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7화


그것을 보고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의아함을 나타냈지만, 이드와 세레니아는 처음에는 한숨을 쉬며 심각해하다가 다음으로는 황당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저게 뭐죠?”

“저게 왜……”

각자의 의문은 달랐다.

일리나는 이드와 세레니아가 저것에 대해 아는 것 같자 둘에게 물어왔다.

“이드, 저것에 대해 알아요?”

일리나의 물음에 이드는 대답 없이 세레니아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세레니아가 입을 열어 설명을 시작했다.

“저건 마법유지 마법진… 그러니까 드래곤들이 자신들의 레어에 만들어놓은 마법을 유지하기 위해 만들어 놓는 거예요. 원래 마법을 시행하면 거기에 소모되는 마나 양을 드래곤이 직접 지탱하지만, 어떤 드래곤들은 저런 걸 이용하기도 하죠. 저건 드래곤이 음양의 마나로 핵을 형성하고 나면, 여기 마법진이 주위로부터 자동적으로 마나를 흡입해 지정된 마법진으로 마나를 공급해주죠. 그런데 저건 좀 변형되었어요. 누군가 다르게 조작한 것 같은데…”

그 뒷말을 이드가 이었다.

“상당히 위험하게 조작해 놓았지.”

“무슨…”

이드와 세레니아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상당한 의문을 나타내었다.

세레니아가 이어서 다시 설명해 나갔다.

“그러니까 여기 있던 드래곤이 무슨 생각인지… 아마 이드에게만 들렸을 겁니다. 저걸 그냥 두고 간 거죠. 그리고 저건 마법진이 해체되었지만 의무를 충실히 행했기 때문에 상당한 마나를 모았겠죠. 그런데 누군가 여기 들어와서 저걸 본 모양이에요. 저 마법진을 어느 정도 이해한 걸 보니 마법사였던 모양이에요. 드래곤의 마법이라 이해하기 힘들었겠지만, 대충은 어떤 건지 알았겠죠. 그리고 거기에 몇 가지를 더한 듯해요. 저기 보이죠? 저 두 개의 구, 그건 원래 모아두었던 마나를 크게 두 가지, 빛과 어둠으로 나눈 거예요. 그리고 마법진 역시 더욱 강화시키기 위해 자신이 아는 비슷한 주문을 사용했겠죠. 저기 보이죠? 벽과 중앙의 마법진 주위에 새겨진 것은 8급의 마법진 라이플을 응용한 거죠. 그런데 그 마법사가 거기서 만족하고 그냥 떠나 버린 모양이더군요. 원래 마법사가 그렇지만, 자신의 호기심만 채우면 끝이니까요. 그런데 이 마법진은 그대로 운용되어서 상당한 양의 마나를 모았죠. 그런데 문제는 여기 마법진을 살짝만 고치고 손을 댄다면… 저 두 가지 마나가 반응하여 폭발할 거란 거죠. 거기다 상당히 순수한 마나여서 폭발의 위력이 클 거예요.”

일리나는 세레니아의 설명을 들으며 상당히 황당해 했다. 누군지 모르지만 저런 걸 만들어 놓고 그냥 가버리다니…

옆에 있는 이쉬하일즈는 무슨 설명인지 확실히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위험하다는 것을 알아들었다.

“그럼 해체할 방법은요?”

“글쎄, 그게 어려워요. 거기다 그 마법사가 여기저기 마법진을 설치하는 바람에 더 불안정해졌고요.”

그렇게 말하며 이드가 다가가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는 홀의 중앙을 바라보았다.

“그럼 어떻게 해요?”

“해체할 수 없다면…”

“뭐, 정 방법이 없는 건 아니죠.”

세레니아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가 귀를 기울였다.

“뭐죠?”

그때 마법진을 돌아보고 돌아온 이드가 대신 답했다.

“여기 중앙에 위치한 드래곤이 설치한 마법진을 해제시키는 것. 이건 드래곤이 걸어놓은 암호만 있으면 쉽게 해체가 가능한 거거든. 모여진 마나로 보아 어느 정도의 반작용이 있겠지만…”

그 말에 이쉬하일즈가 상당히 놀라고 있었다.

“하… 하지만… 드래곤을… 누가…”

“괜찮아. 여기 세레니아가 어떤 드래곤과 약간 안면이 있거든. 세레니아가 가서 알아보면 될 거야. 세레니아!”

“알았어요. 제가 다녀오죠. 아무리 빨라도 7시간 이상은 걸릴 듯한데요.”

그 말을 들은 이드가 고개를 끄덕이자 세레니아는 그런 이드를 보며 이동해 갔다.

그녀가 출발하고 나서 이쉬하일즈가 물었다.

“그런데 저게 터지면 얼마나 부숴지는데요?”

그 물음에 일리나 역시 이드를 바라보았다. 자신도 저 마나의 압축율이나 그런 것을 대충은 짐작하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확실히 알 수가 없었다.

“글쎄… 저걸 반응시킨다면… 대충… 이 아나크렌 제국의 반 정도는 초토화될걸? 아마 그 범위 내에서 무사하기는 힘들 거야. 뭐… 8클래스 정도의 마법사라면 대 마법방어 결계 정도로 무사할 수도 있지만… 그러니까 여기서 이걸 터트린다면 카논은 단숨에 아나크렌이란 땅덩어리를 흡수하는 거지. 뭐… 반은 초토화된 땅이지만 대지는 1년 정도 안에 원래 모습을 찾을 테니까…”

이드는 별것 아니라는 듯 답했지만, 듣고 있는 일리나나 이쉬하일즈에게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저 얼마 크지도 않은 지름 1미터 정도의 덩어리 두 개가 그만한 위력을 지닌단 말인가?

그리고 만약에 성공한다면? 아마 카논이 이 넓은 대륙의 최강국이 되는 것은 확실할 것이다. 거기다 이런 것을 사용하고 난 후라면 다른 나라들은 겁을 먹고 쉽게 덤벼들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가 이것은 한 번밖에 사용할 수 없는, 다시는 사용될 수 없는 것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는 한은 말이다.

그렇게 설명하며 이드는 땅에 털썩 앉아서는 벽에 등을 기대었다.

일리나 역시 그런 이드를 보며 옆에 앉았다. 그러나 이쉬하일즈는 그러지 않고 여기저기를 훑어보며 돌아다녔다.

그런 이쉬하일즈를 보다가 일리나는 시선을 이드에게로 돌렸다.

‘이 사람은 누굴까…’

이것이 일리나가 가지고 있는 생각이었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라고는 엄청나다 못해 경이로운 검 실력과 드래곤로드와 관계가 있다는 정도였다.

그리고 느껴지는 또 한 가지는 따뜻하고 편하다는 점이다.

이드가 자신과 동료들을 나타내지 않고 돌봐준다는 것을 깨달아서가 아니었다.

이 사람과 함께 있으면 어떤 모를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같은 엘프도 아닌 그것도 정체조차 불분명한 사람에게 이러한 감정을 느낀다는 것이 이상했다.

우우우우웅.

일리나의 생각은 그런 소리를 내며 울리는 마나에 의해 깨어졌다.

급히 돌아본 이드와 일리나의 시선에 한쪽 벽에 손을 대고 울상을 짓고 있는 이쉬하일즈의 모습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