 수풀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엄청난 숫자의 오크 떼가 휙휙거리며 올라오는 게 보였다. 오크들의 증원이었다.

“헉헉헉! 이런…. 헉헉! 제길!”

숨이 턱에 차서 쓰러질 지경인데, 오크들과 싸울 힘이 어디에 있겠는가. 죠셉은 허리에서 검을 뽑아들었지만, 라이는 얼른 검집을 풀어 땅바닥에 내려놨다. 그리고 는 두 손을 번쩍 들었다. 항복의 표시였다.

죠셉은 그런 라이를 비웃었다.

“헉헉! 배알도 없는 새끼. 헉헉, 싸워보지도 않고 돼지 새끼들에게 항복할 거냐? 헉헉!”

“헉헉, 싸우고 싶으면 너나 싸워, 새꺄.”

바로 그 순간이었다. 앞쪽에서 달려오던 오크가 창을 던진 것은.

쐐앵—.

날카로운 파공음. 창이 바람을 뚫고 날아오는 소리는 오크의 육체적인 힘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보여주는 듯했다.

퍼억!

검을 들고 서 있던 죠셉은 자신의 배를 관통하고 들어와 있는 창대를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눈길로 바라봤다. 몬스터의 둔기공격을 저지하는 것을 위주로 제작된 갑 옷이었기에, 날카로운 창에 너무나도 쉽게 뚫려버렸던 것이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 사실, 죠셉도 오크와 싸울 생각은 없었다. 숨이 턱까지 차 있는 상태라 싸운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다. 괜히 이렇듯 허무하게 오크들에 게 항복하기가 싫어 짐짓 뻗대어 본 것뿐이다. 하지만 그게 이런 결과를 가져올 줄이야.

죠셉은 천천히 무릎을 꿇더니,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의 표정은 자신이 이렇게 허무한 죽음을 당하게 된 것을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듯 했다.

죠셉이 쓰러질 때쯤, 오크 떼가 라이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오크들 중 하나가 두툼하고 커다란 칼을 번쩍 치켜들더니 막 라이를 찍어버리려는 순간, 다른 오크가 그를 제지했다. 허파는 공기를 달라고 아우성이었지만, 긴장한 라이는 숨을 쉬는 것조차 잊어버렸다. 힐끗 그 오크를 바라보니, 다른 오크들에 비해 훨씬 더 잘 차려 입고 있는 게 눈에 띌 정도였다.

다른 놈들이 몸에 걸치고 있는 낡아빠진 갑옷에 비한다면, 꽤나 모양이 나는 갑옷과 투구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아마도 이놈이 두목인 모양이다. 두목 오크가 뭐 라고 외치자, 시끄럽게 떠들던 주위의 오크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하지만 더 이상의 움직임은 없었다. 라이는 두목의 의도가 뭔지 몰라 초조해졌다.

라이의 의문은 곧이어 풀렸다. 두목 오크는 산 위에서 자신들에게 말을 걸었던 그 오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산 위에서 내려온 오크는 두목 오크에게 뭐라고 지시를 받더니, 라이에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휙휙! 기술, 있냐?”

“기술?”

오크는 라이에게 손가락질하며 짤막하게 말했다.

“휙! 할 줄 아는 것.”

그 순간, 라이의 뇌리에는 예전에 친구들과 나눴던 오크와 관련된 우스갯소리가 떠올랐다. 그때 친구 녀석의 말이, 지능과 손재주가 뒤떨어지는 오크는 인간 기술 자들을 노예로 잡아서 부려먹는다고 했었다. 그때 라이는 오크들을 위해 일하며 목숨을 연명하느니, 차라리 죽겠다고 대답했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그건 그때 얘기고, 막상 목숨이 위협받게 되자 라이는 살고 싶다는 생각 외에 다른 건 떠오르지도 않았다. 라이는 다급하게 외쳤다.

“나는 무기를 만들 수 있다.”

라이의 대답에 오크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무기?”

라이가 얼른 고개를 끄덕이자, 오크는 재빨리 두목 오크에게 달려가 뭐라고 보고했다. 그와 동시에 두목 오크는 두 팔을 번쩍 치켜들며 흉성이 깃든 외침을 터뜨렸 다.

“크오오오!”

그러자 다른 오크들도 그 외침에 영향을 받았는지, 각자 들고 있던 무기를 번쩍 들어올리며 꽥꽥거리고 난리를 피웠다. 오크들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라이로서 는 그저 끔찍하기만 한 시간이었다.

오크들에게 끌려가는 라이의 얼굴은 죽을상이었다. 찔리는 게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무기라고는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만들어 본 적이 없잖아. 거짓말이라는 게 금방 탄로날 텐데, 그땐 어떻게 하지??

사실, 라이는 이날 이때까지 아버지에게 기사가 되기 위한 수련만을 받아왔을 뿐이다. 무기를 다루는 기법. 그리고 무기나 갑옷을 오랫동안 잘 쓰기 위해 손질하는 방법. 그리고 기사로서 갖춰야 할 각종 교양, 특히 상급자에 대한 예의범절에 대해서 자세히 배웠다.

그 외에는 여느 애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아왔다. 아버지를 도와 작은 텃밭에 농사를 짓거나 애들과 함께 근처 개울에서 낚시질을 하기도 했고, 사냥도 해 봤다. 그리고 땔감을 준비해 두는 것도 그에게 주어진 일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 어느 것 하나도 무기 제작과는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 그렇다고 곧이곧대로 무기를 만들 줄 모른다고 실토했다가는, 곧바로 놈들의 한끼 식사감이 될 게 뻔하지 않은가. 그렇기에 놈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할 법한 노예감을 궁리하다 보니, 무기를 만들 줄 안다고 거짓말을 하고 만 것이다.

“정말 무기를 만들어 보라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때는 죽는 수밖에 도리가 없다.

‘신이시여, 제발 살려주세요. 이 어린 나이에 오크 밥이 되는 건 너무하다는 것을 신께서도 아시지 않습니까. 젠장, 괜히 마을 밖으로 나와 가지고…….’

그 작은 마을을 벗어나기만 하면, 누구나가 다 자신의 능력을 탐내어 휘하에 두고 싶어 할 줄 알았다. 그리고 근사한 레이디가 마을 밖에는 넘쳐나는 줄 알았다. 이 야기책에 나오는 것 같은 근사한 연애는 해보지도 못했는데……. 그런데 영지를 나오자마자 오크들의 뱃속에 들어가게 될 줄이야. 라이는 너무나도 원통했다. 오크들이 라이를 끌고 간 곳은 커다란 동굴이었다. 놀랍게도 산 남쪽편에 커다란 동굴이 뚫려 있었다. 라이 일행이 자리잡았던 산꼭대기와는 그야말로 지척이나 다름없는 위치다. 그렇기에 이들은 산꼭대기에서 풍겨오는 맛있는 말 냄새를 맡고 사냥하기 위해 급히 달려 올라왔던 것이다.

점점 동굴이 가까워져 오자 라이는 이맛살을 찌푸리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굴 안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겨나오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이게 무슨 냄새야?”

하지만 투덜댈 수는 없었다. 괜히 오크들을 자극해 봐야 명줄만 재촉할 뿐이다.

동굴 안으로 들어온 라이는 커다랗게 피워져 있는 모닥불을 보며 경악감을 감추지 못했다. 오크들이 불을 겁내지 않는다는 것은 얘기를 들어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 불을 이용할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선두에 가던 오크들 중 한 마리가 횃불을 하나 붙여서는 그 불빛에 의지해 동굴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갔다. 그리고 라이 또한 놈의 뒤를 따라서 끌려갈 수 밖에 없었다.

조금 더 동굴 안으로 들어가자 어설프게 지은 감옥이 보였다. 감옥 안에서 새나오는 불빛, 그 불빛 사이로 얼핏 보이는 것은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사람이 있다. 나보다 이전에 잡혀 들어온 사람이.’

그들의 모습을 확인하는 순간, 라이는 너무나 반가워 눈물이 핑 돌았다. 역시 자신의 선택은 옳았던 것이다. 저 사람들에게 기술을 배울 수 있다. 그러면 더 이상 오 크에게 잡아먹힐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감옥의 창살은 두꺼운 나무로 조잡하게 만들어져 있었다. 주변이 어두운 데다 창살이 두꺼워 라이는 가까이 다가간 후에야 그들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었 다. 순간, 라이는 숨이 턱 막히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오크가 풍기는 악취에 마비되어 있던 그의 코가, 더욱 지독한 악취에 반응을 했던 것이다.

‘허억, 무, 무슨 이런 지독한 냄새가…….”

얼마나 씻지를 못했는지 꾀죄죄한 몰골을 하고 있는 사람들. 더군다나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지 삐쩍 마른 시체 같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너무나도 비참한 모습. 그들은 퀭한 눈으로 라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휙휙! 들어가!”

오크는 라이를 감옥 안에 거칠게 밀어넣은 다음 가버렸다. 오크의 손에 떠밀려 감옥 안으로 들어간 라이의 눈에, 한쪽 구석에 놓여 있는 나무통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악취의 근원은 바로 그곳이었다. 일명 똥통. 화장실이 없는 만큼, 죄수들은 볼일을 바로 그곳에다 처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감옥에 끌려간 라이가 가장 특이하게 생각한 것은, 죄수들이 감옥 안에서 불을 피우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인간 세상이었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죄수 들에게 불을 피울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너무 위험했으니까.

하지만 이곳 감옥 안의 사람들은 버젓이 불을 피웠다. 그건 인간들을 위해 오크들이 배려해 준 것이 아니라, 대장일을 시켜먹으려니 어쩔 수 없이 불을 피우도록 허용해줘야 했기 때문이었다.

감옥 안에 있던 사람들은 라이의 등장에 너무나도 놀라워했다.

“세상에, 이게 얼마 만에 보는 사람이야?”

“그러게. 오늘은 녀석들이 웬일이래? 지금까지는 몽땅 다 잡아먹어버리더니…….”

“영감이 죽을 때가 다 됐으니까, 그 후임으로 쓰기 위해 살려서 데려온 거겠지.”

이때, 그들 중 한 명이 앞으로 한 발자국 나서며 말을 걸었다.

“나는 라그만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지내는 동안은 서로 잘 지냈으면 좋겠다.”

“라이입니다. 라이 위너스.”

라그만은 라이에게 감옥에 잡혀 있는 사람들을 소개했다. 모두들 오랫동안 수염도 깎지 못해 온통 털투성이였다. 키가 조금 큰 쪽이 루겐이었고, 작은 쪽이 스미스 였다.

마지막으로 라그만은 침상 위에 죽은 듯 누워 있는 한 노인을 소개해 줬다. 라그만의 말을 알아듣기는 했는지 노인은 힘겹게 눈을 뜨기는 했지만, 곧이어 감아버렸 다. 간혹 노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음성만이 그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대변해 주고 있었다.

“많이 아프신가 보네요.”

“가장 오랫동안 오크들에게 잡혀 계셨던 분이니까.”

“얼마나 오랫동안…?”

라그만은 우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몰라. 여기서는 한가하게 세월이나 세고 있을 입장이 아니니까. 아무튼 우리들 중에서는 가장 오랫동안 잡혀 계셨어. 나이도 많으시다 보니 여기저기 아픈 데도 많았는데, 약이라고는 구할 수도 없고……. 처음에는 가벼운 기침 정도만 하시더니, 결국에는 저렇게 드러누워 버리셨지.”

그렇게 말하는 라그만의 얼굴에는 짙은 절망감이 어려 있었다. 그 자신도 평생을 저렇게 살다가 이곳에서 죽을 수밖에 없을 거라는 그런 절망감. 분위기가 급속도 로 어두워지자, 스미스가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해서인지 급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어떻게 오크에게 잡혀왔냐? 척 봐도 아직 어린 것 같은데…….?”

다들 궁금하기도 할 것이다. 이곳은 오지 중의 오지였고, 라이같이 아직 솜털도 제대로 벗겨지지 않은 어린 녀석이 모험을 하겠답시고 찾아올 만큼 만만한 곳이 아 니었으니까. 오랜만에 사람이 잡혀들어 왔는지 그들은 라이에게 뜨거운 관심을 보여왔다. 그 중에서 스미스는 따뜻한 표정을 지어 보이며 라이의 손을 꼭 잡아줬는 데, 사실 라이의 마음은 썩 편치 못했다.

왜냐하면 모두들 너무나도 불결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러운 것만이 아니다. 이, 벼룩, 빈대 등이 살갗 위를 슬슬 기어다니고 있는 게 뻔히 보이고 있지 않은가. 우웩!

그들의 몸에서 지독한 악취가 풍기고 있을 게 뻔했지만, 다행히도 라이의 코는 더 이상 악취를 맡지 못하고 있었다. 그의 코는 지속된 자극으로 인해 완전히 마비 되어 버렸던 것이다.

사람들은 라이에게 바깥사정을 물어보느라 바빴다. 구조 받을 수 있다는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발견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라이는 그들에게 아무런 희망도 줄 수 없었다. 사실, 그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었으니까.

“그러니까 일행들과 함께 다르칸으로 가던 길이었다는 거냐?”

“예.”

라이는 자기가 어떻게 하다가 오크들의 손아귀에 떨어지게 되었는지를 자세히 설명해 줬다. 물론 그들의 동정을 사기 위해 약간의 각색을 해서. 기사라는 놈들은 자신들만 살겠다고 종자들을 헌신짝 던지듯 내던져 버렸고, 그 와중에 절친했던 친구(그들의 동정을 사기 위해 죠셉은 웬수같은 놈에서 죽마고우로 변해 있었다)는 오크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말이다.

“허어, 어떻게 그럴 수가! 동료를 헌신짝처럼 버리다니, 정말 나쁜 놈들이로구먼.”

“그러게 말입니다, 어르신.”

“어쨌거나 한솥밥을 먹게 되었으니, 이제부터 잘 부탁하겠네.”

“예. 잘 부탁드립니다.”

오크 한 마리가 어디선가 오더니 뭔가 커다란 덩어리를 던져 주고는 가버렸다. 라이가 보니 그것은 멧돼지의 뒷다리였다. 잘라낸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지, 시뻘건 핏물이 줄줄 흐르고 있었다.

‘생고기를 그냥 씹어 먹으라는 건가?”

라이가 그런 생각을 할 만도 했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들 눈이 뒤집혀서는 고깃덩이를 향해 후다닥 달려들었으니까.

“이, 이 아까운 걸…….”

모두들 떨어지는 피를 핥아먹고 빨아 먹느라 제정신들이 아니다. 핏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깃덩이를 혓바닥으로 열심히 핥고 있는 걸 보며, 라이는 뱃속 깊은 곳에 서 뭔가가 치밀어 올라오는 걸 느꼈다.

‘우욱!’

하지만 토할 수는 없었다. 인간이기를 포기한 저런 모습을 보고 토악질을 했다가는, 사람들과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을 수 있다. 저들도 바보는 아닐 테니까.

뭐라고 말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딱히 좋은 표현이 떠오르지를 않는다.

‘그렇게 핥으면 맛있어요? 이건 아닌 것 같고. 굽거나 삶아서 드시지 왜 그렇게 날걸로…, 이것도 좀 그렇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머뭇거리는 사이, 그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더 이상 핥아먹을 핏방울이 없자, 라그만은 그 고깃덩이를 가져다가 모닥불 위에 올렸다. 순간, 자 욱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털이 타는 지독한 노린내가 동굴 안에 가득 퍼졌다.

“콜록! 콜록!”

라이는 결국 참지 못하고 기침을 해댔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 지독한 냄새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마다 달려들어 시커멓게 타 꼬꼬글 해진 털을 털어냈다. 곧이 어 멧돼지 다리에는 시커먼 색의 그을음뿐, 털은 단 한 올도 남지 않게 되었다.

루겐과 스미스가 달려가서 구석에 놓여 있던 솥을 함께 들고 왔다. 둘이서 함께 들어야 할 정도로 꽤나 커다란 솥이다. 그들은 솥을 모닥불 위에 올린 후, 그 안에 멧돼지 다리를 넣고 물을 한가득 부어 끓이기 시작했다. 물을 너무 많이 부은 탓에 다리가 다 삶아지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만 했다.

모두들 군침을 흘리며 솥만 바라보고 있었지만, 라이는 전혀 식욕이 생기지 않았다. 방금 전에 봤던 모습. 그들이 핥고 빨았던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구 토가 치밀어 올라 죽을 지경이었던 것이다.

고기가 푹 삶아지자, 그들은 고기를 꺼내서 칼로 썩썩 자르기 시작했다. 그리 큰 칼은 아니었지만, 감옥 안에 갇혀 있으면서 칼까지 가지고 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 라이였다.

“자네도 먹지?”

“아, 아닙니다. 저는 배가 불러서……. 그러니까 저놈들에게 잡히기 전에 식사를 양껏 했었거든요.”

그들은 두 번 권하지 않았다. 행여 라이의 마음이 바뀔 세라 고기를 3등분으로 나눈 다음, 저마다 쭈그리고 앉아 와구와구 뜯어먹기 시작했다. 정말 맛있게. 마치 이게 최후의 식사라도 되는 것처럼….

“자, 이제 배를 두둑하게 채웠으니 일하자.”

라그만이 꺼내든 것은 갑옷 2벌과 창 몇 자루였다.

“참, 켈취 녀석 말로는 너 대장장이 일을 배웠다며?”

“켈취가 누굽니까?”

“너를 이리로 데려온 오크 말이야. 오크들 중에서 인간의 말을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건 5마리 정도인데, 그 중에서 켈취가 말을 제일 잘하지. 그건 그렇고, 대장 일은 얼마나 배웠냐?”

라이는 얼른 고개를 푹 숙이며 최대한 불쌍한 척 말했다.

“사실 그건 거짓말이었어요. 목숨을 건지려고 그렇게 말하기는 했지만…, 정말 눈앞이 캄캄합니다.”

옆에서 듣고 있던 스미스가 감탄했다.

“자네 정말 순발력이 뛰어나군. 급박한 상황에서 그런 거짓말을 다 생각해 내다니.”

순수하게 감탄하는 스미스에 비해 라그만의 눈빛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던 라이는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다.

라그만은 씨익 미소 지으며 호탕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 우리만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 돼지새끼들이 어떻게 알겠어? 설마 오랜만에 온 동료를 오크들이 잡아먹도록 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나.”

“감사합니다, 어르신.”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 사이, 루겐은 나무를 깎아 만든 작은 그릇에 고깃국을 떠서 노인에게로 가져갔다. 배가 두둑해진 후에야 앓아누운 노인에게 생각이 미 친 것이다.

“영감님, 따뜻한 국물이라도 좀 드셔보세요. 예?”

그가 살며시 흔들었지만, 노인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제서야 흠칫 놀라는 루겐.

“설마…, 죽은 거야?”

루겐은 좀 더 세게 흔들어 봤다. 그래도 반응이 없자 손가락을 노인의 코에 댔다. 숨을 쉬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때, 라그만이 참지 못하고 끼어들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 알겠어, 비켜 봐.”

라그만은 손을 뻗어 노인의 목 언저리에 댔다. 경동맥(頸動脈)이 머리로 흘러들어가면서 맥동치는 그 맥박을 읽어보려는 것이다.

잠시 후, 라그만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침통한 어조로 말했다.

“죽었어.”

“서, 설마…….”

노인의 죽음을 가장 슬퍼한 사람은 루겐이었다. 그는 한쪽 구석에 쭈그리고 앉더니,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었다. 몸이 가늘게 떨리는 것이 흐느끼고 있는 게 분명 했다.

“사람 죽는 거 한두 번 보냐? 적당히 해.”

“야, 그래도 너무하잖아. 지금까지 같이 산 게 몇 년인데…….”

“어쩔 수 없지. 약초 한 뿌리도 쓸 수 없는 처지인데, 뭘 어떻게 하겠어. 그냥 이렇게 살다가 가는 수밖에.”

라그만은 창살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는 오크에게 다가가더니 말을 걸었다.

“켈취를 불러줘. 켈취, 알겠어? 케엘취! 켈취!”

감옥 앞에는 언제나 2마리의 경비 오크가 지키고 있었다. 라그만의 부탁을 들은 경비 오크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딘가로 뒤뚱거리며 걸어갔다.

잠시 후, 경비 오크는 또 다른 오크 한 마리와 함께 돌아왔다. 놈은 다른 오크들이 코가 막힌 듯한 휙휙거리는 소리밖에 내지 못하는 것에 비해 어눌하기는 해도 사 람의 말을 제법 했다. 단순한 말밖에 하지 못했지만, 알아듣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휙! 무슨 일이냐? 호비트.”

“영감이 죽었어.”

“취익! 죽어?”

켈취는 경비를 서고 있는 오크들에게 뭐라고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경비 오크는 감옥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노인의 시체를 들고 밖으로 나갔다. 그 장면을 옆에 서 지켜보고 있던 라이는 무심결에 중얼거렸다.

“부디 햇볕이 잘 드는 곳에 묻어줘야 할 텐데.”

그때 옆에 서 있던 스미스가 불쑥 끼어들었다. 그의 눈동자에는 짙은 분노가 어려 있었다.

“묻어주려는 게 아니라, 먹으려고 가져가는 거야.”

일순 라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머, 먹어요?”

“죽은 동료도 먹어치우는 것들이야. 그런 놈들이 사람 시체를 그냥 내버릴 것 같아?”

오크에게 잡히면 살아서 나갈 수가 없다. 죽임을 당해서 잡아먹히거나, 뼈 빠지게 일하다가 죽은 다음 놈들의 뱃속에 들어가거나…, 결국에는 놈들의 뱃속에 들어 가야 끝이 나는 것이다.

“떠그랄! 이럴 줄 알았으면 폐가 터져 죽는 한이 있더라도, 도망쳐 보기라도 할 걸.’

이때만큼은 이미 오크들의 뱃속에 들어가 있을 죠셉이 부러워지는 라이였다.

노인의 시체를 들고 나간 다음, 켈취는 다른 경비 오크에게 문을 잠그라고 지시했다. 볼일이 끝난 켈취는 뒤돌아서서 밖으로 걸어서 나가는 중이다.

그런 켈취를 바라보던 라그만의 얼굴에 갈등이 어렸다. 노인은 죽었고, 새로운 신참이 하나 들어왔다. 그것도 건장한 놈이.

이윽고 라그만은 결심을 굳힌 듯, 급히 켈취를 불렀다.

“켈취! 할 말이 더 있다.”

걸음을 옮기던 켈취는 뒤로 돌아서며 물었다.

“휙, 뭐냐?”

“오늘 잡혀온 저 호비트 말이야.”

라그만은 손가락으로 라이를 가리켰다. 라이는 라그만이 왜 오크를 불러서는 자신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나 해서 그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둘의 눈길이 얽히는 순 간, 라그만은 오크에게로 고개를 홱 돌리며 재빨리 말했다.

“무기를 만들 줄 안다고 한 건 새빨간 거짓말이래. 죽고 싶지 않아서 거짓말을 한 거지.”

감옥은 그리 넓지 않았기에, 라이도 라그만이 하는 말을 다 들을 수 있었다. 라이는 절망했다. 그는 라그만을 노려보며 외쳤다.

“이럴 수가. 왜? 왜 그런 짓을!”

안 그래도 험악하게 보이는 켈취의 인상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더욱 포악하게 일그러졌다. 켈취는 경비를 서고 있는 오크에게 뭐라고 명령했다. 경비 오크가 감옥문 을 다시 열자, 켈취가 직접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무지막지한 손으로 라이의 멱살을 틀어쥐고는 밖으로 끌고 나갔다.

켈취에게 질질 끌려 나가는 라이를 향해 라그만이 마치 변명이라도 하듯 조그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이게 다 입을 줄이자고 한 짓이니 네가 이해해라. 너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녀석들이 가져다 주는 식량은 정말 보잘것없거든.”

분노한 라이는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외쳤다.

“이런 나쁜 새끼! 너는 인간도 아냐. 그래, 고기조각 조금 더 먹자고 같은 사람을 고자질을 해? 이 오크보다도 못한 새끼! 두고 보자. 반드시 복수할 테다.”

하지만 그런 라이에게 대꾸하는 라그만의 표정은 태연하기만 했다.

“복수는 무슨. 지금 잡혀가면 곧바로 오크들에게 잡아먹힐 텐데. 하여튼 잘 가라구. 오랜만에 들어본 바깥소식, 정말 고마웠어.”

“에잇, 퉤! 죽어버려라!”

“걱정 마. 너보다는 오래 살 거니까.”

“평생 오크 발바닥이나 핥다가 죽어버려!”

“정말 시끄러운 놈이군.”

지지 않고 대꾸는 하고 있었지만, 라그만의 표정은 썩 밝지 못했다. 그라고 좋아서 라이가 무기를 만들 줄 모른다는 것을 고자질 했겠는가.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스미스의 물음에 라그만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어조로 대꾸했다.

“어쩔 수가 없어. 녀석은 젊은 데다, 아직 힘이 있어. 겨우 이런 보잘것없는 먹거리에 만족할 거 같아? 굶주림에 지쳐 녀석의 눈이 돌아가 버리면, 그때는 이미 늦 어. 우리 모두가 놈에게 살해당하느니, 저 녀석 혼자 죽어버리는 게 나아.”

라그만의 말에 다른 사람들은 더 이상 토를 달지 못했다. 그의 말이 옳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