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9권 2화 – 신응대 출동하다!

비뢰도 9권 2화 – 신응대 출동하다!

신응대 출동하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이런 소란스러움은 자연 주위의 이목을 끌게 마련,

사람이 모여드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호기심이 동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소란의 중심을 향해 원인을 찾고자 모여들기 시작했다. 이런 대사건이 주위의 이목을 끌지 않을 리가 없었다.

몰려드는 사람이 너무 많아지자 이제는 구정회의 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사람으로 쌓은 둑은 인파의 홍수에 휩쓸려 붕괴 일보 직전이었다. 사건의 내용이 크 면 그만큼 파장도 큰 법이다. 그 사람들 중에는 은설란과 그녀의 호위를 맡고 있는 모용휘와 나예린도 포함되어 있었다.

“자자! 더 이상 들어가면 안 됩니다. 돌아가 주세요!”

구정회 무사 한 명이 몰려드는 인파를 몸으로 막으며 소리쳤다.

“조금만 비켜 봐요! 우리도 알 건 압시다.”

군중은 막무가내였다. 본래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은 게 인간의 기본 심리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길을 허용할 수는 없었다.

“별거 아니니 이만 흩어져 주세요! 정말 별일 없습니다.”

“웃기지 마쇼! 별거 없는데 이런 소동이 벌어진단 말이오? 거짓말을 하려거든 좀더 깔끔하고 완벽하게 해보쇼!”

“옳소! 옳소!”

밀고 밀리는 몸싸움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이런 소동의 와중에도 구정회의 무사들은 인파의 홍수에 맞서 용케 버텨내고 있었다. 몰려드는 군중과 이를 저지하려는 구정회 무사들 간의 밀고 당기는 싸움이 계속되었다. 원래는 군웅회의 무사들이 맡아 처리해야 할 일이었다. 자연 불평이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젠장! 우리가 왜 이런 고생을 대신해야 하는 거지?”

괜히 군웅회 무사들에게 원망이 쏠렸다. 장벽의 붕괴는 시간 문제 같았다. 모두들 ‘이대로 그냥 확 보내 버려?”라는 생각을 품고 있을 때였다.

“벽을 쌓아라!”

또렷이 울려 퍼지는 누군가의 명령과 함께 한 무리의 무사들이 혼란의 극을 이루고 있는 그 중심을 향해 일사분란하게 달려들었다.

“신응대(神鷹隊)다!”

몰려든 군웅 중 한 사람이 외쳤다.

“군웅회주의 직속 친위대!!!”

몰려든 군중 속에서 술렁임이 일어났다.

신응대는 군웅회주의 직속 친위대로 보통 때는 대외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이 거의 없는 집단이었다. 보통 때는 얼굴 한 번 제대로 보기 힘든 그들이 지금 발벗 고 나선 것이다.

술렁임은 점점 더 커져 가고 있었다. 신응대까지 투입된 걸 보니 이번 일이 보통 심상치 않은 게 틀림없다는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중으로 쳐진 신응 대의 철벽진을 뚫고 사건의 현장으로 들어갈 자신은 서지 않았다.

곧 지키는 자와 쳐들어가려는 자가 서서히 갈리기 시작했다. 약간 거친 수단도 사양치 않겠다는 태도로 신응대 대원들은 손과 발을 휘둘렀다. 물론 직접적인 타격 은 없었지만 사람을 떼어 놓는 데는 효과 만점이었다.

“우우우! 너무 하잖아! 폭력 반대!”

“옳소! 우리에게도 알 권리가 있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양 회는 공개하라!”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다. 그러나 신응대는 묵묵히 자신들의 일을 수행할 뿐이었다.

그러나 이들 신응대로서도 속수무책인 사람이 있었다.

구정회와 군웅회의 이중으로 된 인의 장막을 어떠한 제지도 받지 않고 통과할 수 있는 사람, 그녀는 바로 은설란이었다.

은설란은 조사관의 자격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이들의 제지를 받지 않을 수 있었다. 통례에 의해 그녀에게는 어떠한 제재나 제약도 가해져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그녀는 이곳 천무학관에서도 치외법권적인 존재로, 어떤 권위도 통하지 않는 이질적인 존재였다.

그녀는 모든 것을 그 눈으로 보고 판단할 의무가 있었다. 따라서 그에 따른 권리가 붙는 것은 당연했다.

“들어가도 되겠죠?”

은설란이 생긋 웃으며 물었다. “드… 들어가십시오!”

인상을 일그러뜨리면서도 신응대주(神鷹隊主) 폭풍도(暴風刀) 하윤명은 은설란과 그녀의 호위인 두 사람의 통과를 허가할 수밖에 없었다. 철의 장벽에 순간 약간 의 틈새가 나타났고, 그 틈새는 세 명을 안으로 들여보내고는 순식간에 닫히고 말았다.

몰려든 군중의 정면을 쏘아보며 신응대주 하윤명이 마주 섰다.

“또 들어가고 싶은 분 계십니까?”

날카로운 시선으로 주위를 빙 둘러보는 하윤명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만일 또 들어가고 싶은 분이 계시면 이 하모의 도가 성심성의껏 상대해 드리겠소이다.”

들어가고 싶으면 자기랑 한판 맞장 떠야 한다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장내가 고요해졌다. 술렁임도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삼성무제 도성전에서 공동 우승한 폭풍도 하윤명의 표류도법(飄流刀法)을 맛보고 싶은 변태적인 미각의 소유자는 이곳에 천만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다들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네요!”

두 겹으로 된 사람의 장벽을 뚫고 지나온 은설란의 감상이었다. 인의 장벽을 지날 때 그녀는 주위로부터 단 한 방울의 호의도 느끼지 못했었다.

“저런 일이 일어났으니 분위기가 좋을 리 없죠.”

나예린이 말했다. 곧 사건의 중심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그녀의 눈동자가 순간 미미하게 흔들렸다.

‘마하령……..’

‘…언니…….?

그리고…….

‘비류연!’

왜 이런 소란통의 한복판에 비류연과 마하령이 존재한단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저 둘은 지금까지 어떠한 인연도 없었을 터…….?

둘은 어울리래야 어울릴 수 없는 사이였다. 당연히 여태껏 얼굴 한 번 마주쳐 보지 못했을 터였다. 자신도 마하령과 마지막으로 만난 뒤로 몇 년이나 흐른 후였던 것이다.

‘그런데 왜?”

나예린의 의혹은 더욱더 깊어만 갔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죠? 저 여인이 어떤 여인이길래 주위 사람들이 이렇게 동요하는 것일까요?”

은설란은 무척이나 이 상황이 궁금했다. 아무래도 사건의 전말을 알기 위해서는 해설이 필요한 듯했다.

“그렇습니다. 저 여인은 도대체 누굽니까? 혹시 나 소저께서는 알고 계십니까?”

모용휘도 궁금한지 나예린에게 정중하게 물었다.

“아주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지요. 저의 이해력으로서도 납득할 수 없는 일이로군요.”

나예린의 말은 진실이었다.

“왜요? 뭐가 잘못됐나요?”

“일단 상식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어째서요?”

천진난만한 얼굴을 가장한 은설란이 물었다.

“천무학관 관도의 반을, 아니 거의 전부를 적으로 돌리는 행위가 정상적인 행위라고 보기는 힘들죠.”

“저 여인의 위치가 그렇게 대단한가요?”

새삼스러운 눈으로 은설란이 마하령을 다시 바라보았다. 물론 범상치 않은 기도의 소유자이기는 했다. 문제는 그 범상치 않은 기도의 소유자가 인상을 가득 쓴 채 비류연에게 맥을 못 추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고 할 수 있죠. 누가 뭐래도 그녀는 팔대세가 및 군소방파 출신 관도들의 결집체인 군웅팔가회의 총 회주에 천무학관주 철권 마진가의 금지옥엽이니까요.” 나예린의 설명에 은설란의 눈이 크게 떠졌다. 알고 봤더니 굉장한 거물이었던 것이다.

“오호! 과연,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그렇다면 주위의 이런 험악한 반응도 납득할 만했다.

“그런데 그런 높고 귀하신 분과 대치하고 있는 분은 어디서 많이 본 분이네요. 그렇죠?”

은설란의 천진스런 물음에 나예린과 모용휘 모두 입을 다물었다. 물론 그들이 그를 못 알아볼 리는 없었다. 다만 대답하고 싶지 않을 뿐이었다.

“그런데 저기 저 험상궂게 인상 쓰고 계시는 분은……?”

은설란의 섬섬옥수가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얼굴을 귀신처럼 일그러뜨린 채 씨근덕거리며 살기와 투기를 맹렬히 뿜어내고 있는 한 명의 도객과 그를 보조하 는 무인들이 있었다. 나예린도 안면이 있는 얼굴이었다.

“하북팽가의 고수 광풍맹호도(狂風猛虎刀) 팽혁성 소협이군요. 분명 제가 알기로는 회주 호위대의 임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예린의 간단한 설명이었다.

“어머! 그렇다면 오늘 드디어 그 유명한 하북팽가 가전도법인 오호단문도(五虎斷門刀)를 견식할 수 있겠군요!”

은설란이 손뼉을 치며 순수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네? 지금 뭐라고……?”

은설란이 보여준 의외의 반응에 놀란 나예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머? 제가 무슨 실수라도 했나요?”

너무나 태평스럽고 상황에 어울리지 않는 천진난만하고 호기심 가득 찬 말에 나예린은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그녀는 자신의 호위 중 한 명인 비류 연에 대해 어떤 근심걱정도 하지 않는 모양이었다.

“물론 소속이 다르고, 몸담고 있는 깃발이 다르긴 하지만 전혀 생명에 관심이 없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면…….”

날카롭게 빛나는 나예린의 시선이 여전히 미소 가득한 은설란을 향했다. 그녀의 용안이 현묘한 빛을 내며 빛나기 시작했다.

“은 소저께서는 저 비 소협이 전혀 걱정되지 않으시나 보죠?”

“어머! 나 소저께서는 저기 저 비 공자의 신변이 무척이나 걱정되시나 보네요!”

“제… 제가 언제 그런 말을… 절대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곡해하지 말아 주세요.”

은설란의 반문은 솔직히 나예린을 당혹의 소용돌이 속에 빠뜨렸다. 일단 나예린은 그녀의 질문을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게 부정했다.

“어머! 강한 부정은 가장 강하고 명확한 긍정이라는 말이 있지요. 혹시 그런 말 알아요?”

은설란은 이미 자신만의 결론을 내놓고 있는 모양이었다. 나예린으로서는 그 결론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전 절대 저런 가볍고 막무가내인 남자를 걱정하고 있지 않습니다. 저런 남자를 걱정해 준다는 것은 무척 손해 보는 일이니까요.”

약간 격앙된 목소리로 나예린이 말했다.

“내가 왜 이렇게 동요하고 있는 거지? 나의 마음은 이미 얼어붙어 있을 텐데??

최근 그녀의 얼음처럼 차가운 마음에 자주 동요가 일어나고 있었다. 그때마다 항상 비류연이란 남자가 연관되어 있었다. 그 점이 나예린으로서는 불만이었다. “후후!”

은설란은 그런 나예린의 반응을 바라보며 살짝 미소를 띠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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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저렇게 즐겁고 재미있어 죽겠다는 얼굴로 웃고 있는 것일까? 나예린은 은설란의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정말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 좋겠어요, 비 공자는! 이런 달빛과 별빛을 모아 짠 듯한 천하제일 미녀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니 말이에요!”

은설란이 활짝 웃으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다 알았으니 말 안 해도 된다는 뜻이 듬뿍 담긴 그런 모습이었다. 나예린은 점점 더 당황스러웠다.

“내가 저 남자를 걱정한다고??

나예린은 이내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

‘그건 절대로 있을 수 없어! 절대로!’

그녀는 마음속으로 단호하게 외쳤다. 그러나 그녀의 눈길은 지금 비류연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아무리 부정해도 그의 존재가 그녀 안에서 점점 커져 가고 있다는 사실만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뭇 남성들의 선망이라 할 수 있는 초절정 미녀 두 명의 관심을 동시에 받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비류연은 여전히 귀하신 몸과 말없는 줄다리기를 계속하며 주위를 있는 대로 긴장시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