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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35화


은동이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화려하고 아 리따운 옷을 입은 여자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은 동은 그 여자가 누구인지 모르고있었으나, 바로 하 일지달이었다. 그리고 하일지달의 옆에는 하일지달 과 같은 옷을 입은 일곱 명의 여인들이 있었으며 그 반대편에는 역시비슷한 옷을 입은 남자 여덟 명이 있었다. 중앙에는 근엄하게 생긴 도인 풍의 남자가 서 있었다.

“여…… 여기가 어디죠? 그리고 누구세요?”

은동이 묻자 하일지달은 살짝 웃으며 은동에게 말했 다.

“나는 하일지달이라고 해. 그리고 여기는 중간계에 만들어진 팔계의 임시 회합장이야.”

“팔계요?”

“그래, 우주 팔계.”

또다시 은동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우주 팔계에 대 한 이야기는 태을사자에게서 언뜻 들은 바가 있었 다. 신성광생(神聖光)사유환마(死幽幻魔)로 이루 어진 우주 팔계. 은동은 삼신할머니에게서 여기서 태을사자와 흑호, 그리고 호유화의 재판이 이루어진 다고 들은 것을 기억해냈다.

“그런데 태을사자님은 어디 있죠? 또 흑호님은요?” 

은동이 다급하게 묻자 하일지달은 조용히 은동에게 속삭였다.

“흑호는 여기 있어, 생계의 존재니까. 그리고 태을 사자는 사계 쪽에있고, 호유화는 환계 쪽에 있을 거

야.”

“흑호님이 여기 계신다고요? 어디 있나요?” 

“저어기.”

하일지달은 손가락으로 앞을 가리켰다. 은동이 놀라서 돌아보자 그곳에 조그마한 구슬 하나가 허공에 둥둥 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세히보니 그 구슬 안에 조그맣게 변한 흑호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가? 은동은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어…… 어어……………..”

하일지달이 슬쩍 뒤를 돌아보았다. 도인처럼 보이는 남자가 여기서는 제일 높은 듯, 하일지달은 그 남자 에게 무언가를 요청하는 것 같았다. 그러고는 하일 지달은 다시 은동에게 말했다.

“삼신대모(三神大母)님께 네 이야기를 들려주셨어. 아니, 그보다는흑호와 호유화에게서 주로 들었지 만.”

“삼신대모님요?”

“삼신할머님말이야.”

“…….”

은동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렇다면 하일지달은 흑호나 호유화와 알고 있던 사 이였단 말인가? 하일지달이 다시말했다.

“지금 한참 재판이 진행중이니 조금 있으면 네가 증 언을 해야 해.”

그 말을 듣고 은동은 깜짝 놀랐다.

“증….. 증언이오? 그리고 지금 재판이 진행중이라구요? 아무 소리도 안 들리는데요?”

그러자 하일지달이 미소를 지으며 설명해 주었다. “지금 참석하신 분들은 팔계에서도 손꼽히는 분들이 야. 네가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 니? 너와는 차원이 다른 분들이니 그분들이 원하지 않는 이상 알아들을 수 없을 거야. 더구나 여기는재 판장이니 만치 타심통이나 전심법 같은 것도 전혀 되지 않아. 모든것을 말로 해야만 할 거야.”

하일지달이 입을 다물자 은동은 하일지달에게 물었다.

“그런데 도대체 태을사자님 등이 무슨 죄를 지었다는 거죠?”

“천기를 어그러지게 한 죄.”

그 말을 듣고 은동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천기를 어그러지게 해요? 나는 어려서 잘 모 르지만, 그분들은천기가 어그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애쓴다고 하던데.”

“너는 이해하기 어려울 거야. 조금 있다가 증언할 때에 들어 보렴.”

은동은 아직도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 영실감 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에 우주 팔계의 분들이 다 계신다 고요? 빈자리도있는 것 같은데요?”

은동의 예사롭지 않은 눈썰미에 하일지달이 웃었다. 

“그곳은 신계의 분이야. 신계는 하나의 세계가 모두 한 분이며 하나의 의지이지. 그러니 눈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니?”

은동은 하일지달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좌우간계속 물어보았다.

“그럼 성계는요?”

“삼신대모님이 오셨잖니?  몰라?”

“어, 그럼 삼신할머님이 그렇게 높으신 분이었나요?”

“그럼!”

“아아……………”

은동은 놀라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고 나서 궁금한 점에 대해 계속 물었다. 신기해서 물어보지 않고 서는 견? 수가 없었다. 그러자 하일지달은 종알거리 는 듯한 목소리로 은동에게 자세히 일러주었다. 

“광계에서는 비추무나리님이 오셨지. 저기 너무 빛 나서 눈이 부신분말이야. 보이지? 그리고 사계에서 는 염라대왕이 직접 오셨고…….아니, 그쪽은 보지마. 어둠에 속한 계의 분들은 너 같은 꼬맹이가 볼수도 없고, 자칫 보게 되면 다칠지 도 몰라서 그래. 그리고 유계에서는무명령(無名靈) 이 왔고, 환계는 성성대룡(星星大龍), 마계에서는 흑무유자(黑無遺者)가 왔단다. 그리고 지금 뒤에 계 신 분은 생계의 대표로 오신 증성악신인이셔.” 

“그럼 하일….. 하일지달님은요?”

“나는 증성악신인 밑에 있는 팔선녀 중의 하나야. 다른 남자들은 팔신장이고…”

“아…….”

은동은 들을수록 신기하기만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아까 하일지달이 흑호와 호유화에 대해 이야기했던 것이 떠올랐다.

“근데 하일지달님은 흑호님과 호유화를 아세요?”

“물론 알지.”

“언제부터 알았나요?”

“내가 그들을 여기 잡아올 때부터.”

그 말을 듣고 은동은 지금까지 놀랐던 것 중에서 가장 크게 놀랐다.

“하… 하일지달님이 잡아왔다구요? 그럼 하일지달님은 마수(魔獸)인가요?”

그러자 하일지달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그렇게 안 좋아 보여?”

“아뇨. 하지만….. 흑호님은 좋은 분인데……”

“좋은 사람이라도 잘못을 범할 수 있지. 좌우간 그 건 내 임무였어.”

그러나 은동은 하일지달이 꺼림칙했다. 비록 자신은 모르고 있었지만, 흑호나 호유화 등을 잡아온 사람 이라면 (하일지달은 비록 사람이아니라 용이었지만, 은동에게는 사람으로 보였다)아무리 예뻐도 그리탐 탁하게 생각되지 않았다.

하일지달이 난처하다는 듯한 미소를 짓더니 말했다.

“나를 미워하지는 말아 줘. 나도 어쩔 수가 없었어. 그래서 내가 신인께 간청해서 삼신대모님을 먼저 만 나고 너를 데리고 오게 이야기한거야. 이 정도면 나 도 많이 애쓴 건데, 그런 눈으로는 보지 말아 줬으 면 해.”

“하일지달님이 나를 데려오라고 했다구요? 왜죠?” 

하일지달은 은동이 비록 어조는 퉁명스러웠지만 다 시 말을 꺼내자기쁜 듯이 대답했다.

“나는 저들이 그리 잘못한 것이 없다고 믿거든. 저 들은 모두 순순히 따라왔어. 죄가 있으면 그리 하기 어렵지. 그래서 일단 데리고 오기는했지만 아무래도 마음에 걸렸어. 저들이 벌을 받게 되면 저들을 데려 온 나를 원망할 것이 아니겠어? 그래서 삼신대모님 께 이야기했더니 이건 큰 일이라고 하시면서 너를 데 리러 가신 거야. 그래서 네가 여기오게 된 거구. 살 아 있는 인간이 여기 온 것은 아마도 우주가 개벽한 이래 네가 처음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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