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5권 6화 – 유능한 정보상의 마음가짐

비뢰도 25권 6화 – 유능한 정보상의 마음가짐

유능한 정보상의 마음가짐

-정보의 바다

세상에는 셀 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소문들이 떠돌고 있다. 참된 이야기, 거짓된 이야기, 사실, 진실, 허위 등등등. 진짜도 가짜도 모두 정보라는 이름의 탈을 쓰고 돌아다니고 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아직까지 정보라고 불리기에 미흡한 것들이다. 말하자면 옷으로 가공되기 전의 천쪼가리 같은 상태인 것이다. 의복점 주인이 천들을 자르고, 자른 천들을 시침질 날침질을 해 옷을 만들 듯, 정보상은 이야기들을 자르고 이어 붙여서 정보라는 이름의 옷을 만든다. 옷이 천보다 비싸게 팔리듯 정보로 가공된 이야기는 훨씬 비싼 값에 팔린다.

의복점 주인이 옷의 수급을 예상하며 옷을 짓듯, 진짜 정보상이라면 미리 정보에 대한 수급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아무도 필요로 하지 않는 이야기라도 후에 누군가가 필요로 하면 그 이야기는 정보가 된다. 그러므로 유능한 정보상은 수요가 예상되는 정보들을 미리미리 수집 가공해, 구매자가 나타나기 전에 그의 보 이지 않는 꾀주머니나 비밀 서랍 속에 담아두어야 한다. 그렇게 축적해 놓은 이야기가 많으면 많을수록 수많은 고객들의 요청에 언제라도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 게 된다. 이른바 맞춤복인 것이다.

남들보다 한발 먼저!

그것이야말로 직업의 종류나 성별, 시대를 막론하고 성공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인 것이다. 남들과 보조를 맞추면 중간은 간다. 그렇다면 남들보다 한발 먼저 갈 수 있다면? 그는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천 년 전에도 유효했고, 앞으로 천 년 후에도 여전히 유효할 성공 비법인 것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언 제든지 평범하지 않은 일, 일상에서 어긋난 일에 귀를 기울이고 시선을 맞추고 있어야 한다.

때문에 이 강호란도를 비롯한 각지에 퍼진 그의 눈과 귀로부터 이런저런 자질구레한 이야기들이 수없이 들어오는 것이다. 그런 소소한 이야기들은 언제든지 싸게 싸게 구입할 수 있다. 그 자질구레하고, 언뜻 보기에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을 하나로 묶고 가공해서 쓸 만한 정보를 만들어 비싸게 파는 것, 그것이 바로 그, 구이십안(九耳十眼) 아홉귀 두노이가 정보상으로서 하는 일이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ᅳ열여섯 개의 관이 동시에 이동하고 있다ᅳ를 들었을 때, 그는 오랜만에 전율했다.

‘왔다! 왔다! 왔다!’

이 감각! 콧구멍 깊숙한 곳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이 감각은 틀림없는 ‘돈이 되는’ 감각이었다.

‘이 정보! 돈이 되겠어!’

분명 짧은 시간 안에 구매자가 나타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그렇다면 그때를 위해 좀 더 그럴듯하게 이야기에 더 살을 붙이고, 좀 더 비싸게 팔 수 있도록 가공 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보가 좀 더 필요했다.

“이번 이야기는 확실히 돈이 될 거야!”

내기를 해도 좋았다.

“드디어 그 감이 오셨군요.”

보좌인 전상이 기뻐하며 말했다. 그의 상관이 그 감각을 느꼈을 때는 실패하는 일이 단 한 번도 없었다.

“크하하하! 그래, 정보의 신이 내려오신 거지! 바로 오늘! 이 자리에!”

“그물을 펼칠까요?”

그물이라는 것은 눈과 귀를 내보내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 대어니까 그물도 큰 놈이 좋겠지. 전원 동원령을 내리게 눈과 귀를 항구에 집중한다.”

“알겠습니다. 즉시 시행하겠습니다.”

“나도 나가겠네

것이다. 때문에 중요한 일이 있을 때는 두노이가 직접 움직였다.

그러나 그는 정보의 신이 그의 코앞에 내려오는 데 너무 신경을 쓴 나머지 또 하나의 신이 그의 등 뒤에 함께 내려왔다는 사실을 깜빡하고 말았다.

***

열여섯 개의 관이 네 개의 배에 각자 나누어져 실려졌다.

첫 번째는 흑천맹행.

두 번째는 정천맹행.

세 번째는 천무학관행.

그리고 마지막 네 번째가 마천각행이었다.

네 대의 배에 각각 네 개의 관이 실렸다. 관은 각각 두 명의 장정이 들고 있었다. 그러나 검은 모자를 눌러쓰고 있어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두노이는 얼 굴로 사람을 찾지 않는다. 그가 찾는 사람에게는 굳이 용모파기가 필요없었다.

‘있다!’

두노이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저 땅딸막하고 뚱뚱한 몸, 살찐 거위가 걷는 듯한 뒤뚱거리는 듯한 걸음걸이.

‘틀림없어. 돈왕, 그 돼지새끼다!’

강호란도에서 이 정도로 일을 크게 벌이는 걸로 보아 틀림없이 관련이 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도대체 뭘 옮기는 걸까? 황금이라도 밀수하는 건가?”

그는 유능한 정보상으로서의 숙련된 사고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은 저들의 사고를 읽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 행동의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그래 야 보다 진실에 가까워질 수 있는 것이다. 진정한 정보상이 팔아야 하는 것은 바로 그 ‘진실’이었다. 진실에 가까이 가면 갈수록, 진정성의 농도가 짙어지면 짙어질 수록 정보의 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그리고 완전해진 진실이란 보석과도 같은 광채를 머금게 마련이다. 그는 그 광채를 다시 한 번 보기 위해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 다.

“문제는 어느 게 진짜냐는 거군.’

저 모든 것이 진짜일 리는 없었다. 대부분의 관은 눈속임을 위한 미끼에 불과했다. 진짜는 적어도 사분의 일, 아니면 열여섯 중 단 하나일 수도 있었다. 물론 사분의 일이든 단 하나든 개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든 진짜 물건이었다.

‘뭘까? 역시 보물일까? 아니면 저 돼지새끼가 번 돈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는 건가? 만일 그렇다면 적지 않은 돈일 텐데…….’

대체 저 안에 뭐가 들었는지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정보상이지 강도가 아니었다. 그러니 달려들어서 지금 당장 모든 관 뚜껑을 열어젖히라고 요구할 수는 없었다. 그런 능력도 없었다. 그렇다면 머리를 쓰는 수밖에 없었다. 그는 진실을 알고 있는 한 인물에게 더욱 가깝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몸은 늙었어도 아직 그 몸놀림은 민첩했다. 그는 작달막한 돼지 돈왕에게 신중하게 접근해 갔다.

‘돈왕 저놈은 어느 배로 오를 생각이지?’

돈왕은 아직도 배에 오르지 않고 있었다.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때 붉은 삿갓을 눌러쓴 붉은 장포의 사내가 나타났다. 그의 등장은 너무나 갑작스러웠다. 갑자기 땅에서 솟기라도 한 듯했다. 왜냐하면 그가 걸어오는 것을 두노이는 전혀 볼 수 없었던 것이다. 두노이는 필사적으로 눈을 부릅뜨고 그를 관찰했지만, 커다 란 붉은 삿갓 때문에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외팔이로군.”

붉은 장포의 사내가 걸친 적포의 오른팔 부분이 강바람에 날려 헐렁거리고 있었다. 그가 오는 것을 보고 돈왕이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지극히 공손한 자세였다. 그 광경을 훔쳐본 두노이는 깜짝 놀랐다.

‘저 망할 돼지가 고개를 숙여? 넙죽넙죽 절하는 사람들의 머리통을 징검다리처럼 밟아온 저놈이? 대체 저 외팔이는 뭐지??

그의 정보상으로서 가진 또 하나의 감각이 경고하고 있었다. 더 이상 가까이 가지 말라고. 저자는 위험하다고. 그러나 여기서 멈추면 진실은 저 멀리 멀어지게 되 는 것이다. 이 각도에서는 얼굴을 확인할 수 없다. 복면을 하고 있지 않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였다. 어떡할까, 고민하던 두노이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좀 더 진실 에 가까이 다가가기로. 그는 정보상으로서의 본능을 차마 거스를 수 없었던 것이다.

“오르시지요.”

마침내 붉은 옷의 사내가 배에 올랐다. 그 뒤를 공손하게 돈왕이 따랐다. 그 배의 행선지는…… 그리고 그의 얼굴은……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필사적으로 가까이 다가간 두노이의 눈이 마침내 삿갓의 사각을 넘어 그 얼굴을 봤다. 놀랍게도 본 적이 있는 얼굴이었다.

‘저… 저… 저분은……!!’

저분이 대체 왜 여기에?

눈이 휘둥그레진 두노이는 너무 놀란 나머지 실수로 숨어 있던 짐 더미를 건드리고 말았다.

덜컹!

‘아차!’

“누구냐?!”

붉은 장포를 입은 사내가 두노이 쪽을 보며 외쳤다. 그것은 분명 흉포한 맹수의 눈이었다. 아니, 악마의 눈이었다.

“잡히면 끝장이다! 뼛조각 하나 남길 수 없어.’

풍덩!

두노이는 앞뒤 잴 것 없이 냅다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동정호의 넓은 물은 그의 가장 든든한 아군이었다.

“추살(追殺)하라!”

쫓아가 죽이라는 명이 적포인의 입에서 떨어지자마자 세 명의 흑의인이 동시에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러나 물속으로 사라진 두노이는 벌써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후였다.

은밀히 행동하는 정보상의 특성상 알려져 있지는 않았지만, 두노이의 가장 강력한 능력은 수공이었다. 그가 강호란도 최고의 정보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이 동정 호를 제집처럼 드나들 수 있는 이 물질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놓친 것 같군.”

“송구스럽습니다.”

돈왕이 면목없다는 태도로 고개를 조아렸다.

“상관없다, 누군지 짐작이 가니까.”

돈왕의 고개가 번쩍 들렸다.

“대체 누가..”

자신의 무례를 떠올린 돈왕이 다시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대단한 빠르기지 않나? 벌써 수하들의 추적을 따돌리다니 말이야. 그만한 수공을 가진 자는 많지 않지. 게다가 그중에 호기심으로 자기 명을 재촉하는 자는 딱 한 명뿐이고.”

우환거리는 미리미리 청소해 둘 필요가 있었다.

“잔풍(風)!”

그러자 붉은 옷의 사내 뒤에 검은 복면인 하나가 소리없이 모습을 드러냈다.

“속하, 여기에 대령했습니다.”

붉은 옷의 사내는 한 사람의 이름을 말한 다음 명했다.

“가라.”

그 순간 그의 그림자가 갑판 위에서 사라졌다.

“준비는 모두 끝났느냐?”

“예, 주군.”

붉은 장포의 외팔이사내는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출발한다.”

촤라라라라락!

부두와 배를 연결하는 밧줄들이 일제히 풀리며, 배는 섬과 점점 멀어지기 시작했다. 일정한 거리가 되자 돛이 오르고, 네 척의 배는 넓은 동정호를 향해 부채꼴 모 양으로 퍼져나갔다.

***

“괜찮아요, 여보?”

들고 있던 쌍검을 아래로 늘어뜨리며 빙월선자 예청이 물었다.

“덕분에 살았소. 하마터면 통구이가 될 뻔했군.”

나백천이 머리 위에 내려앉은 돌먼지들을 털어내며 말했다. 말쑥하던 그의 옷차림이 지금은 여기저기가 그슬려져서 말이 아니었다.

“무림맹주씩이나 되는 사람이 이런 데서 통구이가 되면 사람들이 비웃어요.”

쌍검을 집어넣은 다음 예청이 그의 옷 여기저기에 묻어 있는 먼지들을 털어주기 시작했다. “자네들은 괜찮나?”

잠시 몸가짐을 다듬은 다음 바닥에 널브러지듯 누워 있는 효룡을 향해 물었다.

“전 모두 새하얗게 불태워 버렸습니다. 여기 남은 건 그냥 단순한 재일 뿐입니다.”

바닥에 대 자로 뻗은 채 효룡이 숨을 들썩이며 말했다.

“재만 남은 것치고는 말을 잘하는군. 설마 통째로 날려 버리는 기관이 남아 있을 줄이야……. 그걸 파악하지 못한 건 내 실책일세. 하마터면 자네들을 모두 저승으 로 보낼 뻔했군.”

효룡과 똑같이 바닥에 누운 채 장홍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전문가라고 큰소리쳐 놓고 마지막에 그런 큰 실수를 범해서 엄청나게 미안한 모양이었다. “이 빚은 나중에 갚으라고.”

어느새 몸을 일으켜 바닥에 앉아 있던 비류연이 폭발 때문에 엉클어진 머리를 손가락으로 다듬으며 툴툴거렸다.

심지가 타는 냄새를 맡고 냅다 달리기는 했지만, 한발 늦어 있었다. 비밀 밀실과 함께 폭발한 폭염진의 불꽃이 노도와 같은 기세로 네 사람의 등 뒤를 쫓았다. 그들 은 기다란 통로에서 불꽃의 폭풍과 경주를 하는 처지에 빠지게 되었다.

아무리 고수라 해도 이만한 불꽃에 휩쓸리면 버텨낼 재간이 없었다. 게다가 화끈화끈한 열기가 바로 등 뒤에 쫓아오다 보니 다른 수단을 쓸 틈도 없었다. 좁은 통 로를 타고 용암처럼 솟구쳐 올라오는 홍염의 파도는 그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저 멀리 위에서 빛이 보였지만 그곳에 도달하기 전에 불꽃에 먹힐 것만 같았다. 불꽃 의 파도는 거의 반의반 장도 안 되는 거리에까지 도달해 있었던 것이다.

“모두들 숙여요!”

예청의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나백천이 도려내 놓은 집무실 비밀 통로의 입구 앞에 그녀가 언월도 같은 쌍검을 든 채 서 있었다. 그녀의 몸에서는 새 하얀 서리 같은 검기가 일렁이고 있었다.

빙월검

오의

빙월운무

교차한 쌍검이 찬연한 검광을 뿌렸다.

설풍처럼 차가운 한기를 품은 검기가 반쯤 숙인 그들의 뒤통수를 스치며 날아갔다.

“히익!”

그 기세에 효룡이 자신도 모르게 기함을 토했다.

쉐애애애애애애애액!

차가운 검기의 폭풍을 정면으로 받자, 불꽃의 기세가 누그러지면서 조금 뒤로 밀려났다. 거리가 벌어진 틈을 타 네 사람은 마지막으로 있는 힘껏 도약했다. 아슬아 슬한 순간에 그들은 비밀 통로를 벗어나서 그대로 바닥에 몸을 던졌다. 예청도 몸을 뒤로 뺐다. 바로 다음 순간 불꽃이 입구를 통해 용암처럼 뿜어져 나왔다. 그 위 력에 천장에 금이 가며 흙먼지들이 잔뜩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그 기세는 순간적이었을 뿐, 넓은 공간으로 나온 불꽃은 이내 사그라졌다. 먼지를 뒤집어쓰긴 했지 만, 네 사람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다. 만일 예청의 도움이 없었다면, 훨씬 더 낭패를 당했을 것이다.

“이제 불꽃과 달리기 경주를 한 이유를 말해줘야겠죠?”

차가운 별처럼 눈을 빛내며 예청이 물었다.

“그 얘기는 나중에 해주겠소. 그보다 지금은 우선 할 일이 있소이다.”

“그게 뭐죠?”

“우린 지금 당장 항구로 가야 하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