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국내편 1권 – 18화 저주받은 소녀

퇴마록 국내편 1권 – 18화 저주받은 소녀


이건 내 얘기예요. 그냥 쓰고 싶어서 쓰는 거예요. 사람들은 일기라는 걸 쓴다는데, 난 첨 써 봐요.

사람들이 왜 나를 꺼리고 피하는지 나는 알 수가 없어요. 난 사람들이 좋기만 한데. 사람들과 놀고 싶을 뿐인데. 내가 아이들이 노는 곳으로 가면, 아이들은 슬금슬금 자리를 피해요. 남아 있으려는 아이들도 부모님들이 마구 야단을 치며 데리고 가버리곤 해요.

뭐라더라?

재수가 없다고 하던가?

무슨 저주를 받았다던가?

잘 알 수는 없지만 하여간 기분 나빠요. 기분 나쁜 것까지는괜찮지만, 심심해서 죽을 지경이에요. 그럴 때 나는 뒷동산엘 가요. 엄마 무덤이 있는 곳으로요.

물론 낮엔 안 가죠. 낮에 내가 길거리에 다니면, 아이들이 돌 을 던지기도 하고, 할아버지들이 담뱃대를 휘두르면서 쫓아내는 일도 있어요. 그럴 땐 얼마나 섭섭하고 슬픈지 몰라요. 어떨 땐 밤새 울기도 해요.

아버지 얼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엄마요? 엄마 얼굴은 희미하게 생각나요. 맞아요. 울 엄마는 참 예뻤어요. 얼굴이 얼마나 하였다구요. 춤도 정말 잘 췄어요. 울 엄마가 울긋불긋 아롱진 옷을 입고, 방울이랑 칼을 들고 춤을 출 때면 넋을 잃고 보지 않는 사람이 없었지요. 참 보기 좋았어요. 엄마 흉내를 내 보려고 했는데, 그럴 때면 그렇게 잘해 주시던 엄마가 무섭게 야단을 치시고 밤새 때리고 해서 그만뒀어요. 아 프기도 했지만, 엄마가 우는 게 더 싫었어요. 엄마는 “넌 그러면 안 돼! 너는 무당이 되어선 안 돼!” 하면서 막 울고 그러셨어요. 무슨뜻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마을 사람들이 수군거리는 걸 보면 무당이 어쩌느니 신이 내 리는 게 어쩌느니 하는데, 아마 엄마가 무당이라는 걸 했나 봐 요. 그게 보기 좋아서 나도 하고 싶었는데, 왜 하지 말라고 했는 지 지금도 모르겠어요.

난 학교에 다닌 적이 없어요. 여긴 참 산골이라 학교가 너무 멀구, 또 마을 사람들이 날 하두 구박하니 갈 엄두도 안 나요. 엄마가 사다주신 책을 보니 진짜 재미있던데…………. 글자는 다 쓸 줄 알아요. 그런데 더 이상은 배울 필요가 없다구 엄마가 책을 불에 태워 버려서 그담엔 본 게 없어요.

우리 마을도 옛날엔 제법 컸는데, 요즘은 오십 집밖엔 안 돼 요. 농사가 잘 안 되고 이상한 일이 많이 일어나서 다들 이사 가 버렸죠. 산신의 노여움이라나 성황님이 화가 나섰다나, 아무튼 무서운가 봐요. 그리고 그런 일이 생긴 다음에는 꼭 우리 집에 떼를 지어 몰려오곤 했어요.

“그래도 정히 신내림을 안 받을 작정이냐?”라거나,

“너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다 죽어야 속이 시원하겠냐!” 하는 따위의 말들을 막 했어요.

난 신내림이 뭔지도 모르는데. 하지만 엄마가 돌아가시면서 하던 말을 잊지는 못해요. 엄만 어느 날부턴가 열이 막 나서 입 술이 까맣게 탈 만큼 아프셨어요. 허공에 대고 “안 됩니다. 그 애 만은!” 하는 헛소리만 하셨죠. 그러고는 내 손을 잡고 눈물을 주 룩주룩 흘리면서 말씀하셨어요.

“달님아, 달님아(제 이름이 달님이에요). 넌 절대로, 절대로 이 에미처럼 천한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절대로 안 한다고 그 래라. 누가 밤에 귀에 대고 소곤거려도, 자다가 누가 나타나 겁 을 주어도, 누가 괴롭히고 못살게 굴어도 알았지, 응?”

난 울면서 고개를 끄덕였죠. 그러자 엄마는 말씀하셨어요.

“달님아…………… 엄만 이제 죽는단다…….. 죽어도 널 지켜 줄 테니…………. 내가 죽더라도 널 나처럼 천한 무당으로는 안 만들 테 니・・・・・・ 절대로 절대로…………… 신내림을 받아서는 안 된다……………. 내가 죽으면 먼 데로 달아나거라……………. 아주 먼 데로……………. 엄만, 엄만 어디서라도 널 지켜볼 테니……………”

그러고는 숨이 넘어가셨어요. 얼마를 울었는지 몰라요. 울다 가 잠이 들고 일어나면 다시 울었어요.

어쨌든 엄마 말은 안 잊으려고 해요. 한 가지 못 지킨 건 있지 만요. 여기를 떠나지 않은 것 말예요. 엄마 무덤이 있는데 딴 데 로 갈 수가 없었어요. 갈 데도 없구요.

어느 날인가 밤에 늑대들이 산에서 무더기로 내려와 마을을 누비고 다니며 우리 집을 둘러싸고 밤새 울어 댔어요. 다음 날 마을 사람들에게 잡혀 신내림을 안 받는다고 정말 많이 맞았지 요. 산신이 노하셨다나요? 산신이 누구기에, 늑대가 나랑 무슨 관계가 있기에 내가 그렇게 맞아야 하는 건진 모르겠어요. 그래 도 난 안 한다고 했어요. (하마터면 한다고 할 뻔했어요. 너무 아 팠거든요.) 엄마하고 약속한 건데, 어기면 엄마가 무덤 속에서 울 거 아녜요? 그래서 다음부터 그런 날은 아예 울 엄마 무덤 근 처로 도망가 버려요. 거긴 아무도 안 따라 오거든요.

가끔씩 밤에 누가 날 불러요. “달님아, 달님아!” 하구요. 남 자 목소리인데 다정하게 들리지만 난 모르는 척하죠. 그러면 어떨 땐 달래고, 야단도 치고, “너 정말 이 아버지 말도 안 들을 거 냐?” 하고 헛소리도 하지요. 흥, 난 아버지가 없는데 누가 나더 러 아버지라 그래요? 엄마는 분명 내게 아버지가 없다고 했어요. 엄만 나한테 거짓말할 리는 없으니 그 남자(누군지 모르겠지만) 가거짓말하는 거죠.

어떨 때는 자다가 몸이 허공에 붕 뜨는 때가 있어요. 또 부엌 칼이 던진 사람도 없는데 휙 스쳐 날아와서는 지나가던 강아지 의 멱을 따기도 했구요. 귀뚜라미, 메뚜기가 집 안에 새카맣게 날아들어서 아무리 애를 써도 안 떨어지는 경우도 있었죠. 비는 안 오는데도 벼락이 떨어져서 집 옆의 고목나무가 새카맣게 타 죽은 적도 있어요. 불쌍한 나무…………… 그때마다 꼭 그 목소리가 들리죠.

“이래도 나를 안 따라갈 테냐?” 하구요.

그래도 난 콧방귀도 안 뀌었어요. 그런 게 뭐가 무서워요? 맞 는 거하고 배고픈 게 무섭죠. 몸이 아픈 적은 아직까진 없었어 요. 가끔가다 방 안에서도 뭔가가 내 뺨을 철썩철썩 갈기기는 해 요. 막 몸부림을 쳐도 손에 잡히지도 않는 것이 말예요. 그러면 난 뒷동산에 있는 엄마 무덤으로 도망치죠. 그러면 날 때리던 것 도 못 따라와요.

그런 일이 있던 날 밤이면 으레 꿈에 엄마가 나타나요. 무척 힘들고 피곤한 얼굴로 나와서는 “아이고 불쌍한 내 새끼, 이 에미가 힘이 없어서……” 하시죠. 난 그때라도 엄마를 볼 수 있으니 차라리 그런 일이 자주 일어나라고 맘속으로 생각하고 그랬어요.

사실 마을 사람들이 날 못살게 굴기 시작한 건 별로 오래되지 않았어요. 처음엔 도리어 불쌍하다고 먹을 것도 가져다주고 장 작도 패다 주고 했어요. 울 엄마가 참용했다고 하면서요.

그런데 일이 시작된 건 칠수라는 애 때문이었어요. 그 애는 만 날 날 놀리고 못살게 굴었는데, 하루는 울 엄마까지 욕을 하잖아 요. 그래서 나뭇가지에나 매달려서 죽어 버리라고 했는데, 그러 고는 잘 알던 할머니 집에서 잤는데(정말 다행이었어요. 그때 거 기서 안 잤으면) ・・・・・・ 다음 날 그 애가 나무에 목을 매단 채 혀를 빼물고 죽어 있었어요. 배 속이 텅텅 비어 있었대요. 그 애 아버 지가 밤새도록 날 족쳤죠. 정말 제가 그런 게 아녜요. 홧김에 한 마디 한 것뿐인데. 난 그렇게 높은 데 손이 닿지도 않아요. 억울 한 김에 아저씨도 다리몽둥이나 확 부러지라고 욕을 했는데, 다 음 날 언덕에서 굴러 정말 다리가 부러지고 팔까지 부러졌지 뭐 예요.

그담부터 아무도 혼자서는 날 보고 뭐라 하지 않았어요. 사실 나도 겁두 났지요. 칠수가 죽은 날 밤에 남자 목소리가 또 들렸 어요. “기분 좋지? 날 따라오면 얼마든지 그렇게 할 수 있단다” 하구요. 기분이 좋긴 뭐가 좋아요? 그래서 싫다고 그랬더니 잠잠해졌어요.

밤이 되면 불덩이가 산에서 내려와서 우리 집 주위를 막 돌았 어요. 벽에 쓰인 빨간 글씨가 다 보일 정도로요. (울 엄마가 돌아 가시기 전에 써 놓은 거예요.) 나는 환해서 좋은데 마을 사람들은 그러고 나면 난리를 치는 거예요. 까마귀 떼가 새카맣게 내려앉 기도 하구요. 아 참, 벌레랑 늑대 얘긴 벌써 했죠? 벼락 얘기두요. 그담에 마을 사람들이 용하다는 무당(그럼 울 엄마하고 비슷 한 사람인데, 얼굴이 어쩜 그렇게 못생겼는지)을 어디선가 하나 불러 왔죠. 그 여자가 중얼거리며 우리 집 앞으로 오기에 난 문 틈으로 빼꼼 내다만 봤죠. 그런데 그 무당이 우리 집 앞에 서서 는 부들부들 떨면서 말하는 거예요.

“저 집 안에 무엇이 있소? 누가 있소?”

해서 마을 면장이 “무당의 여식이 있소” 하니깐

“으, 저 애는 사람의 자식이 아니오. 귀신의 자식이오.”

하는 것 아니겠어요?

참 한심하죠? 난 아버지가 없으니까 귀신 아버지도 없고, 그럼 울 엄마가 귀신이란 소린가요? 화가 나서 머리카락이나 끄슬려 버려랏! 했더니 글쎄, 무당의 몸에 갑자기 불이 붙어서 난리를 쳤다구요. 속으로 고소하다 그랬죠.

그 후로 마을 사람들이 날 욕하는 거예요. 하지만 내가 뭐 잘못한 게 있나요?

근데 얼마 전, 서울에서 얼굴이 하얀 오빠 하나가 우리 마을에 들렀어요. 예쁘장하게 생기고 참 착한 오빠 같았어요. 그런데 그 오빠는 마을에 오자마자 영감탱이같이 말했다는 거예요.

“흠……. 무언가 매일 싸우고 있구먼.”

그리고 눈을 감고 한참을 서 있더니만, 누구에게 묻지도 않고 우리 집으로 뚜벅뚜벅 걸어오더래요. 그러면서 사립문에서 갑자기,

“염려 마세요. 아주머니. 도와드리려고 하는 겁니다” 하면서 들어왔어요.

웃기죠? 내가 아주머닌가?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는데. 그러더니 내게 대뜸

“고생이 많구나. 네가 달님이 맞지?” 하는 거예요.

난 놀라고 겁도 나서 숨으려 했는데 오빠가 뭐라고 중얼거리 니까 발이 땅에서 안 떨어지는 거예요. 신기하더라구요. 뒤에 들 으니 우보법이라나 뭐라나 그렇대요. 이 오빠가 날 잡아 놓고 때 릴까 봐 막 우니까.

“울지 마. 도와주려는 거야. 세상에, 불쌍하기도 해라.”

하더니 그 어린 오빠도 막 눈물을 흘렸어요. 그러니까 이상하 게 맘이 편해졌어요. 오빠는 여기에 수련하러 왔는데 나를 보게 됐으니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하고는 도와주겠다는 거예요. 그 래서 내가 설명을 하려 했더니 이미 울 엄마에게 들어서 다 안다

하고는 다짜고짜 손목을 잡고 밖으로 나갔어요.

해가 져서 캄캄해질 때까지 어린 오빠는 날 데리고 산을 헤맸 어요. 이상한 종이쪽지 하나를 들구요. 그리고 어느 동굴 앞에 서서는 이상한 동그라미를 그리더니 여기저기 야릇한 글자를 써 놓고는,

“무슨 일이 생겨도 절대 여기 그려 놓은 금을 넘어서거나 동굴 안을 엿봐서는 안 돼” 하고는 다짜고짜 동굴로 들어가는 거예요. 난 너무너무 무서웠어요. 동굴 안에서 호통 소리(어린 오빠 목 소리도 있고 내 귓전에 들리던 남자 목소리도 있었는데)가 들리 고무슨 전깃불 같은 게 번쩍거리기도 했어요.

한참 있다가 오빠가 피곤한 얼굴로 동굴에서 나오더군요. 그 러더니.

“저 안에 있는 건 늙은 너구리의 영이란다. 염려 마. 안심해도 돼. 내가 구천으로 보내 버렸어. 못된 놈. 칠수라는 어린 오빠를 해쳤던 건 그놈이야. 네가 아니고, 널 밤마다 불러내려 한 것도, 이상한 일을 벌이려 한 것도 다 너희 엄마가 막아 준 거야.”

하고는 나를 데리고 마을로 돌아갔어요. 그리고 동네 촌로를 만나서 다짜고짜로 방으로 들어가더니 한참 뭐라 뭐라 얘기하더 군요. 그러더니 슬픈 얼굴로 나오는 거예요.”귀신보다 더 무서운 게 사람 마음이구나. 내가 분명 악귀를 쫓았다고 하는데도 널 용서할 수 없다 하니………….”

그러면서 나더러 자기와 같이 서울로 가자는 거예요.

난 싫다고 했어요. 엄마 무덤이 여기 있는데 내가 어떻게 가요? 그랬더니 자길 못 믿겠느냐는 거예요. 그건 아니지만 아무튼 여길 떠날 수 없다니까. 할 수 없다며 다음에 신부님과 형하고 다시 온다면서 기다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한테 무슨 일이 생긴거냐고 물었더니, 무슨 신내림이 어쩌니 하면서 내가 무당 이 되어야 한다는 건 엄마가 잘못 아신 거고, 너구리 귀신이 흉 악을 부린 거였는데 내가 죽는 걸 막으려고 엄마가 죽은 담에도 애쓰시는 거라고 했어요. 그러니 사실 젤 큰 피해자는 난데 사람 들이 무조건 나를 몰아붙이는 건 더 나쁜 짓이라면서, 이틀만 기 다리면 신부님과 형에게 말해서 꼭 데리고 가겠다고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하고 떠났어요.

난 혼자 곰곰이 생각해 봤어요. 오랫동안요. 이젠 걱정할 게 없다고 어린 오빠가 말했죠. 근데 정말 걱정이 없는 걸까요? 사 람들이 날 보는 눈치가 옛날보다 더 이상해요. 꼭 무슨 동물이 나 몹쓸 물건을 보는 눈초리예요. 그 눈초리가 정말 싫어요. 전 에 날 괴롭히던 너구리인가 하는 귀신보다도 더 싫어요. 이젠 난 뭘 해야 되죠? 어떻게 해야 되죠? 사람들을 원망하고 싶진 않아 요. 사람들도 이유가 있는 거겠죠. 난 이제 이렇게 살고 싶진 않 아요. 엄마 곁으로 가고 싶어요.

너무 힘들어요. 너무요. 엄마 곁은 이렇게 춥거나 배고프지도 않고, 이상한 눈으로 보는 사람들도 없겠죠?

이제는 엄마와 했던 마지막 약속을 지켜야 할 것 같아요. 먼 데로 가야죠. 아주 먼 데로요.

고마워요. 이름도 아직 모르지만, 나에게 진심으로 고맙게 대 해준 건 아마 오빠(오빠라 해도 되죠?)뿐이었을 거예요. 같이 가고 싶지만, 난 사람들이 싫어요. 날 찾으려 애쓸 필요 없어요. 이걸로 충분해요. 안녕, 엄마 무덤에나 인사드려 줘요……. (같이 오신다는 신부님도, 형도 안녕………….)

(여기 이걸 써 놓은 건 그 고마운 오빠가 봐 줬으면 해서예요. 다른사람은 이걸 보더라도 그냥 놔두세요. 오빠가 볼 때까지요.)


준후가 현암과 박 신부와 함께 서둘러 달려왔을 때, 소녀는 그 곳에 없었다. 어디로 갔는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 무도 없었다. 다만 소녀가 살던 허물어진 집의 외딴 골방에서 나 온, 때 묻고 오래된 공책에다 서툰 글씨로 갈겨 쓴 기록 하나만 이 그들을 맞이했을 뿐이다.

그들은 뒷동산으로 향했다. 누가 먼저 가자고 한 것도 아니었 다. 뒷동산에는 해묵은 무덤 하나가 있었고, 밤사이 피어난 듯 하얀 달맞이꽃이 사방에 환히 피어 있었다. 준후는 느낄 수 있었 다. 소녀는 이미 엄마의 품속으로 가 버린 것을…………. 험하고 고 생스럽기만 했던 세상을 벗어나, 이제는 편한 곳으로 가 버렸다

는 것을. 그리고 이렇게 꽃으로 대신 인사를 전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저물어 가는 노을빛을 등 뒤로 하 고, 반쯤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눈물을 삼킬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