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란종결자 5권 – 6화 : 의원이 된 은동
의원이 된 은동
태을사자는 휙 바람이 스치듯 전라좌수영으로 날아 왔다. 그러나 아직 둔갑에 그리 능하지 못했기 때문 에 금세 양신으로 환원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냥 공중에서 좌수영을 돌아보니 좌수영은 거의 대부분 의 병사들이 출정하여 아직 돌아오지 않고 있던 참 이라 텅 비어 있다시피했다. 태을사자는 잠시 망설였다.
‘어찌할까? 이순신은 이미 출정한 모양이고, 은동이 와 흑호도 그를 따라갔을 것인데…………. 지금 그리로 찾아가 보아야 하나, 아니면 그냥 돌아올 때까지 기 다려야 할까?’
태을사자는 잠시 생각하다가 자신이 생각한 바를 차 근차근 정리해 보았다.
‘내가 그때에 들은 려란 바로 여역을 일으키는 마수인 역귀가 분명하다. 조선에서 역병이 일어나는 것을 려가 승한다고 하는데, 그것이 분명해. 그렇다 면 마수들은 일단 전쟁에서 군사들의 영혼을 잡아가 는 일에서 노선을 바꾸었음이 틀림없다. 이제 각계 에서 모든 전쟁터를 주시하고 영혼의 숫자를 파악하 느라 힘을 기울이고 있으니까. 그래서 마수들은 역 병을 돌림으로써 사람들의 피해를 크게 만들고 인간 의 영혼을 긁어모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마수들은 직접적으로 인간의 영혼을 사 용하지 않는다. 지난번 없어졌던 영혼들이 모두 사 계로 돌아온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태을사자는 좀더 치밀하게 생각을 가다듬어 보았다. 자신의 생각을 입증하려면, 일단 조선의 정황을 주 의깊게 살피는 것이 필요할 듯했다. 정말 조선에 역 병이 창궐하고 있는지, 그리고 나아가서는 그 역병 의 근원이 되는 려를 잡을 어떤 단서라도 찾아보아 야 할 것 같았다.
태을사자는 동반해온 몇 명의 저승사자들과 새로 몇 명의 저승사자들을 불러 각지의 역병 현황을 조사해 보도록 지시하고 자신도 일단 좌수영 부근을 떠돌면 서 역병의 유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한편, 한산대첩이 끝난 뒤 흑호는 다시 은동을 찾아 갔다. 은동은 여전히 배의 선창에 있었지만 처음처럼 몸을 떨고 있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선군들은 이 ‘소년 의원’에게 부상자들의 처치를 맡기고 있었기 때문에 은동은 몹시 바쁜 손놀림으로 움직이고 있었 다.
흑호는 은동이 바쁜 것을 보고 은동에게 별말을 걸 지 않고 그대로 조선함대를 따라 좌수영으로 돌아왔 다.
그 이후로도 이순신은 다소의 신경질적인 증상을 보 였는데, 그것은 원균 때문이었다. 앞서 한산대첩에 서 이순신은 4백여명의 왜병을 아무 것도 없는 삭 막한 한산도에 가두어 두었다. 이순신이 귀영하는 길에 들러 보았을 때에 왜병들은 그곳에서 기근에 허덕이고 있었다.
이순신은 원균에게 그들을 맡아서 기운이 다하면 목 을 베라 당부하고 그대로 돌아왔다. 원균은 모든 일 에 공을 세워야 한다고 억지를 부려 이순신은 귀찮기도 했지만, 소심한 이순신으로서는 원균을 대놓고 나무랄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곳의 왜병들을 넘겨 줌으로써 전과를 양보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원균은 그 조롱에 갇힌 적들을 제대로 건사 하지 못하고 모조리 놓치고 말았다. 원균은 그곳을 지키다가 왜선이 대거 몰려온다는 헛소문에 겁을 먹 고 줄행랑을 쳐버렸다. 그 틈을 타 그곳의 왜군들은 조수에 밀려온 부서진 배의 판자로 뗏목을 이어 도 망쳐 버리고 말았던 것이다.
이 일은 이순신으로 하여금 원균의 무능을 사무치도 록 깨닫게 했고, 그야말로 분통 터지는 일이었다. 그 탓에 이순신의 신경증세가 도지자 은동은 또 이 순신의 진맥을 자주 짚게 되었던 것이다.
한산대첩 이후 은동은 퍽 달라졌다. 적어도 흑호가 보기에는 많이 달라진 것 같았다. 은동은 말수가 적 어졌으며, 뭔가 침울한 기분에 사로잡혀 있는 것 같았다.
흑호는 워낙 말주변이 없는 처지여서 그냥 그런 은 동을 두고만 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엽이 가 은동이에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그때는 흑호도 ‘범죄’로 변하여 은동의 옆에 있을 때였다.
“의원 나으리. 뭔가 고민이 있으신가요?”
은동은 오엽의 말에 고개도 돌리지 않고 한숨만 내 쉬었다. 흑호는 그런 운동의 모습을 보며 퍽 늙은 영감 같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나 오엽이는 당돌하 게 은동의 곁에 앉으며 말했다.
“고민거리가 있으면 풀어 버려야지요. 바다 구경이 나 나가실래요?”
곁에서 듣던 흑호도 그러는 것이 좋을 것 같아 한마디 거들었다.
“그러시우, 도련님. 기분 좀 푸슈.”
은동은 그 말에도 반응이 없었지만 오엽이와 흑호는 은동을 거의 끌다시피하여 바닷가로 나왔다. 좌수영 에서는 바다가 보였고 조금만 걸어나가면 곧바로 바 닷가가 이어졌다. 그 건너편에는 자그마한 섬인 돌 산도가 있었다.
흑호는 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오엽이는 퍽 신이 나는 듯, 깡총거리고 뛰면서 좋아했다. 그러나 은동은 말없이 건너편의 돌산도만 바라보고 있었다. 흑호는 오엽이가 조금 멀리가자 은동에게 다가갔다.
“여봐, 은동이. 왜 그러는 겨?”
“예?”
“무슨 고민이 있어서 그러는 거냐구? 이야기 좀 혀봐. 나… 난 본래 말재주가 없어서 뭐……… 뭐라고 잘 말해줄 수 있을지 모르지만, 그래도 나에게 일단 털어놓으면 네 속이 시원하잖어?”
은동은 잠시 파도가 밀려오고 밀려나가는 것을 바라 보다가 불쑥 말했다.
“돌산도에도 사람이 사네요?”
그 말에 흑호도 눈을 돌려 돌산도를 바라보았다. 아 닌게 아니라 그 섬은 무인도로 알았는데, 그 해안가 에는 작은 움집들이 있었고 사람들이 꼬물거리며 움 직이는 것이 먼발치에서도 눈에 들어왔다.
“그려, 피난민들인가 보네. 여기가 난리가 없단 소 문 듣구 왔나부지, 뭐.”
그러자 은동은 우울하게 전혀 다른 말을 꺼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는 것 아닌가요?”
“음? 아…… 음. 그렇지, 그건. 산 건 다 죽게 마련 이지.”
“기왕 모두가 죽는 것인데…… 왜 다른 자를 죽여야 만 하죠?”
“음?”
“나는 지난번에 봤어요. 뭐라고 말은 잘 못하겠지 만…… 음…… 어떤 병졸이 있었어요. 그 사람은 눈 에 총을 맞았는데………… 나에게 빨리 빼달라고 했어 요. ……어서 올라가서 싸워야 한다고……………. 한 명이 라도 적을 더 죽여야 한다고……”
흑호는 잘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 덤덤히 은동의 이야기를 들어 주었다. 저 앞에서는 오엽이가 파도 를 철퍽거리면서 혼자서 깔깔거리며 뛰어 놀고 있었다.
“나는 총알을 빼주었어요. 피가 막 나오고……. 그 보다 뭔가가 두려웠어요. 뭐가 두려운지는 모르겠지 만……. 으음….. 내가 죽을까 봐도 아니고, 그 아 저씨가 죽을까 봐도 아니었어요. 뭐랄까………… 수백 척의 배들이 몰려 싸우는 것을 보았을 때. 몹시 두려웠어요. 어떻게 저렇게 많은 사람들이.. 한데 모여서 서로 죽이려 하는 것인지…………….”
은동은 어느새 주르르 눈물을 흘렸다. 은동은 흐르 는 눈물을 얼른 닦으며 다시 말했다.
“전에 우리가 사계에서 도망쳐올 때………… 난 참 놀랐 어요. 그때 호유화는 작은 미물 안에 있었다는 c)… ・・・・・・ 그 미물의 사념이 그리 크고 넓은 줄 몰랐거 든요. 하물며 사람이야…………. 그런데 그 많은 사람 이・・・・・・ 그 많고도 많은 사람이 서로를 마구 죽이며…….”
흑호는 가만히 솥뚜껑 같은 손바닥으로 은동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은동은 다시 흑흑거리며 흐느꼈 다.
“눈에 총을 맞은 아저씨도………… 더 죽이려고 했어요. 그래요. 그게 무서웠어요. 모두 미쳤어요. 모두 미 친 것 같아요. 왜군도 그렇고, 우리 쪽도 그렇 고…………. 모두가・・・・・・.”
“그만혀. 됐다, 됐어…….”
흑호는 나지막이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내며 말했다.
그러나 은동은 멈추려 하지 않았다.
“난…… 난 이런 속에서 살고 싶지 않아요. 난 무서 워요. 나도 그렇게 되면 어쩌죠?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요. 아무 것도…………….”
“나도 그건 몰러. 어떻게 그렇게까지 싸울 수 있는 것인지는………….”
흑호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시 은동의 등을 턱 치면서 말했다.
“그러나 한 가지 중요한 게 있어. 뺏으려고 싸우는 건 더럽지만, 지키려고 싸우는 건 아름다울 수도 있 는 거여. 난 그렇게 생각혀.”
“싸우고 죽는 건 모두 같아요!”
그러자 흑호는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바다를 가리켰 다.
“봐, 난 보여. 조선군이 어제 죽인 수만의 왜군은 거의 다 바닷속에 가라앉았어. 조그마한 물고기들이 그 송장을 뜯어 먹구 있지. 수백만, 수천만 마리여. 더럽다구? 난 그렇게 안 봐. 너에겐 송장을 먹는 물고기가 더러울진 모르지만 고기들은 아주 행복해 혀. 진수성찬이여. 그리고 그 고기들은 자랄 거여. 자라고 자라 어부의 그물에 걸려 도로 사람들이 먹 을 거구. 그리구 그 사람들두 죽어서 도로 물로 갈 수두 있구………….. 은동아, 난 말재주가 없어. 그러나 그게 세상이여. 그게 자연이구…………. 너두 그렇구, 나두 그렇구. 모든 사람이나 금수가 다 그렇지만 살 려면 다른 것을 죽여야 살 수 있어. 죽이고 먹어야 살 수 있는 거지.”
은동은 시무룩하게 발 앞의 모래를 내려다보고 있었 지만 흑호의 말은 열심히 듣고 있었다. 그러자 흑호 가 덧붙였다.
“죽는 건 이상한 게 아녀. 죽이는 것두 이상한 게 아니지. 다만 다른 건, 죽이고 먹는 게 뭔지 자기가 아는지 모르는지가, 그 중요성하구 그 가치를ᆢ 그러니까 자기가 산다는 것의 가치를 아느냐 모르느 냐에 따라 죄가 되구 안 된다구 생각혀. 흠, 힘들구먼. 히히, 말이 잘 안 뒤어. 그려, 사람만 싸우는 건 아니지. 모든 금수가, 아니 산 것이라면 모두가 다 싸워. 다 싸우고 서로 죽고 죽이고 하지. 인간이 이 상한 건 떼지어 싸우고, 전혀 도움도 안 되는 걸 가 지고 싸우는 데 있지. 그건 나도 왜 그런지 잘 모르 겄어. 그러나 은동아, 나는 인간이 아녀. 솔직히 난 몇몇만 빼구는 인간이 싫어. 알구 있냐?”
은동은 슬며시 고개를 저으려 하다가 멈칫했다.
“한데 내가 왜 조선 편을 드는 걸까? 솔직히 그보 다는 난 원수 갚는 일이 중요혀. 내 원수인 마수들 이 밉구, 마수들이 왜놈들 편을 드니 나는 조선 편 을 들지. 그러나 지금은 아녀. 꼭 마수들이 아니래 두 난 조선 편을 들 것 같어. 누가 내 굴에 쳐들어 와서 내 새끼를 훔쳐가구 내 사냥감을 뺏으려 든다 면 나도 싸울 거거든. 난 왜놈들은 이해 못 하겠지 만 조선은 이해할 수 있거든. 그래서여. 은동아, 음…… 난…… 난………… 말재주가 없어. 하지만………..”
흑호는 은동을 바라보고 눈빛을 빛내며 말했다.
“만사가 싫고 무섭고 그런 건 알겠어. 하지만 싫다 고 그러면 되겄어? 죽는 게 무섭냐? 난 사는 게 무 서워. 죽는 건 순간이여. 허나 죽는 걸 왜 모두 무 서워할까? 죽는다는 건 사는 게 끝나는 거거던. 살 지 않았다면 죽지도 않을 거여. 결국 무서운 건, 죽 는 게 아니라 사는 거여. 더 살 수 없고 더 아무 것 두 할 수 없어서 죽는 게 무서운거 아닐까? 난 그 렇게 생각혀.”
흑호로서 그 이상의 말을 하는 것은 무리에 가까웠 다. 흑호는 그 말만 하고는 왠지 겸연쩍고 쑥스러워 서 벌떡 일어나서 어디론가 휭 하니 사라져 버렸다. 그러자 은동은 가만히 앉아서 계속 흑호의 말을 되 씹고 곱씹었다.
‘난 역시 아무 것도 모르나봐. 잘 이해가 안 돼.”
한참이 지나자 혼자 놀기에 시들해진 오엽이가 다가 왔다. 오엽이는 같이 놀자고 했지만 은동은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오엽이는 끈질기게 같이 놀자고 떼 를 썼다.
은동은 마음이 약해져서 같이 놀까 하다가 문득 오 엽의 얼굴을 보고는 흠칫했다. 어떻게 며칠 사이에 이렇게 달라 보일 수 있을까? 까무잡잡하고 눈에 띄지 않던 오엽의 얼굴은 어느새 발그랗고 예쁘장하 게 변해 있었다. 갑자기 은동은 가슴이 콩당거리는 것 같았다. 호유화 생각이 났다.
은동은 소매를 잡는 오엽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치듯 달려갔다. 아직 은동 은 왜 가슴이 두근거리는지, 그리고 왜 그때 하필 호유화 생각이 났는지, 그리고 왜 마음이 갑자기 아 파지는 것인지 그 이유를 깨닫지 못했다.
하루가 지난 다음, 태을사자가 나타났다. 흑호, 아 니 범쇠는 다시 태을서방이 왔다고 농담을 했지만, 태을사자의 표정은 여전히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중요한 일이 있네.”
태을사자는 근엄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려’에 대해 알아냈다네.”
흑호는 깜짝 놀랐다.
“‘려?’ 아니, 그러면 전에 말한 그 마수 중의 하나 라던 ‘려’ 말유?”
“그렇다네. 려…………. 그건 바로 여역이라 칭하는 역 질을 퍼뜨리는 역귀였네. 흑호, 전에 내가 준 두루 마리를 가지고 있겠지?”
흑호 대신에, 은동이 얼마 전에 흑호가 주었던 그 두루마리를 꺼내 태을사자에게 건네주었다. 태을사 자는 그것을 풀어 읽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어. 이건 큰 음모네.”
“좀 자세히 말해 보슈!”
흑호가 채근하자 태을사자는 천천히 설명을 하기 시 작했다.
“내가 ‘려’란 말을 들은 것은 우연한 기회에서였네. 이덕형의 말을 들었지. 그는 ‘려’라는 것이 돌림병 을 뜻한다고 했네. 그리고 여역이라는 것이 조선에 서는 돌림병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네. 그래서 나 는 일단 정말 조선에 돌림병이 창궐하는지를 알아보 았네.”
태을사자가 말하며 법력으로 조그마한 동그라미를 허공에 그리자 조선의 지도가 허공에 나타났다. 흑 호는 허허 하며 혀를 찼다.
“그새 또 법력이 높아졌수? 신기한걸?”
“염왕령을 받아서 조금 술수가 늘었다네.”
태을사자는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염왕령이 사계 에서 얼마나 중한지를 알고 있는 은동은 그 모습을 보며 놀랐다.
태을사자는 다른 저승사자들을 시켜 수일간 술법을 사용하여 양신을 이루며 보고를 기다렸다. 그리고 각 저승사자들은 각각 맡은 지역에서의 여역의 발생 상황에 대해 조사를 해왔다. 태을사자는 그 분포를 주의깊게 조사하였으며 저승에도 사자를 보내어 죽 은 자의 수효와 죽은 날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오도록 했다.
정말 역귀와 같은 특정한 존재에 의해 역병이 발생 했다면, 그것은 특별한 지형적 장애물이 없다면 둥 글게 퍼져나갈 것이니, 역병의 중심이 어디인지 대 강의 파악은 가능했다. 또한 그 중심이 이동하고 있 더라도 병이 퍼진 궤적을 조사하면 이제까지의 병인 (病因)이 이동한 과정과 앞으로의 경로를 예측하는 것 또한 가능할지 모른다는 것이 태을사자의 생각이었다.
그 결과 병은 처음에 경상도 지방에서 시작되어 세 줄기로 갈라져서 두 줄기는 각각 평양 방면과 함경 도 방면으로 올라가고 있었고, 다른 한 줄기는 전라 도 지방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허어, 용케두 조사했수!”
흑호가 태을사자의 꼼꼼한 처리방식을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당시 인간이나 금수들은 정밀한 지도를 갖추지 못했고 정확한 사망자 집계를 낼 길이 없 었으니 이러한 추적법을 사용할 수 없었겠지만, 저 승사자들은 할 수 있었던 것이다. 흑호는 문득 이상 한 생각이 들어 다시 물었다.
“그런데 마수들이 역병을 돌려서 무엇을 하려구?
또다시 영혼들을 얻어가려는 걸까?”
그러자 태을사자는 고개를 저었다.
“그건 쉽지 않을 걸세. 사계에서는 하나의 영혼도 잃지 않도록 경계를 엄중히 하고 있으니까. 그러나 이 병에는 이상한 성질이 있었네.”
그러고 나서 태을사자는 이 병의 증상을 설명해주었 다. 이 병은 일단 발병하면 몸에 기운을 쓰지 못하 고 고열에 시달리며 조금 지나면 의식을 잃게 된다. 그 상태로 짧게는 수일에서, 길게는 수십일에 이르 기까지 인사불성의 상태가 되었다가 혹은 죽고, 혹은 치유가 되는 것이다. 그 증상을 듣고 흑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가만…… 예전 조선군의 영혼들도 조금 시일이 지 난 다음에는 사계로 원상복귀 되었는데…………. 그렇다 면……?”
“나도 그렇게 여기네. 마수들은 인간의 영혼을 일부 빌려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인간들이 이러 한 병을 앓고 있다고 하면, 그자가 영혼이 빠져나갔 는지 아닌지까지 저승사자들이 파악하지는 못할 것 아니겠나? 이것은 마수들의 보다 더 교묘한 술수임 에 틀림없네. 전에 하일지달이 말한 암흑의 대주술 을 위한 술수란 말이네.”
태을사자가 설명하자 흑호와 은동도 마수들의 음모 를 어느 정도 알아챌 수 있을 것 같았다. 놈들은 애 당초 전쟁을 통해 사람들의 영혼을 모아들였다.
그러다가 그것이 태을사자 등의 활약으로 발각되자 이번에는 사계 등의 주의를 그쪽으로 돌리도록 하고 병을 퍼뜨린다. 병에 걸린 사람은 즉시 죽지는 않으 나 며칠 동안 빈사상태가 되므로 그 사이에는 저승 사자들도 영혼을 거두지 않으며 거둘 생각도 하지 않는다. 그 틈을 노려 마수들은 죽지도, 살지도 않 은 인간의 영혼을 얻으려는 것이다.
“그간 우리가 마수들이 인간의 영혼에 대해 너무 무 심한 것 같아 의아해했네만.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 전에 풍생수가 지껄였던 말이나 그 이외 마수들이 나타나지 않는 정황 같은 것들도 모두 설명이 되 네.”
“풍생수?”
“그렇네. 명국에서 풍생수를 만났는데……잡은 줄 알았지만 놈은 다시 달아났네.”
태을사자는 풍생수를 만났다가 놓친 일을 이야기했다. 그 말에 흑호는 놀라 눈을 휘둥그레 떴다.
“마수들이 명군 참전을 돕겠다고 했다구?”
“그랬다네. 아마도 더 많은 전상자를 내고 전쟁에 참여하는 자를 확대시키려고 그러는 것이겠지.”
“하지만 사계에서 전쟁터에서의 영혼의 분실을 철저 히 감시하고 있다지 않았수?”
“하다 못해 돌림병이라도 번지게 할 수 있지 않겠 나?”
“혹 난민들이 우연히 일어난 병을 옮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림병은 전쟁중에는 흔히 도는 것 아니 우?”
흑호의 질문에 태을사자는 스스럼없이 되받았다.
“난민들이 질병을 옮겨왔다고 보기는 어렵네. 여역 이 번지는 방향을 보게. 맨 처음의 발병장소는 부산 포 부근의 경상도 남부 지방이네. 그러나 두 줄기는 북으로 확산되어 옮겨가고 한 줄기는 서쪽으로 이동 하여 전라도 접경으로 다가오고 있네. 그런데 지금 의 상황에서 북쪽으로 피난민이 옮겨간다는 것은 어 불성설이지. 경상도의 난민들이 어찌 왜군이 이미 진주한 북쪽으로 똑같이 피난 가려 하겠는가? 더구 나 그 속도가 너무 빠르네. 난민이라면 불과 사흘만 에 북으로 천리를 이동할 수 없을 것이네.”
“그렇다면……?”
“그렇네. 마수의 짓임이 분명하지. 십중팔구 역귀의 짓이겠지.”
“그럼 그 역귀 놈을 때려잡으면 될 것 아뉴?”
흑호가 흥분하자 태을사자가 가볍게 만류했다.
“헌데 문제가 있네.”
태을사자는 생명을 다루는 존재였기 때문에 돌림병 이라는 것이 인간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작고 의식이 없는 생명체에 의해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더구나 그 생명체는 너무나 작고 수명 도 길지 않아서 생명은 생명이되, 영혼의 경지에서 다룰 수조차 없을 정도로 작은 생명체였다.
틀림없이 마수들은 이러한 생명의 씨를 어디서 구해 왔거나, 아니면 스스로가 창조하거나 하여 병을 퍼 뜨린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 병이 정말 마수 중의 하나인 ‘려’에 의한 것이라도 병의 종류는 수천가지가 아닌가? 특히나 이 병은 독으로 인한 병도 아니고 돌림병인데, 어떻 게 하여야 이 병의 침노를 막을 수 있을 것인가?
일단 ‘려’를 잡더라도 균으로 퍼지는 돌림병이라면 일단 퍼진 병을 막기는 어려울 것이 아닌가? 어떻 게 하여야 좋을까……?”
태을사자는 잠시 탄식하다가 말을 이었다.
“좌우간 그 때문에 역귀를 잡는다 하여도 이미 뿌려 진 병인을 거두기는 힘드네. 더구나 역귀는 두 마리 인지도 모르네.”
“어째서? 세 마리가 아니구?”
흑호가 궁금해하자 태을사자는 설명해주었다.
“역귀 두 마리는 각기 북으로 이동하고 있을 것이 네. 그러나 서쪽, 이곳 전라도로 들어온 병은 난민 들에 의한 것일 확률이 많네. 발병 시기도 조금 늦 고, 진행속도도 느리니까. 꼭 역귀가 두 마리는 아 닐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병의 근원이 두 방향으로 이동하니 의심할 수밖에 없지.”
“그러면 어떻게 하지?”
“방법은 하나뿐일세. 흑호 자네와 나는 각각 둘로 나뉘어 역귀를 잡아야만 하네. 그러나 역귀를 해치 우는 것보다는 역귀를 꼼짝 못하게 제압하여 여역의 약점을 알아내도록 하는 편이 좋을 듯싶네.”
그러자 흑호는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렇지. 그러면 되겠구먼! 허허.”
“하지만 역귀 놈을 쉬이 잡는다는 보장도 없고, 설 령 잡더라도 역귀 놈이 제대로 약점을 일러줄지도 의문이니, 은동이는 이 근방에서 난민들 중 병에 걸 린 자를 조사하여 치료법을 찾도록 해보아라. 너에 게는 이미 의학에 박학한 영혼이 깃들어 있지 않느 냐? 또 하일지달이 오면 의주의 허준에게서 정보를 더 얻어도 좋고.”
은동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거의 마지못해 그러는 것 같았다. 태을사자는 고개를 갸웃하며 은동에게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물으려 하였으나 흑호가 재빨리 말 꼬리를 돌렸다.
“그나저나 여기도 한 번 마수들의 기습을 받았수!
그리고 나도 원수놈을 만났는데…………….”
“음? 그간 무슨 일이 많이 있었는가?”
그러자 흑호는 마수들이 습격해 왔다가 은동의 분전 으로 쫓겨간 일과 자신은 소야차를 놓친 일 하며, 바다에서 정체 불명의 왜병을 분신귀가 쫓아 두루마 리를 태웠다는 이야기를 하다가 문득 깜짝 놀란 표 정을 지었다.
“어쿠! 그때 그놈을 쫓아가야 하는 건데………까맣게 잊어먹구 있었네그려!”
태을사자는 그 말을 듣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잠시, 잠시만. 아까 이야기를 좀 자세히 해보게. 처음부터.”
“무슨 이야기 말유?”
“마수들이 습격해 왔을 때의 이야기 말이네.”
그래서 흑호는 그때의 이야기를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시 자세히 태을사자에게 들려주었다. 태을사자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다가 오엽이가 흑호의 정체를 보 았다는 대목을 들었을 때 안색이 변했다.
“그러면 오엽이가 자네들의 정체를 안단 말인가?”
“그렇다니깐. 그래두 대강 속여넘겼수.”
“아니야. 이거 큰일일세.”
태을사자는 조금 낯빛이 변하더니 바람같이 그 자리 에서 사라졌다. 그것을 보고 흑호와 은동은 크게 일 이 잘못되는 것은 아닌가 하여 안절부절못했다. 그 러나 태을사자는 금방 되돌아왔는데 이상하게 태을 사자의 표정이 무척 밝아 보였다.
“어…… 어떻게 되었수?”
“음……… 아니네. 자네들이 잘해둔 것 같군. 그 아이 는 아무 것도 모르는 것 같네. 그러니 염려하지 않 아도 되겠네.”
일순 태을사자는 이상하게도 전에 없던 미소를 다 짓는 것이 아닌가. 흑호와 은동은 이상하여 태을사 자를 바라보고 있는데 태을사자가 그 다음의 이야기 를 해줄 것을 청했다. 흑호는 이번에는 한산대첩 중간에 만났던 이상한 왜병과 분신귀의 이야기를 했다. 그러자 태을사자는 다시 고개를 갸웃했다.
“마수가 이순신을 노리지 않고 웬 왜병을 노렸다구?”
“그랬다니까.”
“흠…… 그건 이상한 일일세. 알아볼 필요가 있겠는 데…………….”
“음, 아직 놓친 건 아니니 염려 마슈. 도깨비들하구 금수들을 붙여 놓았으니 찾을 수 있을 거유.”
흑호는 금수 우두머리의 신통력을 발휘하는지 잠시 눈을 감았다가 떴다.
“그자는 평양 쪽으로 가는 모양인데? 개성을 지나 가구 있수.”
“음………… 좋네. 그러면 자네는 일단 평양 쪽으로 가 게. 내가 함경도 쪽으로 향한 역귀를 맡을 테니. 그 리고 은동이 너는 난민들을 조사해 주겠느냐?”
“음…… 그런데 은동이 혼자서 여기 있어두 될까?”
“하는 수 없네. 마수들이 왜란종결자인 이순신을 노 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은동이 혼자 있어도 무리는 없을 것 같은데……………”
“어어…………, 그래두 지난번에 여러 마리의 마수가 한 꺼번에 덮쳤었단 말유. 은동이 혼자서 정말 될까?”
흑호는 아무래도 은동을 혼자 내버려두고 간다는 사 실이 마음에 걸리는 모양이었다.
그러나 태을사자는 괜찮을 것이라고 딱 잘라 말했 다.
“지금 같은 때에는 할 수 없지. 은동이가 잘해줄 것 으로 나는 믿는다네.”
은동은 억지로 기운을 내보려 했지만 아직도 맥이 풀린 것 같았다. 그러나 태을사자는 그런 은동에게 뭔가 이야기조차 해주지 않고 흑호와 함께 휭 하니 나가 버렸다.
은동은 아무래도 태을사자가 자신에게 조금 야멸차 게 대하는 것 같아서 가슴이 썰렁해지는 듯했다. 평 상시 같았으면 혼자 남는 자신에게 염려도 해주고 했을 것인데………. 그런데 조금 지나 흑호가 돌아왔 다.
“어? 왜 도로 오셨나요?”
“음냐, 아무래도 걱정이 되어. 은동아, 이걸 줄 테니 받어.”
흑호는 그러면서 은동에게 웬 썩은 나무토막 같은 것을 하나 내주었다.
“이게 뭔데요?”
“허허, 이건 을척(乙尺)이라는 거여. 음…… 그러니 깐……. 그려, 도깨비 방망이라고나 할까?”
“예?”
은동은 깜짝 놀랐다. 그러자 흑호가 허허 웃으며 말 했다.
“뭐 금 나오고 은 나오는 그런 방망이는 아녀. 다만 그 을척을 두들기면 도깨비가 나오지. 그놈에게 뭐 든지 시킬 일이 있으면 시키란 말여. 알겠어?”
“아…..예…….”
“뭐 센 놈은 아니지만 도움은 될 거여. 그리구 마수 들이 덮치거나 하면 이놈에게 시켜서 나한테 알리도 록 하라구. 내가 도와줄 테니껀. 알았지?”
“아…… 예…………. 이런 건 언제 얻었나요?”
“허허…… 조선 땅 금수 우두머리가 되고서부터지, 뭐. 히히…… …… 요 며칠 동안 한 번 심심풀이로 만들 어본 건데……”
그러자 밖에서 태을사자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가세나.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알았수! 알았수! 에잉, 저런 딱딱한 양반이 다 있 나?”
그리고 흑호는 휭 하니 나가 버렸다. 은동은 멍하니 있다가 을척을 소매에 넣었다. 흑호가 자신을 생각해주는 것이 너무도 고마워서 은동은 잠시 기운이 돌아오는 것 같았다.
은동은 가만히 방안을 둘러보다가 이러고 있으면 안 될 것 같다고 여겼다. 우선 방을 정리했다. 그러자 두루마리며 산삼이며 기타 등등 잡다한 물건이 많아 서 둘 곳이 마땅치 않았다.
그래서 예전에 저승에서 얻었던 화수대를 꺼내어 그 안에 사계의 두루마리와 산삼과 을척과 유화궁 등등 필요한 물건을 몽땅 집어넣어 소매에 넣었다.
그리고 은동은 조금 생각을 해보다가 아직은 조금 맥이 없는 걸음으로 밖으로 나갔다. 은동이 밖으로 나가자 오엽이가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착 감겨들듯 달라붙었다.
“의원 나으리, 어디 가세요? 쇤네가 모시고 갈까요?”
은동은 그냥 좋다 싫다 말도 하지 않고 오엽이를 돌 아보지도 않고 걸음을 옮겼다. 그러자 오엽이는 은 동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왔다.
은동이 걸음을 옮긴 곳은 지난번에 난민들을 보았던 돌산도였다. 난민들과 여역에 대해 알아보라고 했으 니 그곳을 뒤질 밖에는 도리가 없었다. 난민들은 참 으로 어려운 생활을 하고 있었다. 은동으로서는 거 의 동병상련의 아픔을 느낄 수 있다고 할까?
난리 때문에 집과 땅, 혹은 가족까지 잃고 낯설고 아는 사람도 하나 없는 지방으로 피난을 온 것이니, 그들의 생활은 말할 수 없이 힘들어 보였다. 그러나 은동은 그리로 발길을 옮기면서 차츰 기분이 좋아지 는 것 같았다.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있었다. 다들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떤 사람은 초라한 움집 이나마 지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고, 자기 집도 없 으면서도 사람들은 작은 힘이나마 합쳐 더 가엾은 사람의 집부터 지어주고 있었다.
아낙네들은 나물을 캐기도 하고 얼마 되지도 않는 먹거리를 나누고 있었으며, 아이들까지도 고기를 잡 고 풀을 베어 오는 등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은동은 가슴이 뭉클해져 왔다. 아직 어 린 은동으로서는 정확히 무엇이 그리 감동적인지 꼭 집어서 알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다들 저렇게 열심히 살려고 애쓰는구나.・・・그런데 나는 바보같이…………….’
문득 은동이 뒤를 흘낏 돌아보니 오엽이가 뒤를 따 라오는데 눈 주위가 벌겋게 되어 있었다. 오엽이도 뭔가 사연이 있어서 난민들을 보고 슬퍼하는구나 싶 어서 은동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은동의 행색은 별반 특이할 것이 없어서, 난민들은 은동과 그 뒤를 따라오는 계집아이 오엽에게는 아무 런 관심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다가 은동은 열심히 그물 같은 것을 손질하고 있는 한 남자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그 남자는 한쪽 눈을 천으로 가리고 있어 전에 배에서 만난 그 병사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와 그러노?”
남자는 굵직한 경상도 사투리로 대답하며 은동을 힐끗 쳐다보았다. 그러면서도 그물 엮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혹 이 근처에 여역이 돌고 있지는 않나요?”
“여역? 돌림병 말이가?”
“네.”
“말도 마라. 벌써 여럿이 죽어 나갔다 아이가? 너 도 보아하니 먹물 좀 먹은 집 자제 같은데, 이리 오 지 말고 저만치 가라.”
“제가 좀 볼 수는 없을까요?”
그러자 그 남자는 은동에게 눈을 부라리며 호통을 쳤다.
“뭐하게? 뭔 구경거리 난 게 아이다! 썩 가라 안 카나!”
그때 은동의 뒤에서 따라오던 오엽이가 샐쭉해져서 쏘아붙였다.
“이분은 나이는 어리지만 의원 나으리라구요! 도와주려고 하는 건데 왜 그러는 거예요!”
“의………… 의원? 하! 말대가리에 뿔이 났으면 났지, 젖비린내도 안 가신 꼬마가 무싱 의원이가? 하하 하・・・・・・.”
“정말이에요! 이분이 바로 전라좌수사 어른의 병을 돌보고 있는 용한 의원이시라구요! 7대째 내려오는 가문의 수재인데!”
오엽은 무시당한 것이 분하다는 듯 목소리를 높였 다. 순간 그 남자는 전라좌수사라는 말이 나오는 것 과 동시에 분주히 움직이던 손을 딱 멈추었다.
“뭐라꼬? 그게 정말이가?”
“왜 할 일 없이 거짓말을 하겠어요! 의심나면 좌수영 가서 아무에게나 물어 보라구요! 여러분 병이 걱정되어서 와 주신 건데……”
그러자 그 거친 경상도 사내는 갑자기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은동은 깜짝 놀라 뒤로 물러서려 하는데 오 엽이가 뒤를 탁 막았다. 오엽이의 부드러운 몸이 등 에 닿자 은동은 다시 더 찔끔 하면서 다시 앞으로 나가 사내를 일으키려 했다.
“아저씨, 왜 그러세요!”
“내사 마 죽을 죄를 졌구마! 용서해 주이소! 제발 부탁이니 우리 가이 (여자아이) 좀 살려주이소!”
애꾸눈 사내는 은동의 옷자락을 잡고 펑펑 울기 시 작했다. 은동은 자신이 없었지만 사내가 이끄는 대 로 초라한 움집으로 들어섰다. 풀과 잔가지를 얻기 설기 엮은 움집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는 듯, 풀냄새가 진동을 했다.
그 안에는 바싹 마른 한 명의 아낙네가 있었고 은동보다도 더 어린, 조그마한 꼬마아이가 앓고 있었다. 사내는 은동의 옷자락을 잡으며 눈물을 흘렸다.
“우리 가이, 늘그막에 본 하나뿐인 자식이구마. 여 역에 걸려 다 죽어 가는데, 난리 통에 눈까지 빼불 코 도망나온 놈이 무슨 수가 있겠심꺼? 제발 살려 주이소. 제발 우리 가이 좀 살려주이소.”
은동은 불쌍한 마음에 도저히 그 남자의 청을 거절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시 귀에 들어 있는 의원의 귀신을 불러내어 진맥을 맡겼다. 그러는 사이 의원 이 왔다는 소리에 많은 난민들이 달려왔고 저들끼리 병자를 보이려고 난리를 쳤다.
만약 오엽이가 재빠르고도 야무지게 사람들을 줄을 세우고 순번을 정하지 않았다면 거의 움집이 무너졌 을 터였다. 오엽이는 나이답지 않게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당당하게 외쳐댔다.
“의원 나으리는 다 도와주실 거예요! 그러니 밀지 좀 말라구요! 저기 아줌마! 새치기하지 마시구! 줄 을 서요, 줄을! 염려 말아요!”
그 소리를 듣고 은동은 멍해졌다. 아무리 의원귀신 의 도움을 받고 있어도, 도대체 어떻게 그 많은 환 자들을 볼 수 있을까 싶어 자신이 없었다.
은동이 얼른 손짓을 해서 오엽이를 부르자 오엽이가 냉큼 달려왔다.
“..예? 부르셨사와요?”
“너…… 어쩔려구 그래?”
“아아니, 의원 어르신이 환자가 있으면 보아주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으음…… 그건 그렇지만…….”
“설마………… 힘들고 귀찮다고 안 봐주시려는 건 아니 겠지요?”
은동은 그렇다고 오엽에게 자신은 실력도 뭣도 없는 가짜 의원이라는 것을 밝힐 수도 없어서 말조차 못 하고 있는데, 귓가에서 의원의 귀신이 말을 걸어왔 다.
– 염려 말아라. 나도 이제 한을 풀겠구나. 염려 말고 다 보아준다고 하려무나.
‘한이라뇨?’
– 아무 말 말고 그냥 한다고 하려무나. 내 소원이기도 하다.
은동도 어려운 사람들을 나 몰라라 할 몰인정한 아 이는 아니었으므로 그러겠다고 오엽에게 고개를 끄 덕여 보였다. 오히려 조금은 자신감도 생기고 조금 이나마 남을 도울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기도 했다.
은동이 허락하자 오엽이는 뛸 듯이 기뻐하며 호들갑 을 떨었다.
“고마워요! 정말 고맙고, 장하세요! 내가 사람은 틀림없이 봤어!”
“뭐라구?”
“아니에요. 쇤네는 나가볼게요!”
오엽이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쪼르르 달려나가 다 시 사람들에게 소리를 쳤다. 은동은 다시 애꾸눈 사 내의 딸을 진맥하였는데 의원 귀신이 말했다.
– 이 아이는 여역은 아닌 것 같네. 다행이야.
‘다행이네요. 그런데 치료는 어떻게 하죠?’
– 이 아이의 병은…… 음…… 공연히 설명해야 소용없겠고, 자네 삼(蔘)을 가지고 있지?
‘네. 이장군님께 쓰고 아직 세 뿌리가 남았는데요?’
– 그것을 두 냥쭝만 잘라내어 아이에게 하루에 닷 푼쭝씩 달여 먹이도록 하게. 다른 약재가 있으면 좋
겠지만 워낙 좋은 산삼이니 그것만으로도 융통이 될 터이니.
은동이 그 말을 듣고 선뜻 품에서 커다란 산삼을 꺼 내자 애꾸눈 사내는 기겁할 듯 놀랐다.
“그…… 그……… 그기 산…… 산삼 아이가?”
“네. 다행히 여역은 아니니 염려는 하지 마세요.”
은동은 태연히 대답한 다음 산삼을 대강 두 냥쭝으 로 잘라 선뜻 사내에게 내밀었다.
“넷으로 나누어서 하루에 한 토막씩 달여 먹이세요. 다른 약재가 없어서………… 그것만으로도 나을 거예 요.”
그러자 애꾸눈 사내는 기겁을 하며 손을 내저었다.
“그…… 그 귀한 것을 어찌 받겠소? 그만두이소! 못 받심더!”
“왜요?”
“우린 암 것도 없고…….”
사내가 말끝을 흐르자 은동은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약값 같은 거 안 받으니 염려 마시고, 잘 달여 먹 이기나 하세요.”
은동은 남자의 손에 산삼 토막을 쥐어주고 움집을 나섰다. 그러자 갑자기 그 남자는 ‘우아아!’ 하며 통곡을 하며 우는 것이었다.
그러자 은동도 놀라고 다른 사람들도 무슨 일인가 하여 안을 들여다보았다. 느닷없이 그 애꾸눈 사내 가 은동에게 달려와서 수없이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했다.
“내… 내……. 이날 입때꺼정 살면서… 이런 은 혜를 받아본 적이 없다 아이가…………… 양반님네며 벼슬 아치며 전부 우리 같은 무지렁이들 벗겨 먹을 줄만 알았는데… |・・・・・・・ 고맙심더! 고맙심더!”
은동은 어쩔 줄 모르고 난처하여 얼굴이 벌겋게 되 어 그러지 말라고 했지만 애꾸눈 사내는 막무가내였 다. 그러자 주변사람들도 감탄하며 은동을 칭송하였다.
“저 귀한 산삼을 선뜻 내어주다니… ……보통 의원이 아님세!”
“저거 한 뿌리면 우리 같은 것들 백 명 목숨은 살
거여. 아이고.”
“나도 어떻게 조금 얻을 수 없을랑가 몰라?”
“예끼, 이 사람! 약은 병고치는 데 써야제. 자네 같 은 팔자에 그거 먹고 만수무강한다고 뭐 좋은 꼴 보 겠는감? 죽어라 고생만 더 하는 것이제!”
“좌우간 우리가 잘 왔어! 잘 왔어! 이수사님은 우 리한테 아무 대가도 없이 곡식도 주고 피복도 주니 그런 어지신 나으리가 없고, 이런 의원 나으리도 있고……………. 여기가 사람 살만한 곳이구먼!”
이순신의 칭송이 섞여 들리자 은동은 조금 궁금해졌 다. 그래서 잠시 들어보니 이순신이 난민들을 위해 애쓰고 있다는 이야기가 저마다의 입에서 나왔다.
이순신은 왜선들을 노획하고 격멸시키는 동안 막대 한 군량과 물자들을 얻을 수 있었다. 그런데 이순신 은 그것을 일차적으로 난민들과 백성들을 위해 나누 어주는 데 사용한 것이다. 탐관오리 같았으면 자기 몫으로 돌렸? 것이고, 보통 사람이었다면 조정에 헌 상하는 데 최우선으로 두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군비에 소용되는 물건을 제외하고 는 일차적으로 난민들과 백성들을 우선으로 했던 것 이다. 이는 이순신의 인격을 그대로 보여주는 증거 였다. 사실 이순신은 이후 이 일 때문에 곤욕을 치 르게 될지도 모른다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순신은 나중에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당장 눈앞에서 고통받는 난민들을 그냥 두고볼 수 없었던 것이다.
덕분에 난민들은 적어도 전라좌수영 관할 지역으로 오면 굶어 죽을 걱정은 없다하여 그 소문을 듣고 수 백리 밖에서부터 모여드는 판국이었다. 이미 돌산도 에만 백여 호에 가까운 가구들이 이주하여 있었으니 말이다.
좌우간 은동은 그날 밤 늦게까지 수십명의 환자들을 돌보아야 했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끝이 없었다. 원 래 난민들은 거의 대부분이 상처입고 다치고 굶주려 병든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모두가 병자라고 해도 과 언이 아니었다.
결국 은동이 지니고 있던 산삼 세 뿌리는 어느 결에 없어져 버렸다. 더 이상의 약재는 없었다. 약이 있 어야 치료를 할 수 있기에 은동은 잠시 뒤켠으로 가서 을척을 꺼냈다.
‘어떻게 쓰지? 흠..
생각을 하다가 은동은 을척을 땅바닥에 탁탁 두들겨 보았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은동은 다시 을척을 휘둘러도 보고, 손으로 쳐보고, 나무에 도 두들기고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은동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 멍하니 을척을 들 여다보는데 어디선가 탁탁탁 하는 소리가 세번났 다. 어디서 나는 소리인지 몰랐으나 은동은 그냥 을 척을 손바닥에 대고 연달아 세 번을 두들겨 보았다.
그러자 별안간 은동의 눈앞에 커다란 덩치의 도깨비 가 나타났다. 힘이 무척 센 것 같았지만 조금 모자 란 듯한 얼굴에, 이를 무섭게 드러냈으나 어딘가 웃 고 있는 것 같아 그리 무섭게 생기지는 않은 몰골이 었다. 팔이 길어 땅에까지 내려올 것 같은데 다리는 둘이었고 키는 아홉 자가 넘었다.
은동이 도깨비를 보고 조금 질린 표정을 짓자 도깨비는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해드려유?”
주변에 몇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먼발치로 보이자 은동은 당황했지만 도깨비는 다시 히죽 웃으며 말했 다.
“보통 사람은 제가 안 보여유. 어떻게 해드려유?”
그러자 은동은 몇 번 헛기침을 하여 마음을 가라앉 힌 뒤 말했다.
“약을 좀 구해와.”
“약이라니유?”
“약재 말야. 약 몰라?”
“무슨 약을유?”
“모조리 가지구 와. 되는 대루.”
“어디서유?”
은동은 답답해졌다.
“네가 알아서 만들면 될 거 아냐? 신통술 없어?”
그러자 놈은 더더욱 바보같이 헤벌쭉 웃었다.
“그런 신통술이 있으면 도깨비 하겠시유? 어디서 훔쳐라두 올까요?”
“음….. 아니. 그건…… 음, 훔치는 건……”
은동은 머리를 긁적이다가 문득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넌 도깨비니까 순식간에 멀리도 갔다올 수 있지?”
“그려유.”
“그럼 한양에서 아무 데건 가장 큰 의원에서 약장을 통째로 떼어 오라구.”
“알았시유. 통째루 지구 올게유.”
아무래도 이 도깨비도 그리 똑똑한 편은 못 되는 것 같았다. 은동은 그래서 속으로 생각했다.
‘도깨비들이 다 그렇지, 뭐. 그러니 맨날 속기만 하 고 씨름해도 이기지도 못하지. 저 도깨비도 왼다리 가 흔들흔들하는 것이 외다리인데 가짜로 다리 모양만 만든 것 같구나. 씨름해서 반대 다리만 걸면 나 도 이기겠다.’
도깨비를 부리는 것이 재미있기도 하여 잠시 쓸데없 는 생각을 하다가 은동은 지금 그럴 때가 아니란 것 을 깨닫고 얼른 소매에서 화수대를 꺼내 주었다.
“가만, 여기다가 넣어오면 될 거야. 여긴 아무리 큰 물건이라도 다 넣을 수 있단다.”
그러자 도깨비는 상당히 놀라는 것 같더니 은동에게 넙죽 절을 했다. 은동이 어려 보이기는 하지만 그런 물건을 가지고 있으니 도력이 굉장한 줄 안 모양이 었다. 그리고 도깨비는 곧 사라져 버렸다.
은동은 재미있기는 했으나 커다란 도깨비와 말을 하 니 식은땀이 흘렀다. 조금 있으려니 도깨비가 다시 나타나서 은동에게 화수대를 넘겨주고 다시 사라져 버렸다. 은동은 화수대에 손을 넣어 보았다. 그러자 재미있게도 약장의 모양이 잡혀졌다.
의원귀신은 좋아하면서 은동의 손을 조종하여 약을 마음껏 꺼내 보였다.
– 됐다. 이 정도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약을 지어줄 수 있겠구나.
은동은 그날 밤을 꼬박 새고 다음날이 될 때까지 한 숨도 자지 못하고 사람들을 돌보아 주었다. 은동이 품에서 약을 펑펑 꺼내어 주었지만 사람들은 하나씩 들어와 진맥을 받았기 때문에 의아하게 여기지는 않 았다. 그저 오엽이가 조금 이상하게 여기는 것 같았 지만, 오엽은 은동을 원래 도사라 알고 있었으므로 별다른 내색은 하지 않는 듯했다.
마침내 백여 명이 넘는 사람에게 약을 지어주고 처 방을 적어준 다음에야 은동은 좌수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돌아오는 길에 오엽이 은동에게 물었다.
“어떠세요? 피곤하시지요?”
“너야말로 피곤하겠구나.”
“괜찮아요. 어때요? 사람들을 구하니 기분이 좋으시지요?”
“아니… 전부 구한 건 아니잖아…….”
은동은 실제로 마음이 무거웠다. 대부분의 병자들은 치료가 되었다. 의원귀신은 실로 놀라운 기술을 보 였으나 그로서도 원인조차 모르는 여역만은 손댈 수 가 없었다. 여역 환자는 모두 일곱 명이 있었는데, 대부분이 심한 중증이어서 손 댈 방법조차 없었다.
오히려 은동은 자신이 고쳐준 백여 명의 사람들보다도 그 일곱 사람이 마음에 걸려 가기 전보다 더 마음이 무거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것은 의원귀신도 마찬가지였다.
오호라, 방도가 없구나. 병인을 모르니 손을 쓸 수가 없구나. 손을 쓸 수가 없어…………….
“여역은 손을 쓸 수가 없어. 일단 다른 사람이 접촉 하지 못하게 먼발치에 격리하라 했지만………… 그뿐이 야. 어떻게 하지?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지? 난 정 말 너무 아는 것도 없고, 할 줄 아는 게 아무 것도 …….”
그러자 오엽은 가볍게 웃었다.
“의원이 아무리 용해도 인명은 재천이고 죽지 않는 사람이 없는 법인데, 세상 일 모두를 나으리가 짊어 져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많은 사람을 고쳐준 것이 어디에요?”
“그건 그렇지만……………”
은동은 속으로 세상일 모두를 짊어졌는데 어떻게 하 느냐고 한숨을 쉬었다. 사실 난리와 생계의 운명은 은동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할 진대 은동은 전혀 자신이 없었다. 다시 전쟁통에 나 간다면 자신이 움직일 수 있을까? 제대로 손을 쓸 수 있을까?
은동은 전에 이덕형을 매국노로 잘못 알고 죽이려 했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저승으로 오락가락하면서 죽는다는 것을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실제로 죽음이란 당하는 자들에게는 너무나 큰 것이었다. 더구나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면 너무 도 슬프고 주체하기가 힘겨웠다.
죽음을 앞두고 앓고 있는 사람들을 보았을 때, 또한 그 사람들과 주변 사람들의 삶에 대한 열망을 보았을 때, 은동에게는 장난같이 여겨왔던 죽음이 예전 보다도 더 크게 다가왔다. 하물며 그 수많은 죽음들 이 얽혀 있는 난리라면……….. 그리고 그에 자신의 역 할이 그리도 큰 것이라면…………
‘왜 하필이면 나야? 난 이해할 수 없어. 그리고 두 려워…………. 도망치고 싶어…… 아, 도망치고 싶 다・・・・・・.’
은동은 숙소로 돌아와 잠에 빠져들면서도 계속 중얼 거렸다. 그리고 자신은 몰랐지만 줄곧 잠꼬대를 해 댔다.
그렇게 은동이 잠든 방문 앞에는 밤새 작은 여자아 이의 그림자가 떠날 줄을 몰랐다.
한편 태을사자는 계속 여역의 흔적을 좇아 병의 근 원을 찾아 올라갔다. 그런데 여역의 근원이 되는 놈 은 금강산 안으로 들어가 버린 것 같았다.
‘추적당하는 것을 눈치챘나 보구나. 그렇다면 내가 쫓아간 녀석이 바로 역귀일 것이다.’
만약 태을사자가 추적한 것이 단순히 병균을 지닌 자였다면 태을사자를 의식하여 숨을 필요도 없는 것 이 아니겠는가? 비록 일만이천봉으로 일컬어지는 금강산의 안에 놈이 숨어 버렸지만 차라리 멀리 도 망친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불현듯 스 쳤다. 태을사자는 곧 염왕령을 발동하여 수십명의 저승사자를 풀어 금강산 주변을 포위하고 안을 샅샅 이 뒤지도록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