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2권 – 3화
한두 사람의 형체가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른 몇 사 람도 은동의 눈에 그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소맷자락 속은 어두웠고 아무런빛도 없었으나 은동 은 다른 자들을 볼 수 있었다. 빛이 들어와서가 아 니라 사념으로 뭉쳐진 영들이기에 어둠 속에서도 형상을 식별하는 것이 가능했다.다른 사람들의 모습은 별로 보기 좋지 않았다. 죽었을 때의 모습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영들 중에, 어떤 자는 몸이 칼에 그 어져 피를흘리는 형상이었고 어떤 자는 조총에 맞은 듯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고 있었다.은동은 두려워졌 다. 그 사람들에게서 되도록이면 멀어지려고 애썼지 만 몸이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이건 꿈일 거야. 그래, 이거야말로 꿈일 거야.’ 꼼짝 없이 은동은 꺼림칙스러운 죽은 영들과 함께 어두운 공간 속을 둥둥 부유할 수 밖에 없었다. 죽 은 영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감으려 했지만 감겨 지지 않았다. 육신이 없는 상태이니 눈이 감겨지지 않는 것은 당연했다.은동은 도저히 환경에 적응이 되지 않아 몸을 떨며 얼마 동안 있다가 갑자기 뇌리 를 스치는 생각에 움찔했다. 아까 호랑이와 무섭게 생긴 저승사자가 나누는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이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그때는 경황이 없어서 그들이 말하는 것이 무슨 소리인지 잘 알아듣지 못했으나 점점 정신이 맑아져 오니 그들의 말을 조금씩 이해할수 있게 되었다.
‘아냐, 꿈일 거야. 아니 가만……………꿈이 아니라면 ・・・……’
나는 지금 혼이 빠져나간 상태라
고 했어. 그리고 일단 저승에 갔다와서 내 혼을 돌 려준다는 것 같던데…………….’
은동은 입안이 바싹 타는 듯했다. 만의 하나이 무 서운 저승사자가자신을 도로 돌려주지 않고 그냥 잊 어 버리면 어떻게 하나? 지옥 구석에 처박는다
‘아이구, 이걸 어떻게 하지? 유정스님에게 다시 가 서 아버지를 찾아야 하는데….’
그러다가 불현듯 자신이 기왕에 저승에 오게 되었다 면 어머니가정말 돌아가신 것인지 아닌지 확인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 생각이 스치자 은동은 자 신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지 없을지 그 여부까지도 까맣게 잊어 버리게 되었다. 다만 어머니가 보고 싶 었고, 또 한없는 슬픔에 가슴이 메어질 뿐이었다. 은동은 울려고 했으나 눈물은 여전히 나오지 않았고 소리를 낼 수도 없었다. 그러던 중, 느닷없이 주위 가 심하게 요동을 치면서 움직이고 있는 느낌이 들다가 이내 사라졌다. 은동은 기분으로나마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와, 저승에 왔나 보다.’
태을사자는 몸을 전이시키는데 영력이 모자라서 무 척 힘이 들었다. 정신이 까마득해 지는 것이 저깊 은 나락으로 떨어지려는 느낌이었지만 온 힘을 다해 정신을 잃지 않으려고 애썼다.자신이 알려야 할 일 의 중대성도 있었고, 비참한 최후를 맞은 흑풍사자 나 검에 봉인되어 버린 윤걸, 그리고 이름도 모르는 신립을 사모하던 여인의 영의 생각도 머릿속에서 떠 나지 않았다. 은동의 일은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거 의 영력이 소진되어 정신을 잃기 직전에 이르렀을 때, 흑풍사자는 주위에 갑자기 낯익은 광경이 펼쳐 진 것을 느꼈다. 사계의 입구관문인 황천관에 도달 한 것이다.
‘휴우, 간신히・・・・……도달했구먼.’
태을사자는 속으로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비록 몸 이 몹시 허탈하고 운신이 어려웠지만 그래도 여기까 지 온 이상, 명부로 가는 길이 힘들다고 쉬어갈 수는 없었다. 번뇌연을 통해 명부로 가는데에는 영력 의 소모가 없을 테니까.태을사자는 서둘러 몸을 이 동시켜 이판관을 찾았다. 유계와의 대전이 코앞에 이른 듯, 귀졸들은 여전히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신장이나 무사들은 후방이라 할 수 있는 이 명부 내 에서는 하나도 보이지않았다. 태을사자는 귀졸에게 물었다.
“이판관은 어디에 계시냐?”
“자비전에 계시는 것 같다.”
태을사자의 소맷자락 속에서 은동은 숨을 죽이면서 바깥의 정황에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특별히 소리가 들린다기보다는 전심전력으로마음을 집중하였기 때 문에 태을사자가 전심법으로 대화하는 것이 어렴풋 이 마음속에 울려왔다.
‘우와, 들린다. 이판관이라는 사람.. 아니지, 귀신은 누구일까? 판관이라면 염라대왕 비슷한 존재일까?’
은동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신경 쓸 겨를도 없이 태 을사자는 서둘러 자비전을 향해 신형을 옮겨갔다. 그리고 미처 밖에서 여쭐 생각도하지 않고 곧바로 자비전으로 들어섰다. 워낙 마음이 급했기 때문이었 다.자비전 안에는 이판관이 조금 망연한 표정으로 앉아 난초를 조심스럽게 매만지고 있었다. 태을사자 가 들어서자 이판관은 약간 놀라는 기색으로 난초를 어루만지던 손을 거두었다.태을사자는 사계와 생계 가 동시에 위기에 봉착한 이때, 한가로이난초를 만 지고 있는 이판관의 모습이 평상시의 모습과는 다르 다는 생각이 스쳤다. 잠시 미간을 찌푸렸으나 곧 그 런 생각을 지워 버렸다.
“어찌 낮 시간까지 지체하여 이렇듯 뒤늦게 왔는가?”
이판관이 못마땅한 듯이 태을사자에게 물었다. 태을사자는 그간의 경위를 간략하게 이야기했다.
“신립이 어느 여인의 영의 꼬임에 빠져 천기를 벗어나 새재에 진을치지 않고 탄금대에 진을 쳤사옵니다. 그리고 마계의 괴수인 풍생수와 일전을 치르다가 흑 풍사자는 소멸되고 윤걸은 백아검에 봉인되었지요.”
이판관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눈을 크게 떴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소인도 빛을 쐬어 중상을 입었다가 흑호의 도움으 로 간신히 사계로 몸을 전이시켰사옵니다. 그리고 지금 당장 단안을 내려 신립을 돕지 않는다면 조선 군은 마수의 힘까지 업은 왜병들에게 전멸당할지도 모릅니다.”
태을사자의 이야기는 전심전력으로 귀를 기울이고 있던 은동에게도 들려왔다. 다른 자들의 영들은 죽 음의 충격 때문인지 은동처럼 정신을 차린 것 같지 않았고, 그 이야기를 귀기울여 듣는 것은 은동뿐인 것 같았다.은동은 태을사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덩달 아 몹시 긴장이 되었다.정말 나라 일이 급하다는 것 까지는 어린 은동으로서는 잘 알지 못할일이였으나, 신립군이 전멸당하게 된다면 신립 밑에 있는 아버지 마저도 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 아닌가!은동은 안타 까워 마음을 졸이면서 이판관과 태을사자의 대화에 더더욱 귀를 곤두세웠다. 한편 이야기를 듣는 중 이 판관의 얼굴은 시시각각 일그러져 갔으며 몹시 긴장 하고 있는 것 같았다.태을사자는 이판관의 안색이 침울해지자 일단 몸을 굽히고 자신이범한 죄, 윤걸을 봉인하게 만든 죄를 빌었다. 흑풍사자의 법기를 흡수한 것은 차마 말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한다기 보다는 섣불리 이판관의 노여움을 사서 큰일을 그르 치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소인을 죽여 주시옵소서. 동행했던 두 사자를 구하 지 못하고 감히윤걸 사자의 영을 검에 봉인시킨 죄, 죽어 마땅하옵니다.”
이판관은 잠시 말을 않고 있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 다.
“흑풍을 구하지 못한 것은 납득할 수 있으나 윤무 사의 영을 검에들어가도록 조치한 것은 너무 지나쳤 네. 그런 식으로 들어간 영은 영원히 나올 수 없어. 원래대로라면 용서할 수 없는 일이나…………….”
이판관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모르겠어. 소멸될 존재를 일단 살려둔 것으로 보아 야 할지, 아니면자신과 같은 존재를 함부로 다룬 것 에 책임을 물어야 할지………… 난감하구먼. 좌우간 자 네의 상처가 심하고 법력도 모두 소진된 듯 하니 이 것을 복용하게.”
이판관은 말하면서 태을사자에게 단약(丹) 한 알을 내주었다. 그단약은 저승사자를 비롯한 영의 원 기를 돋우는 일종의 치료제였다.
평상시에는 법력을 소모할 필요가 거의 없는 터라 잘 사용되지 않았으나 지금 만신창이가 된 태을사자 는 그것을 삼키자 마치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비록 상처를 입기는 하였으나 태을사자의 법력은금 방 반이상이 회복되었다.
이판관은 태을사자가 단약을 복용하는 동안 잠시 기 다리면서 무슨생각엔가 빠져 있다가 태을사자가 몸 을 추스리자 단언하듯이 말했다.
“일단 자네가 험한 일을 겪었고 또 중요한 사실을 알아낸 듯하니이 문제에 대해서는 이 자리에서 판단 을 내리지는 않겠네. 지금은 사계도 난국이라 여유 가 없어. 그러나… 마계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생계 에 손을 뻗쳤다는 것은 분명하네. 그리고 천기를 어 기면서까지뭔가 일을 꾸미는 것도 분명하고. 자네는 마계의 마수들이 왜 그러한짓을 벌인다고 보는가?”
태을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법력이 어느정도 돌아오자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았다. “일단 제가 상대한 풍생수의 경우에도 미간에 인간 들의 영혼을 모아두고 있었습니다. 더구나 사라진 영혼의 수가 많은 것으로 볼 때, 그들은 혹여 천기에 들어 있지 않은 인간의 영혼을 무슨 쓰려는 것이아 닐까 싶습니다.”
“과거의 홍두오공처럼 말인가?”
“그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 다. 그들은 전쟁의 방향을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저 는 신립에게 그러한 사실을 알리고 다시 진을 바꾸 려고 생각했습니다만 날이 밝아 실패하였습니다. 흑호라는 호랑이에게 부탁하려 했습니다만, 그조차 도 양광 아래에서는 둔갑이 어려운지라 신립은 탄금 대에서 패전할 것 같습니다.”
“아무리 그렇다 하나 어찌 인간에게 그런 일을 귀띔해 준단 말인가.
인간의 일에 사계가 간섭해서는 아니 된다네.”
“그러나 천기가 어그러지는 판입니다.”
“아무리 그러해도 그런 방법을 써서는 아니 되네. 더구나 증거가없잖은가?”
그러자 태을사자는 여인의 영을 증거로 들었다.
“지금 저는 풍생수에게서 직접 꼬임을 받아 신립을 탄금대에 진치게 만들었던 그 여인의 영을 제 법기 에 봉인하여 왔습니다. 이 영혼을국문하시면 마계의 음모를 알아낼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그 여인의 영은…….”
이판관은 더듬거리다가 다시 목소리를 가다듬고 말 했다.
“좋네. 일단 그 영은 자네가 관리하였다가 후에 판 결 절차로 넘기도록 하세. 물론 중간에 증언이 필요 한 일이 있으면 그 여인의 이야기를 듣도록 잘 관리 해야 하네. 좌우간 나는 자네 말을 믿네. 아니, 믿 지않을 수 없구먼.”
“감사합니다.”
태을사자는 이판관이 의외로 순순하게 여인의 영을 자신의 처분에맡기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랬으면 흑호와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판관에게 외람된 말을 해야 할지도 몰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생각해 보니 이판관이 직접 영을 관리할 필 요가 없을 뿐더러, 그 영은 증인 격으로 여러 곳에 보여야 할지 모르니 즉시 지옥으로 넘기지는 않을 것이었다. 아무튼 자신이 여인의 영을 봉인한 채 가 지고 다니다가 신립과 상면시켜줄 적당한 기회가 올 것 같았다. 태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신립 의 이야기를 꺼냈다.
“신립이 패전하여 전멸한다면 조선군 칠천은 거의 떼죽음을 당할것입니다. 그 중 죽기로 되어 있는 자 들도 있을 것이나 원래 신립의패전이 천기에 씌어 있지 않은 것이라 하면 대다수는 생죽음을 당하겠지 요. 더구나 사계에서도 혼란이 일어나면 그 영들을 거두기는 몹시 어렵게 될 겁니다.”
태을사자는 차근차근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마계의 마수들은 아마도 그러한 기회를 노려 인간 의 영혼을 대량으로 채집하기 위해 신립을 패전으로 몰아넣는 것이 분명하옵니다. 나아가서는 지금 사계에 유계의 마물들이 대거 쳐들 어오려는 것도 이러한 맥락이 아닌가 생각되옵니다. 지금이라도 어떤 수를 강구하셔서양광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간절한 마음으로 태을사자는 이판관에게 요구했다.
“마계의 마수는 대낮의 양광에도 영향을 받지 않았 습니다. 일단 그들이 횡행한다면 낮에 전사하는 자 들의 영혼은 사자들이 채 거두기전에 그들에게 먼저 거두어갈 것입니다. 그들이 무엇을 바라고 그런일을 꾸민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어떻게든 그들의 작태 를 막아야 합니다.”
그러나 이판관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자네의 말을 듣건대, 두 사자와 근위무사, 그 리고 도력 있는생계의 존재까지 덤볐는데 풍생수를 물리치지 못했다는 얘기가 아닌가? 더구나 생계에 도 그러한 마수가 많이 내려와 있다고 한다면 더많 은 인원을 보내야만 할 것인데, 지금 사계는 텅텅 비어 있는 상황이라네. 그렇다고 유계의 침략을 마 냥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고.”
“그러면 지금이라도 신립에게 가서 조선군 진영을 바꾸도록 일러주고 마수들이 발호하지 못하도록 신 장을 파견하여 주실 수는 없겠사옵니까? 아까 말씀 드린 흑호라는 생계 존재에게 당부하였습니다만,그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래도 불가할 듯합니다. 육신을 지닌 존재이니 전쟁통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지 않 겠습니까?”
“이미 늦지 않았을까? 더구나 신장이라……”
이판관은 조금 생각해 보는 듯하다가 고개를 설레설 레 저었다.
“안 되겠네. 이미 신장들은 모두 유계와의 변경에 파견되어 내 힘으로 빼내올 수 있는 신장들이 없는 형편일세. 기껏 해야 문지기였던울달과 불솔 정도밖 에 없어.”
울달과 불솔은 힘은 엄청나지만 워낙이 둔하였다. 그러니 태을사자가 대적했던 풍생수처럼 재빠른 마 수에 대적할 수 없을 듯했다. 더구나 그들도 사계의 존재들이라 빛을 쏘이면 안 되니 그것도 문제였다.
“다른 저승사자들은 어디에 있사옵니까?”
“지금은 생계의 낮 시간이네. 낮 시간 중에는 모두 유계와의 변경에 나가 경계를 서도록 염왕께서 직접 명을 내리셨네.”
“그러면 염왕님을 뵈올 수는 없겠사옵니까?”
“허어, 답답한 사람………. 염왕님이 계신 곳에 가려 면 생계 시간으로일주일은 걸린다는 걸 모르는가. 절차를 밟아 가려면 그 정도 시간이걸리는데 어찌하 려는가?”
“하다못해 양광에 대해 조치할 수 있는 길만 있어 …….”
“사계의 존재는 양광과 상극이네. 그건 어찌할 도리 가 없어.”
태을사자는 답답해졌다. 이 일도 중요한 일이 분명 한데 도움조차받을 수 없다니…… 이제 흑풍사자의
영력과 윤걸의 백아검을 함께지녔고 법력도 어지간히 회복되었다. 다시 내려가 풍생수와 한판 겨룰만한 자신은 있었다. 그러나 해가 떠 있는 중에는 꼼짝도 할 수 없는 처지가 아니던가.
마수들이 밤에 숨어 있다가 낮에만일을 벌인다면 대 적할 길이 막막했다.
이판관의 말을 듣자하니 사계의 존재는 양광에 대항 할 길이 원천적으로 없다는 뜻인데. 더군다나 신장 이나 다른 저승사자들의 도움도받지 못한다니 태을 사자는 답답하여 미칠 지경이었다.
태을사자의 소맷자락에 숨어 있는 은동 역시 마찬가 지였다.
‘저 이판관이라는 작자는 어찌 저리 바보 같은 소리 만 하는 거지?
조선군이 전멸을 당한다는데 어떻게든 수를 내어야 할 것 아니야.’
“지금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외람된 줄은 알고 있사 옵니다. 허나워낙 시급하니 염왕님께 급히 고할 방 법은 없는지요?”
태을사자가 거의 떼를 쓰다시피 말하자 이판관은 한 동안 뭔가 생각하더니 갑자기 눈을 번뜩였다. 그러 다가 이내 골똘한 눈치더니 조심스럽게 태을사자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방법은 있네만… 매우 어려운 일일세.”
“방법이 있사옵니까? 허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소서!”
“아주 힘든 일일세.”
“어떤 것이든 해보겠습니다.”
“허어, 왜 그리 열을 올리는가? 생계의 일에 왜 그 리도 관심이 많은겐가?”
이판관은 태을사자가 너무 열을 올리는 것이 이상하 다는 듯이 툭내쏘았다. 평소의 냉정한 저승사자라면 안 된다는 명을 받았으면 안된다고 생각하고 곧 체 념했다. 이렇듯 매달리는 모습은 냉정한 저승사자의 모습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그러나 태을사자는 흑풍의죽음과 윤걸의 봉인을 겪은 뒤로 자신도 모르 게 변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