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29화
이드가 순간적으로 이동해서 마법진의 중앙에 서자 그의 양쪽에 있는 어느 정도 마나의 압축이 느슨해진 마나구에서 이드 쪽으로 마나가 흘러들었다.
이드는 흘러드는 마나를 잠시 느끼다가 곧바로 손을 위로 들어올렸다.
“청룡강기(靑龍剛氣)!!”
이드의 외침과 함께 이드의 손에서 강기로 이루어진 둥근 모양의 용과 같이 꿈틀거리는 강기가 솟았다. 그 강기는 이드가 두 개의 마나구에서 빨아들이는 진기에 비례해서 커지면서 천정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이드는 생각했다.
‘마법진 속으로 들어가 태극만상공(太極萬象功)으로 마나를 몸으로 받아들여 곧바로 강기로 형상화시켜 밖으로, 그것도 피해가 별로 없도록 하늘로 날려버린다.’
강기신공(剛氣神功)류의 청룡강기 역시 이 방법에 적당한 초식이었다.
‘크… 후~ 이거 경락(經絡)에 전해지는 압력이 대단한데…’
자신의 몸을 매개체로 받아들인 진기를 곧바로 강기신공으로 밖으로 쳐내고 있었기에 이드의 몸에도 상당한 압력이 가해지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간의 시간이 흐르자 홀의 천정으로 지름 1미터 정도의 구멍이 생겨 버렸다. 그리고 하늘로 올라가고 있는 푸른빛 사이로 하늘이 보였다.
그렇게 1/5 정도를 하늘로 날려버린 이드는 상당한 압력을 감당하고 있었지만 아직 견딜 만은 했다.
‘후~ 이 짓도 굉장히 힘들다. 그 그린 드래곤인가 뭔가 하는 놈 만나기만 해봐라… 응?’
이드가 속으로 그렇게 다짐하고 있는데, 이드의 손에서 뿜어내고 있던 강기에 이상이 생겼다.
그것은 이드에게서 발출되던 강기가 전혀 밖으로 나가지 않고 방향을 바꾸어 다른 곳으로 흐른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이드의 왼팔에 차여진 팔찌였다. 팔찌는 은은한 붉은 빛을 발하며 이드의 몸으로 들어오는 두 가지의 마나를 흡수하고 있었다.
‘…뭐.. 뭐야 저건… 저게 저런 것도 하나?’
그때 갑자기 이드의 몸의 주요경락으로 상당량의 압력이 실려왔다.
그것은 팔찌가 빨아들이는 마나의 속도가 빨라져 이드의 몸을 거쳐 흐르는 마나의 양이 많아져서였다.
이드 자신이 뿜어내는 강기라면 자신이 스스로 속도라던가 양이라던가 하는 것을 조절할 수 있으나, 이것은 순전히 저 팔찌로 인한 것이었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팔찌가 흡수하는 마나의 양은 시간이 갈수록 빨라졌고, 자연히 이드의 몸을 거치는 마나의 양과 흐름이 빨라졌다. 거기에 비례해 이드의 경락으로 가해지는 압력 역시 증가했다. 이제는 멈추고 싶어도 그것이 쉽지가 않을 정도로 흐름은 급격해졌다.
‘제길… 맨 처음부터 팔찌를 주운 것이 잘못이었어… 이것만 아니었어도 내가 이런 고생을 안 하는데… 크… 윽… 옥빙누나…’
팔찌는 짧은 시간에 벌써 두 마나구의 마나를 반 이상 빨아들이고 있었다.
이드 역시 점점 고통을 참기 힘들자 본원진기(本原眞氣)로 주요경락을 보호했다. 그러나 그것 역시 가해지는 압력을 약화시켰을 뿐, 그렇게 크게 영향을 주진 못했다.
팔찌가 마나를 흡수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이드의 입에서도 피가 흘렀다. 아마 상당한 내상을 입은 듯했다.
“큭… 크…”
이드의 입에서 신음이 새어나올 때, 그때까지 팔찌에 상당한 양의 마나를 흡수당해 적은 양의 마나만 남아있던 두 개의 구가 각자 빛과 어두운 빛을 뿜으며 이드의 몸속으로 흘러들어갔다.
그 엄청난 마나의 흐름에 이드는 기혈과 경락이 막히고 엄청난 타격을 받아버렸다. 그로 인해 운기하고 있던 태극만상공 역시 중단되어 버렸다. 그리고 마나가 순식간에 빨려 들어가며 주위가 빛으로 싸여졌다.
그런 이드의 눈에 팔찌의 삼분의 일이 빛을 내기 시작했다. 붉은 빛에서 서서히 검은 빛으로 변하더니, 빛이 스러지면서 은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수한 붉은 어둠의 인장은 그대를 인정한다. 나 어둠의 근본이며 순수한 어둠의 지배자, 아크로스트, 그대를 인정한다.]
웅후함, 세상 그 자체와 같은 목소리가 이드의 뇌리를 울린 후 팔찌에서 뿜어지던 어둠의 빛이 사라졌다.
그런 이드의 주위에는 여전히 마나가 빛을 내고 있었다. 이드는 가물가물한 정신에서도 그것이 무엇인지 얼핏 알아보았다.
“…제기랄… 텔레… 포…”
그 말을 끝으로 이드는 정신을 잃었고 강한 빛과 함께 홀에서 사라졌다.
이드가 사라진 홀은 어둠이 깔려 있었다. 사방에 깔려 있던 마법진들은 마나의 회오리에 깎여서 사라진 후였다.
잠시 후 뛰어드는 발소리가 홀로 울렸고 두 개의 목소리도 들려왔다.
“이드…”
“괜찮아요?”
그러나 그 목소리에 답하는 목소리는 없었다.
“큭… 아우~!”
이드가 눈부신 빛과 코로 들어오는 맛있는 향에 눈을 떴다. 오랫동안 눈을 감고 있어서 그런지 눈을 뜬 직후는 상이 잘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상이 잡힌 후 이드의 눈에 들어온 것은 푸른 하늘이었다.
“정신이 들어요?”
이드의 귀에 따뜻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드는 소리가 들린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그쪽에는 갈색의 긴 머리를 가진 소녀가 있었다. 옷이 특이하게 남자들이 입는 듯한 옷이었다. 그러나 크지는 않는 것으로 보아 자기 옷인가 보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뒤로 가벼운 하드래더를 걸친 청년이 입에 뭔가를 넣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괜찮으세요?”
그녀가 다시 물어왔다.
“예… 그런데 여긴…”
이드가 뻐근한 몸을 일으키며 반문했다. 그러던 중 몸에 이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몸속에 운용되고 있어야 할 진기가 아주 미미했다.
“다행이에요. 저는 가이스, 가이스고요, 저기 저쪽은 나르노라고 하고 한 명은 사냥하러 갔는데 이름은 타키난이라고 해요. 저… 그쪽은…”
“아! 예, 이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된 건지…?”
“저희들이 여행 중에 우연히 저쪽에 쓰러져 있던 이드를 발견했거든요. 몸에 별 상처가 없이 그냥 정신을 잃고 있었기에 여기 눕혀놓고 기다린 거예요.”
“그러시군요… 감사합니다. 알지도 못하는 사람을 이렇게…”
“아니에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요…”
그런 후 가이스라는 그녀는 이드에게 스프를 건넸다.
이드는 스프를 입에 조금씩 넣으며 자신의 몸 상태를 진단해나갔다.
‘후~ 주요경락이 상당히 타격을 입었군… 뭐 이 정도나마 다행이지… 당분간은 진기 유동이 안 되겠는데… 젠장, 이놈의 물건은… 진짜 이가 갈린다.’
자신의 몸 상태를 확인한 후 이드는 시선을 돌려 자신의 팔에 차여져 있는 팔찌를 바라보았다. 이놈의 물건 때문에 무슨 고생인가.
그러나 한편으로는 어느 정도 팔찌의 반응이 있었고, 어떻게 해야 할지도 감이 잡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분명히 듣기로 어둠의 인장이라고 했지? 거기다… 태극, 음양의 기운
으로 반응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만 간단한 건 아닌 것 같고…’
이드가 그렇게 생각 중일 때 한 사람이 숲을 해치고 나왔다. 검은 머리의 검사였다.
덩치는 그렇게 크진 않았으나 균형이 잡혀있었다.
“아, 깨어났군. 이젠 괜찮아?”
그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꽤 붙임성 있게 물어왔다. 그의 그런 말은 전혀 반감이 들지 않는 그런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