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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란종결자 4권 – 55화


흑호가 절망적으로 소리쳤다.

“저 아이가 무엇을 안다구! 저애가 무슨 힘을 쓴단 말이우! 그나마영혼들도 다 빠져나갔으니 기운 한 점 없는 단순한 아이인데!”

문득 태을사자는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대모님, 그러면 우리가 저 아이에게 도움을 줄 수 는 있습니까?”

“태을사자나 흑호, 호유화 셋은 천기에 이미 개입되 었으니 당연히되지요.”

“아니, 대모님이나 여기 계신 비추무나리님, 성성대 룡님, 염라대왕님, 증성악신인님 들이 말입니다.”

“안 되지요.”

“지금도 안 됩니까?”

초조하게 묻는 태을사자를 보며 삼신대모가 갑자기

웃음을 띠었다.

“역시…..역시 머리가 기발하오. 좋은 생각이오! 생계로 내려가면저 아이는 아마도 다시는 만나지 못 하고, 만날 수도 없겠지만………… 지금은 도움을 줄 수 있겠구려!”

그러더니 이내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나 어떻게 도와야 할까?”

그러자 흑호가 말했다.

“법력을 한 삼천 년…… 아니 오천 년, 아니 삼만 년 정도 주슈! 그게 최고 아니유?”

“아니 되오. 저 아이는 아무 힘도 없는 보통 인간이 란걸 잊지 마시오.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그런 힘 을 몸에 담을 수는 없소. 그러면 내려가는 즉시 몸 이 폭발하여 죽어 버릴 것이오. 인간의 한계 내에서 는당연히 줄 수 있지만…… 그런 정도라면 이전에 아이가 얻었던 인간이십 명의 힘 정도일 것이오. 그 걸로는 별 도움이 안 될 텐데…………….”

“그러면 법기나 쓸 만한 물건을 주시면 어떻겠습니 까? 그것을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기발한 제안에 삼신대모도 기뻐했다.

“그것 좋은 생각이오. 신통한 물건을 준다면……” 

그러다가 이내 삼신대모의 얼굴빛이 다시 흐려졌다. 

“그것도 곤란하오. 아이가 법기를 휘두른다면 보는 자가 있어서 또곤란해질 것이고, 법기란 아시다시피 원래 우리의 법력에 근본을 삼고있으니 우리가 돕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소?”

돌연 은동이 끼어들었다. 어느 사이엔가 은동은 이쪽을 바라보고있었다.

“필요없어요.”

“어? 은동이 너…….”

흑호가 뭐라 말하려 했으나 은동은 듣지 않고 무엇 인가를 꺼냈다.

바로 호유화가 주었던 유화궁이었다.

“이것으로 반드시 마수들을 잡을 거예요. 마계의 존 재가 호유화를해치고………… 조선에 난리를 일으켰어 요. 어머니도 돌아가셨고, 마을사람들도 모두 죽었 어요. 하지만 반드시 내 손으로 원수를 갚을 거예 요!”

은동의 말에 흑호는 감동되어 고개를 끄덕였으나 태 을사자는 어떻게든 은동을 설득하여 이 천재일우의 기회에 막강한 힘을 받도록 해야한다고 여겼다. 이 런 우주 팔계의 쟁쟁한 존재들의 도움을 이후에 언 제 얻을 수 있으랴?

그때 성성대룡이 은동을 돌아보았다. 성성대룡은 길게 늘어진 수염으로 유화궁을 건드리며 말했다. 성성대룡의 앞발만도 은동의 몸 전체보다도 수십 배나 컸기 때문에 앞발로는 만질 수가 없었다.

“이건 누님의 이름이 붙은 활이로구먼. 쓸 만하겠는 데?”

“그럼요!”

“네가 이 활로 어떤 것이든, 화살을 쏘면서 ‘용화 (火)의 주인이 명한다.’라고 하면, 그 화살에 맞은 건 그것이 무엇이든 불이 붙어서 타버릴 거야.” 성성대룡의 말에 삼신대모의 안색이 변했다.

“성성대룡! 그건 아니 되오! 만의 하나 이 아이가 그 능력을 인간에게 써서 영향을 끼치게 되면……………” 

그러자 성성대룡은 눈을 끔벅했다.

“단, 인간이 탄 것이나 인간에게는 쏘지 말아야 해. 안 그러면 그 불이 돌아와서 너를 태워 버릴 거다.” 

성성대룡은 삼신대모에게 돌아서서 다시 말을 이었 다.

“이 아이가 천기를 지키지 않고 이 능력을 함부로 쓴다면, 곧 이 아이 스스로를 파멸시킬 것이오. 그러면 되는 것 아니오? 나는 잘못하지않았다고 여기 오. 아니, 그러면 곧 천기를 판가름하는 가장 중요 한 싸움이 생계에서, 그것도 이 아이의 손으로 치러 질 참인데 어찌 가만 있는단 말이오!”

그 말에 삼신대모는 당황하여 입술을 깨물고 무엇인 가 생각하는 듯했다. 그러자 증성악신인이 나서며 말했다.

“그런 위험한 능력을 주면 어떡하나? 아이가 겁먹지 않소?”

그러면서 증성악신인은 유화궁을 손가락으로 한 번 퉁겼다.

“네가 화살이 떨어졌을 때, 그 어디에서든 네가 직 접 보관해둔 화살이 있기만 하면 항상 네 손에 잡힐 것이고, 그 화살을 쏘면 절대 과녁이 빗나가지 않을 것이다.”

증성악신인은 껄껄 웃으며 삼신대모에게 말했다.

“난 화살을 만들어 준 것도 아니고, 운반만 해주는 셈이니 문제없겠지요?”

삼신대모는 미간을 찌푸리며 외쳤다.

“과녁이 빗나가지 않는 것은 어찌하고요!”

“그거야 이 아이가 활을 잘 쏘는 덕분 아니겠소?”

은동은 그저 얼떨떨할 뿐이었다. 삼신대모는 뭐라고 다시 외치려했으나, 그때 염라대왕이 훅 하고 입김 을 내뿜어 은동이 잠시 비틀거렸다. 염라대왕이 근 엄하게 말했다.

“그 활로 화살을 쏘면서 ‘저승의 명령이다.’라고 하 면, 어떤 인간이든지 맞기만 하면, 아니 비록 스치 기만 했다 하더라도 그 자리에서 혼백이 달아날 것 이다!”

그 말에 삼신대모는 다시 펄쩍 뛰었다.

“너무 심하지 않소? 염라대왕?”

“어차피 화살을 맞은 녀석이면 죽는 것 아니겠소? 또 이 아이는 그럴 만한 녀석이 아니면 쏘지 않을 것이오. 어쨌든 인간을 죽이고 살리는 일은 나와 밀 접한 관계가 있으니 너무 허물치 마시오.”

그러자 비추무나리가 은동의 주위를 돌며 잠시 빛을 발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삼신대모는 경악했다.

“비추무나리! 미치시었소?”

흑호는 비추무나리의 말에 좋아서 아예 입이 귀밑까지 벌어져 있었다. 태을사자 역시 기분이 좋아서 물 었다.

“도대체 무슨 능력을 주신 것입니까?”

“어느 때든지 비추무나리의 이름을 외우면 세상의 그 어떤 공격이나 법력에도 다치지 않는 수호력을 주었소. 음…… 아무리 그래도 너무들 하시는군.” 

“좋다, 좋아! 은동아! 우리 함께 마수 놈들을 모조 리 없애 버리자꾸나!”

흑호는 신이 나서 외쳤다.

성성대룡의 불길은 인간은 쏘지 못하지만 마수들은 쏠 수 있으니그 한 방을 버텨낼 놈이 없을 것이고, 증성악신인이 화살을 거의 무한정 쓸 수 있게 해주 었으니, 몇 배의 효과가 생기는 셈이다. 그리고 마 수가 아닌 인간이 방해를 하면 염라대왕의 능력으로 그 누구든 죽일수 있으니 좋았고, 위험한 경우에도 비추무나리의 이름만 외우면 절대다치지 않을 수 있 으니, 이제 마수들이나 마수의 조종을 받는 인간들 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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