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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44화


“신립이 탄금대에 진을 치게 함으로써 조선군 칠천 이상을 전멸하게 만들었습니다.”

삼신대모가 신음 섞인 목소리로 되받았다.

“확실히 그렇지. 나 삼신도 신립이 그때 그렇게까지 전멸하여 패전할 운은 아니었던 것으로 알고 있소.”

고개를 갸웃거리며 성성대룡이 물었다.

“마수들이 영향을 끼쳐서 그리 되었다는 증거가 있소?”

태을사자가 언뜻 생각해 보아도 성계의 삼신대모와 환계의 성성대룡은 이들의 편을 들어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 삼신대모는, 그 이유는 모르지만 은동을 데려오기까지 했고, 성성대룡은 호유화를 누님이라 고 깍듯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유계의 무명령과 마 계의 흑무유자는분명 한통속일 테니 적대적일 것이 분명했다. 광계와 신계의 존재는 아무 말이 없었 으니 중립인 듯했다.

하지만 태을사자는 사계의 염라대왕과 생계의 증성 악신인이 어째서 아무 말도 없는지 도대체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편을 들어줄 수도 있는 노릇 아닌가?

그때를 놓칠세라 흑무유자가 외쳤다.

“똑바로 말해라. 신립이…. 잘못된 결정을….하였다면…누가……… 그리하게…… 만든 것이냐? 마수냐?”

“직접적으로는 금옥이라는 여인의 영이었소. 그러나 그 영을 조작한 것은 마수인 풍생수였소!”

“금옥이라는… 인간의 영이라고? 그러면…. 어 째서………… 마수를 의심하느냐?”

“금옥은 분명 풍생수에 세뇌되어 그러한 짓을 한 것 이오!”

“흐흐흐…… 증거가………… 있느냐?”

“흠…… 금옥은 이미 소멸되었소. 마수인 백면귀마 의 손에 의해서말이오!”

“흐흐흐…… 없어진 자들만……. 증인으로….. 내세 우는구나. 그러나 좋다. 잘 들어라. 금옥이………… 마 수의…………… 조종을 받았다고… 치자. 그러나 우리 는………… 인간에게………… 영향을 끼칠………… 권리가………… 있다. 그러니 우리는………… 그른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가…신립을… 해쳤느냐? 그것 만・・・・・・ 답해라.”

태을사자는 찔끔해졌다. 금옥은 이미 소멸되었으니 증인이 될 수도없었으며 신립을 마수가 해치지 않은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었다. 태을사자가 주춤하자 성성대룡이 말했다.

“신립을 마수가 해치지 않았고, 증인 또한 없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오.”

태을사자는 속으로 치를 떨었다. 마수들은 이런 것 을 모두 계산했음이 틀림없었다. 우주 팔계의 존재 들은 모두 신통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마수가 직접 인간을 해치거나 하여 천기를 조작하였다면 필경 발각이 났을 것이다. 그러나 이 렇듯 간접적으로 조작하였다면 알아내기도 어려울 뿐더러, 막상 이야기가 나와도 쉬이 둘러댈 수도 있 었다. 마수는 인간에게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 하지만 태사자는 이대로 물러서고 지 지 않으려고 다시 외쳤다.

“허나 마수들은 한두 사람의 인간을 조작한 것이 아 니오! 천기를 어기게 한 것이오! 거기서 전멸당한 조선군 칠천의 생명은 누가 책임 질것이오?”

“다시………… 말한다. 마수가 조선군을 직접・・・・・・죽였느냐?”

“…… 아……아니오.”

“마수가… 신립을………조작하였느냐?”

“직접은 아니오.”

“그러면…… 그것은…… 금옥이라는………… 여인이……………….한 짓이다. 어찌하여………… 마계 전체를………… 끌어 다・・・・・・ 대느냐?”

태을사자의 증언을 듣고 성성대룡이나 삼신대모는 이미 마수들이수작을 부렸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 다. 그렇지만 증거가 없는 마당에더 이상 마수들을 추궁할 수가 없었다. 태을사자가 분해하는 모습을 보 고 삼신대모가 급히 말했다.

“좋소. 그것은 그렇다 칩시다. 그러나 태을사자, 말 해 보오. 당신은마수들이 왜 그런 짓을 했다고 생각 하는 거요? 옳고 그름은 나중에 가리더라도 그 이 유나 들읍시다.”

태을사자는 삼신대모의 현명한 제의에 다시 용기 얻었다. 일단삼신대모는 태을사자에게 말할 기회를 주려는 것이다. 태을사자는 힘을 내서 말했다. 

“마수들은 인간들을 천기보다 많이 죽게 만들며, 그 렇게 죽임으로써 사계에서 미처 영혼을 회수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수많은 인간들의 영혼을 가져가려 한 것입니다.”

그러자 삼신대모와 성성대룡이 인상을 썼다.

“인간의 영혼을?”

“그렇습니다.”

성성대룡이 성큼 앞으로 다가서며 물었다.

“무슨 목적으로?”

“그것은 아직 저도 잘 알지 못합니다.”

삼신대모는 심각한 얼굴로 흑무유자 쪽을 돌아보았다.

“그것이 정말이오?”

그러나 흑무유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아 까와 같은 어두운 울림으로 말할 뿐이었다.

“사계의…………… 일이니… 염라대왕에게…… 물어보시 오.”

태을사자는 중요한 사실을 지적해 내었다고 믿고 염 라대왕 쪽으로얼굴을 돌렸다. 그러나 그 순간, 뭔가 일이 이상하게 되어간다는 느낌을 받았다. 염라대왕 의 얼굴이 긴장되어 있었던 것이다.

“염라대왕! 말씀하시오. 그것이 정말이오?”

성성대룡이 다시 묻자 염라대왕이 맥없이 말했다. “아니오. 내가 조사한 바로는…… 명부의 숫자와 틀 린 영혼은 하나도 나타나지 않았소이다.”

“대…대왕!”

태을사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러자 염라대왕은 조 용히 말했다.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알 수가 없구나. 조선군 칠천의 영혼은미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 수습하는 데 조금 힘이 들었지만 모두 사계로 수습해 왔다.

“툴……틀림없사옵니까?”

태을사자가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말끝을 높이자 염 라대왕은 노한표정을 지었다. 태을사자는 기가 막혔 다. 그러면 마수들이 인간의 영혼을 모두 풀어 주었 다는 말인가? 그런데 더 기가 막힌 이야기가 염라 대왕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그런 일이 있다면 어찌 나에게 직접 아뢰지 않았느 냐? 그리고 어찌하여 많은 사자들과 판관을 해쳤느 냐? 나는 너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구나.”

“하….. 하오나……… 판관은 가짜였습니다. 게다가 사자들을 해치다니요? 말씀드린 대로 흑풍사자의 법력을 거둔 바는 있고….. 또 암류사자와 명옥사자 의 법력도 본의 아니게 얻은 바 있지만…….” 

“그만이 아니다. 이판관 수하의 동료들을 네가 모두 소멸시키지 않았다면 누가 그리했단 말이냐? 그것 은 사계의 일이니 여기서 거론하지 않으려 했다 만…………… 더 할 말이 있단 말이냐?”

태을사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그・・・・・・ 그러면 이판관 수하의 ……… 나와 같이 있던…동료들이 모두해함을 입었단 말이오?”

“그렇다! 호유화와 네가 공모하여 저승을 나가며 저지른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느냐!”

“우리는 아무도 해치지 않았소! 암류와 명옥사자는 물론, 유진충과고영창 두 신장도 해치지 않았단 말 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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