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국내편 1권 – 22화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 4 : 초능력자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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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국내편 1권 – 22화 초상화가 부르고 있다 4 : 초능력자 집안


초능력자 집안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은 어둡고 길었다. 집이 크고 축대 위 에 있으니만큼 지하실도 클 것으로 예상했으나, 크기는 상상외 였다. 삐걱거리는 계단을 내려가자 각종 그림 도구와 빈 액자들 이 널려 있었다. 아마 현웅 화백의 도구실인 듯했다.

박 신부는 계단을 내려가며 준후에게 현웅 화백의 이야기를 간단히 들려주었다.

“현웅 화백은 염동력(念動力)을 쓸 줄 아는 초능력자야. 내가 그에게 관심을 갖고 가까워진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었지. 그의 능력은 대단해서, 마음만 먹으면 사물들을 움직일 수 있었지만, 자신은 그것을 비밀로 하고 남들에게 밝히지 않았단다.”

“예.”

“아마 현주희의 죽음은 땅벌 떼라는 폭력 집단의 소행일 거야. 현웅이 그들에게 복수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아무튼 딸마저 도 저런 엄청난 기운을 가지고 있다니, 조심해야 한다. 그의 염 동력에는 부적이나 주술도 잘 통하지 않을 거야.”

“예, 신부님. 그런데……………..”

준후가 귀를 기울였다. 박 신부의 얼굴에 긴장하는 표정이 서 렸다. 그림에서 울려 나오는 듯 무미건조한 음색의 여자 목소리 가 들려왔다. 초상화가 부르는 소리였다. 이제 그 소리는 박신 부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선명해지고 있었다.

무가치한 자들이여………………

“준후야, 침착해라.”

몸을 떨고 있는 준후를 박 신부가 격려했다.

너희를 시험하기 위해 불렀다.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는 자, 가치 없는 자이리라…………….

“흥! 시험이라고?”

박신부가 코웃음을 치며 허리를 폈다.

“너는 현이지? 나를 모르는가? 현웅 자네가 이 모든 일들을 꾸민 건가? 목적이 뭐지?”

호호호…….

보이지 않는 초상화의 목소리가 길게 웃었다.

나는 주희다…………

“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기나 하느냐?”

이번엔 준후가 소리쳤다.

“도대체 이유가 뭐지? 복수인가?”

호호호…………… 모든 인간은 내 손을 벗어날 수 없다. 너희도 물론이고…….

“복수라면 이미 충분하지 않나? 벌써 네 명이 죽었다!”

천만에, 다섯이다………………

어디선가 팔랑거리며 그림 하나가 날아와서 박 신부의 앞에 떨어졌다.

군데군데 그슬리고 검게 탄 자국이 있는 그림・・・・・・ . 그림에는 줄넘기 하는 소녀가 구레나룻을 기른 남자를 밟고 있는 형상이 그려져 있었다.

“줄넘기하는 소녀! 이 안에 왜 다른 사람의 모습이?”

호호호……. 그놈은 죽어서 영이 그림에 봉인된 거다…………..

준후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영을 그림에 봉인? 그렇다면………………”

준후가 채 말을 잇기도 전에 다시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서받지 못할 죄악을 저지른 자, 아니 죄악에 물들어 있는 모든 인간을 이렇게 해 주겠다!

그림이 갑자기 불타올랐다. 준후의 귀에는 그림에 봉인된 남 자의 영이 부르짖는 단말마의 비명이 들려왔다. 준후는 어떻게 손을 써 보려 했지만, 주변의 물건들이 슬그머니 공중으로 떠오 르는 것을 보고 기겁을 했다. 조각도가 공중으로 뜨면서 섬뜩한 빛을 발했고, 캔버스의 뾰족한 다리가 흔들거리며 생물처럼 걸 어오기 시작했다.

“신부님! 저 물건들은 영으로 조종되는 게 아녜요. 뭔가 다른 힘…..”

박신부가 입술을 깨물었다.

“염동력・・・・・・ 사이코키네시스∙∙∙∙∙∙ 현웅 화백의 능력이다!”

“그러면 초능력?”

“준후야! 힘을 전부 끌어모아라!”


현암은 힘껏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옆자리와 뒷자리에는 만 사를 포기한 세 명의 악한이 타고 있었다. 현암은 서둘러 현웅 화백의 집으로 가려 했으나, 세 악한은 현암의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어디를 가든 따라오겠다는 것이었다. 현암은 자기 혼자로도 정체 모를 악령의 상대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으나, 그들 은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며 한사코 따라오려고 했다. 두목이 말했다.

“형님! 저희가 지은 죄 때문에 죽는다면 우리도 할 말이 없습 니다. 저희는 감동했어요. 죽을 각오를 했습니다. 하지만 귀신에 게 사냥당하기는 싫습니다. 그러느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귀신을 잡으러 가는 거라면, 저희도 한가락 하는 놈들이 니 도와드리고 싶습니다. 이젠 무섭지 않습니다. 이왕 죽는 마당 에 뭐가 무섭겠습니까?”

현암은 말할 여유도 없이 그냥 달리고 있었다. 현암이 영능력 은 조금 떨어진다 해도, 아까 털보를 죽게 만든 힘이 단순한 영 기가 아닌 엄청난 물리력이라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주술이 아 넌 물리력에는 물리력으로 맞설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들 의 힘이 오히려 도움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된 김에 조금이나마 속죄라도 시키자. 아니, 기회를 준다고 생각하자.’


“조심해라, 준후야!”

박 신부는 오라를 발출하여 소나기처럼 무서운 속도로 날아드 는 잡동사니를 막고 있었다. 그러나 기도력에 의한 오라만으로는 물리력을 수반하여 날아오는 물건들을 저지하기가 힘들었다.

박 신부의 사제복이 군데군데 찢겨 나가 너덜너덜해졌으나, 아 직 몸에 상처는 입지 않고 있었다.

준후의 무릎에 기름통 하나가 날아와 부딪쳤다. 비틀거리는 준후의 머리 위로 아트 나이프가 쌕 지나갔다. 준후의 주술 방어 가 별 효력을 보이지 못하는 게 분명했다. 날아오는 물건들에 영 기가 없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에잇, 다 타버려라! 멸겁화!”

준후가 기합을 지르며 불을 사방에 뿜었다. 그러나 불이 붙은 잡동사니는 도리어 위력이 커졌다. 물감이며 기름이 공중에서 터지면서 불비를 내렸다.

“어이쿠, 이런! 더 심해졌네!”

사방에서 불덩어리가 날아들자 준후는 기겁을 했다. 박 신부 도 도울 수가 없어서 간간이 소리만 지르고 있는데, 갑자기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시험을 받으라고 했지? 그러면 여기는 시험장이다. 결계로 만든…………. 그렇다면 여기서 지체할 필요가 없다. 돌파하면 그만 이다.’

그러고 보니 잡동사니며 물건들이 문을 가로막고 있었다.

“준후야! 쓰레기를 상대할 시간이 없다! 문, 문을 부숴!” 

“알았어요!”

불이 붙어 날아오는 의자를 피해 땅에 몸을 굴리면서 준후가 대답했다. 박 신부가 준후의 앞을 막고 서서 오라의 기도력을 배 가시켰다. 잡동사니가 우르르 튕겨 나가자, 준후는 그 틈을 빌려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박 신부는 앞을 가리는 것이 없자 옆으 로 몸을 피했다.

“부동명왕의 화신 구리가라의 힘을 빌려………… 분노의 불길이 우레를 타고 뻗어 나간다……………. 타앗!”

준후의 양손에서 시뻘건 불길이 머리통만 하게 뭉쳐지더니 포 탄처럼 날아갔다. 의자며 액자 들이 마치 문을 가리려는 듯 앞 을 막았으나 단번에 가루로 변하고, 불덩이는 문에 그대로 작렬 하여 박살 냈다. 무슨 이유 때문인지 평상시 준후가 발휘하던 힘 보다 훨씬 위력이 강했으나, 그런 것까지 생각할 여유는 없었다. 박신부는 황급히 준후를 옆에 끼고 문 안쪽으로 달려 들어갔다. 불붙은 잡동사니는 쫓아오지 않았다.

“잘했다. 준후야!”

“헉헉헉! 이 수는 평소에는 쓸 수 없었던 건데? 어떻게 했는지 도 모르겠네요. 내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공중을 날아다니던 잡동사니와 화구들이 힘이 사라진 듯 바닥 에 우수수 떨어지는 소리가 나고, 다시 아까의 목소리가 울려왔다.


* 범어로는 Krkara, 부동명왕의 변화신의 하나로 용(龍)의 형태를 하고 있는 용왕.


그러고 보니 준후가 기를 쓰느라 야명주가 지워진 탓에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웠다.

호호호. 제법 재주가 있군그래. 그러면 다음 시험을 받아 봐라……………. 

“신부님, 다음 시험요? 또 관문이 있나 봐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캄캄함 속에서 박 신부는 귀를 곤두세웠다.

“망할 것. 주여 우리를 시험에 들지 않게 하소서….. 허나 별 수 없지! 돌파다! 놈의 악행을 막아야 해!”

“이럴 땐 기공을 연마한 현암 형이 있어야 하는데…………. 준후가 다시 야명주를 외웠다.


현암은 셋이 왔다가 허탕을 치고 돌아갔던 현웅 화백의 집에 마침내 도달했다. 눈을 감고 집중을 하니 희미하나마 낯익은 기 운 두 줄기와 괴이한 기운이 동시에 느껴졌다. 준후와 박 신부가 이미 어떤 상대와 대결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현암은 월향검과 태극패를 꺼내들고 성큼 차에서 내렸다. 세악 한들도 그를 따라 제법 용기 있게 차에서 뛰어내렸다.

“으악! 저거 저거!”

한 녀석이 두려움에 찬 목소리로 악을 써 댔다.

“뭐지?”

그가 떨리는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 거기엔 두 장의 그림이 허공에 떠 있었다. 현암이 중얼거렸다.

“<별 헤는 소녀>와 <독서하는 소녀>…………. 또 무슨 수작을 부리려는 거지?”

현암이 손을 뒤로 저어 셋을 일단 뒤로 물러서게 했다. 그들은 긴장된 걸음걸이로 현암의 뒤로 주춤주춤 물러섰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고약한 것! 넌 주희가 아니지? 감히 남의 영을 사칭하여 인간 세상에서 살생을 일삼다니!”

호호호………….. 죽어야 할 놈들이다. 헛수고하지 마라.

“헛수작 마라! 인간 세상과 영계는 엄연히 구별되어야 하는 것!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두 세계의 질서를 깨고 살계를 범하는 것은 이들이 지은 것보다 더욱 큰 죄다! 이들은 인간 세 상의 법으로 처리할 것이지. 네가 심판할 일이 아니다!”

호호호……. 네 목숨이나 보존하려거든 뒤로 물러나라.

“흥! 재주가 있거든 한번 부려 봐라! 나 이현암! 퇴마행 팔 년 동안 한 번도 굴복해 본 적이 없다!”

다 똑같은 놈들. 가증스런 죄인 놈들 다 죽어라!

<독서하는 소녀>의 그림이 휙 하고 공중에서 말리자 갑자기 쓰레기통과 길거리에서 종잇조각들이 날아왔다. 종잇조각들은 무서운 속도로 넷을 향해 덮쳤다.

“윽!”

“악!”

미처 몸을 피하지 못한 얼굴 퍼런 사내와 두목의 몸에 종이가 스치고 지나가자 금세 붉은 선혈이 배어 나왔다. 현암은 이를 갈 며 매섭게 날아드는 종잇조각들의 예리한 날을 피하며 월향검의 검집을 쳤다.

“나가라!”

날카로운 귀곡성을 내뱉으며 월향검이 폭사되어 나갔다. 이상 하게도 평소보다도 몇 배 강한 위력인 듯했고, 현암의 기공도 힘 이 부글부글 끓고 있었다. 월향이 날아가는 궤적 주위로 종잇조 각들이 공중에서 팍팍 부서졌다.

현암은 기공력을 집중하여 태극패에 쏟아 부었다. 찬란한 빛 이 태극패에서 발출되어 월향에 비추어졌다. 이는 그동안 현암 이 고심 끝에 생각해 낸 것으로 태극패의 빛을 통해 기공을 전 달, 멀리 떨어진 월향검에 기공을 불어넣는 방법이었다. 원래 공 력의 소모가 극심한 방법이었는데 지금은 이상하게도 쉽게 시전 할 수 있었다.

“월향이여, 볼 것 없다! 그림을 뚫어 버려!”

꺄아아악!!

월향의 귀곡성이 울려 퍼지며 검은 그대로 <독서하는 소녀>의 미간에 적중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림은 뚫리지 않고, 월향의 힘 때문에 뒤로 밀려나기만 했다. 반탄력이 현암에게까지 전달되어서 태극패를 든 현암의 왼손이 잠시 휘청했다.

‘이런 제길! 엄청나게 강하다! 내 힘도 배가되었는데…………. 빌어먹을……………!’

현암은 오른손으로 왼손을 받치고 기공을 구 할까지 늘렸다. 밀려 가던 그림이 나뭇가지에 부딪히자 가지가 그대로 부러져 나갔다. 순간 현암이 쏘아 보내는 기공력이 증가되자 월향의 검 기가 그대로 그림을 꿰뚫고 나갔다.

“크아아!”

그림은 반으로 쭉 찢어져서 허공에 흩날렸다. 그림에서 선혈 이 솟구쳐 여기저기 핏방울을 뿌려 댔다. 섬뜩한 광경이었다.

“월향! 그림 한 장이 남았다! 마저 처치해라!”

월향이 의기양양하게 방향을 돌리자 <별 헤는 소녀>의 그림이 공중에서 쫙 펼쳐졌다.

쾅!

폭음과 함께 뒤에 서 있던 전봇대의 변압기가 불꽃을 튀기며 폭파되면서 불덩어리들이 아래로 마구 쏟아져 내렸다.

“아아악!”

뒤로 물러서 있던 세 명 중의 한 남자가 불꽃을 그대로 뒤집 어썼다. 뜨거운 화학 약품에 닿은 남자의 몸이 흰 연기를 풍기며 그대로 타들어 갔다. 나머지 둘은 간신히 피했을 뿐 그 남자를 돕지는 못했다.

“으아아!”

남자의 몸에 불이 번졌다. 남자가 발버둥을 칠수록 불은 더욱 타올랐다. 이윽고 남자의 움직임이 멎었다.

월향을 조종하는 것도 잠시 잊고 참혹한 광경을 망연히 보고 있던 현암이 노하여 소리를 질렀다.

“<별 헤는 소녀>! 이 잔인한!”

현암이 다시 태극패로 기공을 쏘아 보내려는 순간 <별 헤는 소 녀>의 그림이 날아와 현암의 얼굴로 덮쳐들었다. 순간 그림에 있 는 소녀의 눈이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으악!”

그림은 마치 살아 있는 생물처럼 현암의 얼굴에 붙어 조이기 시작했다. 숨이 막히는 것은 둘째치고 힘이 엄청났다.

“으, 큭!”

호호호……. 짓눌러 주마.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월향을 부를 수도 없었다. 두 남자가 비명을 지르며 달려와 그림을 뜯어내려 했지만 헛수고였다. 현암은 발버둥치며 그림을 뜯어내려다가 마음을 진정시켰다.

‘으…………. 호흡을 못하면 기공도 약해진다. 방법은…………… 그래! 힘을 모아 복압을 높여서 사자후를 펼치는 수밖에 없다.’

흡혈마와의 싸움 때는 공력이 모자라 오히려 죽을 뻔했지만, 지금처럼 이상하게 공력이 늘어난 상태에서는 잘하면 될 듯도 했다. 아니, 그것 말고는 얼굴에 거머리처럼 달라붙은 그림을 떼 어내는 방법이 없었다.

현암은 일어서서 손짓으로 두 남자에게 물러가라는 신호를 보 냈다. 그리고 단전의 기해혈로 기공을 모아서 일격에 발출했다.


“윽! 이것들은!”

준후가 밝아진 주변을 보며 질겁했다. 그림들. 얼핏 보아 도 수십 점은 넘을 듯한 현웅 화백의 그림들이 쌓여 있었다. 하 나같이 어둡고 침침한 여러 가지 마물과 요괴, 괴수들을 그린 그림이었다.

박 신부도 숨을 죽였다. 그림은 너무도 생생했고 요기가 흘러 넘치고 있었다.

“현웅 화백의 후기 작품들…………. 공개되지 않았던 것들이다. 이런 그림을 그리다니………….”

“저 그림들은 살아 있어요! 지옥 마물의 혼을 불러내 봉인한 그림이에요! 없애야 해요!”

박신부의 뒷골이 써늘해졌다.

“저것들이 풀려나올 수도 있단 말이냐?”

“저놈들이 두 번째 관문의 상대인가 봐요! 하지만 아직 봉인이 풀리지 않았어요. 마령(靈)들이 일시에 뛰쳐나오면 예전에 상대했던 백귀(鬼)보다도 훨씬 위험해요!”

준후는 말을 마칠 사이도 없이 사방에 멸겁화의 불길을 쏘아 대기 시작했고, 박 신부도 재빨리 뒷방에서 테레핀유통을 찾아 내어 그림에 뿌렸다. 알 듯 모를 듯한 아우성과 함께 그림들은 불길에 휩싸여 갔다.

준후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왜 저놈들의 봉인을 풀지 않았을까요? 그러고 보니 목소리도 들리지 않고………….”

“글쎄다. 저놈들을 풀었다면 위험했을 텐데……………..”

준후가 잠시 눈을 감고 투시를 행하다가 소리를 질렀다.

“현암 형! 현암 형이 밖에 왔어요! 혼자 싸우고 있어요!”

“현암군이?”

“예, 현암 형이 놈을 붙잡아 둬서 우리에게 신경을 못 썼나 봐요! 다행이에요! 신부님. 도우러 가요!”

“아니, 네가 가거라. 나는 여기를 계속 뚫고 나가겠다. 현웅 화백을 막는 것이 급해! 주희의 영은 네가 맡아라!”

“안 돼요, 신부님 혼자서는! 만일 그림에 깃든 마령들이 더 있으면…….”

“주님의 이름 앞에서는 어떤 사마도 날 이기지 못한다!”

“하지만 화백의 물리력은………….”

“어서 가! 갔다가 빨리 돌아오면 되잖니! 적은 지금 밖에 있단 말이다!”

준후가 할 수 없다는 듯 뒤로 돌아 뛰었고 뒷모습을 보던 박 신부가 중얼거렸다.

“죽더라도 나 혼자 죽어야지. 내가 놈의 힘을 빼 놓을 테니・・・・・・ . “

박 신부는 기름통을 들고 사방에 뿌리면서 걸음을 옮겼다. 

‘다. 다 태워 버리는 거다. 내 몸까지 타더라도 이 저주받을 그림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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