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3권 15화 – 방황하는 유대인 5 : 사라진 언약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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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말세편 3권 15화 – 방황하는 유대인 5 : 사라진 언약궤


사라진 언약궤

사방이 칠흑같이 어두운 한밤중에 현암을 비롯한 여섯 사람은 산등성이에 몸을 숨겨 가며 천천히 산을 오르고 있었다. 해밀튼 의 말에 의하면, 산등성이에 위치한 입구는 몹시 작지만 항상 두 사람이 주변을 경비했다. 그 두 사람은 우사부가 맡기로 했다. 근방에 다다르자 우 사부가 소리 소문도 없이 수풀 사이로 모 습을 감추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 았다. 잠시 후 우사부가 조금 놀란 표정으로 나타나더니 말했다. “경비병이 이미 쓰러져 있소.”

모두들 깜짝 놀랐다. 그렇다면 다른 누군가가 성당 기사단의 내부로 침입했단 말인가? 여섯은 조심스럽지만 신속하게 입구로 향했다. 과연 그곳에는 경비병인 듯한 두 사람의 흑인이 쓰러져 있었는데, 싸늘한 시체가 되어 있었다.

“누구 짓일까요?”

백호가 묻자 우 사부가 어두운 안색으로 중얼거렸다. “이건 무슨 자국인가?”

우사부는 쓰러진 두 사람의 상처를 보고 있었는데, 흑인이 입 은 상처가 괴이했다. 흑인의 목에는 아주 가느다란 상처가 나 있 었고, 너무도 예리하게 베여 있었다. 그런 자국이 좁은 목에 대여 섯 개나 나 있었다. 가는 줄 같은 것에 당한 것 같기도 했고, 아주 날카로운 칼에 베인 것 같기도 했으나 형태가 너무도 특이했다.

“이게 도대체 무슨 무기죠?”

현암도 그 상처를 보고는 어떤 무기를 사용했는지 알아낼 수 가 없었다. 또 한 사람은 더더욱 기이했다. 그는 몹시 날카로운 뭔가에 가슴이 관통되어 즉사했는데, 그것만 보면 날카롭고 폭 이 넓은 칼에 찔린 것 같았다. 그런데 가슴에 뚫린 상처와 등에 관통된 상처의 위치가 맞지 않았다. 즉 이 사람을 죽인 무기는 찔러 들어가면서 크게 휘어져 뒤로 다시 뚫고 나왔다는 건데, 그 런 칼은 도대체 상상할 수 없는 것이었다.

그 광경을 보고 해밀튼의 안색이 굳었다.

“어서 가봅시다. 무슨 문제가 있는 듯합니다.”


통로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점점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 들이 우려했던 열두 개의 관문은 모두 다 돌파되었고 문은 부서 져 있었으며 시체만 남아 있었는데, 그 수법이 몹시 악독하고 인 정사정없었다. 시체가 된 성당 기사단원들은 저항조차 해 보지 못하고 멍하니 선 채 목숨을 잃은 것 같았다. 그것을 보면 문을 부수고 들어와 사람들을 해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을 해치 고문을 통과한 것 같았다.

그런데 분명 각 관문은 두꺼운 석벽으로 막혀 있는데다 지갑 크기 정도 되는 총안(眼)밖에 뚫려 있지 않았는데, 어떻게 그틈으로 모든 사람들을 죽일 수 있었을까?

현암의 ‘투자 결이나 마하딥의 중력파를 이용했다면 모르지 만 이곳을 통과한 자는 경비원을 죽인 것과 비슷한 수법으로 도 합 이십 명이 넘는 사람들을 학살해 버린 것이었다. 현암은 물론 이고 무술에 뛰어나다는 우사부조차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의 아해할 따름이었다.

해밀튼은 침중한 안색이 되어 물었다.

“이들이 지나간지 얼마나 되는 것 같소?”

“잘해야 두어 시간 정도 같습니다.

사건을 다뤄 봐 그런 것을 좀 아는 백호가 시체들을 보고 대답 했다. 해밀튼은 괴로운 듯 중얼거렸다.

“도대체 누굴까…………. 누가 뭘 노리고 이렇게 참혹한 짓을……”

우사부는 긴장되는 듯했지만 냉소를 띠며 되받았다. 

“참혹한 것도 문제지만, 그들도 언약궤를 노리는 것이 아닐까 요? 아니면 예언석인지 뭔지 하는 것하고 말입니다.” 

“그렇소. 어서 서두릅시다.”

마음이 다급해지자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고 달 리기 시작했다. 가다 보니 더 많은 시체들이 나왔다. 그들 중 상 당수가 기관총을 지니고 있었는데도 역시 끽소리 한번 내지 못 한채 죽어 있었다. 그것을 보고 해밀튼은 한숨을 쉬었다.

“이건 외부 경비원들이오. 그들이 여기서 죽었다는 것은 이미 여기를 습격한 자들이 밖으로 나갔다는 뜻인데…………

그러자 항상 침묵을 지키던 마하이 오랜만에 입을 열었다.

“그래도 언약궤가 있는지는 일단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 들이 뭔가 다른 이유로 여기 온 것인지도 모르잖습니까?” 

“그렇지. 어서 가봅시다.”

안으로 깊이 들어갈수록 시체들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드디 어 통로를 지나 아주 넓은 지하 동굴의 광장 같은 곳으로 들어서 자 현암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움의 비명을 질렀다.

광장 안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상당한 숫자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격투를 벌인 흔적이 역력했다. 물건들은 마 구잡이로 부서져 있었으며, 예의 그 예리한 수십 가닥의 자국들 이 벽과 천장 등의 돌 벽을 날카롭게 긁어 내어 무시무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체는 전혀 보이질 않았다. 다만 기이하 고 투박하게 생긴 투구 한 개와 갑옷의 일부분이었던 것 같은 쇳 조각들이 여기저기 약간씩 흩어져 있었다. 그것을 집어 들면서 해밀튼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건………… 이건 나이트 템플러들의 갑옷이오……………. 그렇다 면………… 여섯 기사들마저 이자들에게 당한 것일까…………? 설 마………… 설마…….”

그때 묵묵히 있던 시켈이 말했다. 그는 영어가 서툴러 거의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는데다 이제 보니 말을 심하게 더듬는 것 같았다. 그래서 거의 입을 열지 않고 있었던 것 같은데, 그런 그가 말을 한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한 내용임이 틀림없었다.

현암은 그의 말을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으나, 다행히 백호 가 조금 알아듣고 말해 주었다.

“이들은 무슨 기이한 도검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키건이나 기 사들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라는군요. 아마도 여섯 기사들은 악전 고투를 벌이기는 했지만 죽은 것은 아닐 거랍니다. 그랬다면 여 기 시체들이 있겠죠. 그리고…… 뭐라고 하는 거지? 시켈은 그 들이 무엇을 사용했는지 아는 것 같은데요? 우르민*? 차크람**? 그게 뭐죠?”

현암은 우르민이란 것은 들어 보지 못했지만 차크람은 들어 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현암은 흥미를 느껴 백호에게 부탁해 시켈에게 우르민과 차크람에 대해 물었다. 백호가 영어에 능통 했음에도 의사소통이 상당히 힘들었는데, 그 모습을 보며 현암 은 잠시나마 연희가 얼마나 훌륭한 통역사였는지를 떠올렸다.

“차크람은 던지는 고리랍니다. 죽음의 고리라는군요. 던진 자 가 마음대로 방향을 조종하는 무시무시한 무기라고 합니다. 그 리고 우르민은 천둥이라는 이름의 무기인데 많은 날이 달린 쇠 채찍 같은 거랍니다. 그런데・・・・・・ 그건 둘 다 인도에서 전해진 비밀 무기라는데요?”

“인도요?”

“시켈은 유럽인이지만 인도에서 오래 생활한 적이 있어 한 번 들은 적이 있답니다. 그러나 그런 무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고 하는데………….”

현암은 의아해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들어 보지도 못한 인 도의 비밀 무기를 이토록 능숙하게 사용한다면 그자들은 인도에 서 온 자들인가? 그렇다면 칼키파?

하지만 그들이 무슨 이유에서 언약궤를 찾는 것일까?’

그때 현암이 더 이상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해밀튼이 다급히 말했다.

“서두릅시다.”


*인도의 고대 무기 중 하나. 수십 가닥의 아주 얇은 칼날을 헝겊처럼 늘어뜨린 무기로 적게는 대여섯 개에서 많게는 십여 개까지의 긴 칼날을 채찍처럼 휘두른 다. 이 칼날에 감긴 것은 모두 잘리며, 스치는 것은 모두 베인다고 한다. 우르민 은 천둥이라는 뜻으로, 이 무기를 휘두를 때 쇳조각들이 우는 소리가 마치 천둥 소리와 흡사하다고 하여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인도의 던지는 무기 중 하나로 일종의 표창이라고도 할 수 있다. 차크람은 보통 원형으로 잘 연마된 날과 복잡한 장식과 중량을 잘 계산한 가운데의 지지대로 이 루어져 있으며, 잘 만들어진 차크람을 숙련된 사람이 사용하면 던져진 차크람을 중간에서 튕겨 내더라도 다시 제자리도 돌아온다고 한다.


여섯 사람은 줄을 지어 해밀튼의 뒤를 따라 한쪽 구석의 작은 통로로 향했다. 그곳은 몹시 어둡고 좁았으며, 역시 격렬한 싸움 의 흔적이 완연했다. 걸음을 옮기면서 주의 깊게 사방을 살피던 우사부가 입을 열었다.

“정말 대단한 자들이군. 이렇게 두터운 돌 벽인데도 이런 자국들을 내다니. 산 넘어 산이라더니………….”

마침내 통로 끝에 도달하자 해밀튼은 아주 실망스러운 듯 깊 은 한숨을 내쉬었다. 통로 끝은 검은색 돌을 쌓아 올려 막아 놓 았는데, 그곳에는 사람 한 명이 충분히 드나들 만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아아. 여기가 타보트가 있던 장소인데……………. 이미 ・・・・・・ 이미 늦은 건가?”

그때 현암이 다른 사람들을 더 가지 못하게 손짓해 보이며 나 섰다.

“타보트에 접근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지 금 십중팔구는 타보트가 없겠지만 만약을 대비해 조심하도록 합 시다.”

“타보트는 사라졌소. 벽의 일부가 무너졌으니 봉인이 상당 부 분 풀린 셈인데, 타보트에서 풍겨 나오는 기운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단 말이오. 만약 타보트가 아직 저 안에 있다면 우리 모두에 게 그 기운이 느껴졌을 거요.”

“그런데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그자들이 어떻게 타보트를 가져 갔을까요? 그자들이 설마 타보트를 봉인하는 방법을 안단 말인가요?”

“글쎄………….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일이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는…………….”

그러면서 구멍을 통해 안을 살펴보던 해밀튼이 엇 하는 소리를 내며 놀랐다.

“저게 뭐지? 아니. 저건! 현암 씨!”

해밀튼이 현암을 소리쳐 부르자 현암은 급히 통로 안을 들여다 보았다. 그리고 현암도 해밀튼과 똑같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방 안에는 타보트 대신 다른 물건이 있었다. 방 안에는 몇 개의 상자가 쌓여 있었고, 그 상자들 중 하나가 무슨 이유에선지 엎어져 안에 든 것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흙을 구워 만든 작 은 조각들이었는데, 모두 합하면 수백 개가 넘어 보였다. 그것은 현암이 여기까지 찾으러 온 메소포타미아의 예언석 같았다.

“아니. 이게 어떻게…………!”

현암은 놀라서 진위를 확인해 보려고 급히 품에 손을 넣었다. 현암은 예언석의 진위를 판별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예전에 얻은 한개의 예언석을 탁본해 가지고 왔던 터였다. 예언석에 새겨진 글자를 현암은 물론 알지 못했지만, 예언석의 맨 가장자리에는 독특한 문양이 새겨져 있어 그것을 이어 보면 예언석인지 아닌 지를 대강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예언석에는 관심이 없는지 우 사부는 그저 침울해했고, 마하 딥과 시켈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서로 떠들어 댔지만 해밀튼은 친절하게 현암에게 말했다.

“이건・・・・・・ 메소포타미아의 글자가 새겨진 것 같소. 혹시 당신이 찾던 게 이것 아니오?”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째서 여기 있지?”

그러면서 해밀튼은 그중의 한 개를 집어 들고 잠시 만지작거렸다.

“정교하게 만들어졌지만 이건 진품이라 할 수 없겠군. 얼마 전 에 만들어 낸 모조품 내지는 복사품인 것 같소.”

“확인을 좀 해 보겠습니다.”

현암은 나무 상자들을 하나씩 뒤져 보았다. 상자마다 예언석 의 복사본들이 그득했는데, 각 상자마다 복사본이 종류별로 들 어 있었다. 그리고 상자는 모두 여섯 개였다.

현암은 입을 꼭 다물고 상자들을 살펴나갔다. 결국 현암은 상 자들 가운데 자신이 지닌 예언석의 탁본과 똑같은 것이 수십, 수 백 개 담겨 있는 상자를 보고 아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그러면 혹시 아우구스티노 수사가 얻었던 것도 이 복사본 중 하나가 아닐까? 교황청의 오해를 무 릅쓰면서까지 얻었던 예언석의 조각이 여기 수백 개나 복사되 어 있다니! 그런데 모든 조각은 일곱 개인데, 왜 여섯 개밖에 없 을까? 그리고 도대체 무슨 음모가 있기에 이것이 이토록 많은 걸까?’

백호도 놀라기는 마찬가지였지만 그래도 현암에게 물었다. 

“그러나 이건 모두 진품이 아니지 않습니까?”

백호가 멍청한 소리를 하자 현암은 볼멘소리로 대답했다.

“물론 진품은 아니죠. 하지만 이건 골동품적인 가치를 따지는 게 아니라 거기 새겨진 예언의 내용이 중요한 겁니다. 이렇게 복 사해 버리면 진품이나 복사본이나 전혀 차이가 없는 겁니다.” 

백호는 자신이 얼떨결에 멍청한 소리를 한 것을 깨닫고 얼굴 이 약간 붉어졌다. 현암은 여섯 개의 점토판을 각각 하나씩 챙겨 넣었고, 백호도 덩덜아 한 개씩의 점토판을 챙겼다.

그 모습을 보며 해밀튼은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의 원래 목적은 어쨌거나 달성된 셈이군요. 하지만 타보 트는・・・・・・ . 그게 없다면……………”

해밀튼이 우물쭈물하다가 현암에게 말을 이었다.

“당신・・・・・・ 우리를 도와주시겠소? 우리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 합니다…… 이제 타보트는 성당 기사단에 있는 것보다 더 찾기 어려워졌소…………. 아아……………. 그래서 서두르려고 했는데……………. “

“일단 타보트가 어디로 갔는지, 누가 그랬는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닙니까?”

현암이 그렇게 묻자 해밀튼은 몇 번이나 입술을 깨물다가 결국 대꾸했다.

“아마도 인도로 옮겨진 것 같소. 시켈의 주장에 따르면, 인도 의 비밀 지파의 자들을 빼고 우르민이나 차크람을 이렇듯 능숙 하게 다루는 자는 없소.”

“그렇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죠. 누군가가 인도의 고수들에게 청부한 것일지도 모르잖습니까?”

“하지만 나도 감이 잡히는 게 있소. 그것은 칼키파가…………”

“칼키파에 대해 아십니까?”

“들은 적이 있소.”

“그런데 그자들이 왜 이것을 노렸을까요? 하물며 칼키파는 힌두교와 자이나교에서 나온 일파로 알고 있는데, 어째서 자신들 의 신앙과 상관없는 언약궤를……………? “

현암의 질문에 해밀튼은 한참 동안이나 대답하지 않고 있다가 입을 떼었다.

“당장은 대답해 줄 수 없소. 하지만………… 하지만 그들의 소행 인 것 같소. 아니, 틀림없소!”

해밀튼은 자신에게 말하듯 중얼거리다가 현암에게 말했다.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당신은 목적했던 것을 얻었소. 그 러나 당신이 도와주지 않고서는, 우리 힘으로는 아무래도 역부 족인 것 같소…………….. 아하스 페르츠를 상대하려면 타보트가 반드 시 있어야 하오……. 도와주시오. 부탁이오!”

해밀튼은 현암이 원래의 목적을 달성했기에 도와주지 않을까봐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는 갑자기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몸이 흔들릴 정도로 강렬한 폭음이 밀어닥 쳤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해밀튼이 놀라서 말하자 마하딥이 고함을 쳤다.

“동굴이 무너집니다!”

마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통로의 저쪽에서부터 무시무 시한 먼지구름이 해일처럼 다가왔다. 동굴이 무너져 오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 순간에도 계속 동굴이 무너져 오는 소리가 들 렸겠지만 소리를 들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섯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반대쪽을 향해 달렸다. 이 곳은 땅속 백 미터가 넘는 곳이었다. 여기서 무너져 내리는 암반 에 깔린다면 현암이 아니라 현암보다 열 배 더 강한 사람이라 해 도일 초도 버티지 못하고 끝장이었다.

동굴이 무너져 내리는 속도는 무섭게 빨랐다. 계속 폭음이 울 리는 것으로 보아 폭발물이 한 개만 장착된 것이 아닌 듯싶었다. 죽음의 위협 속에서 뛰는 사람들도 그리 속도가 떨어지진 않았 지만 연속적인 폭발과 그에 따른 붕괴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 었다.

다만 무슨 이유에선지 폭발은 동시에 일어나지 않고 시간차 를 두고 일어났으며, 다행히 타보트가 보관되어 있던 언약궤 모양의 방이 상당히 오래 지탱해 줘 붕괴가 그들의 뒤를 바짝 쫓지 않았다. 그러나 그 방도 조금씩 흔들리면서 균열이 일어나고 있 었다. 무너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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