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8화
이드와 일리나는 앉아있던 자리에서 급히 일어나 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았다.
소리의 근원지는 마법진의 중앙에 자리한 두 개의 마나의 구였다. 그것은 우는 듯한 소리를 내며 주위에서 마나를 흡수하던 것을 멈추고 각각이 구성되어 있던 마나를 유동시키고 있었다.
이드와 일리나는 그것을 보며 급히 이쉬하일즈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 보았다. 그녀는 그때까지 벽에 손을 대고 멍하니 이드와 두 개의 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의 손이 닿아 있는 벽에는 작은 마법진과 함께 작은 핑크빛 보석이 하나 박혀 있었다. 그녀의 손은 그 핑크빛 보석에 닿아 있었다.
“이드… 내가… 여기 손을 대니까…”
그녀가 가리키고 있는 핑크빛의 보석에는 중앙에 금이 가 있었다.
“아마… 마법진의 제어를 맡는 부분 같은데…”
이드가 마법진을 보며 중얼거렸다. 금이 가 있는 제어구에 이쉬하일즈가 손을 대면서 이상 반응이 일어난 듯했다. 그러면서 시선을 돌린 곳에서는 두 개의 구체가 회전 속도를 높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며 주위를 다시 한번 둘러보았다.
“이드, 어떻게 하죠? 두 개의 마나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 같은데…”
“글쎄… 만약 저 녀석이 폭발하면 아나크렌과 카논이 엄청난 피해를 입겠지. 게다가 땅에서 폭발하는 거라 지기(地氣)에도 영향이 있을 거야. 아마 화산이나… 지진…”
이드의 말에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심각한 표정으로 두 개의 마나 덩이를 바라보았다.
그때, 이드들이 들어왔던 통로로부터 여러 개의 발자국 소리와 철이 부딪히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드와 일리나는 당황하며 마나 덩어리를 보고 있었으나 각자 엘프와 고수답게 그들의 발소리를 알아차렸다. 그리고 서로에게 시선을 돌렸다.
“아무래도 마법사가 이 마나 파동을 느끼고 몰려온 듯한데…”
“어떻게 하죠?”
이쉬하일즈는 말은 없었으나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들이 지나왔던 터널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이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입을 열었다.
“그냥 여기 있어보죠. 어차피 자기네들도 이 폭발의 범위에 들어가는데… 설마 칼 들고 덤비겠어요?”
이드의 말을 듣고 보니 그것도 그랬다. 하지만 만약이란 것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그것 역시 별로였다. 이드 정도의 실력에 만약이라… 그러려면 드래곤이라도 나타나야 할 것이다.
일단 일행들은 홀의 안쪽 벽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잠시 후 발소리가 터널을 울리며 들려왔고 곧 여러 명의 기사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들어와서 회전하고 있는 마나를 보고 당황한 다음 한쪽에 서 있는 세 명의 외인(外人)들을 보고 경계하며 검을 들었다.
잠시 후, 그들의 뒤로 마법사 두 명과 신관 한 명이 들어왔다. 그들 역시 이드들을 보고 의아해했으나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눈앞에 더 급한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 두 명의 마법사는 회전하고 있는 마나 덩어리를 보며 상당히 긴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명인 중년의 갈색 머리 마법사가 이드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 당신들인가? 이걸 반응시킨 것이…”
그가 그런 말을 할 때, 다른 중년의 금발 마법사는 마법진으로 다가가 급히 여기저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기사들은 검을 들고 이드들을 경계만 할 뿐이었다. 그것도 그럴 것이, 그들의 눈에는 여자 세 명이 서 있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뭐… 그중 한 명이 엘프이고 한 명은 검을 차고 있었지만 말이다.
“….. 그렇습니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요. 제어구가 깨어져 있더군요…”
이드가 일행을 대신해 입을 열었다.
“뭐…? 제… 제어구가…?”
이드의 말을 듣고 두 마법사는 동시에 시선을 아까 이쉬하일즈가 손을 대었던 핑크빛 구슬로 옮겼다. 그것을 바라보다가 갈색 머리의 마법사가 다시 시선을 돌렸다.
“정말이군… 그런데 이 마법진과 제어구를 알아보다니… 마법에 상당히 아는 것 같군. 그런데 어떻게 여기 들어온 거지? 자네들 누군가?”
이럴 때 똑바로 말하면 바보라는 생각에 이드는 능청스레 말했다.
“여행자입니다. 지나가다가 우연히 이 숲에 들어왔는데 궁금해서 들어왔죠.”
그러나 이드의 말을 그대로 신뢰하지는 않는 듯해 보였다. 하지만 자신들의 눈앞에서 회전을 가속화하고 있는 마나 덩어리가 더 큰 문제였다. 자신들도 확실한 범위는 알 수 없으나 이것이 폭발한다면 엄청난 범위일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확실히 자신들의 카논 국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사들 역시 어느 정도 경계가 풀렸는지 검을 거두고 마법사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한쪽으로 물러나섰다.
마법사들은 어떻게든 막아보려는지 마법진 여기저기를 훑어보고 있었다.
“이봐, 자네들도 알면 좀 도와주지? 만약 이게 폭발하면 우리나 자네들이나 무사하긴 힘들 것 같은데…”
갈색 머리의 남자가 이드들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흔들어 주었다.
“아니요. 저희들은 방법이 없는데요…”
“그래도… 하~”
그는 한 번 더 말해 보려다 포기한 듯했다. 사실 자신들 역시 이것에 대해 어떻게 해볼 방법이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드 역시 시선을 마법진의 중앙에서 회전하고 있는 마나의 구 두 개를 바라보며 해제시킬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옆에서는 일리나와 이쉬하일즈가 만약 이드가 어떤 방법이라도 있는가 해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두 개의 마나 덩어리는 회전력을 더하며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이드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휴~ 어쩔 수 없는 건가?”
옆에 있던 일리나와 이쉬하일즈는 이드의 중얼거림에 어떤 방법이라도 있는가 해서 바라보았다.
그때, 이드가 저쪽에서 곤란한 표정으로 마법진 주위를 기웃거리고 있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것 봐요. 어떤 방법이라도 찾았어요?”
그러나 이드의 물음에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못 찾았으면 지금이라도 도망가는 게 어때요?”
“이봐, 이게 폭발하면 범위와 위력이 엄청나다고… 그런데 어딜 간단 말인가?”
“갈 수 있는 데까지 텔레포트해서 마법 방어벽을 치면 되잖아요.”
“하지만… 여기 기사들은 어쩌고? 우리들만 살자고 이들은 두고 갈 수 없어.”
그의 단호한 말에 기사들의 눈에 따뜻한 감정의 빛이 일렁였다.
‘헤… 저 사람들 꽤 괜찮은데?’
“그럼 나한테 방법이 있긴 한데… 해볼래요?”
이드의 말에 홀 안의 시선들이 급히 이드를 향했다.
“정말인가? 레이디?”
‘확… 우리들만 도망갈까?’
“레이디란 말은 빼줘요. 그리고 확실하진 않지만 확률은 높아요.”
이드의 말에 마법사들과 기사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좋아. 딱히 방법도 없으니… 우리가 뭘 하면 되지?”
“아무것도, 그냥 가만히만 있으면 되죠. 천허천강지(天虛天剛指)!!”
이드의 손에서 뻗어나간 지공이 그들의 마혈(痲穴)과 혼혈(昏穴)을 집어 쓰러뜨렸다.
그리고 다가가서 각각의 인물을 접인공력(接引功力)으로 터널 밖으로 뛰어 보냈다. 그리고 시선을 돌려 뒤에선 일
리나와 이쉬하일즈를 바라보았다.
“여긴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밖으로 나가 있어!”
이드의 말에 이쉬하일즈가 눈에 눈물을 담았다.
“미안해… 나 때문에…”
이쉬하일즈가 그녀답지 않게 훌쩍이자 이드가 다가갔다.
“별일 아니야… 괜찮아. 밖에 나가서 잠시 기다리고 있으면 곧 나갈 거야.”
그렇게 말하며 둘 역시 접인공력(接引功力)으로 밖으로 날려보냈다.
“후~ 좋아, 힘 좀 써볼까나?”
그리고 손에 강기를 집중한 후 몇 군데에 디스펠을 이용한 마법진을 형성시켰다. 몇 군데에 마법진이 형성되자 두 개의 마나 덩이의 회전이 늦어지며 형성된 마나 역시 조금 느슨해지는 느낌이었다.
“좋아, 이제 시작이다. 태극만상공(太極萬象功)!!”
이드는 신공(神功)을 극성으로 끌어올린 후 두 개의 마나 구가 있는 마법진의 중앙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