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30화


그렇게 친근하게 물어오는 그 사람에게 이드는 고개를 끄덕여 줬다.

그는 허리에 보통의 롱소드보다 얇아 보이는 롱소드를 차고 있었다. 그리고 한 손에는 토끼 세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일어났으면 이리 와서 식사하지. 거기서 그런 스프나 먹지 말고… 여기 이 녀석하고도 아직 인사를 안 한 것 같은데.”

타키난이라는 인물이 사람 좋게 한쪽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먹고 있는 나르노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니요… 전 괜찮은데…”

이드가 몇 번인가 거절하려 했으나, 막무가내였다. 어쩔 수 없이 일어나던 이드는 허리에서 무언가 걸리는 것을 느꼈다. 바로 라미아와 일라이저였다.

‘차차… 내가 이 녀석을 잊고 있었네… 여기가 어딘지 모르지만 라미아가 있으면 돌아갈 수 있지… 하~ 내가 또 말을 걸어주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리지나 않을지…’

그렇게 생각하며 이드는 그들이 앉아있는 곳으로 가, 가이스의 옆으로 앉았다.

“자. 이거 먹어봐라. 나는 나르노라고 한다.”

그가 고기 한 점을 건네며 퉁명스레 말했다.

“예… 전 이드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긴…”

“음? 니가 쓰러져있던 곳도 모르나? 여긴 라클리도 근처의 작은 산이다.”

“라클리도? 제가 갑자기 여기 날려와서 잘 모르거든요? 라클리도가 어딘가요.”

이드의 말에 세 명의 얼굴이 이상하게 변했다. 어떻게 그런 것도 모르냐는 식이었다.

“너 날아왔다는데, 떨어질 때 머리라도 부딪혔냐? 여긴 제국의 3대 도시 중 하나인 라클리도도 모르게… 뭐… 여긴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쪽이지만.”

“죄송한데요. 제국이라는데… 무슨 제국…”

“라일론이다.”

타키난은 참 한심하다는 듯이 대답해 주었다.

‘라일론이라… 꽤 많이도 날아왔네… 음양의 기가 공간을 흔들어 버리는 바람에… 뭐, 바다에 떨어지지 않은 것만도 다행이다…’

“그런데 너 어디서 왔냐? 떨어졌다는 것 보니… 마법사냐? 검을 보니 아닌 것 같긴 한데…”

나르노가 이드에게 물어왔다. 그러나 대답은 옆에서 들려왔다.

“아니야. 마법사가 마법사를 못 알아보겠니? 앤 아니야.”

옆에서 가이스가 말했다.

“하지만 가이스, 이 녀석이 그랬잖아. 날아왔다고…”

“저기… 저는 마법사가 아닌데요. 어쩌다 보니 이유는 알 수 없지만 텔레포트 되는 바람에…”

“그러니? 그럼 집은 어딘데?”

가이스가 친누이처럼 물어왔다. 아마 이드의 모습이 귀여웠던 모양이었다.

“음… 그러니까… 아나크렌이요. 아나크렌의 시골 마을요.”

이드는 자신이 이곳으로 와서 가장 오래 머물렀던 아나크렌을 말했다.

“세상에, 그럼 아나크렌에서 이 먼 곳까지 날아왔단 말이잖아? 도대체…”

가이스는 이드의 말에 상당히 놀라워했다. 그녀의 반응에 옆에서 듣고 있던 두 사람은 영문을 몰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런 그들에게 간단히 설명했다.

“텔레포트는 쉬운 게 아니야. 8클래스의 마스터라도 정확한 기억이나 좌표가 없으면 어려운 거야. 거기다 이동되는 거리는 크게 해도 제국의 반 정도 거리야.”

(여기서 잠깐, 세레니아가 이드를 데리고 이동했던 것은 그녀가 드래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다른 이들이 별말이 없었던 건 그들은 그녀가 단번에 이동하는 건지는 몰랐다는데 있죠.)

그녀의 설명에 그들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듯했다. 8클래스의 마법사도 안 되는 것이라지 않는가. 그 정도 되는 마법사는 아직 본 적이 없지만 5클래스 정도의 마법사도 상당했던 걸로 기억하고 있는 그들이었다.

“그런데 아나크렌이라… 상당히 먼데… 여기서 걸어서 거의 한 달 이상은 걸릴걸?”

타키난의 말에 이드는 고개를 흔들었다.

“괜찮아요, 어차피 여행하던 중이라…”

이드는 라미아로 돌아가려 했으나 생각을 바꾸었다. 그곳에만 있어서는 중원으로 돌아갈 수 없다. 더군다나 지금 자신은 거의 무공이 전폐된 상태가 아닌가… 뭐… 라미아가 있지만… 거기다 이 팔찌에 대한 실마리도 어느 정도 잡은 상태이기에 좀 더 돌아다녀 볼 생각이 든 것이었다. 제일 큰 문제는 해결했으니… 전쟁에 그렇게 큰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자신 역시 진기의 유통이 자유로워질 때쯤인 5개월 정도 뒤에는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이드가 누군가에게 특정지어서 묻지 않고 입을 열었다.

“아! 우리? 우리는 그냥 좋게 말하면 모험가, 어떻게 말하면 용병이지. 여기 가이스와 나르노는 남매고 나는 어쩌다 같이 합류한 사람이고. 지금도 일 때문에 가는 거야!”

그의 이야기를 들은 이드는 이들과 함께 움직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목적은 있지만 목적지가 있는 것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이들의 첫 인상 역시 마음에 들었다. 그런 생각에 이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 저도 같이 다니면 안될까요?”

이드의 머뭇거리는 말에 그들은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서로 얼굴을 보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드, 용병 일이라는 거 보통 힘든 일이 아니야. 난 마법사라 괜찮지만 이드는 검을 들고 있지만 솔직히 검을 잘 쓸 것 같아 보이진 않거든?”

가이스 그녀가 설득하듯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러나 그 정도는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던 이드였다.

“헤~ 제가 이래 보여도 검을 좀 쓸 수 있거든요? 그리고 정령도 좀…”

“음? 정령? 너 정령마법을 하니? 어떤 정령들을 다룰 줄 아는데?”

가이스는 검을 쓸 줄 안다는 말은 듣지도 않고 정령을 다룰 줄 안다는 말에만 관심을 보였다.

“지금은 다룰 줄 아는 정령이 바람의 정령뿐이에요.”

이드의 말에 가이스가 갑자기 김이 새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는 덧붙여 물었다.

“하급정령? 중급정령?”

그녀는 별 기대 없이 물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뜻밖이었다.

“최상급 정령까지요.”

이드의 대답은 그녀로서는 의외였다. 보통 정령사들도 최상급 정령의 소환은 힘들다. 여러 정령들과 계약하긴 하지만 거의가 하급과 중급 정도이다.

“그 정도라면 괜찮을 듯도 하지만…”

“저요, 검도 잘 쓰는데요.”

그러나 이 말은 역시 설득력이 없는지 무시되고 그녀는 시선을 일행에게로 돌렸다.

“누나 마음대로 해!”

“가이스 마음대로 해. 난 의견에 따르지.”

그들이 가이스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겨버리자 그녀는 다시 시선을 이드에게로 돌렸다.

“…좋아. 우리와 같이 가자. 그 대신 내 말 잘 들어야 돼!”

“예.”

“그냥 말 놔도 돼. 누나처럼… 그런데 몇 살이지?”

“18살이요.”

“그래? 누난 21살, 그리고 나르노는 20살, 그리고 여기 타키난은 21살. 나와 같은 나이지. 아재 그냥 편하게 형, 누나 그렇게 불러. 알았지?”

“헤헤… 응!”

이드는 중원에 있는 약빙 등에게처럼 대답했다. 가이스가 그녀들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