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장홍:헉헉헉, 죽다 살았네.
효룡:장 형, 안색이 안 좋아요.
장홍:아, 이번에는 진짜 죽는 건가 했거든. 식겁했다네.
효룡:형수님이 잘 봐주셔서 다행이네요.
장홍:그, 그럴지도.
비류연:아직 무사하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 지난 칠 년 사 개월 동안 바람피운 게 들키면 끝장 아니겠어.
장홍:바람이라니! 그건 모함이야! 자네, 날 죽일 작정인가!
비류연:호오, 그냥 농담이었는데. 그렇게 길길이 날뛰다니 수상한걸? 진짜 그런 일 있었던 거 아냐? 일본에 연수 갔을 때라거나? 왜 남자들은 자주 그러잖아. 현지 처를 만든다거나…….
장홍:결단코 그런 일은 없었네. 난 언제나 일편단심 민들레였어! 해바라기처럼 오직 한 사람만을 바라봤단 말일세!
비류연:그건 모르지. 혼자서 외롭고 쓸쓸했는데, 옆에 가슴 큰 여자 닌자가 있으면 꼬셔보려고 생각했을 수도 있잖아? 순간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뭐, 이해 해. 이해하니까 나한테 숨길 것 없어. 자, 편안하게 다 말해봐요.
장홍:아, 그러니까 그건.. 핫! 방금 내가 무슨 소리를 하려 했지? 달콤한 말로 날 방심시킨 다음 함정에 빠뜨리려 하다니! 정말 너무하는군!
비류연:칫, 조금만 더 있었으면 됐는데.
장홍:자, 자네,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어서 그러나?
비류연:아니, 뭐, 난 형수 편이라서. 게다가 민들레라 했다가 또 금방 해바라기라고 하고…… 지조가 의심스럽달까.
장홍:버, 벌써 작업을 해둔 건가. 분명 자기만 믿으라고, 숨겨진 과거를 꺼내다 바치겠다고 했겠지.
비류연:잘 아네.
장홍자넨 피도 눈물도 없는 귀신이야. 사나이라면 사나이의 의리를 지켜야지.
비류연:바람피우는 걸 눈감아주는 게 의리는 아니잖아? 난 장 형의 결혼 생활을 지켜주려고 이러는 거라고. 내 따―뜻한 마음 이해하겠어?
장홍:절대 이해 못해!! 이 배신자!
효룡:그, 그래, 류연. 이번 일은 장 형 말이 맞아. 실수는 누구나 한 번쯤 하는 것 아닌가.
장홍:(미치고 팔짝 뛰며!) 아, 그러니까 실수는 없었다니까! 이제 룡룡 자네까지 이러긴가!
효룡:이해합니다, 장 형. 이해하고말고요. 하지만 전 형수님에게 절대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건 사나이들끼리의 비밀이니까요.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생판 모르는 곳으로 들어가야 했던 외로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장홍:이해하지 마!!! 자네도 내 입장이 되어보게.
효룡전 결혼 안 했는데요? 그러니 관계없죠.
장홍:흥, 그 얘기를 이진설 소저에게 한번 해보는 게 어떤가? 아, 번거롭게 그럴 필요 없겠군. 내가 직접 해주겠네. 자네 수고도 덜 겸, 자네가 아주 잘 이해하고 있 다’라고 말일세.
효룡:허걱! 그, 그, 그건 너무하지 않습니까!! 그랬다간 전 끝장이라고요!
비류연:(태연하게) 나도 분명히 옆에서 룡룡이 그렇게 말하는 걸 들었으니 ‘증언’해 주죠.
효룡:류, 류, 류연, 친구를 팔 셈인가?
비류연:위증하는 것도 아니고 있는 일을 그대로 말하는 건데 뭐. 내 양심에 한 점 부끄럼 없으리!!
장홍:그래, 위증하면 안 되지! 그러니 나에 대해서는 아무 일도 없었다고 꼭 전해주게. 그게 바로 진실을 말하는 걸세. 난 바람핀 적 없으니까.
비류연:아, 그거야 형수가 결정할 문제죠. 장 아저씨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고.
장홍:크윽…….
효룡: (난 끝장이야, 난 끝장이야, 난 끝장이야, 난 끝장이야, 난 끝장이야, 난 끝장이야!)
작가M:에, 모두들 패닉에 빠졌기에 제가 대신 이야기를 이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비류연:난 아냐!
작가M:(무시하고) 음, 드디어 비뢰도 25권이 끝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일이 술술 풀리던 B군도 이번만큼은 일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
입니다.
이번 25권을 쓰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가는 무선 전파 라디오와 닮지 않았나 하고요.
사람들은 왜 글을 쓸까요?
저도 ‘난 왜 글을 쓰기 시작했지?”라고 돌이켜 보면, ‘글쎄, 난 왜 글을 쓰기 했을까?”라고 생각해 보게 됩니다. 물론 ‘좋아서!’이긴 합니다만, 그것만으로는 답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인간이라는 건 자기 자신을 잘 알 때보다 모를 때가 더 많은 듯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행동을 반추해 보다 보면 이런 의문도 품게 되는 모양입니다.
아마 모두들 제각기 자신만의 입장이나 이유가 있겠지만, 전 글을 쓰는 사람들은 모두들 세상을 향해 뭔가를 외치고 싶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뭔가를 외치고 싶다 거나, 뭔가를 보여주고 싶어서 글을 쓰는 게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들은 세상을 향해 뭔가를 발신하고 싶지 않았을까요? 그것이 메시지이든 이야기이든 무언가 를 전하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가 수신해 줄 것을 믿고, 전파를 발신하는 무선 전파 라디오처럼 말이죠.
그렇게 치자면 세상에는 세계 인구 수만큼의 수신 라디오가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주파수는 제각기 다릅니다. 그중에서 자신이 발신하는 전파를 수신해 주는 독자 를 만날 수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책을 읽어준다고 해서 전파를 수신받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책을 읽은 다음에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 주는가,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을 정확히 수신했는가, 그 부분이 더욱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작가는 자신의 전파를 수신해 줄 독자를 찾아 전파를 발신하고, 독자는 자신이 가진 마음의 주파수랑 동 조되는 전파를 찾기 위해 여러 가지 책을 읽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두 전파의 주파수가 일치한다면 주파수가 증폭되면서 재미와 감동을 줄 수 있게 되겠지요. 작 가도 독자도 모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런 증폭 현상이 일어나 주길 바라면서, 오늘도 여러 가지 전파와 접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전파는 꼭 활자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지요.
아직 글을 쓰지는 않았지만, 자기 안에 무언가 메시지나 이야기가 쌓이고 있는 분들도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어느 날 임계점에 도달하면, 가득 찬 컵의 물이 넘치듯 밖으로 흘러나오게 될 겁니다. 그럼 더 이상 그 메시지나 이야기를 자기의 마음 안에만 담아둘 수는 없게 되죠. 그러면 그것을 배출할 필요가 생깁니다. 견딜 수 없어지는 거죠. 그럴 때 그것을 쏟아낼 수 있는, 세상을 향해 외칠 수 있는 공간이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세상의 독자들에게 좀 더 가깝게, 혹은 좀 더 쉽게 전파를 발신할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입니다.
마음 맞는 사람들이 모여 자신이 가진 전파를 발신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면 즐겁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현재 열심히 마음과 마음을 모으고 있는 중입니다. (웃음)
여러분은 세상을 향해 외치고 싶은 것이 있습니까?
다음 권에서 뵙겠습니다.
비류연:난 아직 끝나지 않았어! 이봐, 다들 정신 차리…… 읍!
작가M:다음 권에서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