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3권 9화 – 천무학관의 설립 취지

비뢰도 3권 9화 – 천무학관의 설립 취지

천무학관의 설립 취지

“잠깐 질문 있습니다.”

“무엇이지요?”

손을 든 사람은 바로 비류연이었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라도 있나?

“천무삼성(三聖)이 대체 누굽니까?”

“흐히히히익!”

옆에 앉아 있던 효룡과 장홍은 절망적인 심정과 극심한 부끄러움으로 한 손으로 얼굴을 덮어 가렸다. 내심 제발 비류연과 상관없는 관계자 외로 여겨 주길 바라면 서…….

“자네 이름이 뭔가?”

“비류연입니다.”

그는 당당히 말했다. 비류연의 이름을 들은 옥현진인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난 지금 자네가 한 질문이 가벼운 농담이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다네.”

침중한 어조로 옥현진인이 물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그의 이 심정은 이해해 줄 만하다.

“그 이유를 물어도 되겠습니까?”

“물론, 내 제자 중 한 사람이 강호에서 태극신군 무신 혁월린을 제외한 가장 유명한 절대 고수 세 사람의 이름도 모르는 심각한 상식 결핍증 환자라는 사실을 인정 하고 싶지 않아서라네.”

그는 원래가 한없이 온화하고 인자한 인물이었는데, 오늘은 그것을 유지하기가 매우 벅찬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죄송합니다.”

비류연이 순순히 사과했다.

“뭐가 말인가?”

“전 정말 모르거든요.”

비류연이 실은 방금 전 옥현진인의 이야기를 듣기 전까지는 천무삼성은 고사하고 무신 혁월린도, 패천도 갈중혁도, 그리고 궁극에 가서는 천겁령과 천겁 혈신도 모르고 있었다고 말하지 않은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만일 그 사실까지 알려졌다면 아무리 사람 좋은 옥현진인일지라도 졸도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그의 탁월한 성격 탓에 마음을 추스르는 것도 누구보다 빨랐다. 이내 옥현진인은 평소의 인자하고 온화한 노고수로 돌아갈 수 있었다.

“물론 내가 여기서 알려 주면 쉽게 알 수 있을 걸세. 하지만 내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자네의 강호 무림에 대한 상식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네.” 이것은 비단 옥현진인만의 의견이 아니라 효룡, 장홍을 포함한 교실 내의 모든 학생들의 의견이라고 보아야 했다.

“그래서 자네는 무림에 대한 상식을 습득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네. 다른 곳에 가서 또 이런 일이 발생한다면 그것은 곧 우리 천자조의 망신이 될 수도 있 다네. 그건 별로 보기 좋은 일이 아니라고 여겨지네.”

그 일만은 필사적으로 막고 싶었다.

“지당하신 말씀.”

비류연에게는 들리지 않게 장홍과 효룡이 동시에 중얼거렸다. 그 동안 자신들이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말을 옥현진인이 대신 해 주니 속이 다 후련했다. 장 홍은 앞으로 옥현진인을 두 배로 존경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니 자넨 다음 시간까지 천무삼성과 천겁 혈세 이후 백 년 간의 강호 역사에 대해 알아 오도록 하게. 숙제일세.”

위엄찬 목소리로 옥현진인이 선언했다. 그건 비류연 개인에게 주어지는 숙제였다.

“알겠나?”

“예.”

비류연은 마지못해 대답했다. 모르는 것을 모른다 했는데 왜 그게 죄가 되어 나만 벌을 받아야 되는가? 숙제를 벌이라 생각하는 비류연이었다.

‘대신 숙제해 줄 사람이나 찾아 봐야지. 누가 좋을까나?”

반성의 기미는 전혀 없었다. 의욕도 없었다. 왜 옥현진인이 그에게 이런 숙제를 내주었는지는 전혀 신경 쓰지도 않는 눈치였다.

‘역시 장홍 아저씬가…….”

우선 물망에 오른 사람은 본인의 주장과는 다르게 30대는 훨씬 초과해 보이는 용모의 소유자인 장홍이었다. 아저씨처럼 생긴 용모답게 아는 것도 많은 그가 이런 일에는 적격이었다.

‘헛, 어라?”

장홍은 갑자기 이유도 없이 자신의 온몸에 오한이 일어나 의아함을 느껴야 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며 이상한 점을 찾아 보기도 했다. 이유도 없이 돋은 오한. 하 지만 그 원인이 비류연에게 있을 줄은 그는 꿈에도 몰랐다.

“그럼 이야기를 계속하겠습니다. 그래서…….”

비류연의 방해로 중단된 옥현진인의 이야기는 다시 계속되었다.

앞서 얘기했던 것처럼 무신(神)혁월린과 패천도 갈중혁은 그와의 격전을 통해 얻은 한 가지 교훈으로 말미암아 인재 양성의 필요성을 뼈저리게 통감하고 하나 의 기관을 설립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것이 바로 흑도의 마천각(魔天閣)과 백도의 천무학관(天武學館)이었다.

보다 전문적이고 방대한 무학의 연구 발전과 인재 육성을 위해 설립된 절대 고수 전문 양성 기관들이었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절대 고수의 존재였지, 절정 고수는 아니었다. 절정 고수는 그 당시에도 많았지만, 다만 절대 고수라 칭할 존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것이다. 최고의 재능과 실력, 그리고 가능성을 지닌 엄선된 기재 들만이 절대 고수의 탄생을 목표로 한 이곳의 입관을 허락받았다.

그리하여 50년의 세월이 흐른 후, 천무학관과 마천각은 전 무림의 절대적인 지지와 후원 아래, 그곳에 드는 것만으로도 강호에서 두루두루 인정받는 계기가 될 정 도로 거대하게 성장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이 두 곳에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흑백 양도 후기 지수들과 젊은이들의 궁극적인 목표일 정도가 되어 젊은 인재들의 경 쟁심을 부채질했다.

물론 너무나 과열된 경쟁심과 특권의식은 여러 가지 폐해를 유발시키기도 했지만, 두 곳의 긍정적인 기능에 비하면 매우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다. 황폐화된 무림 에 이 두 곳의 탄생이 가져온 무학 발전의 효과는 실로 어마어마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천겁령(天劫靈)의 교훈으로 백도와 흑도는 오랜 시간 계속되어 온 대립과 반목에 종지부를 찍고 휴전하기로 합의했다. 둘은 물과 기름, 개와 원숭이 사이였기 때 문에 완전히 하나로 섞인다는 것은 아직 불가능했다. 잠정적 휴전 협정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었다.

천무학관과 마천각은 설립 당시 서로 혈신에 대비한 제2의 무신(武神)을 육성하자고 했다. 그리고 비록 혈신을 격살시키는 데는 실패했지만 그 또한 무림인인 만 큼 추앙받을 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데 입을 모았다. 그 누구도 그에 이의를 달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흑백 정사의 대립을 떠나 인재를 육성 발굴하기 위해 친선 시합을 5년에 한 번씩 가지기로 약조했다. 그리고 장소는 화산(華山)으로 지정하고, 대회 를 화산규약지회(華山規約之會)로 명명했다.

시합은 여러 무공 분야로 나누어져 있고, 각자 전문적이고 자신 있는 분야에 출전할 자격이 주어진다. 즉, 검은 검끼리, 도는 도끼리, 편은 편끼리. 같은 병기와 동 일한 무학으로만 분야별 승부를 가리는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종합 무제한 비무(武)를 거쳐 최종 우승자를 가리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그 평가 방법이 바뀌 기 때문에 시합 당일까지는 그 누구도 내용을 알아 낼 수 없었다.

우승자에게는 막대한 상금과 직위와 특혜가 부여된다. 온갖 부귀영화가 한 몸에 집중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하고 굉장한 것은 유명한 기인이사들의 공동전인 이 되어 다양한 무공을 배울 수 있는 특권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구대 문파 공동전인 같은 것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제안인가. 물론 이때 배운 절기는 자신이 새로 창안한 무공이 아닌 이상 타인에게 – 그것이 비록 부모와 자식 지간이라 해도 전수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다. 이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무학 신공에 목숨을 거는 무림인들에게는 눈알 핑 돌아갈 정도 로 황홀하고 달콤한 유혹이 아닐 수 없었다. 무림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보았을 법한 천하 제일인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화산규약지회였 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을 지상 최대의 목표로 삼는 무림인들이 점차로 늘어 갔다. 대회는 무림인이라면 일생을 걸고 전력 투구할 만큼 가치가 있는 대회였다.

자신의 인생을 단숨에 탈바꿈할 수 있는, 이무기에서 단번에 용(龍)이 되어 승천할 수 있는 일생일대의 기회인 것이다. 게다가 이 대회 우승자는 흑백 양도에서 모 두 대우를 받게 된다. 제 아무리 흑도 측 사람이라 할지라도 함부로 시비를 걸거나 덤빌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양측 모두에게 존중과 존경을 지겨울 정도로 극진히 받을 수 있게 된다. 그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까지는 좋았지만, 혈신의 패퇴(敗退)로부터, 그리고 두 기관의 설립으로부터 점차 세월이 지나가자 과거의 뼈아픈 기억이 점점 희석되어 가기 시작하 면서 폐해가 생겨났다. 그 중에서 가장 심각한 폐해가 바로 천무학관과 마천각이 정사의 실력 행사 줄다리기의 기준점이 되어 버린 것이다.

즉, 정사 무림의 총아라 할 수 있는 정천맹과 흑천맹이 대놓고 전면전으로 싸울 수 없으니, 그 밑에 있으면서 공식적이고 합법적으로 경쟁과 접선이 가능한 마천각 과천무학관이 소강 상태로 접어든 정사 무림의 경쟁 수단으로 떠오른 것이다.

계속되는 화산규약지회, 줄여서 화산지회는 자존심과 실력 대결의 장으로 점점 변질되어 갔다. 뜻있는 기인이사와 생각 있는 무림인들의 한숨 섞인 걱정 속에 점 점 더 경쟁은 과열되어 갔고, 급기야는 서로의 진영에 신분을 속인 밀자, 첩자를 보낼 정도로까지 과열되기에 이르렀다.

일이 이 지경으로까지 커지다 보니 그들은 자신의 앞마당에 들어온 첩자의 존재에 신경을 곤두세우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하지만 무림이라는 곳은 그 특성상 이 름 모를 수많은 산 속에 짱박혀 있던 무명의 기인이사들이 벌떼보다 많다 보니, 신분을 적당히 조작하여 승천무제에 참가하게 되면 그 정체를 파악하기가 정말 어 려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두 손 다 놓고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서로를 감시했다. 즉, 무작위 감시가 판을 치게 된 것이다. 결코 옳은 현상은 아니지만 자존 심 대결에 눈이 먼 양쪽의 시력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흑도 사파의 무공은 마공을 위시하여 내공과 실력의 속성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었고, 그 기운이나 성질이 음에 속하는 경우가 많아 눈알 빠지게 살피다 보 면 걸려드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이처럼 완전 허탕이 아니라 가끔 입질이 있다 보니 던져 놓은 낚싯대를 거두어들이고 판을 마감하지도 못하는 처지가 되었다. 그 리고 그것이 현재까지 이르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의 본분을 잊은 채…….

천겁 혈신 위천무의 공포와 악명이 전 무림을 공포의 도가니로 밀어 넣고 절망의 지옥불에 지져 버린 그 시대를 무림인들은 천겁 혈세라 부르며 두려워했다. 제2 의 천겁 혈세를 막는 것이야말로 전 무림인들의 지상 과제였다. 그의 그림자, 또는 환영 – 아직 생사 여부가 불분명하기는 하지만 모든 무림인들은 그의 생존설을 믿 고 있었다. – 이나 잔존 세력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천무학관과 마천각도 거의 백 년의 세월이 흘러 가다 보니 차츰 나태해지고 있었으며, 그리고 후계자에 대한 가능성도 점점 낮아져 가고 있었다.

한편, 혈신 위천무에 대한 특기할 만한 사항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그의 출신 문제였다. 아무도 그자의 출신을 몰랐다. 이미 정형과 형태의 틀을 벗어난 그의 무공 으로는 출신 내력을 파악하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모두들 그가 흑도 출신이라고 생각했고, 그것은 당연한 논리의 귀결이었다. 잔인한 손속과 더불어 무림을 피로 씻은 그자의 출신을 마도(魔道)가 아니라면 어디서 찾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별호가 혈신인 데다 손속이 잔인하기는 했지만 그의 무공은 절대 마공에 기인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모르고 있던 사실이었다. 하긴 그와 직접 손속을 나눈 자 중에서 그 당시 단 한 명의 생존자도 없었으니 그 사실을 알아 낼 도리가 없었던 것이다.

이미 피떡 곤죽이 되어 버린 시신에 남은 상흔으로는 예측이 어려웠다. 그래서 그 손속의 잔인함과 무시무시함만으로 그의 무공을 마공(魔功)으로 단정 짓고 있었 던 것이다. 그와 일 대 일 대결을 펼친 유일한 생존자 태극신군 무신 혁월린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무신 혁월린의 생환으로 마침내 그에 대한 어렴풋한 윤곽이 밝혀졌다. 그의 무공 원류가 사마외도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은 전 무림을 혼란시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그 이상의 사실들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그의 출신에 대해서는 학자들 간에 이러쿵저러쿵 말이 많고 무수한 가설들이 난무하고 있으며 아직까지도 쟁점의 현안이 되고 있었다. 잊혀진 소림의 제자, 마교 의 후예, 혈교의 후신, 아니면 무당파의 버려진 제자, 심지어는 사라진 전설의 고대 문파 천외천 출신이라는 이야기까지 나돌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그의 정체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은 채 미궁 속을 헤매고 있었다. 그가 세운 단체인 천령만이 그의 이름과 함께 무림을 절대의 공포로 밀어 넣을 뿐이었다. 그리고 그의 생존이 거의 확실한 이상 아직 그 공포와 절망은 식지 않고 있었다.

“지금 무림은 조용합니다. 하지만 우리들은 아직 그의 부활과 재래(再來)의 가능성을 잊지 말고 그의 부활이나 제2의 혈신에 대항하는 무력을 기르는 데 전력 투 구해야 합니다.”

옥현진인은 좌중들을 돌아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한없이 온화해 보이던 그의 얼굴에도 지금만은 굳은 의지가 서려 있었다.

“노도(老道)는 알고 있습니다. 그가 몰고 온 공포가 어느 정도인지 내 나이 스물에 뼈저리게 느끼고 내 자신의 나약함에 몸서리치며 절망했지요. 그 당시 자신의 미천함과 나약함을 느낀 수많은 젊은이들이 깊은 나락 같은 절망감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자아를 상실해 버리는 것을 많이 보아 왔습니다. 노도는 아직 끝나지 않았 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이 우리 천무학관의 최초의 설립 취지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노도의 작은 바람입니다.”

옥현진인도 당시 천겁 혈세 시대의 몇 안 되는 경험자 중 한 사람이었다. 그 이야기는 산술적으로 현재 그의 나이가 올해로 세수 120세를 넘는다는 이야기였다. “한 가지 단호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두 번 다시 그런 절망의 도래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일은 두 번 다시 있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여러 분도 모두가 다 아는 바로 천무학관과 무림맹의 탄생 배경입니다.”

비류연은 주저하지 않고 손을 번쩍 들었다.

“뭔가요?”

“전 모르고 있었습니다.”

옥현진인의 눈이 크게 떠졌다.

“정말 모르나요?”

“예.”

비류연은 주저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옥현진인은 20년 동안 찾아오지 않았던 두통이 다시 찾아오는 것 같았다.

“정말 모르면 이상한 건가요?”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예리한 감각으로 느낀 비류연이 말했다. 그리고 나서 주위를 한번 둘러보니 손을 든 사람은 자기 한 사람뿐이었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부 끄러움에 얼굴을 붉히며 급히 손을 내렸을 상황이었다. 자신의 무지를 뽐내는 걸 즐기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위로부터 극심한 소외를 당했다 해서 어리 석게 자살 충동 같은 걸 느끼는 얼간이는 아니었으므로 마음에 상처를 입거나 하는 놀라운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자넨 또 한 번 나를 놀라게 하는군.”

기적을 경험한 사람치고는 꽤 담담한 감탄사였다. 이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바로 ‘기적’이라고 생각했지만, 천무삼성도 모르는데 이걸 아는 게 이 상하다고 납득해 버리고 말았다.

이렇게 해서 무도 총론 시간의 첫 번째 수업은 백 년 전 강호 암흑 비사로 강의의 끝을 맺었다.

이 이야기에 대해 모르는 사람은 이 강호에 전무하다 하겠지만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고, 그 예외가 바로 비류연이었다. 그의 사문인 비뢰문의 역사에는 역경과 고 난, 그리고 암흑의 시대에 대해서는 종이 반 장 분량만큼도 없었던 것이다. 무림이 암흑에 빠져 하늘의 기상 이변으로 혈풍우에 시달리고 있었던 그때 무슨 이유에 서인지 비뢰문은 아무런 장애 없이, 그리고 고난 없이 역사를 이어 왔던 것이다. 도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었는지는 의문이지만 말이다.

별다른 질문 없이 첫 수업은 끝났다. 첫 수업치고는 왠지 무거운 분위기였다. 첫 수업은 역사 시간이라기보다는 정신 교육 시간 같았다. 사실은 무학 기초 원리 강 의 시간이지만 내용이야 가르치는 사람 마음대로 바뀔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수업의 결론이란 열심히 수련해서 천하 제일의 고수가 되자, 그래서 진짜로 강하고 나쁜 놈이 나타나면 없애 버리자, 뭐 대충 그런 내용이 아니가. 비류연은 그렇게 간단히 요약해서 정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