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6화


그걸 보는 일행 중에 이드가 말했다.

“세레니아, 이거 더 넓게 볼 수 있을까? 이 녀석들 보아하니 더 있을 것 같은데.”

“가능하죠. 오브젝트 렉토.”

그녀의 마법에 따라 네모난 영상이 더 커져갔다.

그러자 언덕의 반대편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드가 있는 곳의 반대 방향에서 조금 오른쪽에 한 무리의 붉은 점이 있었다. 거긴 똑바른 붉은 점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거 왜 이래요?”

“저쪽에서 자신들 주위에 마법으로 결계를 형성한 모양이야. 마력을 더 올리면 결계 안을 볼 수 있는데 해볼까요?”

“아니, 뭐 몇 명이 있던 상관없으니… 녀석들의 목적이 이곳이라는 건 확실하니까.”

그때도 3개의 붉은 점은 점점 일행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우선은 들키지 않게 숨고 보자.”

그런 후 각자 숲 속으로 몸을 숨겼다.

이쉬하일즈는 숲 속에서 나무 뒤에 엎드렸고, 일리나는 나무 뒤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세레니아는 나무 뒤에서 마법으로 숨어 버렸고, 이드는 나무 위로 숨어 버렸다.

잠시 시간이 지나자 발자국 소리와 말소리와 함께 3명의 기사가 이드들이 있던 자리를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이 지나갈 때 하는 말이 약간 들려왔는데…

“어떻게 된 숲이 여기는 동물도 없냐?”

“글쎄, 그런 것들이라도 있으면 사냥이라도 하고 시간을 보내련만…”

“이봐, 그런데 저 안쪽에 뭐가 있는 거야?”

“알 수 없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나… 내가 듣기로는 궁중 마법사가 발견해낸 거라고 하던데…”

“저것만 확보하면 이번 전쟁을 이길 수도 있다고 하던데 사실일까?”

“글쎄 말이야. 나는 잘 믿기지 않는다니까. 도대체 저 안에 드래곤이라도 들어앉았냐? 전쟁에서 이기게? 거기다가 입구 앞에다 천막을 쳐 놓으니… 젠장.”

“글쎄 말이다. 그런데 이것도 헛소문 아니야?”

“하하하, 그럴지도…”

“그나저나 정말 심심하군…”

잠시 후, 그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곳까지 갔을 때 일행들이 다시 아까 있던 자리로 나왔다.

“이드 말이 확실하네요. 똑바로 찾은 것 같은데요?”

“그런데 안쪽에 진짜 뭐가 있는 거죠?”

“그런데 어떻게 들어가죠? 입구를 막고 있다면…”

그 말을 듣고 있던 이드가 세레니아를 보며 물었다.

“지금 있는 이 언덕에서 저 안쪽의 동굴까지… 거리가 멀어?”

“글쎄요. 대략… 10미터 가까이는 될 텐데요.”

“좋아… 일리나, 대지의 정령과도 계약했어요?”

이드의 물음에 그제야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듯한 표정을 짓는 일리나와 세레니아였다. 그러나 이쉬하일즈는 아직도 필이 오지 않는 듯…

“있어요… 하지만 하급 정령 정도여서 그렇게 깊이까지는…”

“그래요?”

그때서야 어느 정도 대화의 내용을 파악한 이쉬하일즈가 말했다.

“그럼 마법 같은 걸로 뚫어버리면 안 돼? 아니면 이드가 직접 저기 가서 모여 있는 기사들을 처리하거나… 소드 마스터 최상급이라며.”

“하~ 그래도 되지만 손쓰기 귀찮아… 쉬운 방법이 있는데 뭐 하러 힘들게 움직이겠어?”

“세레니아, 여길 소리 없이 뚫을 만한 마법은?”

“좀 까다롭지만 있어요. 하지만 마나의 유동으로 저쪽에 마법사가 있다면 들킬 텐데요.”

“할 수 없지… 일리나, 정령으로 되는 데까지 뚫어봐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

이드의 말에 의아하긴 했지만, 일리나는 대지의 정령을 불러 할 수 있는 데까지 뚫었다. 깊이가 약 3~4미터가량 되어 보였다.

“좋아, 그럼 이제부터는 내 차례로군.”

그렇게 말하며 앞으로 나온 이드는 두 손을 앞으로 내밀어 정령이 뚫어놓은 벽에다 대었다.

“모든 것을 파괴한다. 쇄옥청공강살(碎玉靑功剛殺)!”

그렇게 조용히 말하는 이드의 주위로 푸른색의 은은한 빛이 흘렀다. 그리고 그 빛은 이드의 두 손에 더욱 모여들었다. 그런 이드의 주위로는 은은한 냉기가 흐르고 있었다. 푸른색에 휩싸인 손은 벽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 들어갔다. 그리고 그것이 팔꿈치 정도까지 다다르자…

“파 (破)!”

이드의 조용한 외침과 함께 이드의 앞에 있던 벽이 가는 모래처럼 부서져 내렸다. 그 깊이가 1미터 이상이었다.

터널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통해 그것을 보며 일리나와 세레니아는 다시 한번 놀랐고, 이쉬하일즈는 아예 입을 닫을 줄 몰랐다.

“그… 그건…”

이쉬하일즈가 더듬거리며 입을 열자 이드가 답해 줬다.

“이거… 마나를 느끼는 소드 마스터 상급이나 최상급 정도 되면 가능해져.”

‘물론 아무나 되는 게 아니지만…’

그렇게 다섯 번의 쇄옥청공강살을 사용하자 동굴의 내부가 나타났다.

동굴은 상당히 어두웠다. 원래 정령이 뚫어 놓은 것도 일리나가 돌려냄으로 해서 원상 복귀되었고, 이드가 뚫어놓은 부분만 그대로였다.

이 모습을 본다면 라인델프가 상당히 좋아할 것이다. 광물을 찾아서 파러 다니는 그들에게 이드는 완전히 봉이야~라고.

그리고 그때, 일리나가 빛의 하급 정령인 라이드를 소환했다.

그러자 동굴 안이 은은하게 밝혀졌다.

이드들이 파고 들어온 길은 동굴의 바닥으로부터 약 4미터 가량 위였다.

그 높이를 보고 세레니아가 다시 마법을 사용하려 하자 이드가 가볍게 제지한 후 연형강기(聯形剛氣)를 그들의 발 아래로 깔고 약간 뛰어올린 후 동굴 안으로 뛰어내렸다.

이드가 동굴 안으로 가볍게 착지하고 그 뒤로 일리나와 세레니아, 이쉬하일즈가 공중으로부터 느릿하게 내려왔다.

그들의 발이 땅에 닿자 이드가 연형강기를 거두었다.

그리고 발이 땅에 닿자 모두들 신기한 듯이 이드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세레니아가 물어왔다.

“이건… 순수한 마나 같은데요.”

“맞아, 순수한 마나를 있는 그대로 형태만 줘서 압축해서 그대로 사용한 거야.”

이드의 말에 일리나와 세레니아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이쉬하일즈는 전혀 아니었다.

“분명 나도 돌머리는 아닌데… 돌아가면 세인트 언니하고 공부 좀 해야겠어…”

이쉬하일즈가 조용히 중얼거렸다. 앞에 있는 세 사람들이 하는 말을 곧바로 알아듣지 못한 이쉬하일즈의 다짐이었다.

이드들은 동굴에 서서 두리번거리며 어디로 가야 할지를 찾고 있었다.

그런 이드와 일리나, 세레니아에게 은은한 마나의 느낌이 왔다. 어딘가로 흘러드는 듯한 마나의 흐름 말이다.

마나는 동굴의 안쪽 지하로 흘러들고 있었다.

그런데 거기서 이드는 이상한 점을 느꼈다.

“이상한데… 음양(陰陽)의 자연기 같은데…”

이드는 혼자 작게 중얼거렸다.

이드들은 우선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겨놓았다. 동굴은 상당히 넓었다. 그러나 넓은 것도 이드들이 나왔던 곳뿐이고, 그들이 들어가는 곳은 동굴의 벽으로 뚫려 있는 터널이었다.

그 안쪽은 누구의 작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깨끗하게 깎여 있는 돌로 형성되어 있었다. 넓이는 3미터 정도였고, 높이는 4미터에 가까웠다.

그리고 이 터널의 끝으로 생각되는 지점 20여 미터 정도 앞에 은은한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일행들은 그 빛이 비치는 곳을 향해 걸었다.

이미 이드가 천이통(天耳通)으로 안에 아무도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였다.

그리고 잠시 후, 일행은 터널을 빠져나와 넓이가 약 10여 미터에 이르는 홀의 입구에 다다랐다.

그 홀은 높이가 약 5미터에 가까웠고, 천장은 둥근 모양이었다.

그리고 홀의 중앙에 복잡하게 새겨진 마법진과 함께 공중에 검은빛과 하얀빛을 뿜어내는 두 개의 공이 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