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드 – 5화


“그럴 수는 없겠군요. 그런데 오히려 그쪽이 불리한 것 아닙니까? 저희 쪽에서는 마법사가 있습니다만….”

마법 한 방이면 끝나는 것들이 겁도 없이 덤비려고? 이런 말투로 이드가 말했다.

“고맙군. 우리 걱정도 다 해주시고. 하지만 그런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우리도 대비책이 있으니까.”

그러면서 롱소드를 쥔 녀석이 뒤에서 주먹만 한 구슬이 박힌 막대를 건네받았다.
일란이 그걸 보고는 제일 먼저 알아보았다.

“그것은….. 스펠을 영구히 걸어 놓은……”

“아는가 보지? 우연히 구하게 된 건데 덕분에 마법사가 끼여 있는 일행도 털 수 있지… 물어보니 디스펠 매직이 걸려있더군.”

이드는 녀석의 말을 들으며 속이 뒤틀렸다.

‘저놈의 말투. 능글능글한 게 점점 마음에 안 들어…. 확 그냥…..’

그러나 그건 이드의 마음일 뿐이었다.
이드의 실력을 알지 못하는 일행은 달랐다.
일란이 조용히 일행에게 속삭였다.

“모두 조심해! 저거 진짜야. 저것으로 이 근방에 디스펠을 걸 수 있어. 지속적이진 않지만 한 20분 정도. 그래도 그 시간이면 저 인원으로 우릴 제압할 수 있어….”

그 말을 듣고 있던 일리나가 말했다.

“디스펠이라지만 마법 사용만 저지할 뿐 정령술은 상관없습니다. 그리고 저것의 마법력으로 보아 디스펠은 6클래스까지만 통할 것 같습니다. 누가 만들었는지는 몰라도 상당한 이가 만들었군요.”

“아니, 일리나. 그런 것이 느껴지십니까? 대단하군요.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7클래스급은 없습니다. 혹시 일리나 양은 아십니까?”

“예. 몇 가지 정도가 사용 가능하지만…. 아직 마나의 사용과 응용이 불안정해서….. 차라리 정령술 쪽이라면 괜찮을 것 같은데요.”

이런저런 의견을 나누는 일행을 보며 이드는 간단한 생각을 떠올렸다.

“저기요. 제 생각에는 저 녀석이 가진 로드를 깨버리면 될 것 같은데요.”

이드의 말에 일란이 고개를 저으며 설명했다.

“이드 군, 그런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우선 다가간다면 당장 다른 이들이 방어할 것입니다. 이것만 해도 불가능이지요. 사람이 무슨 수로 그렇게 빨리 움직입니까? 설령 다가간다 하더라도 저 로드에는 강하지는 않지만 프로텍터가 걸려 있습니다. 웬만한 것이 아니면 파괴가 불가능합니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여기 기준의 문제다.
이드에게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음… 그런가? 하지만 나한테는 전부 다 가능한 거야…. 우선 다가가는 건 신법 문제니 간단하고 내가 가진 검도 걸작이니 문제없고. 그럼 실행해볼까?’

“그럼 잠시만요. 그 조건만 갖추면 된다니 별문제는 없네요….”

“그렇지만 이드, 그건 불가능하다구….”

그래이가 고개를 저으며 하는 말이다.

“걱정 마. 자~ 잘 보고 있어….”

이드는 그렇게 말하고 일행의 앞으로 걸어나가더니 갑자기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갑자기 산적 중 로드를 들고 있던 인물의 앞에 나타났다.
그리고는 허리에 걸려 있던 라미아로 로드의 구슬 부분을 깨버렸다.
그리고 다시 일행의 앞에 나타났다.
라미아 역시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그의 허리에 걸려 있었다.

그런 그의 움직임은 한 엘프만 제외하고 그 누구도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일리나 역시 이드의 움직임을 확실히 보지 못했다.

그리고 이드가 원래 있던 자리로 돌아왔음에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잠시 멍하던 사람들은 로드를 든 인물이 털썩 주저앉으며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자 산적들은 모두 도망가 버렸다.
이드의 그 눈에 보이지도 않는 움직임에 겁을 먹은 것이다.
어쩌면 똑똑한 산적이기도 했다.
다른 놈들 같았으면 끝까지 해보자는 식으로 하다가 반 이상은 죽어야 정신을 차리는데 말이다.

그리고 산적들이 모두 사라지고 난 뒤에는 곧바로 일행들의 물음이 쇄도했다.

“이드. 너 어떻게….”

“자네… 어떻게 그렇게 움직인 거지..?”

역시 제일 먼저 질문을 던진 인물들은 검을 사용하는 그래이와 마법사인 일란이었다.
이들의 질문에 이드는 막상 답하려니 말문이 막히는 것이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냐…… 우… 젠장…..’

이드는 설명하기 막막한 것을 잠시 궁리하다가 답했다.

“이건 그러니까….. 특이한 걸음법과 마나(기)를 적절히 조합해서 사용한 겁니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문을 가진 사람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리고 의심 많은 일란이 제일 먼저 따져왔다.

“이드… 그게 무슨 말인가. 난 지금까지 꽤 여러 방면의 지식을 접해 봤지만 자네가 말하는 그런 말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거기다 마법을 쓴 것도 아닌 것 같았는데 어떻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거지….”

‘하~ 이거 안 믿는군. 뭐…. 괜찮겠지..’

완전 무사태평주의인 모양이다. 인간이 어째…….

“일란… 어쨌든 제 움직임은 체계적이며 가능성이 있는 겁니다. 정 의심스러우면 조금 가르쳐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가르쳐 줄 수도 있다는 이드의 말에 제일 먼저 답한 것은 역시 빠른 움직임이 필요한 그래이였다.

“이드, 그럼 그거 나도 가르쳐 줘…. 응…. 괜찮지?”

이드가 그래이의 부탁을 승낙하자 다른 일행 역시 이드가 가르쳐 줄 것을 원했고 이드는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

‘이놈의 입이 웬수지… 왜 그런 말은 꺼내가지고… 이 사람들 가르치려면 엄청 힘들 것 같은데……’

그러나 어쩌겠는가. 때늦은 후회인 것을……..

점심때쯤 이들은 강가의 그늘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이드의 설명을 듣는 이들 중 특히 열심히인 인물이 둘 있었다.
바로 전사인 그래이와 드워프인 라인델프였다.
그래이는 검을 쓰기 때문이고 라인델프는 자신의 다리 때문에 빨리 달릴 수 없다는 것이 꽤나 불만이었는데, 이드가 빠른 이동이 가능하다고 하자 환호한 것이다.

“음… 우선 제가 움직이는 원리를 말할게요. 그리고 그 후에 시간이 나는 대로 가르쳐드리죠. 아… 얼마나 걸릴지는 저도 잘 몰라요. 개인에 따라서 다르거든요. 우선 배워야 될 것이 발의 움직임, 즉 보법이란 겁니다. 그리고 기, 즉 마나와 같은 것이죠. 그런데 이 기란 것은 마나와는 비슷한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죠. 일란이 마나에 대해서 잘 아니까 설명 좀 해주세요.”

“그러지. 마나라는 것은 모든 곳에 고루 퍼져 있는 에너지지. 그리고 그것은 생물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것이기도 하지. 그러나 아직까지도 그 마나의 확실한 정의는 내려지지 않았지. 우리 마법사들 역시 마법으로 그 마나를 일부 가공해서 사용하는 것뿐이거든…”

‘음…. 여기 사람들은 거기까지 아는 건가? 역시 내가 설명 안 하길 잘했군. 그래이드론이 알고 있던 것을 말했으면 일이 더 복잡해질 뻔했군…..’

이 녀석이 가진 방대한 지식은 자기 자신도 다 알아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일란의 말을 들으며 그래이드론의 기억을 검토해 본 결과,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나와 있었다.
하기야 그래이드론이란 드래곤이 얼마나 오래 동안 살았는가……

일란이 말을 마치자 이드가 그의 말을 받았다.

“들으셨죠. 마나는 즉 널리 퍼져 있는 힘이죠. 그 반면 기는 마나와 같기는 하지만 또 다른 것이죠. 이것은 몸 밖에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몸 속에서 작용하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을 이용해서 검기(劍氣) 같은 것도 뿜어내는 거지요. 검기라는 건 아시겠죠?”

“응, 그거야 물론 알고 있지. 나도 검기를 쓰는 소드 마스터가 꿈이거든…. 근데 그게 얼마나 힘든 건지 이곳 일리나스에는 소드 마스터가 3명밖에 없다구…. 다른 나라 역시 그 정도라고 알고 있고 말이야…. 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인데?”

그래이가 검사답게 거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 검기는 검으로 그 기를 뿜어내는 거야. 그런데 그 기운을 몸 속에서 운용해서 사용한다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