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덤 이미지

이드 2부 – 511화


947화

토벌에 참가한 두 가지 목적 중 하나의 마무리를 위한 최종 조정을 위해서다.

마탑의 힘을 한번 꺾어 길들이는 것이 첫째인데, 토벌은 이미 막바지로 마무리되어 가고 있으니 그냥 두어도 알아서 달성될 터. 남은 한 가지는 오 조에 몰아넣은 초인파의 힘을 꺾어 놓는 것이었다.

‘발터 그놈도 이번 기회에 무조건 처리해야지.’

무뚝뚝하고, 고집 세고, 초인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한 발터는 소드 팰러스 입장에서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 아닐 수 없다.

모이엔은 자신과도 종종 큰 의견 충돌이 있었던 발터가 사라진다면 속이 다 시원할 것 같았다. 특히 초인이라는 프라이드가 강한 인물이 마탑의 실험체가 된 꼴을 상상할 때면 파르르 떨리면서 올라가는 입꼬리를 원위치시키기가 힘들 정도다.

이번에도 그랬던 모양인지, 통신구를 통해 마주하고 있던 정신의 관 부관주 해더웨이가 말했다.

-웃으시는 걸 보니 우리 준비가 만족스러운 모양입니다.

“크흠. 그렇소. 완벽하다 말할 순 없지만, 충분히 만족할 만하오.”

-이후에 오실 존 워스 님도 만족하실 것 같다는 말입니까?

이후에 오실 존 워스 님이라. 지금 그분이 한쪽에 앉아 이 대화를 듣고 있다는 것을 알면 어떤 표정을 할까?

문득 입이 간질거렸다.

“제가 아는 존 워스 님이라면 그러실 겁니다. 그리고 그분은 철벽의 검왕이십니다. 만족스럽지 않아도, 완벽하지 않아도 본인이 직접 완벽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으신 분이지요.”

자신감을 표현하며 가볍게 고개를 들어 힐끗 바라본 존 워스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깃들어 있다. 모이엔은 몰래 성공을 외쳤다. 자고로 이런 노골적인 아부는 자연스러워야 하는데, 잘 먹힌 것 같지 않은가.

-그럼 사냥에 대한 최종 조율은 이것으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마치기 전에, 여전히 암살 기사에 대해 조사된 것은 없습니까?

이야, 이번엔 정말 위험했다. 모이엔은 반사적으로 돌아가는 눈을 숨기기 위해 질끈 눈을 감았다.

존 워스가 벌써 도착해 있다는 것을 알아도 놀라겠지만, 그 존 워스가 암살 기사로 벌써 던전에 들어갔다 왔다는 것에 비하면 놀랄 일도 아니다. 얼마나 놀랐으면 토벌대가 조직된 후 한 번도 먼저 연락한 적이 없던 마탑에서 지급으로 연락을 했을까. 그때 처음으로 가면 같던 해더웨이의 얼굴이 일그러진 걸 봤다.

“없소. 토벌대 내부에서는 완벽하게 마탑의 기사로 판단 내리고 있을 뿐이오. 그리고 솔직히 나도 헷갈리는 입장이고.”

-합리적인 의심과 추론입니다. 그러나 마나에 맹세코 그는 마탑의 기사가 아닙니다. 경이 기분 나빠할 수 있지만, 저희 측에서는 오히려 세 분 검왕 중 한 분을 의심했습니다. 수백 초인 기사단을 상대로 싸울 수 있는 강자는 많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오. 당시 암살 기사는 초인기를 사용했으니까.”

-그게 가장 큰 문제지요.

바로 그 때문에 해더웨이와 마탑에서도 암살 기사의 정체를 밝히는 것을 쉽게 단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기사로서의 실력은 다양한 가설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보였던 초인기는 다르다. 초인기를 사용했다는 것은 초인이거나, 마탑에서 만든 아티팩트를 사용했다는 말인데.

초인이 초인을 공격했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마탑에서 공간 이동 계열의 아티팩트를 외부에 빼돌린 적도 없다.

그렇다면 이 암살 기사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 이젠 슬슬 제3국의 개입설까지 나오기 시작하고 있는 마탑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통신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엔 만남은 던전 안에서.”

짧은 말을 끝으로 통신구에서 빛이 사라졌다.

그와 함께 자리에서 일어난 모이엔의 눈에 존 워스가 들어왔다.

이동 계열 초인기 아티팩트라니, 정말 어디서 구한 것일까. 마탑에서 저렇게 찾는 것을 보면 마탑의 물건이 아니거나, 마탑에서도 사라진 것을 모르는 것 같은데 말이다.

‘혹시, 마탑처럼 초인기 연구를 하는 곳이 또 있는 것일 수도.’

마탑이 기를 쓰고 암살 기사를 찾는 이유에는 분명 이런 가능성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러다 곧 고개를 저었다.

또 다른 마탑이라니. 있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마탑을 유지하는 데 얼마나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가.

당장 이 미완의 마탑만 해도 초인파와 나누고 있음에도 엄청난 금액이 지출되고 있었다. 어떻게든 티 나지 않게 메꾸고는 있지만, 모이엔 정도의 핵심 인사의 눈에는 다 보일 정도다.

그런 상황에서 모두의 눈을 속여 마탑을 유지한다니. 불가능한 가정이다.

차라리 마탑 내부에 존 워스가 심어 둔 첩자가 있다고 생각하는 쪽이 더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모이엔의 생각은 거기까지였다.

“그럼 본격적으로 조원들을 나누도록 하지.”

“예? 예!”

존 워스의 말에 반사적으로 답한 모이엔이 조원 명단을 분류 중인 부단장과 게일에게로 향했다.

어차피 암살 기사의 정체는 존 워스다. 그에게 숨기고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은 크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누가 뭐래도 그는 자신이 따르는 사람이었으니까.

주인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나쁠 것이 무언가.

답도 찾을 수 없는 그런 고민보다는 당장 눈앞에 처리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존 워스를 앞에 둔 모이엔은 기사단의 말단 직원처럼 서류 분류 작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드는 스폴로부터 아이넬 기사단과 삼조의 현황에 대해서 보고받는 중이었다.

중간중간 자주 자리를 비우고, 주된 업무와 관리를 대부분 스폴에게 떠넘기고 있지만, 누가 뭐래도 삼조의 조장은 그였다.

중요한 사항과 함께 조원들의 상황과 전력에 대한 파악은 필수다.

“그럼 부상자도 모두 복귀했다는 말이군.”

“마법사들과 신관님들이 힘써 주신 덕분에요.”

그 결과, 보고 속 삼조의 현재 상태는 최고다. 당연하다. 피해를 줄이기 위해 라미아와 일리나, 이드와 스폴, 거기에 황녀까지 얼마나 열심히 신경을 썼는데, 최고가 아니면 이상한 일이다.

“그럼 보고는 이걸로 끝?”

“중간에 어떤 빌어먹을 사고뭉치들이 사고를 일으키지만 않는다면요.”

“은색 기사단 시절의 스폴 경 같은 사고뭉치 말이지?”

“뇌를 저택 술통에 두고 온 놈들과 비교하시면 안 됩니다. 전 최소한 앞뒤 상황은 본다고요.”

“쉴라 경의 말은 다른데? 스폴 경이 의젓해 졌다고 굉장히 기뻐했는걸?”

진짜다. 처음엔 스폴에게 일을 떠넘긴 이드에 우려를 표했지만, 문제없이 처리하는 스폴에 놀랐고, 수백 기사들을 관리하며 신중하게 변하는 스폴의 모습에 순수하게 기뻐했다.

“……그런 단장은 반대로 너무 긴장이 풀어진 것 같던데, 토벌이 끝나는 대로 빨리 복귀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존재감이 필요한 듯하군요.” 

쉴라가 들었다면 벌벌 떨었을 은색 기사단 최고 사고뭉치의 복귀 선언이 아닐 수 없다.

“그건 토벌이 끝나면 그렇게 하든가 하고, 그리고 이그렌 경은 어디 있지?”

“최근 대부분의 시간을 수련장에서 보내고 있으니, 지금도 거기 있을 겁니다. 호출할까요?”

“보고가 끝났다면 그래 줘. 융합 던전에 들어가기 전에 당부할 이야기가 있으니까.”

그런데 바로 대답이 돌아오지 않는다.

“보고할 게 더 남았나?”

“아닙니다. 그보다는・・・・・・ 크흠. 이그렌 경을 부르신 이유가 사무엘 백작의 처리 때문인가 해서 말입니다.”

반사적으로 스폴의 뒤로 문이 닫혔는지 확인하는 이드다. 막사에는 라미아의 마법이 걸려 있으니, 소리가 새거나 누군가 엿들을 걱정은 없다. 문만 열려 있지 않으면 말이다.

“어떻게 알았어?”

사무엘 백작의 처리에 대해 아는 사람은 이드 가족과 이그렌 본인, 이렇게 넷뿐이다. 그 외에는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알아서 좋을 것도 없고, 알릴 필요도 없는 일이다. 일리나와 라미아는 물론이고, 겨우 결심하긴 했지만 은근히 담이 작은 이그렌이 이런 계획을 발설하지도 않았을 것인데 말이다.

“에이,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나요. 이그렌 경의 행동이나 분위기만 보면 알지. 특히 최근 이그렌 경의 행동이 갑자기 바뀌기도 했고.”

“정말 그걸로?”

재미있는 일을 찾은 듯 눈을 반짝이는 그녀에 이드의 눈이 가늘어졌다.

“히히. 사실은 사무엘 백작을 보고 이그렌 경이 혼잣말을 하는 걸 들었어요. 이그렌 경의 사정도 대충 알고 있었기 때문에 대충 견적이 나오더라고요.”

“감이 좋은 거야. 눈치가 빠른 거야?”

“기왕이면 머리가 좋은 거냐고 해 주시면 안 됩니까?”

“어. 그건 어쩐지 싫어서.”

“쳇.”

삐졌다는 듯 팩, 하고 고개를 돌리는 스폴의 모습에 이드가 한 손으로 턱을 받치며 물었다.

“그래서 지금 말을 꺼낸 이유는? 혹시 반대하고 싶은 건가?”

알아차렸다면 그때 이야기하면 될 것을 굳이 지금 이야기를 꺼냈다면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스폴은 머리카락을 날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반대를요? 제가 왜요?”

“아니야?”

“전혀요. 제국 사람인 제가 남의 나라 백작 죽는 일을 왜 막겠어요? 제국 백작을 죽인다고 해도 막을 생각이 없는데.”

제국 백작 암살도 막을 생각이 없다니. 황가의 자랑인 검후를 모시는 제국의 기사로서 문제 있는 발언을 당당히 하는 스폴이다.

이 자리에 황녀가 있었으면 슬퍼했을지, 기막혀했을지 궁금한 이드다. 물론 자신은 아무래도 상관이 없다.

스폴이 무슨 살인자 애호가도 아니고.

“이그렌 경의 사정을 모르는 것도 아니고, 무엇보다 백작 같은 유의 인간은 확실히 처리하지 않으면 두고두고 귀찮을 게 뻔하니까요. 오히려 좋은 판단이라고 생각해요.”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먼저 움직이지 않았으면 오히려 그녀가 이그렌을 충동질했을 것 같다.

“새삼 쉴라 경이 얼마나 고생했을지 감이 오네. 혹시 다른 기사들도?”

“다들 던전에 미쳐 있어서 전혀 모릅니다. 이그렌 경이 열심히인 것도 던전에서 활약하기 위해서라고 여기고 있죠. 그 마음으로 수련장에 붙어 있는 기사들이 한둘도 아니고.”

그 말대로다. 삼 조뿐 아니라 토벌대의 모든 기사들이 수련에 열을 올리는 중이다. 활약하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크지만, 많은 기사들이 모인 만큼 이유도 다양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다양한 경험과 수많은 기사와의 실력 비교를 통해 대부분의 기사들의 실력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무튼 모른다니 다행이다.

대신 이그렌에게 따로 입조심하라고 주의를 줄 필요는 있을 것 같다.

“그럼 지금 그걸 알린 이유는?”

“도울 일이 있다면 돕고 싶어서요. 여기에 대한 이유는 저도 그런 인간이 싫어서고요.”

뭐, 정말 그 한 가지 이유 때문은 아닐 것이다.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 하지만 거짓말도 아니고, 돕겠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다.

“그래 주면 고맙고, 일단 이그렌 경을 호출해 줘.”

“네~”

이드는 돌아 나가는 스폴을 보며 턱을 쓰다듬었다.

“눈치도 빠르고, 성격도 좋고, 어쩐지 토벌이 끝나도 은색 기사단으로 돌려보내고 싶지 않은데 말이지.”

에단이 노리는 위치에 경쟁자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랜덤 이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