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2화


이드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걸음을 옮겼다. 음식값은 카르디안이 계산했는데 잠잘 곳을 제공해 주었으니 음식값 정도는 자신이 계산한다며 이드와 시르피의 음식값까지 계산해 주었다.
일행들이 밖으로 나와서 조금 걸었을 때였다. 그들의 앞으로 푸르토라는 기사와 그의 동료들이 다가왔다.

“호~~ 어여쁜 아가씨들이 어딜 가시는지?”

그들 중 갈색머리의 인물 한 명이 이드들을 향해 말을 걸어왔다.

“이것 봐요. 길을 왜 막는 거죠?”

이쉬하일즈가 그들을 향해 따져 물었다. 그러나 그녀의 말에 기사는 오히려 잘되었다는 듯 씩 웃으며 말했다.

“감히 어디서 굴러먹다 온 건지도 모를 잡것들 주제에 기사인 내게 반항하는 거냐?”

녀석은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고 시비를 걸어왔다. 물론 평민이 귀족을 함부로 대할 수는 없으나 그렇게 심하게 규제하는 편도 아니고 푸르토의 작위가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니었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이 더 이상 나아가면 좋지 않을 것을 느끼고 말했다.

“저희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드립니다.”

“흥, 알기는 하는구나… 그런데 어쩌지? 나는 별로 사과를 받아주고 싶지 않은데…”

그때 뒤에서 그 재수 없는 웃음의 청년이 말했다.

“혹시 모르지 오늘 하루 시중을 들어 준다면 말이야… 하하하.”

“이~ 기사라면 기사답게 행동해야 할 거 아냐!”

이쉬하일즈가 화가 난 듯 소리쳤다.

“꼬마 계집애가 입이 험하군~ 그리고 너희 계집 둘 검을 들고 있으니 쓸 줄 아는 모양이지? 어때, 나와 한 번 해볼까? 아까 말솜씨처럼 검 실력도 괜찮은가?”

푸르토가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검을 뽑아 들었다. 그런 그를 보며 카르디안들이 각자 검을 들고 준비하려 할 때였다.

“하~ 저런 것도 기사라고… 임마 기사면 기사답게 여자가 아니라 남자에게 덤벼야 할 거 아니냐?”

이드의 말에 그는 무슨 소리냐는 듯했다.

“이것 봐 계집애야… 여기에 사내가 어디 있느냐? 니 남자 친구라도 데려올 테냐?”

“남자친구? 물론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멀리서 찾을 필요는 없잖아, 여기 나도 있는데.”

“무슨 소리냐? 네년이 방금 남자를 상대하라며?”

“이것 봐 너 눈은 폼으로 달고 다니냐? 이렇게 눈앞에 남자가 있는데도 못 알아보게, 어떻게 저런 게 기사가 됐는지… 안 그래 시르피?”

“맞아요, 오빠 저 사람 완전히 바보네요, 저래가지고 어떻게 기사나 됐는지.”

이드와 시르피가 같이 푸르토를 놀려댔다. 그 말을 들으며 카르디안 일행 역시 이드를 다시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진짜냐고 묻는 듯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런 그녀들의 물음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이드가 푸르토를 바라보고는 소리쳤다.

“야, 멍청이 기사 난 어딜 보나 남자야… 눈 똑바로 뜨고 다니지 그래?”

“으~~ 이 자식이 사람을 가지고 놀아…”

푸르토가 손에 검을 들고서 빠르게 이드에게로 다가왔다. 그런 푸르토를 바라보며 이드는 서서히 걸어나가서는 그의 검의 사정거리 내에서 빠르게 움직였다.
이드가 그의 품에 뛰쳐들었을 때야 푸르토의 검이 휘둘러졌다. 그러나 이미 그의 품안으로 들어온 이드에게는 전혀 영향이 미치지 못했다. 이드가 그의 가슴에 장(掌)을 같다댔다.

‘열화인장(熱火印掌)…’

이드는 그의 가슴에다 약한 열화장을 날렸다. 그러나 죽지 않을 정도로 약하다는 것일 뿐 위력이 없다는 것은 아니었다.

“크~윽…….”

푸르토는 열화장의 압력에 비명도 크게 지르지 못하고 자신이 달려왔던 방향으로 3~4미터 정도를 굴러갔다. 굴러간 후에도 가슴의 통증이 상당한 듯 가슴을 부여잡고 굴렀다.
그런 푸르토를 보며 재수 없는 웃음의 청년이 그에게 다가갔고 나머지는 검을 뽑아들었다.
그가 다가가 급히 푸르토의 옷을 들어보였다. 그러자 그의 가슴에 빨간색으로 이드의 손바닥이 찍혀있었다.
다른 동료들 역시 그것을 보고는 검을 든 채로 다가왔다. 푸르토를 붙잡고 있던 그는 가슴에 난 자국에 손을 대보았다. 푸르토가 괴로워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자국에서는 후끈한 열기가 느껴졌다. 손을 댔을 때만 느껴지는 열기였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만져보고는 다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너~ 뭐냐? 마법사냐?”

그중에 금발머리의 검을 든 사람이 말했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 일행 역시 멀리서 그의 가슴에 있는 선명한 붉은색 장인을 보고 있다가 이드를 바라보았다.

“무슨 황당한 말을 나는 마법이라고는 전혀 몰라.”

“그럼 저건 뭐냐? 저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너~ 기사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줄 아느냐?”

그의 은근한 협박(?)에 이드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당연히.”

“니 놈 뭘 믿고 그렇게 배짱을 부리는 거지?”

그러나 그들도 그렇게 말은 하지만 쉽게 덤벼들지는 못했다. 푸르토는 자신들 사이에서 가장 검 실력이 뛰어났다. 그런 그가 저렇게 나가떨어졌으니 자신들이 어떻게 상대하겠는가.
사실 누구도 그들이 귀족이기에 시비를 걸더라도 후환이 두려워 대항하지 않았었다.

그때 뒤쪽에서 푸르토가 끙끙거리며 겨우 일어섰다. 그런 그의 뒤로 기사 셋이 달려왔다.
그런 그들의 뒤로는 푸르토와 처음에 같이 있던 갈색머리의 사내가 있었다. 그가 가서 푸르토의 친구들인 그들을 불러온 것이었다.

그들 셋은 몸에 푸른색이 감도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연한 푸른색… 이 녀석과 같은 바람의 기사단 소속인가?’

이드가 기사들을 훈련시킬 때 본 적이 있는 갑옷이었다. 그들은 달려와 급히 푸르토가 있는 곳에 멈추어 서서 그의 상태를 살피며 이쪽을 살펴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검을 쓸 것 같은 여성 둘과 마법사 하나만이 싸울 수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푸르토의 말을 듣고는 고개를 이드에게로 돌렸다. 그리고는 이드와 푸르토의 가슴에 남아있는 장인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그중에 하얀 얼굴을 가진 기사가 앞으로 나서며 이드를 향해 말했다.

“그대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기사에게 손을 대는 것이냐?”

“흥, 시비를 건 것은 그쪽 그리고 기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한 것 역시 그쪽이거늘 어째서 이쪽에 대고 화를 내는 것인가? 오히려 그쪽에서 사과를 해와야 정상이 아닌가?”

이드의 말에 그도 푸르토의 성격과 행동을 아는 듯 말문이 막히는 듯했으나 팔은 안으로 굽는다고 했던가? 그 역시 그런지 상황을 따지기보다는 동료를 두둔하고 나섰다.

“그것은 그대들이 먼저 잘못을 했기 때문일 터. 그대들은 본국의 기사를 위해 했다.”

“그래서?”

이드가 아주 우습다는 듯이 여유 있게 물었다. 옆에 있던 카르디안 등도 이드의 여유에 조금 긴장을 풀었다. 그리고 시르피야 공주에다가 이드의 실력을 대충 들었으니 여유만만.

“우리들과 같이 가 주어야겠다. 그렇지 않다면 실력행사라도 하겠다.”

“호~ 자신 만만한데…. 그런데 당신 눈엔 여기 마법사가 보이지 않는 모양이지?”

이드가 옆에 있는 세인트를 가리키자 그녀가 살짝 웃음 지었다.

“흠! 그건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사람을 보내 지원을 요청해 놓았다. 너희들은 절대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 등의 안색이 약간 변해 버렸다. 이런 일에 지원까지 요청하다니…. 뭐 저런 놈들이 다 있는가…

“난 빠져나갈 생각도 없지만 내가 나가자고 한다면 아무도 막지 못할 것인데, 니가 무슨 재주로?”

“니 놈 허풍이 세구나…..”

그때 그의 옆에 있던 투 핸드 소드를 든 기사가 앞으로 나왔다.

“가만 있어봐. 저놈의 허풍은 내가 막아주지. 단장님께 배운 것도 있으니 이참에 시험도 해보고 말이야.”

그리고는 더 이상 아무 말도 없이 달려들었다. 그는 저번에 이드가 기사들과 기사단장들에게 가르쳤던 것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그 중에 풍운보(風雲步)와 풍운만류(風雲萬流)만을 어설프게 흉내 내고 있었다. 아직 용형 구식은 배우지 않은 듯했다.

‘뭐야…. 엉성하기는. 거기다 내가 가르쳐 준 것들을 다 배우지도 않고 왜 나다니는 거야? 기사단장이라는 놈들 잡아다가 확~ 내가 가르친 걸 이런 놈들에게 다시 가르쳐야 하나?’

이드는 그렇게 생각하며 풍운보의 극성인 금강보를 펼쳐 공격을 쉽게 피해 버린 후 그의 뒤로 돌아 손으로 뒤통수를 밀어 버렸다. 이드를 향해 검을 휘두르느라 체중이 앞으로 쏠려 있던 그는 그대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그런 이드를 향해 다른 기사 한 명이 달려들었다. 그가 이드의 목과 가슴을 향해 검을 날렸으나 검과 조금의 차를 두면서 물러선 이드에게는 닿지 못했다. 그리고 그가 검을 거둘 때 이드 역시 빠른 속도로 다가가 그의 가슴에 금강타(金剛打)를 먹였다.

그가 아무리 갑옷을 입었다 하나 공력이 실린 이드의 주먹을 맞고도 멀쩡하지는 못했다. 갑옷이 찌그러지며 뒤로 굴러나갔다. 그때 쓰러졌던 투 핸드 소드의 기사가 일어서며 이드의 뒤를 공격했으나 풍운보로 그의 뒤로 돌아간 이드가 다시 미는 바람에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크…윽…. 이 자식이 사람을 놀리는 거냐?”

투 핸드 소드의 기사가 자신에게 제대로 된 공격을 않는 이드를 바라보며 분한 듯 소리쳤다. 그리고 그에 답하는 이드의 속 뒤집는 대답….

“물론.”

“으악….. 죽인다.”

그 기사는 옆으로 검을 수평으로 들고는 무작정 이드에게 달려들었다. 이드는 그런 그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어주며 손을 내밀었다.

“열화인강(熱火印剛)!”

이드가 손을 내뻗음과 동시에 이드에게로 달려오던 그 기사가 뒤로 날아간 것과 그들의 뒤로 일단의 기사들이 달려오는 것은 거의 비슷한 시각이었다.

이드는 자신의 장(掌)에 뒤로 날아가 구르는 기사를 한번 바라보고는 뛰어오는 대여섯 명의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거기에는 이드가 알고 있는 얼굴도 둘 정도 끼어 있었다. 그들 역시 멀리서 이드를 바라보고는 뛰는 속도를 더 빨리했다.

“이드….. 괜찮을까? 저기 기사들이 더 오는데…..”

“그래요. 피하는 게 어때요?”

기사들이 달려오는 것을 본 카르디안 등이 이드를 향해 말했다. 그러나 이드의 태도는 바뀐 것이 없었다.

“걱정 마, 괜찮으니까!”

다가오는 기사들을 보며 아까 온 세 명의 기사 중 멀쩡한 녀석이 그들을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다가오는 기사 중 한 명에게 경례를 붙였다. 그리고는 이드를 가리키며 한마디했다.

“난동을 부린 자인데, 실력이 굉장합니다.”

그리고 이어 몇 마디 더 하려고 입을 열던 것이 자신이 보고하던 기사가 이드에게 하는 행동을 보고 그대로 굳어 버렸다.

“바람의 기사단 부단장 라온 멜피스가 이드님께 인사드립니다.”

“음~”

“이자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는지요…”

라온이 정중하게 묻다가 시르피를 보았다. 사실 이드가 시르피와 놀아주며 궁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느라 연무장이며 돌아다니느라 그녀의 얼굴이 꽤 알려졌다.

“라온 멜피스가 공주님을 뵙습니다.”

그가 정중히 무릎을 꿇는 걸 바라보며 그에게 보고하던 그 기사와 카르디안이 굳어버렸다. 그리고 부단장의 뒤로 따라온 기사들 역시 같이 무릎을 꿇었다.

“일어나십시오.”

이드가 시르피보다 더 빨리 그들에게 명했다. 궁에서도 공주를 보고 인사하는 이들에게 이드가 일어나라든가 물러가라든가 하는 명령을 먼저 내리기 때문이다. 크라인의 명으로 공주에 관한 건 이드가 거의 꽉 쥐고 있는 실정이었다.

“예, 이드님. 그런데 무슨……”

그가 설명을 원하는 듯이 이드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들은 모두 기사도에 어긋나는 행동을 했으며 공주를 희롱했고 여기 있는 레이디들을 희롱했습니다. 거기다가 안 되니까 먼저 검까지 뽑더군요. 도대체 훈련을 어떻게 시킨 겁니까?”

“죄… 죄송합니다. 즉시 처리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특히 저기 있는 푸르토라는 녀석은 기사직을 박탈, 그것은 여기 두 명도 같습니다. 특히 이 녀석은 안 되니까 뒤에서 검을 쓰더군요. 그리고 저기 저들 역시 죄를 물어야 할 것입니다.”

이드의 말에 한순간에 기사직을 박탈당한 인물들과 재수 없는 웃음의 사내파(?)들은 얼굴이 하얗게 변해 버렸다.

“그런데 어떻게 된 겁니까? 보니 훈련도 제대로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밖으로 나와 있다니….”

“그게… 이들이 훈련을 따라오지 못해 하루 동안 쉴 수 있게 했습니다.”

“그런가요? 그런데 배운 것이 저 정도라면 훈련을 다시 시작해야 할 겁니다. 많이 어설프더군요.”

“아닙니다. 저 녀석들은 훈련받는 기사들 중 가장 느리고 실력 없는 자들입니다. 다른 기사들은 모두 잘해 나가고 있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한번 바람의 기사단에 들려보지요, 뒤 일은 라온 경이 처리해 주십시오.”

“예, 알겠습니다.”

이드는 자리를 라온에게 맡기고는 시르피와 카르디안을 데리고 성을 향해 걸었다. 카르디안들은 이드와 시르피를 보며 상당히 조심하고 있었다. 그들은 벌써 10분가량 걸었건만 말 한마디 건네지 않고 있었다.

“너무 그렇게 어려워 마십시오, 여기 시르피도 어려워하잖습니까. 그리고 저 역시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 아닙니다. 제가 저들 기사들을 가르쳤기 때문에 저렇게 대하는 것일 뿐이니까요.”

“정말이요?”

이드의 말에 카르디안 일행 중 가장 활발한 이쉬하일즈가 물어왔다.

“그럼.”

“그런데 이드는 어디서 그런 무술을 배웠어요? 나는 그런 건 지금까지 보지도 못했는데….”

“이거? 어떤 사람이 가르쳐 준 거야……. 나도 누군지는 모르지. 왜, 배워보고 싶어?”

“네, 저도 맨손 무술 그러니까 타룬을 배우고 있거든요.”

‘내가 정확히 봤군….’

“뭐 어려울 것도 없으니 가르쳐 줄게.”

그렇게 대화를 트자 자연스럽게 말이 오고 갔다. 그런 그들의 앞으로 궁의 성문이 서서히 다가왔다. 이드는 그들을 데리고 곧바로 별궁의 식당으로 가버렸다. 시간이 꽤 지난지라 벌써 저녁시간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별궁의 남아도는 방 중에 다섯 곳을 골라 그녀들에게 방을 정해 주었다. 이 별궁은 거의 이드 일행의 것이었다. 고로 그녀들에게 방을 지정해 주는 데 허락을 구할 일이 전혀 없는 것이다. 시르피는 이미 그녀의 궁으로 돌려보낸 후다.

“좀 있으면 식사시간이니까 별궁에 있는 식당으로 오세요. 그리고 옷은 입을 것 있어요?”

“으…응.”

“그럼 됐어요. 씻고 옷 갈아입고 나오세요. 식사는 한 시간 후쯤이 됐겠네요.”

이드는 시녀 마냥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각자의 방을 정해 준 후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