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류연과 그 일당들의 좌담회
[으아아아악! 원고가 모자랄지도 몰라!]
작가들은 이번 『비뢰도 9권처럼 원고의 분량이 적을 경우 어떻게든 그 갭을 메워야 할 필요성과 투철한 사명감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여러 가지 잔머리들을 굴리게 됩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죠.
뭐! 이럴 경우 움치고 뛰려 해도 욕을 먹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ᅳ아무리 노력한다 하더라도―그래도 선택의 여지는 없습니다. 세상은 이런 곳에서 절대 타 협의 손길을 내밀어 주지 않으니까요. 자신이 저지른 일은 자신이 책임질 수밖에 없습니다.
텅 빈 공간, 텅 빈 원고지. 소설의 원고지는 수묵화가 아니기에 여백의 미 따위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원고지의 여백은 작가의 불성실성과 용량 미달에 대한 증거 자료일 뿐입니다. 거기엔 어떠한 낭만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악몽이라면 기대할 수 있겠군요.
그럼 작가는 삽질을 각오해야만 합니다. 불같이 화내는 독사같이 사나운 편집장님과 서슬 퍼런 눈을 부릅뜨고 째려보고 있는 독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는 울고 싶습니다. 그러나 너무 마감에 혹사당하다 보니 눈물도 말라 버렸습니다. 과잉 노동이지만 어디다 신고할 데도 없습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그러나 이 런 하소연은 법원에서도 거부해 버립니다. 그럼 어디에도 호소하러 갈 곳이 없습니다.
작가가 왜 이런저런 넋두리를 늘어놓고 있는지 혹시 눈치 채신 분이 계십니까? 만일 계시면 그분은 매우 똑똑한 분이시로군요. 흐흐흐!
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지 말라구요? 그래도 혹시나 빈 원고지 몇 매 정도를 가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이 글을 적어 보는 거 아니겠습니까(그래! 던 져요! 마감 시한 벅벅거리다 이런 글 쓴다고, 재미없다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짱돌 던져요, 던져! 흑흑!). 작가란 참 힘든 직업입니다. 특히 소설 작가는 혼자서 묵묵히 이 길을 걸어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물론 주변에서 도와주는 분들도 있지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혼자입니다. 그러니 절대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됩니다. 자기 자신과 타협해서도 안 됩니다. 자기 자신과 타협해 버리고 긴장을 늦추는 순간 어떻게 되느냐고요?
다 봐놓고 무슨 질문을 그렇게 하십니까? 당연히 『비뢰도』 9권처럼 되죠! 그러니 절대 그런 작가는 본받지 마세요.
저는 뒤를 돌아보며 제 등 뒤에서 칼을 들고 으스스하게 웃고 있는 편집장님을 바라봅니다.
“부장님? 아직도 더 써야 하나요?”
“알아서 하세요!”
정확한 분량을 말해주지도 않고 두루뭉술하게 알아서 하라고 하십니다. 전 그런 주관적 평가가 너무 싫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별수 없이 해야죠. 작가는 하는 수 없이 자신의 주변과, 자신의 신상과, 자신의 과거를 샅샅이 들춰 봅니다. 혹시나 지면을 채울 만한 소재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일말의 기대감을 품고 서 말입니다.
이렇게 신세 한탄조로 말을 주저리주저리 이어 가면서도 작가는 입가에 악마 같은 미소를 짓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식 저런 식 요런 식으로 다양하게 주절주 절하다 보면 그것이 한탄이든 기쁨이든 일절 상관없이 지면이 어떻게든 채워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죠. 논지? 그런 건 개에게나 줘버리라고 작가는 속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죠. 무슨 꼴을 당하려고 그런 말을 입 밖에 내겠어요? 그냥 속으로 조용히 궁시렁거리고 마는 거죠.
참으로 불쌍하지 않으십니까? 혹시라도, 약간이라도 그런 느낌이 드는 분이 계시다면 너무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 자기 자신이 잘못한 건 알아도 욕을 먹으면 작 은 새 같은 작가의 여린 가슴ᅳ물론 해부학적으로 확인된 바는 없습니다만—은 찢어질 듯 아파 옵니다. 흑흑흑! 끝으로 저의 거짓 눈물이 여러분의 동정심을 불러 일으키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럼 작가를 대신한 저의 잡담은 이것으로 끝내고 다음 권에 다시 뵙겠습니다(안녕……!).
장홍 & 효룡 : 이봐! 이봐! 류연! 이번의 우리 등장은 어쩌고? 우린 이번에 등장 기회도 잡지 못했다고! 너무한 거 아닌가?
비류연 : 아참, 깜빡 잊고 있었네!
장류홍 : 깜빡 잊을 일이 따로 있지! 친구를 배신해 놓고 깜빡 잊었으니 나의 건망증에 사형신고를 내라고 말할 참인가? 애꿎은 건망증에게 책임 전가하지 말게! 비류연 : 그런가? 그런 면에서는 사과하겠네! 하지만 이번 회에 자네들의 등장은 별 의미가 없을 것 같지 않나? 이제 지면도 웬만큼 채워졌겠다, 독자들도 나의 거 짓 눈물에 속아넘어갔겠다, 자네들의 출연과 활약이 없어도 되게 됐다는 것이지!
효류룡 : 그건 작가의 전횡이자 횡포이자 독재가 아닌가? 난 그런 독재 작가를 강력히 규탄하는 바이네!
비류연 : 마음껏 규탄하게! 별로 막을 생각도 없네! 하지만 사실은 사실인 걸 어쩌겠나.
효류룡 : 그럼 우리에겐 이제 기회가 없단 말인가?
비류연 : 한 가지 기회가 남아 있네!
장류홍 : 무엇이 남았는가?
비류연 : 언제나 하는 그림 소개지! 이번에는 특별히 내가 양보하지! 이거 엄청나게 선심 쓴거라네!
효류룡 : 그럼 누구에게 양보한 건가? 나에겐가 아니면 장홍 아저씨에겐가?
비류연 : 이미 내 손을 떠난 이상 나는 모르네. 알아서들 결정하게!
효룡 & 장홍 : 그렇다면. .(번쩍!)
쿠콰콰콰콰쾅! 와장창! 으라라라라차차차! 빠쉬빠쉬빠쉬!
장류홍 : 장유유서(長幼有序)! 우이햐!
효류룡 : 끄아아아아아… 악!
휘오오오오오오!
비류연 : …으음, 결정난 건가?
장류홍 : 쿨럭쿨럭, 이… 이번엔 내가 하게 되었다네!
비류연 : 오오! 그럼 효룡은……?
장류홍 : 조용히 묻어 주었다네. 아마 후환은 없을 것이네!
비류연 : 어흠! 그럼 마무리를 멋지게 장식하시죠! 머리에 난 상처가 멋진데요!
장류홍 : 고맙구만! 효룡이 녀석 작품이지! 요즘 슬럼프에 빠진 녀석 주제에 감히 덤비다니… 나에게 개기기엔 아직 10년은 일러! 어흠!
그럼 발표하겠습니다. 이번 9권에 실린 그림은 8권과 마찬가지로 다음 비뢰도 카페(cafe.daum.net/TGSNOSF)의 두문불출님께서 보내주신 그림입니 다. 두문불출님께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작가의 사인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으음… 그건 그렇고 다른 건 다 좋은데 여태껏 제 그림이 없다는 건 무척이나 애석한 일이군요. 그것만 갖추어지면 완벽할 텐데 말이죠.
비류연 : 쳇, 누가 아저씨 그림 따위… 취향이 아니라구요.
장류홍 : 무… 무슨 소릴 하는 건가! 자네는 로맨스 그레이도 모르나? 이제는 장년이 세상과 강호를 휩쓰는 시대야!
비류연 : 그래 봐야 원조 교제밖에 더하겠어요?
장류홍 : 무… 무… 무슨 벌 받을 소리! 그런 짓 했다가는 난 우리 사모님한테… 끼익… 목숨도 없어!!!
비류연 : 오홋! 그렇다면 역시!!!
장류홍 : (아차!!!) … 험험험!! 그런 자질구레한 주변 상황은 그만 넘어가도록 하지! 이제 그만 이 밉살스런 얼굴들을 인사하고 치우자고!
비류연 : 누가 밉살스러운 얼굴인지 난 모르겠네요?
비류연 & 장홍 : 그럼 독자 여러분! 다음 10권에서 뵙겠습니다. 물론 언제나처럼 작가가 무사히 글을 쓸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입니다. 그럼 다음 편까지 안녕 히 계세요.
효류룡: *
비류연 : 10권 예고! 과연 효룡의 부활은 있을 것인가? 다음 권을 기대해 주세요.
아! 그리고 문의하신 사항을 적어 드립니다. 어느 분이 쓸데없는 걸 문의하셨더군요.
작가의 E-mail 주소는 ragnadan@hanmail.net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