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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드 2부 – 875화


1310화

넓은 공간만큼이나 높이 솟은 천장.

그곳에 네 발의 철황파산포가 직격했다.

콰콰콰쾅!

돌로 만들어진 천장은 마법사들의 거처답게 마법을 사용한 것인지, 마치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틈새도 없이 한 덩어리로 이어져 있었다. 꿀렁.

그런 튼튼한 천장이 움푹 패며 파도치듯 출렁였다.

그 모습은 꽤 신기하면서도 괴이했다. 돌이 저렇게 출렁일 수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고, 철황파산포에 당하고도 무너지지 않아 괴이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심각하게 고민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기엔 철황파산포의 직격과 동시에 몸으로 전달된 진동, 그리고 그 뒤를 따르는 충격파에 눈앞이 아찔했기 때문이다.

“방패 방어 준비! 후방의 아군이 충격에 당하지 않도록 하라!”

스폴이 급히 소리쳤다.

초인기를 봉인 당한 플레타 부대가, 자칫 이드가 만들어 낸 공격의 여파에 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을 우려한 것.

하지만 그녀가 걱정하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았다.

웅웅웅-

벌 떼가 나는 듯한 소리가 짧게 나더니, 이내 이백의 아군들 머리 위로 푸른색의 보호막이 생겨나 그들을 감싼 것이다. 

“방어는 내 담당이라고요, 스폴 경.”

그리고 보호막을 만들어 낸 라미아가 스폴을 향해 방긋 웃어 보였다.

그와 동시에 충격파가 보호막에 가로막혀 깨져 나간다. 덕분에 안에 있는 사람들은 안전하게 밖의 상황을 살필 수 있었다.

보호막에 보호받지 못한 인공 초인의 시신들이 충격파에 나뭇잎처럼 날아가는 모습을.

유성으로 변한 네 발의 철황파산포와 그 철황파산포에도 붕괴되지 않는 천장 사이에 끼어, 터지고 짓이겨져 걸레짝 육포로 변해 버린 네트나의 모습을 말이다.

“……저거, 죽었겠지?”

“그걸 말이라고.”

비위가 약하다면 토악질이 나올 정도로 처참한 광경을 세세히 살펴보던 플레타의 말에 라울이 짜증스럽게 답한다.

“아니, 그렇잖아. 저놈도 어차피 목이 잘려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건데, 두 번이라고 못하란 법 있냐?”

“그럴 일 없다. 저 공격이 단순히 목을 자르는 그따위 것이 아니라는 건 너도 잘 알 거 아냐.”

“아니까 찝찝하지. 저래도 살아나면 무서울 것 같거든. 넌 도대체 뭘 키워 낸 거냐?”

“무슨 말이야? 저게 어째서 내가 키운 건데?”

“저거 만드는 데 우리 돈이 들어갔으니까. 바벨 차원에서 미완의 마탑을 지원했던 거잖아. 도대체 무슨 정신이었던 거야? 저런 게 나오면 우리도 위험하다고.”

“…..알았겠냐. 저런 걸 만들고 있는지.”

“그래서 몰랐다고 하면 끝이냐? 끝이야?”

“하아…….”

빈정거리는 플레타에 라울은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온 한숨으로 답했다. 사실 티 내지 않고 있지만, 인공 초인을 압도하던 여섯 초인과 그들을 흡수하고 태어난 네트나의 존재에는 라울도 상당히 놀란 상태였다.

설마 저런 괴물까지 만들어 냈을 거라고는.

바벨이 생각하고 지원한 초인 마법은 저런 것이 아니었다. 저게 어떻게 초인 마법인가. 흑마법으로 제작한 키메라지.

사용하는 능력이 마법이냐, 초인기냐의 차이뿐이지 않은가.

‘다시 한번 인정하지 않을 수 없네. 미완의 마탑에 대한 지원은 철저하게 실패야.’

새삼 토벌을 기다리지 않고 영혼의 관을 습격하기를 잘했다고 생각하는 라울이었다.


그렇게 뒤에서는 잘했니, 못했니를 두고 다투는 사이.

이드는 뚜벅뚜벅 걸어 나갔다.

그런 이드의 눈이 향하는 곳. 그곳에는 체면도 잊고서 아래턱을 가슴까지 떨어트린 펠튼이 있었다.

“거기 마법사. 보다시피 네트나는 더 움직이지 못할 것 같은데. 다음은 뭐지?”

“……당신은…… 누구요.”

“누구면? 지금 당신에겐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이 아닐 텐데?”

“……”

이드의 말대로다.

이드가 누구인지 안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러나 펠튼은 그 말조차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네트나의 죽음?

물론 충격적이다. 네트나의 강력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펠튼이기에 그런 네트나의 죽음은 그에 있어서도 분명 충격이었다.

그러나 고작 그 정도에 흔들릴 정도로 마법사의 정신은 약하지 않다. 다만, 진짜 그를 경악시킨 것은 네트나를 찢어발긴 네 발의 철황파산포였다. 그 검은 유성에 깃들었던 압도적인 마나의 흐름.

모든 마법과 초인기를 무로 돌려 버리는 파괴적인 힘.

그 무지막지함의 일면을 정확히 마주했기에 두려움에 질린 것이었다. 더욱이 철황파산포의 위엄은 한번 본 것으로 끝나지도 않았다.

이드의 머리 위.

움푹 팬 천장의 일부. 당장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모습.

하지만 영혼의 관의 마법사인 펠튼에게 그건 평범한 천장이 파괴된 게 아니었다.

‘어떻게…… 공간 결계를 힘으로…………… 무공만으로 저기까지 무너트리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괴물. 저자는 검후를 넘어서는 괴물이다.’

“뭘 보는 거지? 아, 저거? 확실히 단단하더라. 이곳이 붕괴하지 않도록 신경을 쓰긴 했지만, 그래도 몇 개 층은 시원하게 뚫어 놓을 생각이었는데, 그걸 막았네.”

두려움을 담고 자신을 향한 눈동자.

그것이 향하는 곳을 따라간 이드는 천장을 올려다보고는 말했다.

사실 이드도 상당히 의외였다.

설마 천장이 철황파산포를 견뎌 낼 줄이야.

마법적인 조치가 되어 있다는 건 보였기 때문에 이미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 해도 의외인 건 사실이다.

저들의 조치가 철황파산포를 막아 낼 정도였다니.

‘그래도 위에 있던 놈들이 제법 놀랐겠지?’

이드는 기겁했을 마법사들을 떠올리며 내심 키득거렸다.

그리고 이런 짐작은 정확했다.

어디 놀라다 뿐인가.

마법사들이 모여 있던 층에선 그야말로 기겁한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그들은 하나같이 진땀을 삐질삐질 하며 두려운 눈으로 수정구 속 이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법도 사용하지 않은 인간이 어떻게 이런 파괴력을・・・・・・.”

마법사는 조금 전 경험한 끔찍한 순간을 떠올렸다.


구구구구궁-

천년을 견딘 고목 같은 영혼의 관이 몸을 떨었다.

동시에 발바닥을 통해 느껴지는 진동.

“으오오!”

작지만 강렬한 그 느낌에 마법사들은 하나같이 경악해 퍼덕거렸다.

영혼의 관이 어떤 곳인가.

벽돌 한 장, 기둥 하나에도 깊은 마도를 새겨 넣은 공간이었다. 게다가 다른 누구도 아닌, 탑주와 그들이 함께한 역사였다.

영혼의 관이 완성되는 순간 그들은 자신했다. 영혼의 관은 드래곤의 브레스도 견딜 수 있을 거라고, 그 누구도 영혼의 관을 파괴할 수는 없을 거라고.

그런데 그런 영혼의 관이 지진을 만난 산처럼 몸을 떨었다. 두려움에 떠는 어린아이가 떠오르는 모습. 영원히 무너지지 않으리라 믿었던 영혼의 관이 흔들리는 것에 마법사들은 기겁했다.

그리고 이런 동료들의 진중하지 못한 모습에 몇몇 마법사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이 막 이들을 향해 한마디 하려던 차였다.

부우우우-

그들의 말을 가로막는 것처럼, 단단한 바닥을 뚫고 마나가 솟아올랐다.

펄럭펄럭!!

강렬한 마나의 흐름에 마법사들의 로브가 사납게 펄럭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일에 신경 쓰지 못했다. 아니, 신경 쓸 정신이 없었다. 그들은 모두 반쯤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숨이 막힌다고 할까?

바닥에서 솟아오른 마나의 흐름은 무겁고 빨랐으며, 격하고 사나웠다.

그건 마치 거꾸로 내리는 폭우와 같았고, 거꾸로 솟아오르는 폭포와 같은 흐름이었다. 방향만 다를 뿐이지, 사람이 폭포 속에 서 있다고 상상해 보라.

무지막지한 물의 압력에 숨이 막힌다.

지금 마법사들이 느끼는 감각이 딱 그랬다.

“어떻게…….”

“・・・・・・ 2층의 마나가 여기까지 닿을 수 있단 말인가.”

말을 꺼낸 누군가가 숨이 막혀 차마 말을 잇지 못하자, 자리에 있던 다른 마법사가 그의 말을 이었다.

바로 직전까지 수정구를 통해 2층의 전투를 살피고 있던 마법사들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이 마나가 어디서 온 것인지.

네트나를 하늘 끝까지 날려 버릴 것 같던 네 줄기의 검은 유성.

비록 천장에 가로막혀 하늘을 뚫진 못했지만, 지금 그들을 숨 막히게 휘감아 오르는 게 바로 그 유성에서 비롯된 마나였다.

물론 몇 개의 층을 넘어오는 과정에서 많이 희석되긴 했다.

마나의 대부분은 그야말로 바로 아래층의 공간을 채워 구성하고 있던 일부로서, 밀리고 밀려 바닥을 뚫고 튀어나온 것.

하지만 마법사들은 이런 과정이 더욱 기가 막혔다. 도대체 얼마나 강력하고 무거운 힘이기에 완전히 별개의 공간으로 단절되어 나뉜 공간과 마나를 밀어낼 수 있단 말인가.

“실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누군가의 기운 빠진 목소리에는 많은 의미가 담겼고, 마법사들은 공감했다.

영혼의 관을 나누고 있는 각층을 이어 주는 것은 계단으로 이어진 하나의 통로뿐이다. 그것을 제외하면 마법사들이 이용하는 공간 이동 마법진 말고는 이동할 방법이 없다.

그만큼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이다.

당연히 각층을 실질적으로 나누고 있는 천장은 단순히 돌로 만들어진 벽이 아니었다. 그건 통상의 공간을 압축시켜 배치한 일종의 결계라고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압축된 공간의 크기는 상당하다.

현재 전투가 벌어진 2층과 마법사들이 모여 있는 층 사이에는 3개의 층이 더 있다. 그사이에 존재하는 벽은 네 개.

이 압축된 공간을 통상적인 거리 개념으로 환산하면 왕국 하나를 횡단할 정도다.

그야말로 통상적인 방법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마법과 같은 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상대는 이 무시무시한 개념적 거리를 건너뛰어 버린 것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네 줄기의 검은 유성에 깃든 힘이 단수 초 만에 왕국을 횡단할 정도라는 의미다.

그것도 각층을 구성하고 있는 그물처럼 엉킨 마나를 뚫고서.

이 현상 앞에 마법사들이 괜히 기가 막혀 하는 것이 아닌 것이다.

“아닐 것입니다. 아니에요. 2층에서 터진 강기가 여기까지 닿을 수는 없어요.”

“한심하기는, 이미 벌어진 일을 부정해서 어쩌자는 말인가.”

“도대체 저 수법이 어떤 것인지 궁금합니다.”

물론 그중에는 드물게 지극히 마법사적인 호기심과 학구열을 불태우는 마법사도 있기는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마법사들은 놀라움과 동시에 극도의 경계심을 띠고 있었다.

“정말이지 심상치 않은 자가 아닙니까.”

“검후도 이런 결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아니, 못합니다.”

“당연한 소리를. 저자는 검후가 아니지 않소.”

“…..지금 그걸 웃자고 하는 소리요?”

“크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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