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마록 말세편 5권 17화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10 : 아이들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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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마록 말세편 5권 17화 – 처음과 같이, 이제와 항상 영원히 10 : 아이들의 선택


아이들의 선택

아녜스 수녀가 있는 장소에는 차츰 긴박감이 감돌고 있었다. 퇴마사들이 떠난 지 십오분도 채 지나지 않아 바이올렛의 주술력에 한계가 왔다. 바이올렛의 통증이 점점 심해지자 아기들의 영을 속박하고 있던 주술이 점차 느슨해져 갔고, 급기야는 주술 적인 유대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아기들의 영혼은 점차 웅성거 리면서 혼란스러워했다.

아녜스 수녀가 아무리 독한 마음을 품었어도 지난번 직접 본 바 있는 아기들의 영과 정면으로 충돌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녀는 아기들의 영혼이 통제력을 잃어 가고 있다는 것, 그리고 시 간이 지날수록 혼란이 더해지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 이 런 상태라면 조금만 더 기다리기만 한다면 지난번같이 당하지만 은 않을 것이었다.

‘어차피 아기들일 뿐이다. 깊은 생각 같은 것은 없어. 게다가 일식까지는 시간이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리면 돌파할 수 있다. 조금만 더…………….’

아녜스 수녀는 초조하면서도 애써 그런 기분을 삭이며 스스 로에게 말했다. 그녀는 각오하고 있었다. 마음먹은 대로 일을 이 루건 그렇지 않건, 일식이 끝난 이후에도 살아 있을 생각은 없었 다. 그렇게 마음먹자 오히려 상황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통제력을 잃은 아기들의 영혼은 단지 그들 앞을 가로막고 있을 뿐, 더 이상의 능동적인 행동은 하지 않았다. 그 때문에 아녜스 수녀 쪽의 사람들이 속속 모여드는 것을 보고서도 그들은 아무 런 힘도 쓸 수 없었다.

이제 아녜스 수녀 측으로 점차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무 색 화상 일행은 황달지 교수를 묶어서 끌고 왔으며 어새신과 칼 키파의 연합 세력도 로파무드와 시타 교수를 끌고 왔다. 그들 모 두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하고 아녜스 수녀를 의심하기는 했지만, 막상 아녜스 수녀가 타보트가 위조되지 않았다고 단언하자 할 수없이 예정대로 도착한 것이다.

다만 하겐과 파치 일행은 약속한 위치에 도달하지 못했다. 그 들은 해밀튼이 강제로 붙잡아두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것 만으로도 아녜스 수녀 측의 인원은 어느덧 육십 명 이상으로 불 어났다. 그리고 그중 삼분의 이 정도가 대단한 능력을 지닌 사람 들이었으며, 나머지 사람들도 모두 경기관총과 수류탄 등으로 중무장을 하고 있었다.

무색 화상과 어새신의 후계자 등은 아녜스 수녀에게 타보트를 보여 달라고 할 참이었지만 아녜스 수녀는 아기들의 영혼을 구 실 삼아 그런 요구를 슬그머니 넘겼다.

“더 기다릴 수 없다. 모조리 해치워 버려라!”

아녜스 수녀가 외치자 모든 능력자들이 아기들의 영혼을 쫓아 내기 시작했다. 그들은 지난번 인도에서의 참극을 전해 들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영혼을 제압할 수 있는 부적이나 무기를 휴 대하고 있었고, 그에 대비한 훈련도 했다. 게다가 아기들의 영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수 없었던 탓에 그들이 점차 우세를 차지해나갔다.

그러나 아녜스 수녀가 오산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영혼들 의 숫자였다. 그 자리에 있던 아기들의 영혼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아기들의 영혼은 자신들이 밀리자 도움을 청했 고 또 다른 영혼들이 정글 속에서부터 나타나, 그렇지 않아도 폭 풍우 때문에 시커먼 하늘을 회색으로 뒤덮으며 몰려왔다.

아녜스 수녀와 다른 사람들은 그 광경을 보고 덜컥 겁이 났지 만 이제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었다.


준호와 아라, 수아가 한국의 도인들과 함께 그 장소에 도착한 것은 그때였다.

현현이로의 일로와 이로는 결국 아녜스 수녀의 말을 따랐으나 그렇다고 아이들을 묶어서 데리고 올 만큼 염치가 없지는 않았 다. 그리고 승현 화상이나 무련 비구니, 성곤 등이 아이들을 잘 다독이고 옹호해 주었기 때문에 준호와 아라도 대놓고 그들과 싸울 수 없는 입장이었다.

아라는 싸우자고 했지만 준호는 약간 더 신중했다. 일단 그들 이 납득하지 않으니 차차 기회를 보자는 것이었다. 결국 싸워서 이길 수도 없는 것을 알고 아라도 응낙했다. 그들 중 가장 강한 것은 사실 수아였는데, 수아는 너무 어려서 싸움을 시키기도 뭣했고 시킨다 해도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은 까닭이기도 했다.

아라와 준호가 막 산비탈을 올라서자마자 수많은 사람들과 아 기들의 수없이 많은 영혼이 치열하게 싸우는 광경을 보았다. 현 현이로도 그 광경을 보고는 대경실색하여 급히 모든 사람들에게 아녜스 수녀를 도우라고 명령했다.

사천왕과 오의파 사람들, 무련 비구니와 현현파 사람들이 모 두 달려 나갔고 현현이로도 달려 나갔다. 그들은 지난번 칼키파 의 신전에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영혼들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리고 준호와 아라가 아기들의 영혼과 대화가 통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저 아기들이 또 있네?”

아라가 깜짝 놀라며 외치자 준호도 놀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건 안 돼. 저 아이들도 불쌍하고…………….”

당장 앞으로 달려 나가려는 준호를 아라가 얼른 붙잡았다.

“어떻게 하려구?”

“말려 볼 거야. 지난번처럼!”

“말리면 어떻게 해! 저놈들은 전부 다 준후 오빠들을 해치려는 나쁜 놈들이야!”

준호는 그 말을 듣고 조금 우물쭈물했다.

“하지만…….”

그때 승현 화상이 아라에게 물었다. 그는 부상당했기 때문에 싸우지 않고 뒤처져 남아 있었던 것이다.

“너희가 저것들을 막을 수 있니?”

“예!”

준호가 대답했지만 아라는 톡 쏘듯이 외쳤다.

“하지만 돕고 싶지 않아요! 우리가 왜 저 사람들을 도와주어야하죠?”

승현 화상도 마음이 꺼림칙했지만 돌아가는 상황이 몹시 급했다. 그는 곧 준호와 아라에게 말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죽는 것을 그냥 볼 생각이냐?”

“하지만……………..”

준호가 말끝을 흐리자 대뜸 아라가 외쳤다.

“준후 오빠를 더 이상 쫓지 말아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도 그 들을 쫓아가지 못하게 해 줘요! 그런다면 한번 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목에 칼이 들어와도 못해요!”

승현 화상은 상황이 너무 다급하여 군소리하지 않고 수아를 덥석 안아 올린 다음 아라와 준호를 끌고 싸움터로 뛰어들었다. 승현 화상이 대뜸 아녜스 수녀 쪽으로 가서 외쳤다.

“할 말이 있소!”

아녜스 수녀는 힐끗 뒤를 돌아보고는 낯익은 아이들이 와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러나 이내 화를 냈다.

“할 말 없소!”

“이대로 가면 모두 죽소. 이 아이들의 도움을 받으시오.”

그러나 아녜스 수녀는 딱 잘라 거절했다.

“그렇겐 못해요!”

“미쳤소? 당신 혼자가 아니라 모두 죽는단 말이오! 이 아이들 에게 그 사람들의 뒤를 쫓지 않겠다고 약속만 한다면……………” 

그러나 다음 말을 하기도 전에 승현 화상은 아녜스 수녀에게 떠밀려 뒤로 비틀거리며 넘어지려 했다. 그때 무색 화상이 재빠 르게 다가와 그를 부축하며 물었다.

“정말로 그럴 수 있소?”

“할 수 있을 겁니다.”

“내 목숨을 걸고 약속을 지킬 테니, 어서 아이들로 하여금 저 영혼들을 진정시키도록 하시오! 하루 동안 아무 데도 나오지 말 고 숨어 있으라고 말이오! 그러면 되지 않소?”

무색 화상의 말을 듣고 승현 화상은 눈을 크게 뜨고 무색 화상을 바라보았다.

“정말입니까?”

“물론이오! 어서 더 늦으면 모두가 위험해지오! 어서!”

승현 화상은 준호와 아라에게 그 말을 전했다. 그러자 아라가 기쁜 얼굴로 준호에게 말했다.

“됐어! 우리가 준후 오빠를 구하게 될 거야!”

준호는 안 그래도 사람들이 죽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설령 무색 화상이나 아녜스 수녀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해도 아기 들과 접촉해 볼 요량이었다.

드디어 두 아이가 아기들의 영혼을 향해 말을 거는데 아기들 의 영이 잘 반응하지 않았다. 결국 무색 화상과 현현이로가 좌우 에서 그들을 보호하는 가운데 준호와 아라는 간신히 아기들의 영혼과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큰일 났어요.”

준호가 울상이 되어 승현 화상에게 말했다.

“왜 그러느냐?”

“아기들이 몹시 흥분해 있어요. 화가 났어요. 모두 나쁜 어른들이라고…………….”

승현 화상이 암담한 기분이 되어 어쩔 줄을 모르는데 아라가 소리쳤다.

“할 수 없어요! 모두 자업자득이에요!”

그래도 준호는 한 번 더 애를 쓰며 간곡하게 아기들의 영혼과 대화를 시도했다. 승현 화상이나 다른 누구도 그 내용을 엿들을 수는 없었다. 그때 별안간 아라가 펄쩍 뛰며 외쳤다.

“너 미쳤어? 응?”

준호가 침울하게 대답했다.

“미치지 않았어.”

“이 사람들을 어떻게 믿어? 응?”

“그래도・・・・・・ 할 수 없잖아. 사부라면 이렇게 했을 거야. 그들도 약속했잖아.”

그 말에 아라도 말문이 막힌 듯 잠시 멍하니 준호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이윽고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승현 화상은 무슨 일인지 궁금하여 준호에게 물었다.

“뭐냐? 무슨 일이니? 응?”

“저 아이들…………… 정말 그러는지 아닌지 두고 본대요. 인질이 필요하대요.”

“인질?”

“예… 저 아이들은 바이올렛을 자신들의 어머니라 여기고 있어요. 그녀가 죽게 될까 봐 두려워해요…………….”

“이미 무색 스님이 약속하지 않았느냐? 누구라도 인질이 되라면 되겠다.”

“하지만 어른들은 믿을 수 없다고………….”

“그러면 ・・・・・・?”

승현 화상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렇다면 이 아이들이 스스로 자청하여 인질이 되기로 한 모양이었다. 승현 화상은 너무도 창 피하고 낯이 뜨거워서 무색 화상에게 그 이야기를 전해 준 다음 화를 냈다.

“당신들은 모두 이 아이들만도 못합니다. 이 아이들을 보시오. 이 아이들을 배신하는 일은 결코 없어야 할 겁니다.”

그에 무색 화상이 진지하게 대꾸했다.

“약속은 반드시 지키오.”

모든 사람들이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열지 못했다. 사실 조 금만 더 아이들이 늑장을 부렸어도 모든 사람들이 전멸했을 터 였다. 아녜스 수녀나 무색 화상 같은 사람들은 살아남을 수 있겠 지만, 그보다 능력이 못한 자들은 목이 떨어졌다 다시 붙은 것이 나 다름없었다.

“난・・・・・・ 아무래도 저 사람들을 믿을 수 없어.”

아라가 중얼거리자준호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

“미안해. 하지만 할 수 없었어. 나 혼자만 가고 싶은데………….”

“그럴 순 없어. 나도 그렇게 뻔뻔스러운 애는 아냐. 그리고………….”

아라는 조금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너, 알고 보니 괜찮은 애구나…….”

“내가 너를 위험에 같이 빠뜨리는데도?”

아라는 말없이 웃었다. 아라가 준호를 향해 이런 미소를 보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준호는 약간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잠시 후, 아라와 준호는 아기들의 영이 자신들의 몸을 에워싸 고 허공으로 들어 올리는 것을 느꼈다. 두렵기도 했지만 그보다 는 안도감이 더 컸다. 아라와 준호는 둘 다 준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준후와 다른 사람들 그 누구도 죽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히 일이 끝나기만을 바라면서 산맥 아래의 깊숙한 정글로 옮겨져 갔다.


아라와 준호가 아기들의 영과 함께 사라지자 모든 사람들은 맥 빠진 기분이 되었다.

그때 아녜스 수녀가 차갑게 내뱉었다.

“어서 전진해! 그자들을 찾아!”

그 말에 승현 화상과 도인들이 깜짝 놀라면서 외쳤다.

“그럴 수는 없소! 당신들은 약속하지 않았소?”

아녜스 수녀는 수치심에 얼굴을 붉게 물들이면서도 독하게 말했다.

“나는 약속한 적이 없소.”

“정말 당신은 사람의 탈을 쓴 자요? 엉?”

승현 화상이 화를 내자 무색 화상이 앞으로 그를 막아 나섰다. “내가 약속을 한 것이니 내가 책임지겠소. 조금 물러서 주시겠 소?”

승현 화상은 화를 참지 못해 씨근거리면서도 약간 뒤로 물러 섰다. 무색 화상이 뒤로 돌아서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용화교의 모든 제자들은 들으라.”

승현 화상과 도인들은 무색 화상이 아녜스 수녀를 막으려 한다고 짐작했으나 그의 입에서 떨어진 말은 너무도 뜻밖이었다. 

“이후로, 아녜스 수녀의 말을 들어 전력을 다해 그 여자를 찾 아라. 그리고 그것을 방해하는 자는 누구든 제지하라. 단, 그 여 자를 제외하고는 가급적 살생하지 않도록 하라!”

“이게 무슨…………..! 당신은!”

승현 화상은 너무도 화가 나서 제대로 말조차 하지 못했다. 이 번에는 현현이로와 다른 도인들마저도 꿈틀하면서 금방이라도 무색 화상에게 달려들기세였다.

무색 화상이 천천히 몸을 돌려 승현 화상에게 말했다.

“나도 이러기는 싫었소. 하지만 나 한 사람보다는 세상이 중요 하오. 그리고 나는 약속은 지킬 것이오.”

그 말이 떨어짐과 동시에, 무색 화상은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머리를 탁 하고 후려쳤다. 누가 말리고 어쩔 틈도 없이, 무색 화 상은 귀와 코에서 피를 쏟으며 그 자리에서 절명하여 잘린 거목 처럼 넘어졌다.

승현 화상은 경악했다. 그러나 무색 화상의 비장한 모습을 보 고 난 후 충격 때문에 쉽게 움직일 수가 없었다. 오히려 대로하 면서 뛰쳐나간 것은 무련 비구니였다. 그녀는 어느새 아라에게 서 돌려받은 청홍검을 빼 들고 있었다.

“이럴 수는 없어! 이건 모조리 잘못되었어! 이런 짓을 한다고 세상을 구할 수는 없을 거야! 나는 너희를 믿지 않아!”

그녀가 무서운 기세로 외치면서 아녜스 수녀에게 덮쳐 들어 가자 네 명의 나한들이 떼를 지어 그녀 앞을 막아섰다. 무련 비 구니가 아미 검법을 발휘하여 청홍검을 휘두르자 네 명의 나한 들은 몹시 놀라며 조금씩 물러섰지만, 무련 비구니 또한 그들 중 한 사람도 맞힐 수가 없었다. 그 광경을 보고 사천왕이 이윽고 결심한 듯, 크게 외치면서 달려 나갔다.

“나는 그들을 믿겠다! 이런 엉터리 같은 짓을 그만둘거다!” 

그러자 오의파의 성과 제자들도 소리를 지르면서 달려 나 갔다.

“우리 앞을 막지 마라!”

그러나 용화교의 나한들과 제자들이 주르르 열을 지어서 그들 앞을 막아섰다.

“당신들은 뭐 하는 거요!”

나한들이 슬픈 표정으로 대꾸했다.

“우리는 무색 스승의 유지를 따를 뿐이다. 너희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다.”

사천왕은 분노를 터뜨리며 나한들에게 덤벼들었다. 오의파도 덤벼들었고 현현파의 근호와 다른 제자들도 잠시 망설이다가 이 윽고 사부의 허락도 받지 않고 싸움판에 끼어들었다.

그 싸움은 점점 커져서 현현이를 제외한 한국 도인들 전체 와 용화교도 전체의 싸움이 되어 버렸다. 도인들은 아녜스 수녀에게 욕을 퍼부으며 이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고 외쳤다. 그러나 아녜스 수녀는 자신들의 부하들을 데리고 재빠르게 그곳을 빠져 나가버렸다.

그러는 사이, 세 명의 나한이 무련 비구니와 증장 화상에 의해 상처를 입었고 현현파 제자 두 사람이 다쳤다. 그것을 보자 아직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잠자코 있던 현현이로조차도 팔을 걷어붙 이고 싸우기 시작했고, 이번에는 어새신과 칼키파의 잔여 교도 들이 끼어들었다.

하물며 폭풍우가 몰아치는 속이었다. 사람들은 정신없이 싸워 댔다. 수아는 너무도 놀라고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 덕분에 정령들이 나타나서 도인들 편을 들어 싸움은 그럭저 럭 비슷한 형세가 되었다.

로파무드는 몸을 잘 움직일 수 없었지만 수아를 보호하며 계 속 인도어로 된 노래를 불러 주며 달랬고, 황달지 교수는 아예 눈을 가려 버렸다. 그 곁에서 시타 교수는 한숨을 쉬면서 계속 분해하며 이를 갈고 있었다. 그들은 직접 싸울 수도 없어 도저히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아녜스 수녀와 그 일파는 벌써 퇴마사들 을 추격해 갔으니 이제는 정말 끝장이 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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