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38권 19화 : 사막 부족과의 동행 – 3
사막 부족과의 동행 – 3
사막 부족 사내들은 지금껏 본 적 없는 놀라운 모습에 모두들 얼이 빠져서 보고 있었다.
사람이 검을 휘둘렀는데, 저런 무시무시한 기세가 터져나갈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조차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들은 기적을 볼 수 있었다
입을 쩍 벌리고 달려들던 공포스러운 바위도마뱀이 엄청난 충격을 받고 뒤로 튕겨 나가는 것을.
쩍 벌리고 있던 입속의 이빨들 태반이 부서져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놀라운 일격이었지만, 바위도마뱀은 아직 죽지 않았다. 곧이어 정신을 차리고는 재차 공격을 시도했다.
하지만 라이또한 이미 대비가 되어 있었다. 자신의 일격이 강하긴 했지만, 그 정도로 바위도마뱀이 죽을 리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으니까. 연속적으로 이어진 두 번째 공격에 바위도마뱀의 팔이 떨어져 나갔고, 그다음 공격에 두개골이 깨져 산산이 흩어져 버렸다.
모두에게 공포를 안겨줬던 대형 언데드치고는 너무나도 허무하게, 그리고 빨리 죽어버렸다.
사막 부족의 사내들이 입을 쩍 벌린 채 구경만 하고 있었을 정도로 짧은 시간이었다.
정신을 차린 사내 중 하나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혹시 와이번 라이더?”
“으으윽!!”
“이럴 수가…….”
사막 부족 사내들의 얼굴에 극심한 공포가 떠올랐다.
용기사는 놀라운 기동력을 바탕으로 국경지대 순찰에 이용되고 있었다.
사막 부족의 힘으로 알카사스 제국을 침공한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소수의 부족 전사들이 약탈을 위해 움직이는 게 큰 문제였다. 아무리 알카사스의 군사력이 막강하다 해도 광대한 사막 전체를 물샐틈없이 지킨다는 건 불가능했다.
옛날에는 무역로를 지키기 위해 요새를 건설하기도 했었지만, 요즘은 그런 낭비를 하지 않는다. 기동력 좋은 용기사들이 있는 덕분이다.
고공에서 정찰하다가 소수의 도적 떼를 발견하면 그 즉시 소탕해 버렸고, 자신의 힘만으로는 힘들 듯한 대부대라면 상부에 연락하여 추가 병력을 요청하면 된다. 굳이 막대한 자금을 낭비하며 부대를 주둔시킬 필요가 없는 것이다.
용기사들에게 뜨거운 맛을 본 사막전사들이 흘린 소문이 여러 단계를 거치며 사막 전체로 퍼져나갔고, 그 결과가 지금 라이의 눈앞에서 보여지고 있었다. 공포라는 형태로
주춤주춤 뒤로 물러서고 있는 사막 부족의 사내들을 향해 라이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나는 와이번 라이더가 아닙니다. 어쨌거나 언데드부터 모두 해치우고 나서 얘기하는 게 좋겠네요.”
언데드가 몇 마리 되지 않을 때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지만, 이곳은 마을 사람들 전체가 언데드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더군다나 죽은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아 부패가 심하게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자신은 독성 따위에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지만,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거기에 생각이 미친 라이는 동료들에게 경고했다.
“모두 최대한 뒤로 물러서세요. 저렇게 언데드가 많다면 극심한 독기를 뿜어냅니다.”
“독기라고?”
주춤주춤 뒤로 더 물러서는 사막 부족의 사내들.
라이는 사람들을 벽 밖, 바람이 잘 통하는 곳으로 철수시킨 후에야 언데드 토벌을 시작했다.
부패가 심한 언데드들은 박살나며 끔찍스러운 악취를 뿜어냈다.
보통 사람이라면 진작에 죽어버렸을 정도로 짙은 시독이었지만 라이는 독기 따위 신경조차 안 쓴다는 듯 번개처럼 움직이며 언데드들을 죽여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