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26권 6화 – 남해도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

비뢰도 26권 6화 – 남해도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

남해도로 향하는 첫 번째 관문

─쇼 미 더 머니

“두 명이라……. 비상종이 울렸는데도 관문 경비는 생각보다 허술하군요. 저기가 남해도로 가는 길 확실하죠?”

남해도로 향하는 관문을 몰래 바라보며 남궁산산이 의심스러운 어조로 물었다.

“아마도 그런 것 같소.”

현운이 불확실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들어가야겠죠?”

저 멀리 눈앞에 보이는 남해도의 관문을 보며 남궁산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다시 물었다.

“아마도.”

옆에 있던 현운이 짧게 대답한다. 지금까지 두 사람은 계속해서 함께 움직였는데 운이 좋았는지 별다른 방해 없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 운 은 두 사람의 실력으로 개척해 나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그 점을 알고 있으면서도 남궁산산은 다시 입을 열었다.

“힘들겠죠?”

“아마도.”

현운이 다시 똑같은 어조, 똑같은 단어로 대답했다. 무얼 물어봐도 똑같은 그 대답이 남궁산산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아마도, 아마도, 아마도! 현운, 당신은 그런 적당적당하고 어중간한 말밖에 할 줄 모르나요? ‘아니, 괜찮소, 우리는 해낼 수 있소! 뭐, 이렇게 듣기라도 좋을 말 좀 해주면 안 되나요?”

마음의 위안이 되는 말을 해줄까 해서 물은 건데 그런 마음에 초를 치는 대답이 계속해서 돌아오자 산산은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원시안진. 아마도’가 솔직한 감상이었소. 거짓말은 좋지 않은 거요.”

그 대답을 들은 남궁산산은 기가 막혔다.

“이럴 때만 도호 외지 말아요. 당신 문제가 뭔 줄 알아요? 항상 매사에 불확실하다는 거예요! 당신은 애매해도 너무 애매해요.”

그녀는 정말 화가 폭발한 듯 씩씩거렸다. 잠시 침묵하던 현운이 잠시 후 입을 열었다.

“음… 아마도 그런 것 같소.”

역시나 어중간한 어조다. 이 남자는 어째 이 모양인가! 남궁산산이 다시 폭발했다.

“또또또, 그렇게 어중간한 말밖에 못하니까 만년 이인자인 거예요! 좀 더 태도를 확실히 하는 게 어때요?”

말이 가시라도 박혀 있는 것처럼 날카롭다.

“산산, 당신의 문제는 매사에 모든 걸 확실히 하려는 데 있는 것 같지 않소?”

현운이 오히려 남궁산산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확실한 게 어때서요? 물에 물 탄 듯, 술에 술 탄 듯, 이도 저도 아닌 것보다는 훨씬 더 나아요!”

적어도 상대가 가슴을 칠 만큼 답답할 일은 생기지 않지 않은가.

“만사가 그렇게 칼로 뚝 나눠지는 것처럼 깔끔하게 나눠진다면 좋겠소만…….

“으이그, 당신은 항상 그렇게 확실치 않게 하니까 주변에 있는 사람이 힘든 거예요.”

“아니, 누가 힘들단 말이오?”

그러자 갑자기 남궁산산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모, 모두 다요, 모두 다!”

빽 하고 소리친다. 숨어 있는 사람들이 할 행동은 아니었다.

“그건 산산, 당신의 개인적인 견해인 것 같소만?”

“내가 그렇다면 그런 거예요. 그래서 당신은 만날 이인자인 거고!”

전혀 앞뒤 맥락이 이어지지 않는 말이라 어찌 보면 인신 공격에 가까웠다. 그러나 현운은 화내기는커녕 도리어 피식 웃었다.

“내가 이인자면 당신에겐 더 좋은 일 아니오? 그 말은 즉, 궁상이 그 친구가 일인자라는 얘기니까.”

“쌍둥이 남매라고 해도 각자의 생각은 다른 법이에요.”

흥, 하고 코웃음을 치더니 고개를 홱 돌린다. 현운은 다시 웃었다.

“그러고 보면 우린 닮은꼴이라 생각되지 않소?”

“그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에요?”

남궁산산은 현운의 뜻 모를 말에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우리 둘 다 이인자잖소.”

그 말 한마디가 망치처럼 남궁산산의 정신이 외면하고 있던 사실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산산의 몸이 순간 휘청거렸다.

“어, 어, 어떻게 그런 망발을! 난 별호부터가 유유자적하게 흘러가는 당신이랑은 달라요!”

얼굴이 달아오른 쇠처럼 새빨개진 남궁산산이 빽 소리쳤다. 지금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는 처지도 완전히 잊고 있는 모양이었다.

“정말 다르오? 자기 자신에게 거짓말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소.”

현운이 당황하는 남궁산산의 상태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아픈 곳을 계속해서 찔렀다.

“그건…… 그건…….?”

산산은 대답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 그만큼 정신적 충격이 큰 탓이다. 그냥 계속해서 모른 척하고 싶었던 사실을 현운이 계속 들춰내고 있었다. 그것도 고르고 골 라서 하필이면 이런 때에.

“것 보시오. 부정하지 못하잖소. 역시 우린 닮은꼴이 맞소. 나나 당신이나 주작단 내에서 앞을 가로막는 사람이 한 사람씩 있잖소. 당신에게는 진령이, 나에게는 궁 상이 그 친구가.”

충격으로 휘청거리고 있는 산산에게 현운이 마지막 쐐기를 박았다.

“이, 이, 이번 일만 제대로 해결하면 우리들도 일인자가 못 되란 법 없죠.”

“우리 말이오?”

현운이 손가락으로 산산과 자신을 번갈아가며 가리켰다. 그러자 남궁산산이 다시 화난 표정을 지으며 외쳤다.

“그래요! 당신과 나, 우리요! 그러니 ‘확실히 처리하자고요. 알겠죠?”

남궁상과 진령을 제치고 오랜만에 전면에 서게 되었지만, 시작부터 두 사람의 호흡은 삐걱거리기만 했다.

현운의 애매모호하고 불확실한 태도에 화가 난 남궁산산이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간다. 현운의 제지도 뿌리치고. 그 뒤를 현운이 쫓는다. 그러면서도 말싸움은 계 속된다. 남궁산산은 그저 현운에게서 멀어지고 싶었고, 현운은 그런 그녀와 어떻게든 떨어지지 않으려고 애썼다.

“한창 싸우는데 죄송하지만, 잠시 싸움을 멈추고 이야기를 좀 들어주실 수 없을까요?”

어, 어, 어, 어, 언제 저 사람이 눈앞에 서 있었던 거지?

백색 마의를 입은 말쑥한 청년 하나가 그들 앞에 서 있었다. 그는 상당히 곤란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 말다툼을 어떻게 말려야 하나 고민했었던 모양이다. “이곳 남해도에는 무슨 일로 오셨는지요? 용건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전혀 흑도의 사람이라고 생각되어지지 않을 만큼 정중한 어조에 정중한 태도였다. 마치 유명한 가게의 점원이 손님을 받는 듯한 그런 우아하기까지 한 접객 태도 였다.

관문의 경비를 서고 있던 청년은 수수한 백색 마의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에 있는 표식을 보니 역시 제오번대 소속이었다. 꽤 가지런하고 단정한 얼굴, 무인이라기 보단 왠지 상인 같은 느낌이 들었다. 검보다는 주판을 그 손에 들면 훨씬 더 어울릴 것 같은 그런 인상의 젊은이였다. 이 백색 마의 청년은 허리에 칼을 찬 채 등 뒤에 는 천으로 싸인 기다란 막대기 같은 것을 메고 있었다.

“무슨 일로 오셨는지 용건을 알려주실 수 있습니까?”

백색 마의를 입은 청년이 다시 한 번 정중하게 물었다.

“이곳 남해도를 관리하고 계시는 오번대의 대장님과 만나고 싶어요.”

남궁산산이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우유부단한 현운이 미덥지 못한 탓이었다.

“약속은 잡혀 있습니까?”

“아뇨. 약속은 잡지 못했어요.”

그러자 청년은 약간 미안한 얼굴을 하며 말했다.

“그렇다면 곤란한데요? 그분은 항상 바쁘시거든요. 오늘도 총 열두 건의 약속이 잡혀 있습니다. 게다가 아직 그중 반밖에 끝나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꼭 만나야 할 일이 있어요, 지금 당장.”

남궁산산은 특히 ‘지금 당장’이라는 말을 강조했다.

“아니, 처음부터 그렇게 강하게 나가지 않아도…….?”

“아뇨. 현운 당신은 가만히 있어요. 내가 모두 알아서 할 테니까요.”

그녀는 현운이 어지간히 미덥지 못한 모양이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여차하면 검을 뽑을 각오도 되어 있었다. 다만 지금은 상황을 살펴보고 있을 뿐이었다. 상대가 예상 이상으로 정중하게 나와서 꼬박꼬박 착실하게 대화를 나눌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음, 보아하니 본 각의 인물은 아니시군요. 통행증은 있으십니까?”

남궁산산과 현운은 자신들이 마천각에 오면서 받았던 통행증을 보여주었다. 아직 이것이 통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

그 통행증을 한참 뚫어져라 쳐다보던 청년이 다시 두 사람을 돌아보며 말했다.

“음, 이건 이곳 남해도의 관문을 통과하는 통행증은 되지 못합니다. 그리고 이 통행증은 제일급 비상체제가 발령된 이후에는 통용되지 않습니다. 이 통행증을 가 진 모든 사람은 제십삼 기숙사에 모여 한 발자국도 움직이면 안 됩니다. 모르셨습니까?”

남궁산산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어머, 그런 규정이 있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짐작 가는 바가 있지만 시치미를 떼며 남궁산산이 말했다.

“보통은 알 필요가 없는 일이니까요.”

별다른 의심 없이 백색 마의 청년이 대답했다.

“이곳 대장님께 급한 볼일이 있으니 그걸 마치면 곧바로 돌아갈게요. 어때요? 금방이면 돼요, 금방이면.”

제발 그냥 넘어가라, 남궁산산은 속으로 열심히 빌었다.

“하지만.. 용건을 ‘확실히 밝혀주시지 않는 이상 불가능합니다.”

그 말에 그녀는 몸을 움찔 떨었다.

“꼭 확실히 밝혀야 하나요?”

“불확실한 건 곤란합니다. 확실히 밝히시지 않으면 들여보내 드릴 수 없습니다.”

“어떻게 하죠?”

남궁산산이 급히 현운을 향해 전음을 보냈다.

“어쩌긴 뭘 어쩌겠소? 확실히 하라는데. 애매한 건 좋지 않은 것 아니었소?”

용건을 밝히라는 이야기였지만, 왠지 남궁산산의 귀에는 그 이야기가 무척 거슬리게 들렸다.

“그거 지금 날 비꼬는 건가요? 방금 전 내가 태도를 확실히 하라고 해서 지금 삐친 거예요?”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소. 그리고 도사는 삐치지 않소.”

“이젠 도사가 거짓말도 하는군요. 좋아요. 말 못할 것도 없죠! 말하면 되잖아요. 난 매사에 확실한 여자니까요!” 남궁산산이 청년을 향해 사납게 고개를 홱 돌렸다.

“우리는 이곳으로 운반된 목관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돼요. 어때요? 됐나요? 이제 들어가도 될까요?”

남궁산산이 다짜고짜 앞으로 지나가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그 앞을 슬쩍 막아서며 백색 마의 청년이 말했다.

“역시 여러분은 좀 전에 울렸던 침입자들과 같은 동료인 모양이군요.”

수수한 백색 마의의 청년이 아주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순간 두 사람은 긴장으로 온몸을 굳혔다.

“아하하… 그럴 리가요. 전혀 그렇지 않아요.”

웃으면서 부정하지만 그녀의 손은 언제라도 검을 뽑을 수 있는 위치에 가 있었다. 그러나 백색 마의를 입은 청년은 딱히 공격을 해오지도, 비상종을 울리지도 않았 다.

“음, 그렇군요. 불법으로 각을 침입한데다, 유효한 통행증도 없군요. 게다가 두 사람이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손가락을 이리저리 까닥거린다.

܂

이쪽을 전혀 쳐다보고 있지는 않지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점이 불안했다.

“준비해요.”

경계심을 풀지 않은 채 남궁산산이 전음을 보냈다. 그러자 대답이 곧바로 돌아왔다.

“이미 준비하고 있소.”

그제야 백색 마의를 입은 청년이 두 사람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는 말했다.

“계산이 끝났습니다. 통행료는 은자 백 냥입니다.”

“잠깐만요, 통행료라니요? 그럼 은자 백 냥을 내면 통과시켜 주겠다는 말인가요?”

남궁산산은 두 눈을 깜빡이며 반문했다.

“예, 은자 백 냥입니다.”

“그러니까… 제가 잘못 들은 게 아니라는 건가요?”

분명히 싸우자고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돈을 내라니…….

“잘못 들으신 게 아닙니다.”

“아하, 그럼 당신이 잘못 말한 거겠네요.”

그러자 백색 마의 청년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잘못 말한 것도 아닙니다. 은자 백 냥에 통과, 틀림없습니다.”

“지금 그 돈을 싹 다 내라, 그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그게 이곳 남해도의 규칙입니다. 이곳은 돈이 정의인 곳이니까요.”

청년이 진리를 말하는 듯한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돈이면 뭐든 통한다, 그 말인가요?”

“그건 아니죠. 뭐든 통하게 하려면 그냥 돈이 아니라 아주 많은 돈이 필요합니다.”

청년의 말투는 무척이나 단호했다.

“같은 거 아닌가요?”

“말도 안 됩니다. 그 둘은 엄청난 차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은 그걸 모르더군요.”

“꼭 대사형 같은 말을 하네요, 당신.”

남궁산산이 기가 막히다는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대사형한테 번번이 기가 막힌 일을 당할 때도 딱 이런 기분이었던 것이다.

“전 그저 제 생각을 말했을 뿐입니다. 하지만 이곳 남해도로 들어가고 싶으시다면 당신들도 그 생각에 따라야 합니다. 어쩌시겠습니까?”

“음……. 하지만 은자 백 냥이라니…… 이건 폭리예요!”

일단 비류연에게 배운 이상 흥정은 기본이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생각해 봐요. 모든 사람이 이 문을 통과할 때마다 백 냥씩 내야 한다면 누가 이곳을 방문하려 하겠어요? 그래서는 이용객이 점점 줄어들어서 오히려 적자가 될 뿐 이에요.”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춘 흥정이었지만, 상대는 생각 이상으로 강건했다.

“아, 그건 전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훨씬 싼 가격에 이 문을 통과할 수 있으니까요. 한 십분의 일 정도면 충분합니다. 물론 저희 오번대 대원들은 공짜로 드나들 수 있구요.”

십분의 일이면 은자 열 냥이었다. 물론 그것도 적은 액수는 아니었지만, 백 냥이라는 터무니없는 액수에 비하면 귀엽게 보일 정도였다. 청년의 말은 남궁산산의 화 를 돋우었다.

“잠깐만요. 그런데 왜 우리들한테는 그런 엄청난 폭리를 취하는 거죠? 이건 바가지예요, 바가지! 상도덕에도 어긋나는 일이라고요.”

“아닙니다. 이 통행료 가격은 엄격한 기준에 의해서 정해진 것입니다. 남해관문을 지키는 경비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통행료를 책정하는 거죠. 당신들은 통 행증을 소지하고 있는 않은 이른바 불법 침입자들입니다. 그런 이들이 이 문을 통과하려면 합법적인 통과자보다 수배 이상을 지불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죠. 안 그렇습니까?”

“윽…….”

지금 그들의 처지를 걸고넘어지고 들어오자 남궁산산은 마땅히 반박할 말이 없었다.

“깎, 깎아줄 수는 없나요?”

“전 제가 받을 돈이 얼마인지만 알고 있을 뿐 제가 얼마나 깎아줘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알고 있지 못합니다.”

“그래도…….”

백색 마의 청년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대뜸 물었다.

“혹시 두 분은 부부신가요?”

“아니에요!”

“아니오!”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극렬하게 부정했다.

“그럼 혹시 연인 관계신가요?”

문지기 청년이 또다시 물었다.

“절대 아니오!”

“아니에요!”

이번에는 현운의 부정이 좀 더 빨랐다. 게다가 ‘절대’라는 쓸데없는 글자까지 붙어 있었다. 남궁산산의 눈빛이 신경질적일 정도로 더욱 날카로워졌다. “누가 이런 인간과!”

남궁산산이 고개를 홱 돌렸다. 백색 마의 청년은 곤란하다는 듯 뒤통수를 긁적였다.

“그렇다면 부부 할인이나 연인 할인을 받을 수 없겠군요.”

더 이상 깎아줄 근거가 없기 때문에 깎아줄 수 없다는 뜻이었다.

“자, 어떡하시겠습니까?”

백색 마의 청년이 다시 한 번 미소 지으며 물었다. 전혀 구김살이 없는 웃음으로 무척이나 친절해 보이는 웃음이었다. 하지만 어쩐지 현운은 그 웃음이 마음에 들 지 않았다. 너무나 가식적이라고나 할까? 마치 그는 그들을 향해 미소 짓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지니고 있는 돈을 향해 미소 짓고 있는 것만 같았다. 이 세상에 유일 한 가치는 돈뿐이기라도 한 듯한 그런 미소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