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20화 – 천리추종 수독거의 비탄

비뢰도 6권 20화 – 천리추종 수독거의 비탄

천리추종 수독거의 비탄

주변의 소문에 의하면, 비영각 추혼대의 천리추종 수독거는 매우 뛰어난 인물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때문에 그의 능력 유무에 대해 불만을 가져 그의 마음에 상처를 주는 사람은 없는 듯하다.

울창한 산림 속에 은신하고 있는 수독거의 얼굴은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도와 줘야 되는 거 아닙니까?”

“누굴 말인가?”

“……”

수독거의 날카로운 반문에 일비(一秘)는 순간 말이 막혔다. 정말 누굴 도와야 한단 말인가?

수독거는 자신의 옆을 보좌하고 있는 일비를 약간은 불만어린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요즘 구정회의 두뇌 겸 십비대(十秘) 대주인 백무영과 너무 깊은 관계를 유 지하고 있는 듯해 그 모습이 지켜보기에 달갑지 않았다.

수독거는 이번 임무를 맡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고되고 요상한, 자꾸만 자신의 시력과 판단력을 의심케 만드는 일이, 시위라도 하듯 연달아 일어날 줄은 몰랐 다.

멀쩡한 장강에서 갑자기 보도 듣도 못한 무리들이 암습을 해 왔을 때 열심히 그 뒤를 쫓던 그들을 얼마나 부산떨게 만들었던가. 지금도 몇몇 대원은 남아서 암습자 들의 배후를 캐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일어나는 일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화풀이할 대상이 없으니 짜증이 더 치밀어 오르고 있었다. 수독거는 요즘 점수를 대량 실점하고 있는 일비를 상대로 화풀이나 하며, 민망함을 애써 감추고자 했다. 뜻대로 잘 되지는 않았다.

“왜 대답이 없나? 우리가 도와 줘야 할 게 저쪽의 학생들인가, 아니면 저기 있는 산적들인가?”

일비에게 대답할 말 따위가 있을 리 만무했다. 정말 수독거는 지금 산길 저편에서 일어나는 일이 보기 민망할 정도였다.

“왜 이렇게 동작이 굼떠? 빨리빨리 가진 거 다 내놓으라는 말 안 들려?”

민망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수독거의 귀로 한 청년의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그 청년의 손에는 산적이나 쓸 법한, 막 나가게 생긴 흉측한 도 한 자루가 들려 있었는데, 그 도의 사나운 칼날은 꼭 산적 두목이나 할 법하게 생긴, 얼굴에다 자신 의 직업을 새겨놓고 다니는 그런 부류의 남자의 때가 거죽거죽 낀 통나무 막대기 같은 것을 목에다 들이대고 있었다.

떨어지는 햇살을 받으며, 청년의 손에 들고 있는 도의 날이 빛을 받아 서슬퍼렇게 번뜩였다. 갑자기 천리추종 수독거는 골치가 지끈거리는지 자신의 관자놀이를 감싸쥐었다. 분명 산적들이 영업하기 딱 좋은 장소 안에서 지금 사람들의 눈을 의심스럽게 만드는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