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06화


‘그렇게 되면 어려운 난전이 되겠지.’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존등의 제로의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현재 이 십 미터 정도 더 뒤로 물러나 있는 상태였다. 마음 편히 상의하라는 배려인 동시에 자신 있다는 자신감의 표시였다.

강시들을 뒤에 포진시킨 그들을 각자 편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앉아 있거나, 서있는 등 각자 편한 자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걸작은 저 수다를 떨고 있는 소수의 여성들이었다.

그녀들은 남자동료들의 것으로 보이는 로브와 망토를 깔고 앉아 이쪽을 힐끔힐끔 바라보며 수다를 떨어대고 있었던 것이다.

대열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힐끔 바라보다 수다를 떨더니 웃고, 다시 힐끔 바라보고.

그녀들이 한 번씩 그렇게 바라볼 때마다 용병들과 가디언들의 뒤통수에는 큼직한 땀방울이 매달리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자기 자신들이 무슨 품평회에 나온 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 시선들이 얼마나 부담스러웠는지 은근히 몸을 숙여 앞사람의 등 뒤에 몸을 숨기는 사람까지 나올 정도였다.

그런 모습에 이드는 어쩐지 웃음이 나오는 듯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곧 당혹스런 미소로 바뀌어 버렸다. 주위를 검색하던 여성 중 한 명의 시선이 오엘과 마주쳐 버린 것이다.

그 시선 안에는 오엘 옆에 서있는 이드의 모습이 들어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나 둘 모여지는 그녀들의 시선이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었다.

이드는 슬쩍 손을 들어 옆에 서있는 오엘을 끌어 자신의 앞으로 가로막게 만들었다.

그런데 갑작스레 장난기가 일어난 것인가?

이드와 상대편 여성들을 번갈아 보던 오엘이 슬그머니 원래의 자신의 자리로 비켜 버리는 것이 아닌가.

“너어……”

이드는 오엘을 향해 눈을 째렸다.

그러나 그것이 무서울 것 같았으면 시작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오엘은 이드의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해 버렸다.

“흠흠… 죄송해요. 사숙. 하지만 대열을 지키고 있으라는 명령이 있었잖아요. 그러니까 그 명령을 따라야죠.”

“괜찮아. 내가 허락하지. 그러니까…. 칫….”

말을 하던 이드는 키킥거리는 웃음소리에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이미 자신을 주제로 뭔가를 소근거리는 여자들이 있었다.

이미 관찰을 끝마친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더 이상 몸을 숨길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이드는 시선을 바로하며 오엘의 수련내용을 한 두 단계 상승시켜야 겠다고 생각했다.

“그나저나…. 여신님이라….”

이드는 바로 서서 이쪽을 관찰하고 있는 존을 바라보았다.

그런 이드의 머릿속에는 카르네르엘이 말했던 그 봉인의 아티팩트를 가지고서 레드 드래곤을 상대한 소녀의 이야기가 떠올라 있었다.

여신도 여자고, 소녀도 여자다.

또 존의 말대로 그 소녀가 가진 능력은 확실히 뛰어난 것이기도 하다.

‘그럼… 이 기회에 확인을 해볼까나?’

생각과 함께 그의 발이 움직였다.

갑작스레 이드가 대열을 이탈하자 오엘이 놀라 그의 이름을 불렀지만, 이드는 가만히 한 손을 들어 그녀를 안정시키고 계속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대열의 선두에 서있던 페스테리온은 갑자기 걸어 나오는 이드의 모습에 급히 그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이 알기로는 굉장한 실력을 가진 소년이며 영국의 가디언에 많은 도움을 주었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이런 상황에 혼자서 막 움직여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이드라고 했던가? 단독행동은 안돼. 어서 대열로 돌아가.”

말과 동시에 반사적으로 내밀었던 손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손이 이드가 입고 있는 옷에 닿으려는 순간 그의 몸이 죽 늘어나는 듯한 착각과 함께 오 미터 앞에 서있는 때문이었다.

부운귀령보의 보법이었다.

이어 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뭣 좀 물어보고 올게요. 큰 일은 없을 겁니다. 더구나 제가 알고 싶은 것은 가디언들에게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 같거든요.”

페스테리온은 다시 앞으로 나가는 이드를 바라보며 앞으로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리고 갑작스런 이드의 움직임에 이상해 하는 사람들을 진정시키며 혼잣말을 하듯 입을 열었다.

“…… 물어보고 나에게도 무슨 내용이었는지 가르쳐 주면 좋겠군.”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귀에는 작게 중얼거리는 듯한 페스테리온의 목소리가 확실히 들렸기 때문이었다.

이드는 천천히 존에게로 다가가며 제로를 살폈지만 그들은 편한 자세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드를 전혀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이 아까부터 자신의 움직임에 눈을 떼지 않는 것으로 보아 확실히 경계는 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 사이 이드는 완전히 제로의 영역에 들어갔다.

제로가 공격한다면 피하기 힘든 거리란 뜻이었다.

때문인지 등 뒤로부터 걱정스러운 문옥련의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가면 그녀에게서 많은 잔소리를 들어야 할 것 같았다.

이드와 존의 거리가 서로 손을 뻗으며 마주 닿을 정도로 좁아졌다.

특별한 능력이 없는 존을 생각해서인지 그 주위에 있던 제로의 단원 몇이 다가오려 했지만 존의 손짓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용감한 소년이군. 적진에 홀로 오다니 말이야. 그것도 당당하게…. 그래, 무슨 일로 내게 온 건가?’

존은 이드의 눈빛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물었다. 이드의 진심을 느끼기 위해서였다. 수십 년간 사람들 사이에 섞여 살다 보니 어느 정도 상대의 마음을 눈으로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능력자가 아닌 자신에게 상대방이 나쁜 마음이라도 먹는다면 낭패를 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런 생각에서 바라보던 존의 눈길을 곧 거두었다. 그가 바라본 이드의 눈길은 너무나 맑았기 때문이었다. 진실만을 말하고 있는 사람의 눈보다 더욱 맑은 그 눈을 보자, 이런 자를 상대로 의심을 품는 것 자체가 헛수고라는 생각이 들었다.

‘질문이 있습니다.’

‘…. 질문이라. 아까 기회가 있었을 텐데… 그때 물어보지 그랬나. 좋네. 궁금한 것이 있다면 물어보게. 내 대답할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해 답해 주지.’

존은 이드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는지 시원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드의 질문에 고개를 기울였다. 그가 생각하기에 이드가 질문해 봤자 제로가 움직이는 이유나 싸우는 이유 정도일 것이라 생각했다. 그것은 주위의 단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이드에게서 흘러나온 말들은 그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것들이었다.

‘감사합니다. 질문은 간단해요. 준씨가 여신님이라 부른 그분이….. 레드 드래곤과 맞서 싸웠던 적이 있나요? ….. 있군요.’

이드는 대답을 들을 필요도 없었다. 저 놀란 얼굴들이라니…. 확실히 자신들 이외엔 아무도 모르는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이렇게 되면 카르네르엘이 말한 중요 인물일 것이란 말이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 같았다. 십사세 소녀가 지구의 국가들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제로의 단장이라니, 이드는 그 소녀의 얼굴을 한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 이드의 말에 놀라고 있다 겨우 정신을 차린 존이 다시 경계의 눈초리로 이드를 바라보았다.

‘대체… 대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있는 거지? 그 일에 대해선 아무도 모를 텐데…..’

‘저도 들은 이야기입니다. 거기 있던 드래곤이나 제로의 단원들 모두 서로에게만 신경을 썼던 모양이더라고요. 한 사람이 보고 있었다는 걸 아무도 모르고 있더군요. 그런데 정말…. 의외네요. 제로의 단장이 아직 어린 소녀라니….’

존은 그 말에 곤란한 표정으로 자신의 매끄러운 머리를 쓰다듬었다. 뭔가 고민거리가 있으면 나오는 그의 버릇이었다. 여신이란 칭호를 받는 단장이 아직 어리다는 사실이 알려진 때문인 듯했다. 그것도 다름 아닌 자신과 단원들의 표정관리가 시원치 않아 들킨 꼴이라니…

‘확실히…. 그분은 아직 어리시지. 하지만 어린 것은 몸일 뿐. 그분이 생각하시는 것이나 행동하는 것, 그 모든 것은 이미 성인과 다를 바가 없지.’

이드는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제로의 단장이라는 사실을 아는 시점에서 그러리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 않고 실제 열네 살의 소녀같이 생각하고 느끼는 아이라면…. 제로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이드가 인정을 했음에도 존의 얼굴에 떠올라 있던 곤란함은 지워지지 않았다. 자신들이나 앞의 이런 소년과는 달리 제로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각각의 국가들에겐 우습게 보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흐음… 아직은 많이 알려져서 좋을 일이 아닌데…. 내 실수군. 한순간이지만 너무 쉽게 인정해 버린 것 같아.’

‘음? 곤란…. 한가 보죠?’

‘어차피 알려질 일이라 큰 상관은 없네…. 하지만 조금 그렇군.’

이드는 존의 말에 그를 가만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그럼 제가 그 사실을 비밀로 해드리죠.’

‘음?’

존은 이드의 갑작스런 말에 의심스럽다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가디언들이 서 있는 곳에서 나온 것을 보며 분명히 가디언인데…. 적의 비밀을 지켜주겠다니, 쉽게 믿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드는 또 다른 생각이었다. 괜히 상대의 단장이 나이가 어리다는 사실을 알려주어 보았자 오히려 혼란만 일어날 거라는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사실까지 설명해 줄 생각은 없었다.

궁금증을 푼 이드는 다시 돌아가기 위해 몸을 돌리다 멈칫했다.

‘참, 근데… 그…. 단장님 이름이 어떻게 되지요? 비밀을 지키는 대신에 가르쳐 주시죠.’

존은 그 말에 다시 한번 이드의 눈을 직시했다.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인 그의 입이 천천히 열렸다.

‘….. 룬. 룬 지너스. 그분의 성함이네.’

“이~ 드!! 도대체 넌 생각이 있는 거니? 적진에 그렇게 들어가면 어떻게 해! 정말……”

“하. 하. 하. 죄송해요. 이모님.”

이드는 자신에게 잔소리를 퍼부어 대는 그녀에게 별다른 대꾸도 못하고 고개만 숙이며 “죄송해요.”를 연발했다. 갑작스러운 자신의 행동을 걱정스레 바라보던 그녀로서는 당연한 반응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자신을 이렇게 걱정해 주는 그녀가 고맙기도 했다.

이드는 십여 분간 문옥련으로부터 쉼 없이 잔소리를 들어야 했다. 그런 이드를 그 잔소리에서 구한 것은 빈이었다. 회의의 진행을 위해 그녀를 데리고 간 덕분에 이드는 겨우 그녀의 잔소리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나중에 다시 잔소리의 후속편이 이어질지 모르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었다.

이드는 다시 오엘의 옆자리에 아무 일 없다는 듯이 자리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오엘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녀로서는 사숙과 사질 관계에 있는 이 연하의 남자가 적진까지 가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왔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사숙, 가셔서 무슨….”

“거기까지! 거기서 한마디만 더 하면….. 정말 특별 수련 번외편을 직접 겪어보게 해주겠어.”

오엘은 갑작스레 자신의 말을 끊어버린 이드에게 그 “특별 수련 번외편”이란 게 어떤 거냐고 묻고 싶었지만, 입을 열진 않았다. 특별 수련이란 게 무서워서가 아니었다. 사숙의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머릿속을 때리는 전음 때문이었다.

“-가만히 있어. 지금 이야기는 다른 사람들이 들어서 별로 좋을 게 없으니까. 나중에 이야기해줄게-“

오엘은 이드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들으나 나중에 들으나 어차피 같은 내용일 테니 서두를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녀와는 달리 생각하는 여성이 있었다.

‘저는 지금 알고 싶은걸요.’

라미아의 목소리가 마음속으로 들려왔다. 솔직히 왜 아직 아무 말도 없는가 하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이드였다. 그리고 그녀에겐 숨길 이유도 없었다. 이드는 존과 나누었던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그녀에게 알려주었다. 그런 이드에겐 이미 존과 비밀을 지키기로 한 약속은 잊혀진 것일까.

이드는 끝으로 라미아에게 한마디를 덧붙였다.

‘비밀은 지킬 거야. 단, 그 비밀을 지키는 사람들의 수는 내가 정하는 거지.’

상황이 어려운 때문인지 회의는 상당히 오래 걸렸다. 그만큼 무언가 이 상황을 극복할 방법을 찾기가 어려웠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겨우 나온 방법이 바로.

“대표전을 치르도록 하죠.”

이것이었다. 바로 대표전. 이 방법이라면 양측의 전력의 차이가 아무리 나더라도 몇 명의 뛰어난 실력자들만 있으면 충분히 승리를 거둘 수 있는 방법이었다.

단, 문제는 상대가 이 방법을 받아들이는가 하는 데 있었다. 아무리 가디언들 측에서 이 방법을 사용하고 싶어도 상대가 무시하고 공격하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이미 그런 것까지 생각해놓은 듯 세르네오가 앞으로 나서며 제로 측을 바라보며 또랑또랑한 맑은 목소리를 높였다.

“그쪽에서 거절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그렇게 되면 무의미한 희생은 피할 수 없겠지요. 그건 당신들도 바라지 않는 일이겠죠. 방금 전 무의미하게 흘리게 될 피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용병들과 가디언들에게 호소한 걸 보면 알 수 있죠. 그리고 당신들이 우리말대로 대표전을 치르게 되면 그 피해는 더욱더 줄어들어 많은 생명이 살 수 있을 거예요. 어떠세요? 제 생각엔 양측의 생각을 충분히 반영해 놓은 방법 같은데요.”

존과 그 외 제로의 단원들은 그녀의 말에 한 방 맞았다는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회의 전 용병들과 가디언들을 빠져나가게 했던 존의 호소를 그대로 이용하는 그녀의 말.

만약 이대로 공격하게 된다면, 순식간에 존이 말했던 내용 모두가 부정되고 거짓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뿐만 아니었다. 그렇지 않아도 영국에서의 인명피해로 제로의 이미지가 나빠졌는데, 다시 여기다가 거짓말까지 합해지면 지금까지 제로의 일에 손놓고 있던 사람들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전투에서 손을 떼기는 했지만 아직 저쪽에서 지켜보고 있는 용병들과 가디언이 전투에 참여할 것이다. 그것도 자신들을 속인 것에 분노하면서 말이다.

존은 뒤늦게 상의할 시간을 주었던 게 후회되었다. 무슨 수가 있겠는가 싶어 그냥 둔 것이 화근이었다. 이런 방법을 쓰리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리고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한 가지뿐이다.

“….. 머리가 좋군. 정말 예상도 못했었는데 말이야. 이런 걸 생각해냈다면 당연히 경기 방식도 생각해 둔 게 있겠지?”

성공이다. 세르네오는 마음으로 소리치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막말로 저 제로가 그냥 들이밀고 들어오더라도 자신들이 뭐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저들이 이쪽의 생각에 따라줬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세르네오는 급히 존이 원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경기 방식이래 봐야 특별한 것은 없었다. 5전 3승제의 이 대표전은 누가 옆에서 봤을 때 반칙이다, 비겁한 짓이다, 라는 말을 들을 일만 아니라면 어떤 수법을 사용해도 상관이 없다는 것이 경기 방식의 모든 것이었다.

솔직히 검기를 뿜고 마법을 쓰는 가디언들에게 맞는 규칙을 만들어내는 것은 이 짧은 시간에 가능하지 않았다.

전투 공간은 존의 지휘하에 제로가 뒤로 물러나자 자연스레 생겨났다. 자연적인 천연의 경기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단하지만 양측에 기울지 않는 판결을 내릴 심판으로, 존의 말에 뒤로 빠졌던 사제 한 명을 데려다 세워 놓았다.

이제 양측은 대표전을 치를 대표를 뽑는 일만 남겨두고 있었다.

대표는 쉽게 결정되었다. 가디언쪽에선 대표전을 생각해 내며 뽑아놓은 인물들이 있는지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심판에게 건넸고, 존은 단원들 중 가장 전투력과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골라 이름을 적어냈다.

얼결에 심판이 되어버린 사제는 그래도 본 것이 있는지 양측의 이름을 적은 종이를 섞어 누가 누구인지 모르게 만들었다.

한 마디로 랜덤으로 싸움을 붙이려는 것 같았다.

“이보시오 사제님. 빨리 좀 진행해 주시겠소.”

“아…. 그, 그러죠.”

더벅머리의 사제는 존의 말에 황급히 대답하며 양쪽으로 나누어 섞어둔 곳에서 하나씩의 종이 조각을 들어 올렸다.

“저… 첫 번째 대전자는… 그러니까…. 중국의 문옥련님과 제로의…. 켈렌 맥로것님입니다. 저, 그럼 두 분은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비록 말을 더듬거리며 진행이 매끄럽진 않았지만, 사제가 진행자는 아니므로 따지지 말자.

그에게 이름이 호명된 두 사람은 앞으로 걸어나왔다.

우연인지 사제의 재주인지 호명된 두 사람은 모두 여성이었다.

문옥련이 앞으로 걸어나가자 그녀가 입고 있던 단색의 풍성한 옷이 바람에 부드러운 곡선을 그렸다.

대전표에 그녀의 이름이 올라간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누가 뭐래도 여기 있는 사람들 중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실력을 지니셨으니까….

헌데… 바꿔 말하면 저 켈렌이란 여자도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무력(武力)을 가졌다는 말인데….”

옆에 있는 라미아와 오엘이 들으라는 듯이 중얼거리던 이드는 가만히 상대로 나선 여성을 주시했다.

깨끗이 빗어 넘긴 머리카락에 단정한 옷차림. 어깨와 가슴부위를 받치고 있는 단조로운 분리형 갑옷. 그리고 곧게 뻗은 서늘한 날이 인상적인 롱소드를 든 모습의 여성.

여기사.

이드는 그녀의 모습에 그레센에서 봤던 소수의 여기사들의 모습을 떠 올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금 저 앞에 있는 여성에게 대입시키자 거의 모든 부분이 딱 들어맞았다.

대체 누구에게서 훈련을 받고 배웠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녀는 완벽히 기사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특히 사제의 시작 신호와 함께 예의를 표하듯 검을 눈앞에 들었다 놓는 그 모습은 혹시 그녀가 그레센에서 떨어진 여기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게 만들었다.

그렇게 이드가 잡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천천히 들어 올려진 켈렌의 검에서는 푸른 스파크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아티팩트?!!”

품안에 들어 있던 소검을 꺼내 쥐던 문옥련은 상대의 검에서 일어나는 스파크를 보며 소검을 손에서 놓았다.

상대의 무기에 놀라는 한편 그것을 파악한 것이었다.

스파크라면 뇌(雷)의 힘일 것이고 그 힘은 소검을 통해 그녀에게 전해질 것이기에 그러한 상황을 미리 봉쇄한 것이었다.

누가 보면 무기 없이 어떻게 싸우겠느냐고 하겠지만, 그녀의 무기는 소검뿐만이 아니었다.

어느새 문옥련의 손이 나풀거리는 넓은 소매 안으로 사라져 있었다.

“그럼… 내가 먼저 공격할까요?”

중국어였다.

그 말을 켈렌이 알고 있을 리가 없지만,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전투 때문에 예민해진 감각으로 문옥련이 하는 말의 “뜻”을 느꼈던 것이다.

문옥련은 상대가 고개를 끄덕이자 한 손을 들어 올리는 것과 동시에 한 발을 앞으로 내밀었다.

“우선…. 월광보(月光步)라는 보법입니다.”

스스슷.

마치 바닥이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문옥련의 신형이 표표히 여기사의 전면을 향해 날아갔다.

그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지만,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아 어디로 움직일지 전혀 예측되지 않았다.

하지만 켈렌도 만만한 여인은 아니었다.

들고 있던 그녀의 검이 내려가며, 대신 반대쪽 손이 올려지며 문옥련을 가리켰다.

“매직 미사일!!”

카캉. 카카캉. 펑.

문옥련은 갑작스러운 켈렌의 시동어와 함께 자신을 덮쳐오는 세 개의 매직 미사일의 모습에 잠시 정신을 빼앗겼다.

급히 소매를 휘둘러 두 개를 막고 하나를 피해 버렸다.

그녀로서는 상대가 마법까지 쓰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수정된 텍스트입니다. 요청하신 조건에 따라 작업했습니다.

“아티팩트를 가진 마법검사라…. 조금 까다롭겠는걸. 소이월광(素二月光)!!”

매직 미사일을 피해 몸을 옆으로 피했던 문옥련은 그 탄력을 그대로 살려 켈렌에게 날아들었다.

그와 동시에 헐렁해 보이던 그녀의 소매가 마치 연검처럼 움직이며 켈렌의 팔과 등으로 날아들었다.

켈렌은 그 움직임에 움찔하며 급히 실드를 형성하며 자신의 마법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아앙.

파즈즈즈즈즈즈….

정말 천이 이런 위력을 낼 수 있는가 싶었다. 문옥련의 한 쪽 소매는 실드에 튕겨 나갔지만 반대쪽 소매는 켈렌의 마법검과 부딪히며 푸른빛 스파크를 한참이나 튀겨내고 떨어진 것이다.

헌데 방금 전까지 강렬한 스파크가 튀었을 것이 뻔한 문옥련의 소매는 매끄러운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실에 감탄하고 있을 정신은 없었다. 문옥련이 떨어지자마자 켈렌이 공격해 들어온 때문이었다.

켈렌은 방금 그 한 번의 격돌로 오래 끌수록 자신에게 불리하다는 결론을 내렸던 것이다.

“옷이라면 불에 타겠지. 변환. 그란트 파이어 오브 블레이드! 웨이빙 어스!”

두 개의 시동어가 동시에 작동했다.

방금 전까지 뇌검(雷劍)이었던 켈렌의 검이 화검(火劍)이 되고, 그녀를 중심으로 땅이 약하게나마 파도치듯 흔들렸다.

“우웃…. 아티팩트가 아니었군.”

갑작스런 땅의 율동에 순간이지만 몸의 균형이 무너졌다.

그 틈을 타고 켈렌의 검이 날아들었다.

문옥련은 잠시 망설이다 부딪히기를 피하고 몸을 피했다.

아무리 그녀의 소매가 내력으로 연검과 같은 강도를 가진다 해도 원래가 천인 이상. 저 마법의 불길에 타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대신 나오려다 모습을 감추었던 소검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켈렌을 향해 날아갔다.

“월혼시(月魂矢)!”

켈렌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검에 이런 무기도 지니고 있었나 생각하며 실드를 형성하며 소검을 튕겨냈다.

하지만 그게 다가 아니었다.

다시 한 번 문옥련의 목소리가 들린다 싶더니 저리 튕겨 나가던 소검이 다시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것이었다.

“회혼(廻魂)!!”

수정 조건에 따라 대화와 설명, 대화 사이, 대화와 생각, 따옴표를 사용한 문장들을 줄바꿈 처리하고, 끊어진 문장을 이어 작성했습니다. 추가 요청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