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1권 – 21화


“아이야. 놀라지 말어. 아무도 해치지 않는다.”

“무…… 무서워요. 무서워.”

“이그. 놀라지 말래두!”

흑호는 놀라지 말라는 뜻으로 웃어 보이려 애썼으나 벌겋게 쭉 찢어진 호랑이 아가리는 은동의 눈에 더 더욱 무섭게 보일 뿐이었다. 할수 없이 태을사자가 입을 열었다.

“놀라지 말아라. 묻는 것에만 대답하면 너를 곧 깨어나게 만들 것이니 놀라지 말거라. 알겠느냐?”

태을사자는 말하면서 흑호를 원망스럽다는 듯 쓱 흘 겨보았다.태을사자와 흑호가겁 먹은 은동을 달래는 동안, 밖에서는 조선군이 수없이 죽어 가고 있었다. 신립의 전술은 나름대로 깊은 생각 끝에 나온 것이 었으나,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단점들이 속속 드러 나기 시작했다. 조선의 기마병들은두터운 두정갑으 로 무장하여 왜군의 진으로 돌입하는 데에는 성공하 였다. 오랜 역사 동안 면면히 내려온 조선 기마병들 은 그 수는 실로적었으나 무서운 투혼으로 싸워 왜 군의 방진 일각을 허물고 돌입하여많은 수의 왜군을 살상하였다. 그러나 이것은 커다란 강에서 물 한 바 가지를 떠내는 정도였으니, 아무리 조선 기마병들이 죽기를 무릅쓰고싸워도 수만에 달하는 왜병들의 수 효는 별로 줄어들지 않았다.

더구나 왜병을 지휘하는 고니시는 녹록한 장군이 아 니었다.

처음에 그는 신립의 전술에 의표를 찔렸다. 수적으 로 적은 조선군이 막상 강공으로 치고 나오리라고는 고니시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것이다. 특히 조선 기마 부대는 강공으로 휘몰아쳐, 미처 왜병이 조총 을 쏘아 그 진로를 막고 보병 또는 기마병이 출동하 여 대적하기도 전에, 왜병의 진지에까지 돌입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었다.

조선 기마병들의 무예는, 수십 년 동안 전란을 치러 흉폭해질 대로흉폭해진 왜병들의 무예에 비하여도 전혀 꿀리지 않았다. 사실 당시의 왜국의 상황을 보 면 비록 오랫동안 전란을 치르기는 했으나 체계적인 무술이나 병법의 교육이 일반화된 것은 아니어서, 약간의 검술이나 창술의 기예를 가지고도 병법자(兵 法者)라 일컬으며 그 기예로밥을 먹고 사는 자들이 많았다. 그러므로 왜병들은 체계적인 교육이나 조련 보다는 실전에서 닦인 몸 놀림과 강한 담력을 주 무 기로 삼았고, 전술적인 전투보다는 일대일의 싸움에 만 주로 길이 들어 있었다.그러므로 검술이나 기마 술 등의 정통 군사 무예의 소양에 대해서는정규 훈 련을 받은 조선군보다 당연히 뒤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은 또 다른 면모로 상쇄되었으니, 그것은 실전을 치른 경험의 유무에서 비롯되는 것이었다. 왜병들은 자기네가 많이 다치고 죽어나가 는데도 더더욱 기를 쓰고 짐승처럼 포악하게 달려들 었고, 조선군의 화려한 기마 전술에 조금도 주눅이 들지 않았다. 왜군도 기마 부대가 있었으나 조선군 과의 단병접전에서는 승리할 수없었다. 왜군의 갑 옷은 주로 가죽에 물을 들이고 얇은 철판을 접어 만 든 것인 데반해, 조선군 기마병이 착용하고 있는 두 정갑과 용린갑은두툼한 쇠비늘이 빽빽하게 돋아 있 는 것이라 왜군의 창칼이 아무리잘 든다고는 해도 쉽게 뚫을 수가 없었다.

그런 까닭에 중무장한 기병대는 나름대로 호각지세 를 이루며 싸울수 있었으나, 불행히도 보병은 전혀 그러지 못하였다. 두터운 갑옷으로 보호되지도 못하 고, 소집된 지도 얼마 되지 않는 보병들은 어지럽게 쏘아대는 조총에 맞아 칼 한 번 휘둘러 보지도 못하 고 나뒹굴었다.비록 조선군의 신기전과 몇 문 안 되 는 화포들이 불을 뿜었지만 왜군의 진형을 흐트러뜨 릴 만한 양은 되지 못하였고, 또 왜군들은 화포에 별반 겁을 집어먹지 않았다. 반면 왜군들은 전체의 삼분의 일 가량이 조총으로 무장을 하고 있었으니, 탄금대의 전투에 동원된 조총만해도 일만 정 이상이 었다. 이러니 비오듯 쏟아지는 탄환 속에서 조선군 보병은 수없이 죽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는 고니시의 냉정한 지휘에 기인한 바 컸다. 고니 시는 자기 진영으로 돌입하는 조선 기마병의 수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을 냉정히 파악하고, 각 부대에 일러 기마병 쪽으로 몰리지 말고 보병들을 노리도록 지시했다. 따라서 소수의 조선 기마병들은 적진에 돌입하여 용맹무쌍하게 싸웠지만 왜군의 진형은 흐 트러지지 않았고, 기병의 뒤를 따른보병들에게 집중 적인 사격을 가하니 무장도 사기도 훈련도 부족한 조선 보병들은 글자 그대로 와르르 허물어져 버렸던 것이다.

신립도 이일과 김여물 등의 부장들을 거느리고 왜군 진영에 돌입하여 장검을 휘두르며 혈투를 벌였으나, 서서히 힘이 다하고 있음을느끼기 시작하였다. 

“장군! 형세가 불리하오이다! 보병들이 따라오지를 못하니 일단 퇴각함이 옳을 것 같습니다!”

신립은 정신 없이 왜병들을 베어 넘기다가 화급한 김여물의 말을듣고, 피로 물든 장검을 들어 올리며 잠시 주위를 돌아보았다.

기마병? 쳐들어간 곳의 왜병들은 자기네 진 안에서 함부로 총을쏘지도 못하여 육박전으로 달려들다가 말 위에서 내리치는 칼과 창에수없이 죽어갔다. 그 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왜병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긴 창을 앞세워 돌진할 낌새를 보였다. 게다가 왜군 의 기마병들도 자기네 진지를 짓밟으면서까지 돌입 해 올 기세를 보였다.

결국 신립은 부장들이 앞을 가로막은 틈을 타 뒤로 말을 돌리면서퇴각의 징을 울리게 했다. 신립의 작 전은 성공과 실패가 반반이라 할수 있었다. 일단 기 병으로 돌입하여 진을 헝클어트린 것까지는 성공이 었다. 하지만 그 뒤를 이은 보병과의 연계가 잘 이 루어지지 않았고,또한 적진을 돌파하여 역포위하기 에는 기마병의 수효가 너무 적었던것이 실패라 할 수 있었다.

더구나 신립이 기대하고 있던 화포의 위력도 왜군에 게 별로 먹혀들지 않았다. 신립이 화포로 주로 기선 을 제압한 경험이 있던 곳은 여진족과 싸울 때의 북 변이 주무대였으니, 여진족의 생활은 당시 극도로 미개하여 철화살촉조차 변변히 쓰지 못하고 뼈로 만 든 화살을 사용하거나 석기(石器)를 사용하던 수준 이었다. 다만 여진족은 빠른 기병 전술로 돌입하는 것을 장기로 삼았는데, 이는 화포 몇 방이면 스스로 지리멸렬해질 수밖에 없는 전술이었다. 하지만 지금 왜군들은 다년간 전쟁을 겪어온 경험이 있는데다가 조총을 쓰는 것을 워낙 많이보아 온 터라, 규모는 조금 크다고 하나 몇 문 안 되는 화포와 신기전따위 에 겁을 집어먹지 않았다. 더구나 조총의 위력은 신 립이 생각하던 것 이상이었다.

“아하………….. 이럴 수가. 내 유대감의 말을 더 귀 기울 여 들을 것을…..!”

신립은 남은 보병들을 수습하여 뒤로 후퇴하다가 잠 시 유성룡을떠올리며 탄식을 했다. 신립이 도순변사 로 제수받고 파견되어 내려올적에, 유성룡은 신립에게 조총의 위력을 경계하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으나, 신립은 어찌 그것이 쏘는 대로 다 맞겠느냐고 웃어 넘기며 조총을 승자총통 정도로만 생각했던 것이다. 사실, 조총은 사거리나 위력 면에서 승자총통보다 약했다. 그래서승자총통을 제대로 맞으면 살기가 어 려웠지만 조총은 급소에 적중되지 않는 한 그 탄환 하나로 사람이 죽기는 어려웠다. 그러나 신립이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으니, 승자총통은 들고 쏘는 작은 화포지만 조총은 어깨받침이 달린 요즈음의 소 총의 형태를 지니고 있었다는점이었다. 즉, 승자총 통은 가늠을 대강 눈대중으로하여 쏘아야 하지만 조 총은 시선을 총구와 나란히 두고 조준을 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이다. 따라서 조총의 명중률은 신립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뛰어났고, 더구나 대량의 조 총을 일렬로 서서 쏘아대는 데야 몸을 피할 자리가 없었으니 명중률과 상관없이 빗나가는 총알이 드물 어지는 실정이었다. 왜병은 조총을 든 사수들을 여 러 대로 나누어 일단의 병사들이조총을 발사하는 동 안 다른 대의 사수들은 화약을 먹이고 철환을 장전하여, 앞서 발사했던 사수들이 발사를 마치면 연이 어 발사하는 전법을 구사했다.어쨌든 그렇게 허물어 지는 대오를 시기 적절하게 퇴각시킴으로써피해를 줄인 것은 신립이 장수로서의 기량을 보여 준 것이 라 할 수있었다. 그러나 조선군이 입은 타격은 막대 했다. 비록 왜군 진지로 돌입하여 수백 명의 왜병을 살상하긴 하였으나, 제대로 싸워 보지도 못하고 총 에 맞아 죽거나 다친 조선군의 수도 수백 명을 훨씬 넘어섰다. 양측의 피해가 비슷하다 하더라도 조선군 의 병력은 왜군의 절반밖에되지 않았으니, 그렇게 따지면 조선군이 받은 피해가 훨씬 크다고밖에 할 수 없었다. 더구나 지휘부에서는 이를 타개할 만한 전략도 더이상 없었고, 배수의 진을 쳐서 퇴각할 길 도 전혀 없다는 것이 조선군의 문제였다.


고니시는 조선군이 퇴각하는 것을 유심히 지켜보고 는, 비록 조선군의 대오가 허물어지기는 하였으나 그 기세가 질서를 잡zx아가고 있고또 자기 편의 피 해도 상당히 있고 하여 뒤를 추격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런 이유보다는, 조선군이 조총의 일제사격이 라는 전술 앞에 더이상 대적할 수 없음을 깨닫고 느 긋하게 전멸을 시키자는 배짱도 나름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뭐? 모른다구?”

흑호는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를 질렀다. 은동은 정 말 우연히 <녹도문해>라는 책을 집어들었을 뿐, 그 책의 제목조차도 제대로 알고있지 못했던 것이다. 

“어허, 이런 일이 있나. 그러니 좀더 침착하게 생각 할 것이지 어찌그렇게 함부로 행동을 하였는가.” 

태을사자가 흑호를 나무라자, 흑호는 다시 한번은 동에게 물었다.

“너, 정말 녹도문을 모르는 거여? 일부러 모른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은동은 겁을 먹어 오들오들 떨면서 고개를 저었다. “정말…정말 몰라요…………. 내 품에 그런 책이 있었 나요? 지금은아무 것도 없는데…………….”

은동은 손을 뻗어 자신의 품 속을 뒤져 보려 하였으 나, 이상하게도몸이 매우 가벼워 둥둥 뜬 것 같았고 촉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은동은놀라기도 하고 겁도 나서 울음을 터뜨리려 하였으나 웬 일인지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 태을사자는 고개를 설레설레 젓더니 흑호에게 말했다.

“자네, 그 책이라도 가져오지 그랬는가?”

“내 것이 아닌데 어찌 건드린단 말이우?”

“그럼 얼른 가서 아이의 몸을 가지고 오던지, 그 책만이라도 가지고 오게.”

“알았수.”

흑호 역시 당황하는 낌새가 역력했다. 잘못하면 아 이 하나를 그냥죽이는 꼴이 되지 않겠는가?

흑호는 재빨리 토둔술을 써서 동굴 밖으로 나갔고, 그 사이 태을사자는 은동을 달래면서 이것저것을 물 어 보았다. 아이의 이름이 은동이라는 것, 은동이 왜병들에게 어머니를 잃고 무애라는 중을 따라 집을 떠나게 되었다는 것, 그랬다가 유정이라는 법력이 높은 스님을 만나 아버지를 만나게 해 달라고 졸라 서 같이 오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나무를 하던 왜병 들과 마주쳐 싸우다가 낭떠러지로 굴러 떨어지게 되었다는 것………….

은동이 이야기를 대강 마칠 때쯤 흑호가 돌아왔는데, 그의 얼굴에는 낭패한 빛이 역력했다. 태을사자

가 흑호를 보고 물었다.

“어찌 되었는가?”

“그게・・・・ 저・・・・・・ 없어져 버렸어요.”

태을사자는 발을 굴렀다.

“뭐가 말인가? 책이 없어졌다는 말인가? 아이의 몸이 없어졌다는겐가?”

“둘 다 없수……. 흙으로 덮어 놓았었는데… 아이구…….”

흑호는 울상이 되었다. 태을사자가 은동을 힐끗 보 니, 은동은 둘이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는 듯 둘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는 은동의 얼굴 에는 흑호가 무서워 죽겠다는 듯한 표정만이 역력했 다. 태을사자는 답답하고 화가 치밀어 올랐다. 이 호랑이는 어찌 이리꼭 막히고 하는 짓이 답답한 것 일까? 영혼의중요성을 잘 알고 있는 태을사자는 이 런 부주의로 인해 한생명을 저승으로 보내서는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문득 아까은동이 이야기 했던 유정이라는 스님이 떠올랐다. 혹시 그가 은동 의몸을 가지고 간 것이 아닐까? 함께 있다가 아이 가 굴러 떨어졌다면당연히 은동을 찾아 내려왔을 것 이 아니겠는가?

그러나 태을사자는 한시 바삐 사계로 올라가 여기서 일어난 변괴를 알려야 했으므로 나머지는 흑호에게 부탁하기로 했다.

“아마도 유정이라는 승려가 이 아이의 몸을 가지고 간 모양이네.그러니 자네가 아이의 혼을맡아 두었다 가 유정이라는 승려를 찾아몸에 돌려주게.”

“유정이라구요? 그 스님이 여기 와 있다우?”

“자네, 그 승려를 아는가?”

“한 번 마주친 일이 있는데…. 도력이 대단히 높은 분인 듯하우.”

그러다가 흑호는 다시 울상을 지었다.

“나도 밤이 될 때까지는 나돌아다니기 어려운데 어떻게 유정스님을 찾는단 말유. 그리구 어떻게 이 아 이를 맡아 둔단 말유.”

“안 되는가? 어째서?”

“이 아이를 넣고서 밤이 될 때까지 있으면, 이 아이는 창귀가 되구만단 말이우.”

호랑이는 잡귀를 부릴 수 있으며 그 잡귀들은 창귀, 굴각, 이혼 등으로 불렸다. 그러한 귀신들은 주로 호랑이에게 잡혀먹힌 사람들의영이 변하여 되는 것 이다. 태을사자는 화를 냈다.

“아니 그러면 죽지도 않은 멀쩡한 아이의 혼령을 데 리고 내가 저승까지 가야 한다는 겐가?”

“좀 봐 주슈. 방법이 없잖우. 그대로 둔다면 자칫 마수들이 채어갈우려도 있고….”

태을사자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흑호의 말도 맞 았다. 은동의 영혼은 죽은 것도 아니고 정신이 없는 판이라, 자칫하면 여기저기를 떠돌다가 영혼을 수집 하는 마수들에게 잡혀갈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렇 게 되면 은동은 영영 되살아날 수 없게 되는 것이 다. 한시 바삐 사계로 가서 천기가 변했다는 것과, 마계의 개입으로 모든 일이 이렇게 되었다는 급보를 전해야 하는 태을사자로서는 결국은동의 영을 데리고 가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할 수 없구먼. 자네, 좌우간 날이 저물면 나도 돌아올 것이니 그때 까지 반드시 유정이라는 승려를 찾아 아이의 몸을 돌려받도록 하게나.”

“고맙수. 여부가 있겠수.”

“그리고 가급적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신립 장군에게 경고를 해주게.불가능하다면 할 수 없지만 가능한 한 단 하나라도 마수의 손에 떨어지는 것을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마수………… 그 풍생수 놈 말이우……………?”

흑호는 잠시 입을 다물고 생각에 잠겼다.

그 사이 태을사자는 은동의 영을 거두어 소맷속에 감추었다. 이제사계로 전이할 수 있을 만큼 몸이 회 복된 듯했다. 태을사자가 준비를마치자 흑호는 한마 디를 덧붙였다.

“그런데 지난번 그 풍생수란 놈은 우리 일족을 해친 놈 같지는 않우. 그놈은 힘으로만 싸우는 놈이 아니 었단 말이우……. 이보시우…….”

태을사자는 말 없이 흑호에게 시선을 돌렸다.

“우리는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 것 같우. 마계에 서 온 놈들을 잡는 것이 우리 둘의 목적 아니겠수? 나는 비록 금수의 몸이지만 조선팔도의 구석구석을 모르는 데가 없수. 그러니 내 일족의 복수를 도와주 시우. 나도 당신 일을 도울 테니 말이우.”

“고맙네.”

태을사자는 고개를 끄덕여 동의를 표했다. 그러자 흑호는 다시 중얼거렸다.

“나는 그럼 그 신 장군에게 가 보겠수. 우리가 그 마수놈을 이겨내지 못했으니 그놈이 신 장군에게 계 속 수작을 부릴지도 모르잖수.”

그러면서 흑호는 녹도문 글자가 새겨져 있는 앞다리 를 힐끗 보았다. 전에 글자를 새길 때에는 반인간 모양으로변신한 상태라서 팔이었지만, 지금은 호랑 이가 되어 있으니 팔이 아니라 앞다리였다. 태을사자는 그런 흑호를 한 번 바라보고, 밤이 되면 다시 오겠노라는 말을 남기고 몸을 사계로 전이시켜 갔다. 그리고 은동의 영은 영문도 모른 채 태을사자 와 함께 사계로 이동해 가고 있었다.

그리고 흑호는 또다시 토둔술을 이용하여 전쟁터로 향하기 시작했다

<1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