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175화
세 명의 마법사들이 기력을 되찾을 때까지 텔레포트 된 곳에서 쉰 이드들은 다행이 어두워지기 전 산을 내려갈 수 있었다. 힘들다면 힘들고 힘들지 않다면 힘든지 않은 전투를 마치고 돌아온 사람들은 대충 저녁을 때운 후 각자의 침대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버렸다.
단 절영금에게 붙잡혀 석부와 던젼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야 했던 제갈수현과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 각국의 가디언 대장들만은 침대에 몸을 뉘이는 일을 뒤로 미루어야 했다.
하지만 그들의 머릿속을 헤집고 있는 마족인 보르파와 그가 가져간 강시, 그리고 보르파에게 이 일을 시킨 인물에 대한 생각으로 자리에 눕더라도 쉽게 잠을 이루진 못 할 것 같았다.
“왠지 여기 일도 상당히 복잡해 질 것 같지?”
이드는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정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분명 지나가는 사람이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미친 사람이 중얼거릴 듯 보일 것이다.
하지만 이드에겐 자신의 중얼거림에 답해줄 확실한 상대가 있었다.
‘아무래도…. 그 보르파는 누군가의 명령을 받은 거니까요. 그리고 그에게 명령을 내린 사람은 고대에 봉인이전의 시대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는 사람이겠죠. 타카하라란 사람 같은 부하들도 있을 테구요.’
마음속으로 라미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그녀 옆에는 저번과 같이 신우영이 누워 있을 것이다.
“아아…. 미치겠다. 나한테 뭔 재수가 붙어서 가는 곳 문제가 생기는 거야. 도대체가. 앞으로도 보르파 녀석과 얼굴을 텃으니, 어떻게든 관계될 테고…”
신세 한탄을 해대던 이드는 베개에 얼굴을 묻어 버렸다. 정말 살이라도 낀 게 아닐까?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이런 일인지.
‘설마요. 이드님께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저희가 좋지 않을 때 나타나는 거예요. 또 이드님이 능력이 있어서 그런 거잖아요. 그러니까 이드님답게 좋게좋게 생각하세요.’
이드는 투덜대는 자신을 달래려는 라미아의 말에 베개 속에 묻은 입가로 빙긋 미소를 띠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이미 일어난 일, 막을 수 없는 일, 복잡하게 생각할 건 없는 것이다.
“그래, 네 말 대로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앞으로 꽤나 힘들게 돌아다니게 될지도 모르는데 말이야. 네가 검일 때는 내 허리에 달랑 달려 편하게 다녔을지 몰라도 인간으로 변해버린 이상 하나하나 걸어 다녀야 할 걸….”
‘헷, 그래도 상관 없어요. 힘들면 이드님께 업혀 다니면 되죠 뭐.’
“하하핫…. 그래, 그래… 그런데… 우리 이제 어떻하지?”
말뜻이 확실치 않은 이드의 말에 라미아가 의아한 듯이 물었다.
‘어떻하다뇨?’
“아무래도 이대로 한국에 돌아갔다간 꼼짝없이 붙잡혀서 가디언이 될 것 같거든. 이번에 네 마법 실력이 드러났잖아. 모르긴 몰라도 네가 해보인 플레임 캐논을 사용하는 마법사는 한국에도 그리 많지 않을걸… 그런 너를 그냥 두겠냐?”
이드의 말에 라미아는 뭔가를 생각하는지 잠시 조용했다.
확실히 지금같이 몬스터가 나타나는 상황에선 힘 있는 사람을 붙잡으려는 것은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레센의 제국에도 매이지 않았던 이드였다.
‘뭐… 생각해 놓은 게 있는 것 같은데요. 그렇게 말하는 걸 보면.’
이드는 그 말에 빙긋 웃었다.
저녁을 먹고 멍하니 누워 있다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것뿐이었지만 그것도 생각이라면 생각이다. 잡생각.
“뭐, 그냥…. 어차피 우리가 가이디어스에 있었던 것도 지금의 세계에 대해서 배우기 위해서였잖아. 그리고 지금은 웬만한 일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래서 말인데, 한 곳에 머물러 있거나, 가디언이 되는 것보단 이곳저곳을 돌아다녀 보는 게 어떨까 싶어.”
‘… 그럼 갈 곳은 있으세요?’
이드의 의견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조금 말을 끄는 라미아였다.
하지만 특별히 반대하지도 않았다.
지금 상황이 맘에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드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마음에 든다고 해서 이드에게 안주하자고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드가 간다면 어딘들 따라가지 못할까.
“아니, 정해놓은 곳은 없어. 네가 제일 잘 알겠지만 우리가 갈 곳이 어디 있냐? 하지만 돌아다니면서 엘프나 드래곤을 찾아 볼 생각이야. 그들을 찾아 이곳이 봉인된 이유도 물어보고, 혹시 그레센이나 중원으로 돌아갈 방법도 찾아보고. 어쨌든 가만히 앉아 있는 것 보단 낫겠지.”
‘알았어요. 하지만, 우선은 한국으로 돌아가야 돼요. 연영언니하고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는 해야 되니까요. 또 외국으로 다니기 위해 필요한 그거… 어, 비자라는 것도 발급 받아야 되니까요.’
“그래, 나도 당장 따로 움직이겠다는 건 아니니까. 아… 그만 자자. 푹 쉬어야 낼 돌아갈 거 아냐. 잘 자. 라미아.”
‘네, 이드님도 좋은 꿈 아니, 제 꿈 꾸세요.’
“…. 네가 놀러와.”
이드는 빙긋 웃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는 다음날 그 말을 한 것을 후회했다. 영혼으로 이어진 라미아인 만큼 정말 꿈의 세계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것도 혼자서 결정을 내린 데 대한 은근한 불만을 품고서 말이다.
그렇게 다른 사람과 달리 오히려 피곤한 얼굴로 아침을 맞이한 이드를 포함한 각국의 가디언들은 전통 중국식으로 아주 푸짐한 아침 식사를 마치고 각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를 수 있었다. 문옥련 나름대로의 수고 표시의 음식이었다. 하루 동안이지만 꽤나 얼굴이 익은 일행들은 비행장에서 정이 느껴지는 인사를 나누며 각자의 비행기에 올랐다. 다만 영국 측의 비행기가 출발할 때 메른이 이상한 반응을 보였다는 대대한 이유를 아는 것은 일부의 인물들뿐이었다.
“그럼, 다음에 찾아뵐게요. 이모님.”
이드는 한국으로 향하는 비행기 앞에서 자신의 손을 보듬어 쥐어주는 문옥련을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래, 언제든지 찾아오너라. 하남의 양양에서 검월선문(劍月鮮門)을 찾아오너라. 만약 그곳에 없다면 중국의 가디언 본부 어디서든 날 찾으면 될 거야.”
“네, 그럴게요.”
이드는 그녀에 이어 제갈수현과도 인사를 나누고 비행기에 올랐다. 원래 자신의 고향이자 집인 중원에 손님처럼 와서 친인을 만들고 가는 기분은 상당히 묘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런 기분도 잠시였다. 어제 밤 꿈에 찾아온 라미아 때문에 못다 잔 잠을 자는 게 더욱 급했던 이드는 앉았던 의자를 뒤로 한껏 넘겨 사르르 잠들어 버렸다.
하.지.만. 이드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바로 뒷자리에 앉은 사람이 라미아란 것을. 아마 이번에도 편안하게 자긴 틀린 것으로 보이는 이드였다.
“자, 모두 여길 주목해 주길 바란다. 여러분께 새로운 대원을 소개하게 되었다. 여러분들도 한번씩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이번에 새로 가디언이 된 이드군과 라미아양이다. 모두 박수로 맞아 주도록.”
엄청난 속도로 이어지는 일들에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던 이드와 라미아는 자신들에게 쏟아지는 남녀 가디언들의 환호와 박수 소리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대, 대체…. 왜 우리가 여기 서 있는 거야!!!!”
처량하게 울리는 이드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그 목소리는 환호와 박수 소리에 묻혀 옆에 있는 라미아에게 밖에 들리지 않았다.
두 사람이 이 자리에 서 있게 된 이유는 오늘 아침에 불쑥 찾아온 염명대의 대원들 때문이었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사일. 중국에 도착할 때와 마찬가지로 해가 지고 나서야 한국에 돌아온 이드와 라미아는 고염천으로부터 가디언이 되라는 제의를 다시 받았었다. 하지만 이미 라미아와 상의… 라기보단 자신이 결정한 바가 있던 이드는 전날 라미아와 이야기했었던 내용을 조금 비쳐 보이며 그 제의를 거절했다.
그리고 밤늦게 들어온 자신들을 반갑게 맞아주는 연영에게도 다음날 자신들의 생각을 전했다. 두 사람의 생각을 들은 그녀는 상당히 걱정스런 표정으로 이드의 의견을 반대했지만, 전혀 굽히지 않는 이드와 라미아의 모습에 결국 승낙하고 말았다. 그녀가 생각하기에 두 사람의 실력 정도라면 큰 위험은 없을 거란 생각에서였다. 그렇게 누나이자 선생님의 입장에서 허락을 내린 그녀는 그 길로 은행에 들려 해외에서도 사용이 가능한 두 장의 신용카드를 만들어 왔다.
여행 중에 가장 필요한 것이 돈인 만큼 두 사람이 어디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온 것이었다. 이왕 보내주기로 허락한 것 꼼꼼히 챙겨주자는 생각이었다.
그 후 이드와 라미아는 처음 가이디어스에 들어올 때와 마찬가지로 교무실을 찾아갔다. 가이디어스를 나가는 일 때문이었다. 임시지만 선생이고 학생인 만큼 함부로 가이디어스를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부학장이 그들을 상대했다. 학장인 소요노사는 이것저것 맡고 있는 것이 많아서 자주 자리를 비우는 탓이었다. 그렇게 바쁘게 이것저것 준비한 후, 신분증과 비자가 나오길 기다리던 중 갑자기 들이닥친 염명대의 대원들에게 영문도 모른 채 거의 반 강제로 끌려온 것이었다. 그리고 들은 말이 자신과 라미아가 가디언으로 등록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환영받는 분위기에 따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우선은 장단을 맞춰주기로 한 두 사람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소개가 끝나고 서로 간에 대화가 오고갈 때쯤. 이드는 고염천을 시작으로 염명대의 대원들을 끌고 회장의 한 구석으로 피해 지금 상황에 대해 따지고 들었다. 우선 맞장구를 쳐주긴 했지만, 일방적인 지금의 상황은 썩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드였던 것이다. 하지만 정작 고염천 등은 전혀 찔리는 게 없다는 표정으로 빙글거릴 뿐이었다.
“아, 아….. 진정해. 다 너희들 좋으라고 한 일이니까. 너무 그렇게 열 내지 마.”
“손영형. 말은 똑바로 하자구요. 이게 어디 도와주는 거예요? 분명히 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아무런 상의도 없이 강제로 가디언으로 임명하다니…. 저희들은 따로 계획이 있다니까요. 그러니까 그렇게 웃지만 말고 설명을 해줘요!”
이드는 자신의 말에 여전히 빙글거리는 남손영의 모습에 발끈해 높아지려는 목소리를 겨우 눌렀다. 괜히 큰소리를 내다 좋은 분위기를 망치고 싶은 생각은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 옆에 있던 이태영이 말을 꺼냈다. 직선적이고 빙 둘러서 이야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만큼 빙글빙글 거리는 남손영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저 형 말이 맞아. 너희들이 가디언이 된 건 말 그대로 그냥 이름뿐이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원래 너희들이 새운 계획대로 돌아다니면 돼.”
“…. 이름뿐이라뇨?”
라미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초롱초롱한 눈초리로 이태영을 바라보았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이태영은 슬쩍 붉어지려는 얼굴에 시선을 돌리며 답해 주었다.
“말 그대로 이름만 올려놓는다는 거다. 뭐, 우리 일을 두 번이나 도와 준 대대한 선물이라고 보면 맞을 거야.”
“선물이요?”
“그래. 언뜻 들으면 이게 뭔 선물이 되나 생각되겠지만, 생각 외로 많은 도움이 될 거다. 우선은 어떤 일에 휘말릴 경우 확실한 신분 보장이 된다는 거. 그리고 너희들 비자 신청해 두었지? 하지만 가디언으로 등록되어 있으면 그것도 필요 없어. 어떤 곳에 가서든 신분만 밝히면 바로바로 무사 통과지. 그 외에도 몇몇 경우에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니까. 뭐… 비밀이긴 하지만, 내 경우엔 주차 위반 딱지를 무효화하는데 사용하… 커헉!!… 우씨, 왜 때려….. 요?”
신나게 말을 이어가던 이태영은 뒤통수에 가해지는 묵직한 충격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그 곳에 서 있는 고염천의 모습에 슬쩍 꼬리를 말았다.
“몰라서 묻냐? 참나, 뭐? 가디언 신분을 이용하면 뭐가 어쩌고 어째? 이놈아! 애들한테 가르칠 걸 가르쳐라. 뭐, 끝말이 좀 빗겨나갔지만, 어쨌든 그 말 대로다. 확실히 움직이는데 가디언이란 신분이 도움이 될 거란 얘기지. 대신….”
이태영의 설명에 불만 어린 표정을 완전히 풀고 있던 이드는 뭔가 꼬리를 붙이는 듯한 고염천의 말에 싫은 표정을 역력히 드러내며 투덜거렸다.
“설마 선물이라면서 조건을 붙이는 거예요? 째째하게….”
“조건이랄 건 없고. 당부라고 할 수 있는 건데…. 너희들이 가디언이란 이름을 받은 만큼 주위에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도움을 주란 말이다. 그리고 혹시나, 너희들이 필요할 경우 손을 빌려달란 말이지. 이 정도면 조건이랄 것도 아니잖아?”
동의를 구하는 고염천의 말에 마주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확실히 조건이랄 것도 없었다. 어차피 눈에 뛰는 곳에서 도움을 줘야 하는 일이 생긴다면 자연히 나서게 될 일이니 말이다. 좌우지간 황당해 하던 일이 오히려 좋게 풀려지자 세이아가 두 사람의 일정에 대해서 물어왔다.
“그런데, 두 사람. 첫 목적지는 어디에요? 어디로 정했어요? 국내? 아니면 해외?”
이드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흘 동안 짐만 싸며 방에서 빈둥거린 것은 아니기 때문이었다. 비자를 기다리며 지도를 펼쳐든 두 사람이 목적지로 꼽은 곳은 유럽. 그 중에서도 영국과 그 주변 지역이었다. 원래 그 쪽에 요정에 관한 이야기와 숲이 많기에 혹시나 엘프가 있을까 해서였다. 또, 드래곤을 찾기 위해 이드가 그래이드론의 드래곤 하트를 반응시키고 있을 때 그래도 잠깐이지만 드래곤의 기운이 느껴진 곳이기도 했던 때문이었다.
“우선 유럽 쪽으로 가보려구요. 옛날 이야기도 그렇지만 요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곳이 영국이 있는 유럽 쪽이니까요.”
“영국이라… 과연. 그 말 대로지. 더구나 아름답기는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낭만과 기사도와 안개가 있는 나라. 확실히 일 때문이 아니더라도 한번은 가볼 만한 나라야.”
이드의 말에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과거의 영상을 되새기는 딘의 말이었다. 아마도 그는 영국에 가본 경험이 있는 듯했다. 어쨌든 그 말을 시작으로 두런두런 이야기가 시작되어 회장의 즐거운 분위기에 편승해 갔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길 얼마였을까. 오랜만에 가디언들이 즐겁게 시간을 보낸 이드와 라미아의 가입 축하 파티가 끝나자 올 때와 마찬가지로 염명대가 두 사람을 기숙사까지 데려다 주었다. 그리고 기숙사 앞에서 그들은 다시 한번 조촐한 이별의 인사를 나누었다. 염명대가 이틀 후부터 임무를 받아 다른 곳으로 파견되기 때문에 이번 자리를 빌어 인사를 나눈 것이었다. 밝은 분위기로 작별한 이드와 라미아는 기숙사로 돌아와 비자 발급 신청을 취소시켰다. 고염천의 말대로 가디언으로서의 신분이 있기 때문에 비자가 필요 없기 때문이었다.
차라라락…..
방문 열쇠를 거실 한쪽에 생각 없이 던져버린 이드는 한쪽 벽에 편하게 기대앉으며 길게 기지개를 켰다.
“으음… 이거 염명대 대장님들 덕분에 여행이 상당히 편해지겠는걸. 가디언이라는 신분에 그렇게 편하게 작용할 줄은 몰랐는데 말이야.”
천정에 시선을 고정시킨 이드에 어느새 냉장고에서 차가운 음료를 꺼내 들고 온 라미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예요. 저흰 생각도 못한 일인데, 염명대 분들이 상당한 편의를 봐주신 것 같아요. 그럼, 이틀 후에 출발하는 거예요? 가디언의 신분증이 그때 나온다고 했으니까…..”
“응, 꿀꺽…. 꿀꺽….. 그럴 생각이야. 어차피 가기로 한 것 빨리 빨리 움직여야지. 그나저나 여기 한잔 더 줘.”
한번에 음료수를 모두 마시고 다시 잔을 들어보이는 이드의 모습에 라미아가 익숙하게 그 잔을 받아 채워주었다.
“여기요. 그럼, 이틀 뒤에 배가 있는지 알아 봐야겠네요. 배가 없으면 이틀 뒤에 출발하더라도 별 소용이 없으니까요.”
라미아는 그렇게 말하며 거실 한쪽에 귀여운 모양의 전화와 함께 놓인 작은 안내책자를 바라보았다. 그 책의 표지엔 커다랗게 배의 사진과 함께 국내외 운항이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 와이번 등의 비행형 몬스터 때문에 가디언의 임무시를 제외하고 운항하지 않는 비행기 때문에 국가 간의 운항에 거의 배가 사용되고 있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드와 라미아 역시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