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14화 – 암습에 실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비뢰도 6권 14화 – 암습에 실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암습에 실패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

연어는

열심히 헤엄치며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이었다.

알을 낳고 새끼를 번성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때마침

산란기를 대비하여 이곳을 지나던 연어 한 마리는

기가 막힌 일을 목도해야만 했다.

자신이 산란기를 대비해 열심히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강을 오르고 있는데, 웬 건방진 인간들이 무더기로 자신을 앞질러 가는 게 아닌가. 이 인간이라는 놈들이 하 늘 무서운 줄 모르고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며, 물 속에서 자신의 헤엄 속도를 앞지른 것이다.

자존심 센 연어로서는 부아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었다.

이 인간들은 자신들이 물고기보다 더 뛰어난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도 하듯이 현란한 움직임을 보이며 물 속을 헤엄쳐 갔다. 그 인간들은 모두들 입에 길다란 갈대 하나씩을 물고, 몸에 착 달라붙는 시꺼먼 가죽옷을 입고, 손에는 거무튀튀한 갈고리 모양의 무기를 하나씩 꼬나쥐고 있었다.

연어는 잠시 종족 번식에 대한 욕구를 억제하고, 자신들의 세계 안에서 벌어진 다른 세계의 사건에 흥미 진진한 눈길을 보내며, 눈을 뒤룩뒤룩거렸다.

비류연의 왼쪽 어깨 위에는 푸른 깃털을 뽐내며 우아한 자태로 앉아 있는 우뢰매가 있었다. 언제나 고고함을 잃지 않는 녀석이었다.

이 녀석 때문에 배의 상공으로는 다른 이의 전서응이 함부로 범접하지 못하고 있었다. 알고 보면 이 녀석도 상당한 욕심쟁이인 모양이었다. 자신의 왼쪽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우뢰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비류연이 말했다.

“낚시 좋아하세요?”

“네?”

나예린은 비류연의 생각을 읽지 못해 선뜻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여전히 속을 알 수 없는 남자였다.

“낚시하기 참 좋은 날씨죠! 그렇지 않은가요?”

“글쎄요? 방금 전엔 비가 올 것 같다고 하지 않았나요?”

돌아온 반응은 냉담했지만, 그런 것에 일일이 기죽다간 나예린을 상대할 생각을 버려야 한다.

“별로 쓸데없는 걸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하긴 비가 내릴지도 모르죠. 붉은 비(赤雨)가…….?

흠칫!

“무슨?”

순간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낀 나예린이 반문했다. 뭔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언제나 이런 때면 일이 생기곤 하였다.

“물고기가 많이 몰려들고 있네요. 미끼를 뭘 쓴 탓일까요? 참 궁금하네요. 빈대떡만으로는 부족했을 텐데 말이죠. ” “그게 무슨 소리……, 앗!”

이제야 나예린도 뭔가 이질감을 느낀 듯 안색을 굳혔다.

적의(敵意)!

크나큰 적의가 그들 곁으로 은밀하게 다가오고 있었다. 용안(龍眼)이 찌르르 아파 왔다. 분명한 경고였다.

“파악!”

“푸확!!”

표선 주위로 스무 개의 새하얀 물기둥이 솟아올랐다. 이 의외의 사태를 대하는 비류연의 태도는 여유만만하기만 했다.

“푸드득!”

열여덟 줄기의 물줄기가 솟아오르자 어깨 위에 앉아 있던 우뢰매가 놀라 날개를 펼치며 창공으로 치솟아올랐다. 푸른 빛이 감도는 깃털 몇 개만이 하늘하늘 떨어 져 내릴 뿐이었다.

수면으로부터 솟아올라 멋지게 정오의 햇살을 뒷배경으로 깔며 습격해 오는 일단의 무리들을 보며 비류연은 자신도 모르게 나지막한 감탄성을 터뜨렸다.

“얼간이들!”

재고의 여지가 필요없는 판단이었다. 이처럼 환한 대낮에 무슨 배짱으로 자신들이 멀쩡히 두 눈 부릅뜨고 앉아 있는 표선을 습격할 마음을 품었을까?

아무리 강물을 엄폐물로 삼았다고는 하나 이미 수면 밖으로 신형을 드러낸 이상 더 이상의 엄폐 효과는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무런 엄폐물도 없이 저렇게 보 란 듯이 ‘나 여기 있으니 어서 빨리 목을 따주세요!’라고 애걸복걸이라도 하는 듯한 모습으로 허공 중에 아직까지도 체류 중이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쯧쯧쯧! 저렇게 체공시간이 길어서야 말 그대로 표적이 되기에 딱 알맞겠군.”

비류연의 관점에서 보면 그들이, 자신들의 공격이 제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공격 유효권 안으로 들어오려면 아직 영원처럼 긴 시간이 남아 있었다.

그 정도 시간이면, 저치들이 자신들의 공격 유효권으로 들어오기도 전에, 자신과 자신이 엄격하게 가르친 제자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수십 가지는 족히 널널 하게 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였다. 비류연은 자신의 교육적 성과를 충분히 믿고 있었다.

저렇게 자진해서 간절하게 제 목을 쳐 주십쇼 하는데, 거절하는 것은 무인의 도리가 아니었다. 습격하는 무리들의 허점이 보이면 그곳을 향해 검을 찔러 주는 것이 무인의 당연한 도리였다. 게다가 저렇게 훤히 드러나 보이는 허점이라니…….

자신이 굳이 힘을 들여 수고하지 않아도, 하늘은 알아서 어리석은 얼간이들을 처단하게 마련이다. 세상의 이치란 이렇듯 비정한 것이다. 얼간이 바보 천치들의 만 용을 용서할 만큼 하늘이 너그럽다고 생각했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비류연은 혹여라도 살수회를 운영하고 있는 인물을 만난다면 절대 저런 식의 암습은 불가하다고 충고해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저런 식의 목숨을 쓰레기처럼 내버 리는 암습은 말이다! 물론 충고 상담료는 충분히 받아낼 예정이다.

그가 이렇듯 긴 생각에, 상념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저치들은 아직 목표 지점까지 도달도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예상이 맞아 떨어지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 지 않았다.

“츄앙 !”

주작단원들의 검에서 열여섯 줄기의 검기가 뿜어져 나오고, 덤으로 모용휘, 청흔, 나예린이 펼쳐낸 청백의 검기가 더하여 복면 암습인에게로 날아갔다. 모용휘는 부침질을 하는 와중에도 검기를 펼칠 경황이 있었던 모양이다. 과연 칠절신검이라 불릴 만했다.

참절(斬切)!

검기는 빛살처럼 날아가 어리석은 판단을 내린 그들이 아니라 그들의 명령권자 및 수뇌부의 명령을 거부 하나 없이 곧이곧대로 수행한 검은 피수의를 입은 습격자 들을 도륙했다.

도륙은 너무 처참한, 과장된 표현이고, 타오르는 장작더미 위에 올려진 고기산적처럼 꿰뚫었다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풍덩풍덩!”

과중한 업무로 바쁜 하늘을 대신한 일행들의 처단(손속에 의해)에 의해 검은 피수의의 습격자들은 미처 암습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한 채, 우수수 가을녘의 낙엽처 럼 장강의 푸른 수면 위로 떨어졌다.

그들의 인위적이고 타의적인 투신에 튀어오른 물보라가 하얗게 허공 중으로 튀어올라 햇살 사이에서 반짝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