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4권 – 57화
“네! 괜찮아요!”
“이런 능력은 인간 세상에서는 꿈에도 그리지 못하는 것인데, 그래도 괜찮으냐?”
“네!”
삼신대모는 웃으며 은동의 머리를 쓰윽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은동에게 말했다.
“요 녀석, 네 능력을 모조리 회수하려 했지만 네 하 는 짓이 하도 맹랑하여 세 번씩만 쓸 수 있도록 했 다. 실수하지 말고, 꼭 올바르게 잘사용하여야 한 다. 알았니?”
곁에서 죽 지켜보던 각 계의 존재들은 그래도 잘되 었다고 저마다고개를 끄덕였고, 은동은 그냥 건성으 로 ‘네.’ 하고 대답했다. 은동은삼신대모가 호유화를 살려주겠다고 약속한 것만이 기쁠 따름이었다. 그러나 흑호나 태을사자는 이것이 과연 잘된 일인 지, 어떤 것인지구분할 수가 없었다. 좌우간 은동의 막무가내에 새삼 놀라면서, 은동이 만약 커서 사리 판단을 잘할 줄 알았다면 그러지 못했을 것이라는생 각만 막연하게 하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삼신대모는 은동에게 다짐을 하였다.
“네게 약속을 하였으니 내가 직접 호유화를 돌보마. 그러나 시간이 오래 걸릴지도 모른다. 그래도 반드시 기다리겠니?”
“네!”
“만약 네가 커서 장가들 나이가 되어도 오지 않는다면?”
“기다릴 거예요. 그런데 장가가는 거랑 무슨 관계가 있나요?”
은동이 되묻자 삼신대모는 쓴웃음을 지었다.
‘정말 어리기는 어리구나. 어떻게 할 수가 없구먼.’ 속으로 쯧쯧거리며 삼신대모가 다시 물었다.
“만약 네가 늙어서 호호백발 할아버지가 될 때까지도 안 온다면?”
“그래도 기다릴래요!”
“네가 만약 먼저 죽는다면?”
그러자 은동은 먼 허공을 잠시 바라보았다.
“내가 저승에 가 있어도… 호유화가 따라올 거예 요. 그럼 거기서놀지요, 뭐.”
‘하긴 이 아이는 이미 저승 구경까지 했으니… 죽 는 것도 별로 무섭지 않게 되었겠구나. 이 아이는 이제 사람이라기보다는 거의 반은초월적인 존재가 된 셈이겠지? 스스로 나이가 들어 깨닫기만 한다면 그때는・・・・・….’
삼신대모는 생각을 그만두고는 태을사자와 흑호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면 이제 그만 생계로 가보시오. 그러나 조심하 여야 하오. 그대들은 이제 상당히 중요한 신분이 되 었소. 왜냐하면 천기가 누설되느냐아니냐는 그대들 에게 달렸기 때문이오. 그대들에게!”
그러고는 은동을 내려다보며 덧붙였다.
“그리고・・・・・・ 이 아이에게!”
註
・18) 통영연은 이순신의 천재성을 또 한 번 보여주는 발명품이다. 이 통영연으로신호하는 방법은 이순신 이후 아주 오랫동안 전승되어 사용되 어 왔다. 지금도통영연은 전라도 지방에서 계승되어 내려오고 있으며 그 군호의 내용도 일부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은 심히 복잡한 내용까지도 전달할 수 있게 치밀하게 짜여져 있다.
19)에밀레종을 만든 주조술을 현대과학으로도 따 라갈 수 없다는 이야기는 많은분들이 알고 계실 것 이다. 그러한 주조술과 금속기술을 가졌던 조선의 총통이니우수한 것은 당연하다. 그중에서도 천자총 통은 화약소모량이 다소 많았지만 동급의 화포로서 는 그 위력에서 으뜸이었고, 당시 세계 최강의 화포 였음이 여러증거를 보아도 분명하다.
조선의 총통은 매끈한 서양 포들과는 달리 울퉁불퉁 하게 띠를 두른 것 같은 모양으로 주조되어 있는데, 이는 현대 공학적으로 볼 때에도 무척 앞선 것이다. 그모양은 강도를 높여서 화포에서 발생하기 쉬운 포 열의 쪼개짐을 막아주는 한편, 과열을 어느 정도 막 아주는 방열 핀(fin)의 역할을 겸하고 있다. 천자총 통의 길이는 약 1.5미터 정도이며 아직도 몇 문이 남아 있다. 전후 일본에서도 노획하여도쿠가와의 재 통일전에서 크게 위력을 발휘했다고 한다.
물론 당시 회교제국들에는 길이가 수십 미터에 달하 는 발석포 같은 거포들이 있었지만 크기만 컸지 몇 번 쏘면 포 자체가 부서지는 불완전한 것들이었다.
당시의 주조기술과 금속기술로는 천자총통 이상의,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커다란 포를 만들어내는 것은 불가능하였으니, 당시 화포 기술의 정수라고 말할 수있을 것이다. 비록 무기이며, 또한 소상한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그 진가가 묻혀 있지만, 천 자총통 등의 조선총통들은 측우기나 해시계 등에 비 해 결코 뒤지지 않는 조선의 뛰어난 발명품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