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6권 21화 – 비류연의 돌발적인 인질극

비뢰도 6권 21화 – 비류연의 돌발적인 인질극

비류연의 돌발적인 인질극

“모두들 이놈 목숨이

아깝지 않으면 무기를 버려라.

그리고 혹시라도

이놈을 살리고 싶으면 몸값을 가져와라.

이건 매우 정당한 요구 조건이다.”

모용휘, 청흔, 효룡, 장홍 모두 질린 얼굴로 사색이 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도대체 자신들의 눈 앞에서 벌어지는 일은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의 뛰어난 머리로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 벌건 대낮에 그들의 눈 앞에서 뻔뻔스럽게 펼쳐지고 있었다.

‘지금 저 남자가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 거지??

나예린 또한 지금 자신들에게 닥친 상황이 이해되지 않았다. 언제나 그의 행동은 그녀의 예측을 벗어났다. 그래서 더욱 당황스러웠다.

표행을 이끄는 지국주 장강교룡 수장해의 얼굴은 시꺼멓게 죽어 있어 보는 사람이 안쓰러울 지경이었다.

‘많이 해 본 솜씨…….”

모두의 뇌리 속에 공통적으로 떠오르는 한 가지 생각이었다.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인질극!

인질극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처럼 어려운 이 개념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많을 테니 한 번쯤 짚고 넘어가자. 그렇다면 여기서 문득 떠오르는 두 번째 의문! 과연 비류연의 지금 행동은 인질극인가, 아닌가라는 심오하고도 오묘한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떻게 되겠는가?

무고한 사람을 흉기나 무기로 위협하여 인질로 붙들어 놓고 어떤 일을 요구하면서 벌이는 난동이라는 사전적 정의에 따르면 비류연의 지금 행동은 인질극이라 할 수 없었다. 애초에 인질극이 성립되지 않는다.

왜냐고?

지금 비류연이 인질로 삼고 있는 이는 절대로 법적으로 무고한 사람이 아니었다. 산적질을 업으로 삼는 녹림 칠십이채 적웅채의 채주가 무고하다면 그게 더 이상 한 일일 것이다. 그때는 세상이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한 번쯤 확인해 보는 게 좋겠다.

인질극은 깊은 산 속 산길 위에서 강탈 습격극에 비해 자주 벌어지진 않지만, 그래도 가끔 한 번씩 벌어지는 일이다. 허나 이번 인질극에 모두들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이유는 그 대상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시퍼렇게 날이 서 있는 칼날에 숨통을 맡기고 있는 사람은, 평소 그 칼날에 목을 겨냥당하거나, 매우 자주 베어져 나가던 선량한 사람들의 것이 아닌 우락부락하게 생긴, 한눈에 보기에도 산적 두목처럼 생긴 돼지의 목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때 적웅채 채주였던 적웅산도(赤熊山刀) 막적의 목에 그의 애도 적웅도(赤熊刀)를 들이대고 있는 이는 바로 비류연이었다.

한 사람의 목숨을 칼날 하나로 가지고 놀고 있는 비류연의 표정은 여유 만만했다. 그들을 둘러싸고 있는 80명의 도적들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한 안하 무인한 태도 였다.

‘일이 어찌하다 또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수장해는 하늘이 날 잡고 하루만에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처음 표행시 세웠던 계획에는 이럴 생각은 꿈에도 없었다. 이런 일이 벌어지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표행 중에 녹림 칠십이채 소속의 산도적들과 맞짱을 뜰 만큼 어리석은 표국은 없었다. 일명 통행세라 불리우는 세력권 통행 합의료를 내는 것이 훨씬 이득이기 때 문이다.

왜냐하면 이런 패거리들과 붙으면 절대 아무런 피해 없이 이길 수가 없기 때문이다. 표사 훈련 비용이나, 위로금 명목으로 지급되는 금액이나 떨어져 버릴 신용을 생각할 때 통행세 쪽이 훨씬 남는 장사였다.

그러니 아무리 큰 표국이라 하더라도 괜한 호기로 대형 산채와 정면으로 붙을 바보는 없었다.

이번에도 수장해는 이 길을 지나기 위해 안주머니 속에 합의금을 준비해 놓고 있던 터였다. 이전에 장강에서 쓸모가 없었지만 이번만은 쓸모가 있으리라 여겼었 다.

사단은 장강의 한 번으로 충분했다.

“흐흐흐! 잠깐! 갈 때 가더라도 통행세는 내놓고 가셔야 하지 않겠소?”

적웅채주 막적이 괴소를 흘리며 영업 용어를 외치며 나타났을 때도 수장해는 동요하지 않았다.

그가 어디 이 길을 한두 번 지나갔던가.

당연히 나올 줄 알았고, 그래서 표사들도 안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번에도 어차피 통행세를 지급하고 이 길을 지나갈 것이므로. 신입 표사만 공포에 질려 덜덜 떨고 있을 뿐 고참 표사들의 표정엔 아무런 동요도 없었던 것이다. 오히려 업무상 안면을 익힌 처지라 정체가 확실하니 산적이라도 오히려 안심이 되었다.

약간이나마 당황한 사람은 비류연 일행과 모용휘, 청흔을 제외한 천무학관 천검조원들뿐이었다.

허나 고르고 골라 뽑힌 인재답게 그들의 전신에서 무시무시한 기세들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여차하면 전력을 다해 움직이겠다는 표시였다.

“허걱! 뭐…뭐냐? 저것들은?”

순식간에 장내를 뒤덮는 사나운 기세에 적웅산도 막적은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절대 하수들이 뿜어낼 수 있는 기세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동안에 축적된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예감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아니, 어떻게 저런 어린애들 하나하나가 모두 남창지국주 수장해보다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낼 수 있는 거냐?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가, 아니면 어제의 심 야 밤일로 인해 기가 쇠하여 헛것을 보고 있는 건가?’

두어 번 눈을 비벼 보지만, 눈이 아닌 피부로 스며드는 이 기분은절대 거짓이 아니었다. 그도, 녹림 칠십이채의 채주를 맡고 있는 칠십이채주의 한 명으로서 고수 소리를 듣던 사람이었다.

허나 그동안 자주 보았던 적웅채의 두목인 적웅산도 막적이 앞으로 나서고 언제나처럼 웃는 낯짝에 언중유골한 말을 서로 나누며 합의에 들어가려던 찰나 일이 터 진 것이다.

그들은 순간 뭔가 바람 한 줄기가 그들 곁을 지나갔나 그렇게 느낄 뿐이었다.

“뻑! 빡! 케엑!”

상황은 순식간에 끝났다. 얼떨떨해 있는 막적의 면상을 향해 지나치게 쾌속한 비류연의 주먹이 날아갔고, 뻑 하는 소리와 함께 막적의 고개가 뒤로 젖혀지는 순간 이미 비류연은 막적의 팔을 비틀고 혈도를 점한 다음 그의 칼을 뽑아 그의 목언저리에 가져다 대놓고, 네놈의 골통을 언제 떨구어줄까 하며 시위하고 있었다. 과연 막적은 자신의 영업 업무 도구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는 훌륭한 산적이었고, 그로 인해 그의 칼날은 시퍼런 예기를 뭉클뭉클 내뿜고 있었다.

만일 지금이 정상적인 영업 중이라면 이 섬뜩한 예기가 먹잇감이라 불리우는 행인들에게 무한한 위협이 되었겠지만, 자신의 목줄을 겨누고 있으니 막적으로서는 똥줄이 탈 수밖에 없었다.

살짝 대었는데도 벌써 살갗이 베어져 피가 솟아나오고 있었다.

“이야! 산적 주제에 칼 하나는 끝내주게 날카롭구만. 이 정도 예기라면 팔아도 꽤나 돈이 되겠는걸!”

적웅도의 날카로움을 확인한 비류연이 기쁜 표정으로 말했다. 언제나 모든 사물을 금전과 연관시키는 비류연이었다.

어쨌든 이런 이유로 인해 중양표국의 표사들과 적웅채 소속의 우락부락하고 건장한 산적들은 묘한 대치 상태를 이루게 되었다.

지나갈 수도 없고 대놓고 막을 수도 없는 묘한 관계가 성립되어 버린 것이다. 몰래 이들을 뒤따라오고 있는 수독거가 골을 감싸쥐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어찌하다 이런 일이 일어난단 말인가! 하늘이시여!”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도 눈물을 보이지 않았던 대장부 장강교룡 수장해는 갑자기 울고 싶은 충동을 억제하기 힘들었다.

이런 기분은 처음이었다.

적웅산도 막적이라고 하면 이쪽 산림 영업대, 또는 산적이라 불리우는 녹림도 쪽에서는 알아 주는 이름이었다. 그는 여태껏 별다른 공포를 모르고 살아온 사람이 었다.

그는 고수처럼 보이는 위험천만한 인물은 건드리지 않았다. 잘못했다가 성급하게 관 짜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다. 해서 그의 영업 상대는 언제나 그 보다 낮은 힘을 지닌 상대뿐이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느껴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지금 막적은 산채 채주로 있으면서 인질이 되는 보기 드문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인질로 잡혀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약한 생명이라고 하기 엔, 그 우락부락하고 거칠게 생긴 얼굴과 거대한 몸집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전혀 인질다운 느낌이 없는 인질이었다.

게다가 수천 명의 선량한 백성들을 약탈해 온(본인들은 극구 영업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녹림 칠십이채 중 하나인 적웅채 채주의 존재를 불쌍하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는 현재 누구 손에 숨통을 잡힌 채, 이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눈만 꿈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끄응! 나 참! 이 일을 어쩌면 좋단 말인가!’

적웅채 채주 적웅산도 막적이 인질로 잡힌 그 순간부터 부채주인 단마도 방천의 끝없는 고민은 시작되었다.

여기가 그저 어중이 떠중이 중소 산채였다면 채주가 잡힌 그 순간부터 방천은 다음과 같은 말을 당당하게 내뱉었을 것이다.

“채주께서 적도의 칼날 아래 목숨을 잃으셨다. 채주의 원수를 갚자! 지금부턴 내가 채주다!”

그 순간부터 막적의 생사 여부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는 칼을 쥔 손을 하늘로 힘차게 치켜올렸을 것이다. 이런 과장된 행동이 사람들을 선동하는 데 꽤나 효과 가 있기 때문이다.

채주가 아무리 살려 달라 발버둥쳐도 못들은 척하고 없는 사람 취급하면 그만이었다. 곧 죽을 사람인데 그가 상관할 바가 아닌 것이다.

하나 여기는 유서 깊은 녹림 칠십이채의 하나인 적웅채라는 게 문제였다. 녹림맹의 규칙에 따라 사사로운 채주 교체는 있을 수 없었다. 그런 걸 용납했다가는 질서 가 잡히지 않을 위험이 있기 때문에 총채에서 금하고 있다. 또한 녹림 칠십이채에서 뽑힌 고수인 만큼 채주 물갈이가 쉽게 되는 것도 아니었다.

때문에 방천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발만 동동 굴리고 있는 것이다.

“얘들아!”

“예!”

“우리 모두 장렬하게 산화하신 채주님의 원수를 갚자! 그리하여, 녹림맹의 이름을 만천하에 떨치자. 나를 따르겠느냐?”

“복명(復命)! 와아아아아! 방 채주님! 만세! 만세! 만만세!”

.이렇게 됐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하지만 희망 사항일 뿐이다. 방천의 망상은 오래 이어지지 못했다. 불쌍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막적을 차마 외면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채주, 부끄럽습니다.”

“못본 척해라…….?”

수치심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한 채 막적은 모기만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러기엔 주위의 눈이 너무 많습니다.”

실제로 채주 막적도, 부채주 방천도 얼굴이 벌겋게 익은 채 화끈거리고 있었다. 채주씩이나 되는 자가 어린애의 한 수를 피하지 못해 꼴사납게 인질이 되다 니……. 만일 오늘 무사한다 해도 녹림맹의 명예를 실추시킨 대가로 처벌을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처벌과 제명이 있기 전까지는 자신들의 채주임이 분명했다. “끄응!!”

시작부터가 감이 좋지 않았다.

적웅채가 돌연히 나타났을 때 주작단은 전혀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적웅채의 위세가 약했냐 하면 그것도 아니었다.

2백 명! 일반인에게는 과분할 만큼 많은 숫자였다. 하지만, 이 2백이란 머릿수도 천무학관도 26명과 한 명의 염도 앞에서는 참으로 보잘 것 없는 조촐한 숫자였 다.

원래는 이 2백 명도 날씨가 좋고 해서 기동 매복 훈련삼아 데리고 나온 것이었다. 보통은 50명 내외 정도가 적정한 인원이었다.

게다가 중양표국하고는 안면이 없는 처지도 아니었기에 솔직히 이번 인원은 과한 편이었다. 한데 상대의 반응은 더욱 의외였다.

훈련 겸 영업 겸 데리고 나온 2백 명 앞에서 눈썹 하나 까딱 하지 않는 녀석들이라니……. 예의상으로라도 놀란 표정을 지어 주는 게 마땅했다.

그런데 산보라도 나온 듯한 태연한 기색이라니. 막적과 그의 일당들이 기가 막혀하는 것도 당연했다.

게다가 이놈들은 대화도 안 통하는 무지막지한 놈들이었다.

“귀하들은 우리 녹림 칠십이채가 두렵지도 않소? 지금이라도 채주를 놓아 주면 없던 일로 하겠소.”

여전히 방천의 목에 칼날을 드리운 채 비류연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지금 방천은 대화 상대를 잘못 골랐다.

“궁상아! 우리 오랜만에 실전이라도 한 번 치룰까? 저번에 산적 토벌전 치루고서는 좀 오래 됐지. 몸이 굳었을 테니까 감각은 잊기 전에 되살려 놓는 게 좋아. 마침 좋은 기회인지도 모르지.”

비류연의 말에 방천이 발끈했다. 이건 너무 자신들을 무시한 처사였다.

“너무 광오하다 생각하지 않으시오? 녹림맹의 그림자가 두렵지도 않소?”

“궁상아? 무섭냐?”

비류연이 칼날로 막적의 경동맥을 툭툭 치며 물었다.

“하하! 설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호골, 용골채도 막아낸 저희들입니다. 겨우 이 정도 인원 가지고 두려움을 논하다니요.”

남궁상의 웃음 섞인 말에 방천의 눈이 화등잔만해졌다.

“서…설마 귀하들이 용골채 몰살의 주인공인 천무주작단(天武朱雀團)이란 말이오?”

되묻는 방천의 말은 두려움으로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혀가 굳은 모양이다.

“용골채 몰살? 그게 뭐지?”

그러자 옆에 있던 남궁상이 기억났다는 듯 말했다.

“아! 맞습니다. 예전에 천무학관으로 돌아가는 우리들의 표행을 습격한 놈들이 바로 호골채와 용골채라는 놈들이었죠. 소문으로는 표물 중에 끼여 있는 천문학적 가격이 매겨진 고려청자를 노렸다고 합니다. 그들 때문에 무척 고생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남궁상의 말은 시인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야! 너네들 꽤 유명해졌는데. 산도적 아저씨까지 다 알아보고 말이야.”

비류연이 놀랍다는 듯 말했다. “그러게 말입니다.”

일이 잘못됐다. 막적과 방천은 직감적으로 그렇게 느꼈다.

처음부터 눈치챘어야 했다. 표국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 객기 충천의 일을 서슴없이 저지르는 놈들이 표국 사람일 리가 없었다.

녹림산채 두 개를 단 16명이 괴멸 상태로 몰아간 소문의 장본인 천무주작단(天武朱雀團), 그 일 이후로 천무학관에는 절대 손대지 말라는 지령까지 내려온 터였 다.

그날 이후 호골, 용골채는 간판을 내리고, 새로이 녹림 총채에서 사람을 보내 재구성을 해야 했다. 관례에 따라 괴멸당한 산채의 이름은 불길하다 하여 이름마저도 딴 걸로 바꾸었다. 특히 호골채는 채주만 교체된 반면 용골채의 생존자는 극히 적어 모든 것을 재구성해야 했던 것이다.

녹림맹 소속 산채 하나가 완전히 지상에서 사라져 버린 대사건이었다.

그러니 방천과 막적이 기겁하는 것도 당연했다. 습격에 전력을 기울이다가 전력이 사라진 용골채보다 약간 아래의 세력을 지닌 곳이 바로 적웅채였던 것이다. 방천의 입이 쩌억하니 벌어졌다.

‘제…젠장! 정찰 나간 개새끼는 어디 사는 개새까야아아아!”

갑자기 방천은 울고 싶어졌다.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 중 하나를 건드린 것이다. 관도 한 명 한 명이 절정 고수에 버금 가는 실력을 지니고 있다는 대량 기재 고수 보유소인 천무학관은 그들로서도 감히 건드리기 껄끄러운 장소였다.

당장에 정찰 나갔다 돌아온 놈을 잡아 모가지를 비틀어 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당장에 꿈을 실현하지는 못했다.

다만 희번뜩거리는 눈빛으로 한 번 째려봤을 뿐이었다.

‘어디 돌아가서 두고 보자!’

살기가 풀풀 날리는 방천의 눈빛에 정찰 담당 쫄다구 산적 구이는 짱돌맞은 개구리마냥 그는 움츠려들 수밖에 없었다.

“우리들 자신도 모르는 새에 유명해졌군요.”

신기하다는 듯 남궁상이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자신들이 산적업계에 그토록 이름을 날리고 있는지 오늘 처음 알았던 터였다. 남궁상의 말에 방천의 얼굴은 더 욱 사색이 되었다. 그의 말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확답이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서…설마 그 악명 높은 주작단이라니! 이런 망할. ..! 양산박의 호걸들이시여, 저희들을 굽어 살피소서!’

이쪽 업계에서의 주작단의 명성은 유명한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반드시 영업을 피해야 할 기피 대상 특급에 소속되어 있는 인물들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런 곳에서 만날 줄이야! 오늘은 운이 억세게도 없는 날인 모양이었다.

당장 등을 돌려 도망이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효룡! 저 녀석 좀 잡아와 줘.”

수상한 낌새를 눈치챈 비류연이 방천을 가리키며 한 마디했다. 효룡은 즉시 그의 요구를 들어 주었다.

“피잉!”

마치 화살이 날아가는 듯한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일개 산채 부두목 따위가 애초에 막아낼 수 있는 수준의 공부가 아니었다.

방천 또한 막적과 별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효룡 손에 끌려왔다. 이제 인질이 하나에서 둘로 늘어난 것이다.

적웅채의 산적들은 그들의 부두목이 복부에 두 대, 얼굴에 한 대 맞고 끌려가는 그 순간까지 멍하니 손놓고 구경밖에는 하지 못했다. 그들의 실력으로 막기엔 효룡 의 실력은 너무나 저 높은 곳에 있었던 것이다.

효룡의 날렵하고 깔끔한 솜씨를 지켜본 모용휘와 청흔의 눈에 이채가 어렸다. 처음 본 순간부터 보통이 아니라고는 느꼈지만 이 정도의 실력일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