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향 6권 20화 – 악몽

악몽

사람은 잠을 자지 않을 수 없다. 다크같이 내공을 수련한 고수의 경우 수면 시간을 보통 사람보다 월등하게 줄일 수 있다는 것뿐이지, 완전히 자지 않고 살 수는 없 는 것이다. 과거 남자의 육체를 가지고 현경의 경지를 쌓았을 때도 잠은 잘 수밖에 없었다. 대신 수면 시간이 매우 짧았기에 남들이 눈치 채지 못한 것일 뿐.. 4, 5일에 한 번씩 2각(30분) 정도만 자면 버틸 수 있는 사람을 누가 자는지 안 자는지 확인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지금 다크의 몸은 여기서 말하는 마스터, 즉 화경(化境)의 경지에도 올라서지 못한 상태가 아닌가? 그렇기에 매일 몇 시간이라도 수면은 필요했고, 악몽을 꿨던 다음 날도 수련을 하다가 새벽이 되었을 때쯤 아무 생각 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다크는 또다시 자신이 어두운 공간 속에 서 있다는 것을 알고 몸서리 쳐지는 두려움을 느꼈다.

“이건 꿈이야! 꿈이라고…….”

정말 울부짖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자신의 연륜과 체면 때문에 그렇게 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게 꿈이라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 누가 그랬더라? 꿈일 때는 뺨 을 꼬집어 보면 알 수 있다고. 꿈이라면 아프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며 다크는 자신의 뺨을 힘껏 비틀었다.

“윽!”

엄청난 통증이 느껴졌다. 이건 꿈이 아니라 실제 상황이었다. 또 그녀에게 예의 그 앵앵거리는, 아무 도움도 안 되는 녀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망가. 너는 아직 상대가 안 돼. 그와 싸우면 안 돼.”

오히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고 다크는 버럭 화를 냈다.

“닥쳐! 어디로 도망친단 말이야? 도망칠 곳이나 알려 주고 그딴 소리를 해야지.”

하지만 어쨌거나 다크는 그곳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잠시 후면 또다시 만나기 싫은 주인공이 등장할 것이다. 그 전에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

역시 다크의 예상대로 기분 나쁜 목소리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크흐흐흐, 어때? 나의 종복이 되기로 결심했나? 하루나 시간을 줬잖아.”

“빌어먹을! 네놈은 누구냐?”

“노예가 주인을 알 필요는 없지. 네년은 나에게 충성하기만 하면 돼. 더 이상 알 필요는 없는 거야.”

“거절한다. 이 빌어먹을 자식아!”

“제발 그녀를 놔둬요. 부탁드려요.”

소녀의 앵앵거리는 목소리는 양쪽 모두에게 묵살되었다. 누구도 그녀의 목소리에 신경 쓰는 사람이 없는데도, 그녀는 계속 싸우지 말 것을 부탁하고 떠들어 댔지 만 양쪽 다 그 목소리는 들리지도 않는 것처럼 행동했다.

“아직 맛을 덜 본 모양이군. 크하하하, 주인에게 반항하는 노예가 어떻게 되는지 가르쳐 주마. 죽어라, 으하하하…….”

또다시 어둠 속에서 날아오는 무자비한 공격. 하지만 이번에는 상대가 어떤 식으로 나올지 예상하고 있었기에 처음의 몇 번은 피할 수 있었고, 그다음 이어진 두 번의 공격은 호신강기로 튕겨 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부터는 전날과 마찬가지였다. 살이 찢어지고 다리가 잘려 나갔다.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두려움, 증오를 느끼면서 다크는 자신의 몸이 박살 나는 것을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상대가 너무나 강했기 때문이다.

똑똑.

곧 예쁘장한 묘인족이 문을 살짝 열고는 귀여운 귀를 쫑긋거리며 나타났다.

“주인은 계시냐?”

그녀는 상냥하게 대답했다.

“예, 지금 수련 중이십니다. 누구라고 전해 드릴까요?”

“시드미안 일행이라고 하면 알 거야.”

“예,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묘인족 소녀는 곧 다시 나와서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시드미안 일행은 자신의 눈을 믿기 어렵다는 듯 놀라운 표정으로 다크를 바라봤다. 그녀는 상당히 많이 변 해 있었다. 그 모습은 과거 한 달 동안 술에 절어 있을 때보다 더 비참해 보였다. 홀쭉하게 야위고, 너무나 창백해진 얼굴, 앙상한 손을 보고 그들은 너무나 가엾어서 하마터면 다크를 껴안을 뻔했지만, 상대가 누군지 떠올리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 된 일이야? 여기 생활이 별로 좋지 못한 거야?”

다크는 피로한 듯한 퀭한 눈에 살짝 미소를 지어 보였다.

“생활은 괜찮아. 악몽 때문에 잠을 못자서 그래.”

“악몽? 아무리 악몽을 꾼다고 이렇게까지.

“나도 놀라는 중이다. 내가 이렇게 나약했었나 하면서 말이야. 그건 그렇고 어쩐 일이야? 너희들도 잡혀 온 거야?”

시드미안은 씁쓰레한 표정을 지었다.

“휴……. 처음에는 잡혀 왔지. 그런데 조금 있다가 사정이 바뀌었어. 내 조국 트루비아가 코린트에게 멸망했기 때문이야. 그 얄미운 토지에르 개자식이 우리들을 불러 말하더군. 자네들의 조국은 멸망했으니 우리와 손잡고 코린트를 무찌르자고. 제길! 그 자식 때문에 트루비아가 멸망한 거나 마찬가지야. 그놈들이 드래곤 하 트만 훔쳐 가지 않았다면 트루비아는 멸망할 이유가 없었다구. 그 원인을 제공한 놈이 뻔뻔스레 그런 말을 하다니. 제기랄!

하지만 나는 그 제의를 거절할 수가 없었어. 안 그러면 트루비아의 재건은 꿈도 꿀 수 없으니까 말이야. 그들과 손잡고 우리는 곧장 국외로 탈출한 왕자님 일행을 안전하게 이리로 모셔와야만 했다구. 그 때문에 너한테 바로 연락하지 못하고 떠나서 미안해. 4일 전에야 겨우 도착했어.”

“그래도 일이 잘되었다니 다행이군.”

다크가 모두를 둘러보며 힘없이 웃자 그들도 그녀에게 미소로 답해 왔다. 하지만 그녀를 쭉 날카로운 시선으로 보고 있던 안토니가 궁금한 듯 물었다.

“아까 악몽 때문이라고 했나?”

“응.”

“도대체 어느 정도나 악몽을 꾸면 사람이 이렇게 마를 수 있는 거야? 좀 자세히 설명을 해 봐. 악몽 한두 번 꾼다고 해서 사람이 이렇게 마를 수는 없어.”

“한두 번? 한 달 정도 악몽만 꿔 봐. 매일 몸이 잘리고 피가 터지면서 지독한 고통과 두려움에 떨어 보라구.”

“한 달이나?”

“그래도 놈에게 버티는 시간이 약간씩 늘어나고 있으니까 아직까지 버티고 있지 안 그랬으면 벌써 자살했을 거야. 처음에는 완전히 껌껌한 곳에서 일방적으로 터 졌는데, 지금은 조금씩 밝아지고 있어. 어제 꿈에는 놈이 희미하게 보이는 것 같았으니까 말이야.”

“아무래도 이상하네. 매일 같은 꿈이라 이거지. 토지에르에게 얘기해 봤어?”

“아니. 그놈도 바쁜 것 같고, 또 그렇게 악몽이 계속될 거라고는 생각도 못 했으니까. 사실 그리 대단한 악몽도 아니었고……..

그 말에 옆에 있던 세린이 도저히 참을 수 없다는 듯이 끼어들었다. 노예가 주인과 주인의 친구들이 대화하는 데 끼어들 수는 없었지만, 그녀 또한 자신의 주인이 말라 죽는 건 볼 수가 없었기 때문에 예의에 어긋나는 걸 알면서도 참견한 것이다.

“대단한 악몽이 아니라니요, 주인님. 매일 시트가 흠뻑 젖을 정도로 식은땀을 흘리시면서 그게 대단한 게 아니면 도대체 어떤 게 대단한 건가요?”

“조용히 해.”

“어쩌면 토지에르가 건 저주의 부작용인지도 모르니까 토지에르에게 가 보자.”

안토니는 다크를 재촉하더니 시드미안에게 말했다.

“저는 다크하고 토지에르한테 가겠습니다. 경께선 일행들과 먼저 돌아가십시오.”

“알겠네.”

토지에르도 안토니와 함께 들어서는 다크의 몰골을 보고 놀랐다. 그 놀라움은 곧이어 세린을 향한 분노로 드러났다.

“세린, 이년을 당장…….”

“……”

일어서서 나가려고 하는 토지에르를 향해 다크가 싸늘하게 외쳤다.

“그 아이 탓이 아니야.”

“이 정도나 되면 보고를 했어야지.”

토지에르의 반박에 다크가 비웃듯이 말했다.

“세린은 황제가 준 내 노예야. 네 것은 아닌 걸로 아는데?”

“그건, 그렇지만.”

그들이 쓸데없는 걸로 신경전을 벌이자 안토니가 그들을 떼어 놓으며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려고 참견했다.

“자자, 일단 앉아서 대화를 하시죠. 토지에르 경, 혹시 경께서 건 저주에 부작용은 없습니까? 악몽같은.

“악몽? 디스라이크 걸려서 악몽을 꾼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처음에야 악몽을 꿀 수도 있지만 시간이 한참 지나서 꾸는 경우는 글쎄..

“매일 악몽을 꾼답니다. 그것도 거의 한 달이나 계속…….”

그 말에 토지에르는 다크에게 고개를 돌렸다.

“도대체 어떤 악몽인데? 줄거리가 똑같은 거야? 아니면 다른 거야?”

될 수 있으면 꿈의 내용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 다크가 대답했다.

“똑같은 줄거리에 겁먹을 바보도 있냐? 처음 시작하면 어둠 속에서 어떤 놈이 공격을 해. 공격 방법은 아주 다양하고 매일 바뀌지. 또 그놈이 말하는 내용도 약간 씩은 달라. 하지만 정말 진짜로 그놈과 싸우는 것은 꿈이야. 그 고통이나 소리.. 내가 죽기 직전쯤 되면 공격이 멈추는데, 그러고 나면 잠에서 깨지. 하지만 깨어 나서도 방금 전에 직접 당한 것처럼 생생하게 떠오르지.”

다크는 토지에르를 보며 씁쓸하게 미소 짓더니 말을 이었다.

“내가 아직까지 미치지 않은 게 이상할 정도야.”

“기억은 있어? 그러니까 전에 당했던 것이라든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 상의해 봤자잖아.”

“아니, 기억은 있어. 어제 당한 일이나 놈에 대한 공포 등등 자기 전에 먹었던 주스까지 기억나지. 이상하게도 내 몸이 잘 보이니까 말이야. 몸이 두 토막 나서 자기 전 마셨던 주스가 흘러나오는 걸 보는 기분은 정말, 으이그…….

하지만 이상하게도 놈에게 결국은 죽을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 안 그래도 당할 거면 속편하게 죽은 다음 일어나면 되는데……. 날아오는 마법에 내 목을 들이 대서 순식간에 끝낼 생각은 죽어도 안 들어. 어쨌든 놈을 이기려고 아둥바둥하다가 비참하게 죽을 뿐이지.”

“하, 거참! 그래, 상대가 뭐라고 하던가?”

“맨날 하는 말이야 똑같지. ‘내 노예가 될 거냐? 내가 싫어하고 대답하면, 그놈이 음흉하게 웃으면서 말하지. 아직 맛을 덜 봤군. 죽어 봐라.’ 그러면 난 묵사발 나다가 잠에서 깨지.”

“상대의 무기는 뭔가? 검? 창? 아니면 마법?”

“마법.”

“어떤 마법인지 기억하나?”

“어두워서 뭐가 날아오는지는 몰라. 팔 다리가 아주 멋지게 피를 뿜으며 떨어지는 걸 보면 칼날 같은 것도 날아오는 모양이야. 며칠 전에는 목도 떨어져 봤는데, 기 분 아주 더럽더군.”

“그렇다면 혹시 주문 같은 건 들리지 않았나?”

“주문이야 당연히 들렸지. 그러니까 그놈이 마법을 쓰는지 알지. 아쿠아 에로우, 아쿠아 소드, 아쿠아 해머, 뭐 그 정도야. 하지만 주문 한 번 외웠을 때 날아오는 숫자나 위력은 매번 바뀌더군. 아쿠아 해머는 보통 한 대 맞으면 호신강기를 찢고 내장을 묵사발 내지. 정말 뼛속까지 그 고통이 울리더군. 혹시 그런 마법 알아?”

토지에르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신중한 목소리로 답했다.

“정령 마법이야. 그것도 물의 정령을 이용한.”

다크가 씁쓸한 표정으로 아쿠아 룰러를 가리켰다.

“그러면 범인은 이 녀석이야?”

“그런지도……. 아니, 그럴 거야.”

“하지만 이걸 사용한 후 한동안은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그리고 이놈은 나를 주인으로 택했다고 했잖아.”

토지에르는 잠시 생각해 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건 아쿠아 룰러가 너를 주인으로 택했다는 거지. 정령왕 나이아드가 너를 아쿠아 룰러의 주인으로 인정했다는 말은 아니야. 지금 너는 나이아드의 시험을 거치 는 중이야. 그 시험에 통과한다면 주인으로 인정해 주겠지만… 글쎄, 실패한다면 죽음이나 아니면 나이아드의 노예가 되겠지.”

““제길, 이따위 반지 필요 없어.”

다크는 반지를 뽑으려고 했지만 반지는 뽑히지 않았다. 아예 살하고 완전히 붙어 버렸는지 떨어질 생각조차 안 했다.

“잘라야겠군.”

“자른다고?”

“응, 손가락을 잘라 보고 잘리면 다행이고, 만약 안 잘린다면 손목이나 팔목을 잘라야지.”

다크는 잠시 손을 바라보다가 말을 이었다.

“좋아. 아직은 견딜 만하니까 좀 더 버텨 보고 나중에 도저히 안 되면 자르기로 하지.”

칠흑의 공간. 쓰러져 있던 그녀가 서서히 눈을 뜨자 또다시 앵앵거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빨리 도망쳐. 너를 죽일 거야.”

“너는 누구냐?”

“나? 난 아쿠아 룰러, 약속의 증거야.”

“약속의 증거 같은 소리 하고 있네. 그럼 그놈은 누구야?”

“약속을 지키는 자, 나이아드지. 그가 오기 전에 빨리 도망쳐.”

“제기랄, 도망칠 곳도 없다니까 계속 도망치라고 해. 뭐 무기가 될 만한 거 없어? 저 자식은 너무 강해.”

“그런 거 없어. 하지만 있어 있으면서도 없는 거야.”

“무슨 대답이 그따위야. 네 녀석은 지금 어디서 떠드는 거야?”

“네 왼손에…….”

다크가 왼손을 잡아 보니 거기에 반지가 끼워져 있었다.

“반지가 너냐?”

“응, 빨리 도망쳐.”

이때 그 음산한 목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

“크흐흐흐, 어때? 생각은 해봤나? 버틸수록 너만 손해야. 매일같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면서 여태껏 버틴 놈은 네가 처음이다. 그 끈기는 인정해 주지. 하지만 네년 의 실력으로 나를 이긴다는 것은 불가능해. 너도 나의 노예가 되어라.”

“헛소리하고 앉아 있네.”

“그러면 죽어 봐라, 크하하하. 아쿠아 소드!”

그와 동시에 다크는 최대한 빨리 앞으로 튀어 나갔다. 퍽 하면서 호신강기를 강타하는 뭔가가 있었지만 이놈을 만난 지도 한 달. 생명의 위협을 느끼면서 하는 수 련은 많은 효과가 있어서 그의 내력은 엄청나게 증가해 있었다. 문제는 이쪽이 강해질수록 저쪽의 공격도 더 강해진다는 것이었지만 말이다. 처음에는 아쿠아 소드 도 한 개 정도가 날아왔지만, 요즘 들어서는 대여섯 개가 한꺼번에 날아왔다. 그 파괴력과 날카로움은 거의 검기에 맞먹었다.

일정 시간은 호신강기로 버틸 수 있었기에 막는 즉시 놈에게 뛰어들면서 주먹을 선사할 생각이었다. 요즘 들어 놈의 모습이 희미하게나마 보였다. 또 감각도 그만 큼 좋아졌기에 놈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있어 실패란 있을 수 없었다.

놈은 다크가 뛰어 들어오자 곧 그 의도를 파악하고 외쳤다.

“아쿠아 실드(Aqua Shield : 물의 방패)!”

상대의 목을 향해 주먹을 내뻗는 순간 다크의 손은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는 물줄기에 막히면서 산산이 찢겨져 나갔다. 다크는 자신의 손이 가루가 되면서 피가 뿜 어져 나가는 모습을 맨정신으로 보기 정말 어려웠다.

“크아악!”

비명을 지르면서도 뒤로 재빨리 물러서는 다크를 보면서 나이아드는 킬킬거리며 비웃었다.

“도망치는 재주는 비상하군. 하지만 그것 가지고는 안 돼! 아쿠아 해머!”

다크는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하지만 옆구리에 엄청난 충격이 그대로 쏟아져 들어왔다. 호신강기가 박살 나고, 갈비뼈 몇 대가 부러져 나가고, 내장이 박살 났는 지 입속에서 피 냄새가 올라왔다.

“크악!”

이제 거의 전투력을 상실한 다크를 나이아드는 아쿠아 룰러가 앵앵거리는 소리를 반주 삼아 차근차근 뭉개 나갔다. 다리가 잘려 나가고 팔이 뭉개졌다. 그녀의 봉 긋하던 가슴도 아쿠아 해머 한 방에 잘 다져진 고깃덩이가 되어 버렸다. 그놈은 비명을 질러 대는 그녀를 학대하는 것이 즐거운지 천천히 자근자근 박살 냈고, 제일 마지막으로 목을 잘라서 그 목을 들고 비웃듯이 말했다.

“다음에는 좀 더 그럴듯한 대답을 해 봐. 크흐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