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10권 8화 – 환마동(洞)입동(入洞)

비뢰도 10권 8화 – 환마동(洞)입동(入洞)

환마동(洞)입동(入洞)

환마동안은 생각보다 넓었다.

들어간 입구로부터 이어지는 외길 끝에는 제법 넓은 광장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도 노사 한 명이 대기하고 있었다.

광장 좌우로 횃불이 박혀 있어 어두움을 느낄 수 없었다. 조금 더 광장 안으로 걸어가자 여러 갈래의 길이 나타났다. 숫자를 세어보니 모두 여덟 갈래였다. 각 문에 는 모두 문이 하나씩 달려 있었다.

“어디로 들어갈지 고르게!”

진행을 맡고 있는 시험관이 말했다. 아무래도 이 중 하나를 택해서 들어가는 모양이었다.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고민하던 비류연은 문득 장홍의 말이 뇌리에 떠올 랐다. 그러자 갑자기 오기가 생겼다.

“네 번째요!”

비류연이 말했다.

시험관은 군말 않고 네 번째 문을 열어 주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어둠이 열린 문 뒤로 나타났다. 비류연은 그곳으로 망설이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끼이이이익! 쿵!

문이 닫히자 세상에서 빛의 자취가 사라졌다. 암흑이 비류연의 주위를 가득 채웠다.

“얼래?”

빛이 사라지고 암흑만이 존재했다. 사방 그 어디에도 빛을 발하는 물건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떤 벽에 의해 빛이 완전히 차단된 느낌이었다. 상하좌우가 분간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갈래길 안은 어두웠다. 만일 어둠 속에서 물체를 보는 안법 수련을 하지 않았다면 완전히 눈먼 장님 신세가 될 뻔했다.

“어라? 무슨 냄새지?”

환마동 전체에는 매우 특별한 향이 감돌고 있었다. 뭐랄까, 말로 쉽게 설명되지 않는 그 향의 느낌은 몸을 대단히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힘이 있었다.

“킁킁! 독향은 아닌가 보군!”

어떤 작용을 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일단 독향은 아닌 것 같아 안심이었다. 호흡에는 별다른 지장을 주고 있지는 않았지만 단순한 동굴 안 냄새 제거용이 아닌 것만은 확실했다. 그리고 어디서부터 이런 독특한 향기가 퍼져 나오는지 출처를 알 수가 없었다. 그 향기는 마치 안개처럼 비류연의 앞길을 가로막았다. 아마 다른 모든 이들도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하고 있으리라.

“멈춰 서 있으면 정체될 뿐이지.”

비류연은 서슴지 않고 앞을 향해 걸어갔다. 한참을 걸어가도 사람의 생명을 위협하는 돌발적인 함정이나 은밀한 장치 같은 것은 없었다. 너무나 밋밋해서 지루할 정도였다.

“도대체 이 안에 무엇이 있다는 걸까?”

아직은 비류연으로서도 알 수가 없었다.

“젠장, 왜 아무것도 안 보이는 거야?”

한참을 걸어가던 비류연이 입을 삐죽이며 투덜거렸다.

“기름값이 그렇게 아까웠나? 쩨쩨하게……..”

자신의 돈은 절약할 필요가 있지만 남의 돈까지 절약해 줄 필요는 없다는 게 비류연의 지론이었다. 그래도 이번은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비류연은 생각했다. 왜냐 하면 동굴 안은 지척도 분간하지 못할 정도로 너무 어두웠던 것이다. 그가 어둠을 무서워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빛은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좋았다. 그 나마 다행인 것은 뛰어난 안력 덕분에 빛에 의지하지 않고도 사물을 구분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

비류연은 지금 두 갈래 길 앞에 서 있었다. 예상한 대로 아무래도 이곳은 미로로 이루어져 있는 것 같았다. 하나는 경사가 가파르고 보기에도 험난해 보이는 동굴 이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경사가 완만하고 길도 평탄해 보였다.

“어느 쪽으로 가야지 잘 갔다는 소리를 들을까?”

비류연은 잠시 고민해 보기로 했다. 그러나 그의 고민은 그다지 오래가지 않았다. 비류연이 명문정파라고 빼기는 녀석들에게 치를 떠는 이유는 이 녀석들이 말은 번지르르하고 겉모습까지 뺀질뺀질한 주제에 어려움, 고난과 시련, 고독의 삼중주에 마주치자 맞설 생각은 하지 않고 회피할 방법만을 찾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무엇이 그렇게 두렵단 말인가?

상처 부상? 이별? 아니면 죽음?

시련이란 어차피 인위적이고 계획적인 위험을 도전자가 받도록 만들어져 있는 체계였다. 어차피 그것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다면 적어도 정면으로 마주치고 돌파 할만한 배짱은 지니고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러나…….

“무엇보다 안전이 제일이지!”

웬만하면 험한 길보다는 평탄한 길을 걸어가는 게 이득이라는 지론을 지닌 비류연은 서슴지 않고 편한 길을 택하기 시작했다.

그는 너무 일을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경향이 있었다, 그것은 결코 좋은 버릇이 아니었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는 속담도 있는데 그가 하는 행동은 징검다 리를 눈감고 건너는 격이었다.

“참가자 전원 입동을 완료했습니다.”

총노사 빙검의 보고를 들은 마진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다들 무사히 이 시험이 끝나기만을 빌 수밖에 없군요.”

마진가가 말했다.

“그들은 저 안에서 무엇을 볼까요?”

빙검은 환마동이 어떤 곳인지 설명을 들어 알고 있었다. 그러나 겪어 본 적은 솔직히 없었다. 그래서 저 안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겪을 지는 그로서도 알 수가 없었 다.

“저들은 저 안에서 이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것을 볼지도 모릅니다. 혹은 가장 가슴 아픈 일을 겪을지도 모르지요. 공포가 그들을 삼켜버릴지도 모릅니다. 그 중에 는 그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미쳐 버리는 사람까지 있었습니다.”

빙검도 의약전에 들렀을 때 그런 사람을 본 기억이 있었다. 도대체 저 안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그것은 겪어 본 사람만이 대답해 줄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은 저들의 정신력과 의지에 달려 있습니다. 다들 힘내라는 말밖에는 해줄 말이 없군요.”

마진가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무복 자락이 바람에 펄럭거렸다.

“폐문(閉門)!”

마진가의 지시에 따라 환마동의 문이 굳게 닫혔다.

“이제는 기다리는 일뿐입니다. 출구를 찾는 것은 그들의 몫입니다.”

“어딜 그렇게 똥마려운 놈처럼 바쁜 걸음으로 걸어가는 게냐?”

“…..?”

비류연은 자신의 앞길을 가로막은 사람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얼래? 어디서 많이 보던 사람인데?”

확실히 많이 본 얼굴이었다. 아마도 지겨울 정도로…….

“다… 당신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던 비류연의 눈이 부릅떠졌다. 비류연의 얼굴에서 서서히 여유가 사라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긴장해 본 일이 없는 그가 잔뜩 경계하 며 긴장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