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용휘 대 갈효봉의 2차 대결
정식명 단기 집중 속성 특별 강화 훈련이라는 긴급
이름마저도 긴 특별 수련을 견뎌 낸 천관도들에게
초혼검대와 명왕도대의 사람들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학생들은 적들과 검을 섞어 보고서야 비로소 이들의 합공을 막아 내는 게 훨씬 수월해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저번에 싸웠을 때보다 훨씬 덜 긴장되고 또한 수월했다. 여유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이러니 천관도들의 관심사가 천지쌍살과 갈효봉에게로 쏠리는 게 당연했다.
예상대로 두 사람은 접전을 벌이며 격전의 한가운데에 있었다.
모용휘의 검이 별의 광휘 같은 검기를 뿌리며 갈효봉을 몰아세웠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갈효봉의 쌍도도 만만하지 않았다. 피처럼 붉은 도기가 넘실거리며 유성 검기를 소멸시켜 나가고 있었다.
모용휘가 열을 내며, 한 수 한 수 정성을 다해 필사의 출수로 갈효봉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너무 다급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위기감을 느끼고 있군! 두려움이란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건가?”
여유를 찾아볼 수 없는 모용휘의 공격을 본 비류연 나름의 감상이었다.
남궁상이 신기한 표정으로 물었다.
“어째서죠? 그걸 어떻게 알 수 있죠?”
“검을 보면 알 수 있지! 당연하잖아.”
비류연의 대답에 남궁상은 갸우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녀석의 검을 봐! 여유라고는 눈 씻고 찾아봐도 찾아볼 수가 없잖아! 본능적으로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기 때문에 다급해져 마음이 거울처럼 검에 반영된 것이 지.”
“검극이 너무 거칠어! 그동안에 보여 주었던 안정된 검이 아니야. 예전의 저녀석의 검은 차가울 정도로 냉정했는데, 지금은 열기로 가득 차 있군!”
검은 무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감정 변화가 칼 끝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검은 무인의 분신이자 모든 것이라 해도 결코 과장이 아니다. 검의 끝에는 무인의 인생이 걸려 있는 것이다. 어찌 그 무게가 가볍다 할 수 있겠는가.
적색 안개 같은 도기가 주위를 감싸고 돌았다. 마치 피가 안개가 되어 사위를 감싸는 듯해 기분이 좋지 않았다.
“쿵! 쿵!”
이번엔 어떤 기술을 보여 줄 것인가? 모용휘는 자신의 심장이 흥분 때문에 쿵쾅거리고 있음을 비로소 눈치챘다. 자신은 지금 이 싸움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는 이 싸움을!
“이번에는 도대체 무엇을 내놓을 것인가?”
흥미가 없다면 그것은 거짓말일 것이다. 붉은 안개 같은 도기가 그의 시야를 가렸다. 순간 갈효봉의 신형이 모용휘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생각보다 적무(赤霧)의 방해가 심했다.
모용휘는 정신을 집중시키고 육감을 열었다. 얼마 전의 특별 수행으로 그의 감각은 비약적으로 향상된 상태였다. 시야를 방해하는 안개 속이라 해도 그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었다.
“저건가?”
오 장쯤 떨어진 곳에서 기척이 느껴졌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응??
기척이 하나 둘씩 사방에서 늘어나더니 자신을 포위한 여섯 개의 기척이 동시에 느껴진 것이다.
“이, 이럴 수가… 설마 다중분신술(多重分身術)? 그래도 여섯 개씩이라니??
분신술로써 상대의 감각을 흐려 놓고, 공격 방향에 혼란을 주는 기술은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 절정의 수준에 이른 고수라면 누구나 쓸 수 있는 기술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여섯 개의 다중 분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그런 무리한 부담을 육체가 견뎌 낼 수 있단 말인가?”
모용휘의 견해는 무척이나 회의적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현재의 자신은 현실에 직면해 있었다. 그것도 위기 상황이었다. 모용휘는 진기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기습 에 대비했다.
그가 은하류 개벽검의 기수식을 취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나는 죽는다!’
모용휘의 몸이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처럼 변했다. 그의 검극 앞에서 주먹만한 묵빛 검극구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전력이 이 한 점으로 모이고 있는 것이다. 거대 한 힘이 한 점에 집중되기 시작했다.
‘온다!”
주위를 동그랗게 포위한 여섯 개의 기척이 자신을 중심점으로 하여 공격해 들어왔다. 본체가 어느 것인지는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여섯 분신을 동시에 베는 수밖 에 없었다.
모용휘는 혼신의 힘을 다하여 전심전력으로 검을 휘둘렀다.
은하류(銀河流) 개벽검(開闢劍)
최종오의(最終奧義)
은하멸절(銀河滅絶) 우주굉분(宇宙轟紛)
굉천혈영도법(轟天血影刀法)
마도기(魔刀氣)
혈형육영첩(形六影疊)
굉뢰난분천(宏難分天)
극의에 다다른 두 개의 무공이 한 점에서 부딪쳤다. 어마어마한 힘의 일점 격돌이었다. 한치의 양보도 없는 정면 승부!
“콰과과광!”
사방을 빛과 굉음으로 뒤덮는 신검마도의 위력에 하늘과 땅이 비명을 질렀다. 폭풍이 사방을 덮쳤다.
유성시(流星矢) 같은 검기가 사방으로 부챗살처럼 뻗치며, 벼락 치듯 도기를 날려 오던 여섯 개의 인영을 한순간에 소멸시켜 버렸다.모용휘 자신도 타격을 전혀 입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간신히 아물어 가던 상처가 벌어져 피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크윽!”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충격이 컸지만 막아 내는 데 간신히 성공한 것 같았다.
“조심해! 아직 끝이 아니야!”
마음의 매듭이 약간 풀어져 방심하고 있던 모용휘에게 경고성을 날린 이는 바로 효룡이었다. ‘아직이란 말인가?”
순간 전신의 솜털이 몽땅 일어서는 듯한 살기에 노출된 자신을 발견했다.
“어디냐?”
대답은 바로 머리 위였다.
“위!”
효룡이 다급한 외침을 터트렸다.
“챙!”
다행히 반 초 정도 모용휘의 대응이 빨랐다. 조금만 늦었어도 지금 모용휘는 살아 있지 못했을 것이다. 어깨가 부서지는 듯한 충격에 모용휘는 눈살을 찌푸렸다. ‘빠졌나? 그래도 목숨을 구한 대가치고는 싸군.’
어깨 탈골쯤은 남는 장사였다.
자신의 절초가 무위로 돌아가자 갈효봉은 공중 제비를 돌며 오 장 밖으로 물러났다. 그도 그리 성한 상태는 아니었다. 현재 그의 몸은 자잘한 상처투성이였다. “이런! 굉뢰난분천(宏雷亂分天) 비영도흔(秘影刀痕)이라니!”
효룡이 무의식중에 외쳤다. 그는 밀정으로서 가장 중요한 항목인 냉정과 침착을 잊은 상태였다.
잔뜩 인상을 찌푸린 채 두 사람의 격전에 열중해 있던 효룡이 문득 이상한 기운을 느꼈다.
‘응??
그제야 주변의 심상찮은 기색을 눈치챈 효룡이 얼른 주위를 둘러보았다. 모두들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아니, 왜?”
효룡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자네 어떻게 알았나?”
청흔이 멍한 얼굴들의 의견을 대표하고 나섰다. 그의 얼굴은 그 날 밤보다 더욱 굳어 있었다.
“무슨?”
효룡은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고 있었다.
“어떻게 마지막 공격이 머리 위에서 오는지 알 수 있었나?”
“무… 물론 느낌이지요. 느낌!”
효룡은 말을 더듬으며 대답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눈으로 잡아낼 수 없는 기(技)였다. 그래서 이름 붙여지기도 비영도흔!
아마 여기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비기(秘技)라 불릴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무공명까지 알 수 있었나?”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무공명이라니요?”
청흔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서슬 퍼렇게 번뜩였다.
그의 입이 천천히 떨어졌다.
“자네가 아까 분명히 말하지 않았나. 굉뢰분천 비영도흔이라고 말일세! 나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든 이들도 분명히 들었으리라 확신하네. 자넨 이 사실에 대해 어떻게 해명할 텐가?”
‘헉! 이런!’
명명백백한 희대의 대실수였다. 난처해졌다. 그의 안색이 창백하게 변했다. 변명이 궁했다. 이런 경우 뭐라고 말해야 하나…….
물음에 대한 답이야 확실히 알고 있지만, 입 밖으로 내뱉어 줄 수는 없는 사안이었다.
어떻게 저들 앞에서, ‘제가 굉천혈영도법을 배웠기 때문입니다. 굉천도 갈중혁의 직계혈손만이 배울 수 있는 그 유명한 전설의 도법을 말입니다. 대단하죠?”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효룡은 옴짝달싹 못한 채, 초조한 마음만 점점 깊어 갈 뿐이었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효룡을 구해 준 건 우습게도 초혼오귀검이었다.
“휘(輝)!”
“꺄아아아악! 안 돼에에에에!”
이진설의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청흔이 얼른 고개를 돌려 모용휘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청흔은 대경실 색했다. 경악한 이는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세 개의 수급이 그의 주위에 널브러져 있었고, 두 개의 검이 그의 복부와 허벅지를 관통하고 있었다. 빨리 응급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생명에 위험이 있을 수도 있 는 치명상이었다.
모용휘의 몸에 두 개의 이물질을 박아 넣은 이는 바로 초혼오귀검의 다섯 귀신들이었다. 모용휘가 모든 감각 신경을 갈효봉에게 집중시키느라 미처 주위를 돌보지 못한 기회를 틈타, 무방비 상태에 있는 모용휘의 등에 칼을 꽂은 것이다. 비록 그 대가로 셋째, 넷째, 다섯째 삼인의 수급을 바쳐 진정한 귀신이 되어야 했지만, 쌍살 에게는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들은 원래 그런 존재였다.
“크윽!”
비릿한 피가 입 안 가득 고였다. 방심한 것이 실수였다. 지난번 습격 때 한꺼번에 달려들지 않았다 해서 이번에도 그러리라는 보장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것 을! 그런 간단한 이치를 순간 망각해 버리다니…….
물밀듯한 후회가 가슴 가득 밀려 왔다.
“죽어라!”
모용휘의 살 속 깊이 박아 넣은 검을 놔 둔 채 오른손으로 소도(小刀)를 머리 높이 뽑아 든 귀영살검 상중하가 외쳤다. 그의 왼팔은 방금 암습에서 모용휘의 일검에 날아간 터라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없었던 것이다.
“팍!”
상중하가 소도를 힘껏 내려찍었다. 섬광이 번뜩였다.
서걱!
“헉!”
상중하는 자신의 의지를 끝까지 관철시키지 못했다.
힘껏 내려찍은 손에는 이미 소도가 들려 있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소도를 들고 있던 손목도 깨끗이 잘려 나가고 없었다. 잘려진 단면으로 선혈이 솟아 나왔다. 고통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빠른 일검! 그 일검의 주인공은 바로 삼절검 청흔이었다.
“파바박!”
분노한 그의 검이 두 번째로 번뜩이자 두 귀신의 수급이 깔끔하게 신체에서 떨어져 나왔다. 이리하여 초혼오귀검은 한 명의 생존자도 남기지 못했다. 피가 청흔의 검신을 타고 흘렀다.
“으으음!”
쌍살이 침음성을 흘렸다. 특히나 천살의 표정은 가관도 아니었다. 계획이 조금씩 어긋나고 있었다. 쌍살은 이번에 갈효봉의 동귀어진을 위해 지켜보고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갈효봉이 좀더 날뛰어 주기를 바라고 있었다.
모용휘가 아니더라도 그의 힘이 필요한 곳은 많았다. 이미 제어가 불가능하다면 역할 완수를 위해 완전히 소모될 때까지 힘을 소비하는 수밖에는 없는 것이다.
‘전원 몰살’이라는 역할을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