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5화


다음날, 이드들은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프르의 연구실로 향했다. 이번에는 카르디안들 역시 동행했다. 굳이 숨길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데려온 이들을 그냥 둘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쉬하일즈가 함께 가도 되냐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연구실에는 우프르와 몇몇 마법사들이 있었다. 한쪽에는 여전히 카논의 기사가 한 명 묶인 채 누워 있었다.

“오, 왔는가?”

우프르가 이드들을 보고 반겼다. 그는 피곤해 보였다.

“피곤하신가 본데요?”

“허허, 나이도 있으니 말이야. 어제 회의에 갔었는데, 거기 걸려들면 최소한 세네 시간은 꼼짝없이 붙잡혀 있어야 하거든.”

“그런데 뭐 나온 것이 있습니까, 우프르님?”

이드와 우프르가 잡담을 나누는 동안, 일란이 대화에 끼어들어 물었다.

“뭐~ 없어. 모여서 회의 해봤자 별 뾰족한 수가 없지. 그리고 기사들을 심문해서 알아낸 건 얼마 전부터 카논 국의 궁정 마법사들의 행동이 이상해졌다는 것 정도?”

“어떻게 말입니까?”

“그건 모르지. 저들도 확실히는 알 수 없었던 모양이야. 하기사 기사들이 뭘 알겠나.”

“그런데 저자는 왜…?”

“응, 저 녀석 등에 있는 마법진을 연구해서 무효화시키는 주문을 찾는 중이야. 될지 안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때 시녀들이 차와 과자를 들고 들어왔다. 일란은 차를 들어 한 모금 마신 후 우프르에게 물었다.

“카논은 어떻습니까? 어제 부딪혔으니 어떤 반응이 있을 만도 한데요.”

“자네 말대로야. 아침에 연락이 왔는데 녀석들의 군이 국경선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군. 덕분에 오늘 아침에 돌아가려던 귀족들이 전부 다시 잡혀서 회의실에 박혀있지.”

“우프르님, 그런데 아까 말하신 거, 그… 저 기사들에게 걸려 있다는 마법을 해제시키는 거요. 어떻게 됐습니까?”

그래이가 의자에 앉아 침대 비슷한 것에 묶인 기사를 보며 물었다.

“오래 알아본 건 아니지만… 없는 것 같더군. 저 마법 자체가 불완전한 것이라, 차라리 안정된 것이라면 연구해서 디스펠 마법을 적용하겠는데 말이야. 아무래도 더 연구해봤자 얻어지는 건 없을 것 같더군.”

우프르는 묶여 있는 기사에게 시선을 던졌다.

“그런데 저 기사는 알고 있습니까? 그 마법진에 대해서요.”

“모르고 있더군. 그래서 알려줬지. 그런데 믿지 않더라고. 알아보니 암시와 최면마법으로 강하게 마법의 안전성을 각인시켜 놓았더군. 녀석들에게 아무리 말해도 안 믿어. 쯧쯧.”

그 말을 듣는 사람들의 얼굴은 좋지 않았다. 이제부터 본격적인 전쟁이었다. 그것도 제국이라는 엄청난 나라들 간의 전쟁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건 말이야. 녀석들이 이상하게 군을 한군데로 모으고 있어.”

우프르가 이상하다는 듯 한마디 했다.

“한군데라니요?”

“음, 녀석들이 국경선 중에 북쪽 가까운 도시… 아마 모르시일 거야. 이드 자네가 어제 가서 싸운 곳이라네. 그곳으로 유난히 많은 병력이 투입되고 있어. 그것이 이상해서 회의도 더 골치 아파지고 있다고 하더군.”

우프르는 카논 국의 이상한 점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우프르님, 어제 이드가 갔었던 곳이라니요?”

어제 일에 대해 전혀 모르는 카르디안 파티 중 제일 활발한 이쉬하일즈가 그녀다운 성격으로 우프르에게 물었다.

“아, 자네들은 모르겠군. 어제 그곳에서 교전이 있었지. 이드는 그곳에 다녀왔고, 저기 기사 역시 이드가 데려온 사람들이지. 자세한 건 본인에게 직접 듣게나.”

우프르는 할아버지처럼 부드럽게 대답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이 그곳으로 모이는 것은 혹시 그쪽 부분에 노리는 게 있는 게 아닐까요?”

“아님 어제 있었던 전투 때문에 그런 건 아닐까요?”

세인트와 하일이 각자의 의견을 내놓았다. 그러나 듣기에 세인트의 의견이 더 그럴듯했다. 처음부터 공격에 들어왔던 곳이 거기였고, 지금도 다른 곳보다 2, 3배가량의 병력이 더 투입되고 있었다.

“알 수 없지. 자네 의견도 일리가 있기는 하지. 그런데 그쪽으로는 그렇게 노릴만한 곳이 없거든.”

“세레니아, 그쪽 지역에 대해 아는 것 없어?”

이드가 오랫동안 살아온 드래곤답게 세레니아에게 물었다.

“아니요. 제가 알기로는 별로… 그러고 보니 작은 숲이 하나 있어요. 특이한 점은 다른 곳보다 마나가 좀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죠. 아주 약간이요.”

“진짜… 거길 노리는 걸까?”

“하지만 그런 숲을 노려서 이렇게 전쟁까지 벌일 리는 없는 것 같은데요.”

“그 숲에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 있다면?”

“하지만 그 엄청난 제국이 노릴만한 것이 있을까요?”

“알 수 없는 일이죠.”

“레나하인 말대로 알 수 없죠. 아무도 그 숲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니까요. 그 숲이 좀 특이하다는 것뿐, 무언가 있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어요.”

테이블 주위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열띠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세레니아, 그 숲에 대해서 아는 것 있어-?”

이드가 열심히 서로의 의견을 내놓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혜광심어(慧光心語)로 세레니아에게 물어왔다.

세레니아는 이상한 방법으로 물어오는 이드를 신기하게 바라보며 메시지 마법으로 대답했다.

아니요. 그렇게 특이한 점은… 그러고 보니 그곳은 1000여 년 전쯤에 그린 드래곤 타로스의 레어였어요. 그 외에는 전혀 아무런 특이점도 없는 숲이에요. 아까 말씀드렸던 마나의 집중현상도 그 녀석이 거기 살 때 펼친 마법이에요. 그러나 그렇게 강하지는 않아요. 오래됐거든요.

“-혹시 녀석이 거기에 뭐 놓고 간 거 아냐?-”

그럴 가능성도 없잖아 있긴 하지만, 인간들이 어떻게 알았을까요.

“-혹시 누가 발견한 거야? 그런데 가져가자니 크거나 못 가져가는 거거나 해서 이렇게 전쟁을 시작한 거라면?-”

하지만 녀석이 그럴만한 걸 놔두고 갔었을지…

“-그럼 그 녀석에게 한 번 물어보면?-”

이드가 확실한 방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에 대답하는 세레니아는 곤란한 듯했다.

그게… 그는 50년 전부터 수면 중이라 깨우기가 힘듭니다.

“-수면??…….. 의식적인 수면 말인가?-“

이드가 그래이드론의 기억 중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물었다.

“-알고 계시는군요. 맞습니다. 요즘 들어 통할 일이 없다며 의식수면에 들기 전에 제게 연락해 왔습니다.-“

이 의식수면이라는 것은 드래곤이 얼마 간 쉬고 싶을 때 인간처럼 깊은 수면에 드는 것이다. 사실 드래곤이란 원래 잠을 자지 않아도 살 수 있다. 잠을 자기도 하지만 어떤 일이 있을 경우 곧바로 깨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의식수면이라는 것은 잠이 들면 육체를 차원 속에 녹여 버린다. 때문에 어떤 일에도 깨는 일이 없다. 예외가 있다면 로드가 비상을 걸어 전 드래곤을 소집할 때뿐이다. 그러나 그런 일은 절대 있지 않으므로 없는 일로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다른 방법으로 깨우는 방법이 있는데, 강제로 깨우는 것이다. 공간에 녹아있다고 해도 자신의 레어 주위의 공간에 있으므로 엄청난 힘으로 공간을 치면 된다. 보통 서로 간섭하지 않는 드래곤은 잘 사용하지 않지만, 예외로 성질 더러운 레드 드래곤은 볼일이 있으면 마법을 퍼부어 깨우기도 한다. 그러나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예외는 있는 일이다.

“-별 수 없지 깨워야지…… 아니, 아니 직접 가는 게 좋겠어…… 애써서 그 녀석 깨웠다가 아무것도 못 건지면 그것도 말이 아니지…..-“

“-그러세요.-“

세레니아는 그렇게 말하며 어느 정도 안심했다. 이드가 그를 깨우자고 한다면 깨워야 한다. 그런데 로드 체면에 잠자는 사람 깨우긴 좀 그렇다. 그렇다고 이드가 하자는 대로 반대할 수도 없는 노릇인데……

이드가 아직까지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떠들 게 아니라 직접 가보면 될 거 아냐!”

이드의 말에 순식간에 실내가 차분히 가라앉았다.

그런 이드의 말을 듣고서 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맞아, 그렇게 하면 되지…”

“직접 가보면 될걸..”

“맞아, 맞아….”

그들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를 왜 심각하게 앉아서 떠들고 있었는지 황당해했다. 그리고 한편에서 우프르는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허허거리고 있었다. 지금 카논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회의실에 틀어박혀서 밤을 새고 아직까지 앉아있는 사람들은 하나도 얻은 수확이 없는데 이들은 여기 앉아 대충 떠들어보더니 한 가지 의견을 내놓은 것이다. 더군다나 어떻게 들으면 상당한 설득력까지 가진 의견이었다.

‘역시 다양한 이들이 모여있으니 생각의 폭이 넓은 건가….’

그랬다. 지금 테이블 주위로 앉아있는 이들은 엘프에 드워프, 검사, 마법사, 모험가, 여행가… 실로 다양한 사람들이었다.

“그래, 가보면 되겠네…..”

그래이가 얼마 동안 궁 안에만 있다가 어딘가를 간다는 생각에 약간 흥분되는 듯했다. 그러나 이드는 그런 그를 향해 고개를 흔들었다.

“그래이, 많이는 안 가…. 간단히 조금의 인원만 갈 거야…..”

“……….왜!”

“맞아요, 왜 그래요? 많이 가면 좋잖아요.”

“맞아, 거기다 가는데 세레니아가 너한테 한 것처럼 텔레포트를 사용하면 되잖아…”

그래이의 말대로였다. 그러나 이드는 많이 데리고 갈 생각은 없었다. 아니, 세레니아만 데리고 갔으면 했다. 다른 사람들까지 줄줄이 사탕처럼 달고 다니면 엄청 괴로워질 것 같았다.

“맞아요, 더군다나 그런 곳에 가려면 인원이 많아야죠. 무슨 위험이 있을지 모르는데…..”

그러나 레나하인 그녀의 말에 동조하는 사람은 그녀의 동료들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전혀 아니었다. 어제 마법을 통해 본 이드의 실력대로라면 이드에게 위험이 될 것은 드래곤 정도일 것이다.

상당히 의아해 하는 그들을 보며 일란이 친절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레나하인 레이디의 말도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이드에게는 예외입니다. 여러분들은 어제 보지 못하셨지만, 우리가 어제 본 바로는 이드의 실력은 소드 마스터 최상급 십여 명이 덤비더라도 상대할 수 있을 실력입니다. 뭐….. 제가 마법사이다 보니 확실한 진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그의 말에 카르디안들은 새삼스럽게 이드를 바라보았다.

저번에 기사 사건으로 인해 이드의 실력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러나 소드 마스터, 그것도 최상급 여럿을 상대할 실력이라니??? 겉으로 봐서는 영 아닌 것 같았다. 모두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는 듯한 눈빛이었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들이 본 바로는 실력이 있다는 사람들은 엄청난 덩치들이었다. 그렇지 않더라도 적당히 근육이라도 있었다.

그러나 그런 모든 면에서 이드는 예외였다.

“그럼 꼭 가야겠다는 사람만 말해봐…. 많이는 안 데려갈 거야… 두세 명 정도뿐이야….”

이드의 말에 테이블에 앉아있던 사람들이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 그중에 이쉬하일즈가 손을 들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이드와 사람들은 그렇지 하는 표정이었다.

“이드, 나도 응? 나도 갈 거야……. 제발

“그래, 그래…..”

‘그럴 줄 알았어!!’

이드는 그런 그녀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거절하면 끝까지 귀찮게 할 것이다. 거기다 일이 커진다면 그녀 혼자 오는 수도.

그런 후 일리나가 같이 가겠다고 밝혔다. 그녀가 같이 간다는 데는 전혀 반대가 없었다. 오히려 찬성이랄까? 숲으로 들어가는데 엘프를 안내자로 삼는다면 그 여행은 끝난 것이다.

“됐어, 그럼 이렇게만 갈 거야.”

이드가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리고 일행들이 묵던 별궁으로 향하기 위해 일어섰다.

“자네 지금 출발하려는가? 전하께 말씀드리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어차피 확실한 것도 아닌데요 뭐…. 갔다 와서 말씀드리죠…. 오래 걸리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게 말하고 간단한 짐을 가지러 별궁으로 향했다.

각자 간단한 짐을 꾸린 일행은 다시 연구실로 돌아왔다.

“다녀올게요.”

“언니들 나 다녀올게요.”

“이드, 이쉬하일즈 잘 부탁할게요.”

“세레니아 가요!”

“알았어요. 텔레포트!!”

세레니아의 그 말과 함께 연구실의 중앙에 서있던 4명은 빛과 함께 사라졌다.

“자~ 우리는 밥 먹으러 가죠.”

그래이의 말이었다. 확실히 점심시간이 되기는 했다.

저 앞쪽에 숲이 보이는 평원에 강한 빛과 함께 4명의 인원이 나타났다.

“음? 여긴???”

이드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이드의 눈에 1킬로 정도 떨어진 곳에 숲이 보였다.

그런 이드와 일행들을 향해 세레니아가 입을 열었다.

“저 숲의 이상 마나장 때문에 가까이 텔레포트할 수 없습니다. 저 혼자라면 가능하지만 다른 분들이 있으면 위험합니다.”

사실 숲의 마나장 때문에 텔레포트의 출구가 뒤틀려도 명색이 드래곤인데 별 상관 있겠는가? 그리고 그것은 이드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은 엘프와 한 소녀 때문에 이곳으로 텔레포트 한 것이다.

“그래? 그렇다면…. 뭐….”

그렇게 말하고는 이드가 숲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그리고 그런 이드의 옆으로 다른 일행들이 걸었다.

숲에서 그렇게 멀지 않았기에 가벼운 걸음으로 숲을 향해 걸었다. 숲과 가까워지자 보통 숲에서는 느낄 수 없는 약간 특이한 마나의 흐름이 느껴졌다.

“흐음~ 확실히 보통 곳과 다른 마나가 느껴지기는 하는데….”

“맞아요. 이건 보통 숲의 마나가 아니군요…… 그런데 숲 자체에서 내뿜는 건 아닌 것 같아요.”

“….. 아무래도 그런 것 같아요.”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가 각자 느끼는 바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그것에 동참하지 못하는 중생이 있었으니…

“…음…….. 뭐가 느껴지는데요???”

이쉬하일즈였다. 그녀가 백타를 하고 있으나 아직 수련의 부족으로 마나를 느낄 줄 모른다.

잠시 후 이드들은 숲 바로 앞까지 다가갔다.

‘확실히 여기 나무들은 중원보다 크고 굵단 말이야……’

확실히 그랬다. 이곳의 나무들은 중원의 나무들과는 조금 달랐다. 나무가 굵은데다 올이 곧다. 중원에 산에서는 나무가 똑바로 자라기도 하지만 옆으로 꼬여서 자라나는 것도 있었다. 거기다 여기 나무보다 작다.

일리나가 나무를 보며 가까이 다가가 만져 보았다.

“…..다른 숲들과 똑같은걸요…..”

“맞아요. 우리가 봐도 보통 숲 같은데……”

“그렇담 들어가 봐야지…..”

일행은 이드를 선두로 숲 속으로 발걸음을 옮겨 놓았다.

조금 더운 여름 날씨였지만 나무들이 햇살을 막아 주고 있었다. 그리고 간간히 나무 사이로 비춰드는 햇빛, 평화로운 모습이었다.

“여기 경치 좋은데….”

이드의 말이었지만 모두 같은 생각인 듯했다.

이드는 주위의 좋은 경치를 둘러보며 세레니아에게 혜광심어(慧光心語)로 물었다.

“-그런데 그 타로스란 녀석의 레어는? 여기 경관으로 봐서는 주위에 레어를 대신할 만한 동굴이 있을 리가 없는 것 같은데….-”

{아니요. 저쪽에 작은 언덕이 있습니다. 녀석이 이곳에 있을 때는 몸을 줄여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공간도 그렇게 필요는 없었죠. 그 언덕과 지하로 파내려 간 공간까지 하면 보통의 레어보단 작지만 어느 정도 크지요.}

“-음~ 별난 드래곤이네….. 아닌가??”

확실히 이드가 본 바로는 살고 있는 곳은 제각각이었다. 그래이드론이야 상황 상 특이했다 치고 여기 있는 세레니아는 오두막에서 살고 있었다. 그런 걸 보면 그 녀석이 특이할 것도 없었다.

숲은 조용했다. 숲 위로 날아다니는 새를 제외하고는 동물도 없는 듯했다.

“동물은 한 마리도 없는 것 같은데…..”

“글쎄요….”

“혹시 이 마나의 이상한 흐름 때문 아닐까요?”

“동물이 없다구요? 왜요? 그럼 새는요?”

“새는 날아가다 잠깐 쉴 수 있는 거니까. 더군다나 날아다니니 여기서 나가는 것도 빠르니까…”

그렇게 산책하듯 숲을 걸은 지 20분쯤이 지나자 일행들의 앞으로 꽤 큼직한 언덕 같은 것이 보였다.

“우와! 보통 언덕보다 한참 크네….. 그런데 이드, 길은 알고 가는 거예요?”

이쉬하일즈가 앞의 언덕을 보다가 이드를 향해 물었다. 사실 지금까지 오는 길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 이드와 세레니아야 알고 있었고 일리나야 앞에 가는 드래곤이 알려니 생각했지만 이쉬하일즈야 아는 것이 없으니….. 왜 데려왔을꼬…..

“우리가 찾는 게 뭔지도 모르는데 어디로 가는 거예요???”

“하~ 저번에 세레니아가 여기 와 보았단다. 그리고 저기 언덕 안쪽에서 이상한 마나의 흐름을 느꼈다더라… 그러니까 저기 가보면 뭔가 있을 거야!”

“음~~ 그런 거예요!”

이쉬하일즈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세레니아에게 물었다.

“그럼 세레니아는 여기 와서 들어가 보셨어요?”

“아니, 들어가 보진 않았어.”

세레니아가 간단히 답했다. 그런데 그때 이드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언덕의 오른쪽 편 숲을 바라보았다. 다른 일행들 역시 멈추어서는 이드를 보고 따라서 멈추어 섰다.

“왜 그래요?”

“무슨 일이죠?”

이쉬하일즈와 일리나가 갑자기 멈추어서는 이드에게 의문을 표했다. 그녀들의 물음에 이드는 살짝 웃으며 답했다.

“훗… 우리가 제대로 집은 것 같은데 이쪽으로 다가오는 기척이 있어. 그리고 멀어져 가는 희미한 기척도 있고.”

“소리로 보아 대략 3, 4명가량…… 그리고 소드 마스터 같은데….”

이드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리고 옆에서 세레니아가 마법을 시전했다.

“리딩 오브젝트 이미지. (특정 영역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읽는다)”

그러자 그녀의 앞으로 두께가 느껴지지 않는 네모난 영상이 나타났다. 거기에는 이드들의 주위와 같은 그림과 함께 언덕의 오른쪽에서부터 다가오는 3개의 붉은 점이 있었다. 그리고 저쪽 언덕의 왼쪽에서 일행으로부터 멀어져 가는 붉은 점 3개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