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17화 : 사막 부족과의 동행 – 1

묵향 38권 17화 : 사막 부족과의 동행 – 1


사막 부족과의 동행 – 1

“끄응…….”

라이는 눈을 떴다. 어둠 속 희미한 빛 사이로 나무로 만들어진 천장이 흐릿하게 보인다.

“여기는 또 어디야?”

온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고개를 돌리기도 힘들 정도다.

요즘은 정신을 잃었다가 눈을 뜨면 이런 상태라는 게 자신이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살짝 고개를 돌려 주위를 살펴봤지만 사람의 기척은 어디에도 없다.

라이는 억지로 힘을 넣어 상체까지 일으켜 주위를 둘러봤다. 역시 사람의 기척은 찾을 수 없다. 대신에 벽 쪽에 세워져 있는 자신의 검이 보였다. 검을 훔쳐 가지 않고 이렇게 그냥 놔뒀다는 건, 자신을 구해준 인물이 최소한 도적은 아닌 듯했다.

뭐, 도적이라고 해도 상관은 없다. 예전에도 산적들과 함께 일한 적이 있었으니까 별 거부감은 들지 않았다. 마음에 들면 같이 일하고, 그렇지 않다면 떠나면 그만이다.

오크의 식용 노예까지 해봤던 라이에게 있어서 이 정도면 솜털만큼도 겁나지 않았다.

사막 위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정신을 잃었었는데, 말라 죽지 않고 목숨을 건진 것만 해도 신께서 도와주셨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검을 보고 마음이 놓인 라이는 주변을 좀 더 꼼꼼히 살펴봤다. 하지만 살펴보고 자시고 할 필요도 없이 정말 단출한 살림이다. 정말 필요한 것 몇 가지를 제외하면 있는 게 거의 없을 정도다.

한참 주위를 둘러본 후에야 라이는 그제서야 자신의 바로 곁에 물병이 하나 놓여있는 걸 볼 수 있었다.

라이는 곧바로 물병을 집어 들고 허겁지겁 들이켰다. 물이 뱃속으로 들어가니 살 것만 같았다.

라이는 다시금 침상에 몸을 눕혔다.

나무판 몇 개를 이어 붙인 간소한 침상이었지만, 깔개나 담요는 깨끗했다.

라이는 지금껏 사막 토착민들에 대해 들었던 소문을 떠올렸다.

사막은 워낙 척박한 지역이기에 외지인에 대한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도와주고, 또 필요할 때는 도움을 얻는다. 그렇게 서로 도와야만 최악의 상황을 극복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자신은 토착민이 입는 옷으로 갈아입혀져 있는 상태였다.

검 밑에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갑옷이 놓여 있었다. 샌드 웜의 이빨에 커다랗게 구멍이 뚫리면서 더 이상 마법도구가 아니게 되어버렸다.

콘도르 기사단 정찰조원들에게 지급되는 갑옷이었던 만큼, 뛰어난 성능을 지닌 마도구였는데 정말 아까웠다.

‘다행히 내가 알카사스의 정규 기사라는 걸 눈치채지는 못한 모양이네. 하기야, 촌민들이 콘도르 기사단 문장을 언제 한 번이라도 볼 일이 있긴 했겠어?’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가벼운 소음과 함께 문이 열리며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곧이어 사람이 한 명 들어왔다. 이제 겨우 열두세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원주민 소년이었다.

소년은 들어오자마자 라이가 누워있는 침상 쪽으로 다가와 상태부터 살펴봤다. 라이가 일어나 있다는 걸 알아챈 소년은 엄마를 외치며 밖으로 달려 나갔다. 라이는 난감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소년이 한 말 중에서 엄마 외에 다른 말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던 것이다.

지독한 사투리. 단어도 다르고, 억양도 다르다. 하기야 라이가 태어나 성장한 촌락에서 쓰던 말과 알카사스에서 쓰이고 있는 말도 상당히 달랐다. 나중에 안 것은 그가 촌락에서 썼던 말이 크라레스 제국에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왜 크라레스 사람들이 척박하기 짝이 없는 저 먼 북방으로 이동해 들어갔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이 알카사스로 흘러들어온 후에 해야만 했던 언어 습득을 위한 과정을 다시금 반복해야 한다는 것은 알 수 있었다.

‘최대한 비슷하기만을 바래야겠네. 제발~, 신이시여, 비슷하게 해주세요.’

라이의 기도는 너무나도 절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